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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산업 | 스트리밍을 고칠 때입니다(3) / 고건혁(곰사장)

Phase 03. 용감하고 새로운 독립 (Brave New Independent)

2021.05.24 | 조회 7.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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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TMI.FM

Tomorrow of the Music Industry

구독자님, 안녕. 

오늘은 드디어 곰사장님의 '스트리밍'에 대한 특별 기고의 마지막 회, '용감하고 새로운 독립 (Brave New Independent)'에 대한 글이야. 우리가 알고 있던 '인디펜던트'와는 대체 어떤 점이 다를까? 결론을 기대해보자고.

특히 이 시리즈는 음악가 뿐 아니라 크리에이터, 사업가, 프로젝트 매니저, 마케터 등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고 믿어.

그리고, 알지알지? 이번 주 금요일인 5월 28일 금요일 저녁 8시에는 줌 미팅이 열릴 예정이야. 주제는 '스트리밍 환경에서 인디펜던트하게 활동하는 것'이 될 거고, 참석자는 곰사장, 오주환(밴드 아도이), 모더레이터는 차우진이 맡을 거야. 아도이야말로 독립 음악가의 비전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평소에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거라 기대 중. 구독자님도 꼭 참석해주고, 친구들도 막 불러주세용. 😁

27일 목요일 밤 10시까지 신청한면 행사 당일 1시간 전에 줌 링크를 보내줄거야.   

 

그럼 이번 호, 시작합니다. 🤘

특별 연재: 스트리밍을 고칠 때입니다 / 고건혁(곰사장) Phase 03. 용감하고 새로운 독립(Brave New Independent) 1. 상위 1% 음악가의 깔대기 전략 (funnel strategy) 2-1. 입구: 소셜미디어와 광고 | 90%를 위한 깔대기 2-2. 허리: 스트리밍 서비스와 콘텐츠 차별화 | 90%를 위한 깔대기 2-3. 출구: 홈페이지, 메일링리스트, 그리고 구독 | 90%를 위한 깔대기 3. 기업가 혹은 자영업자로서의 음악가 Phase 02. 90%를 위한 스트리밍은 없습니다 1. 이긴 놈이 장땡(Winner Takes All) 2. 스트리밍은 '탑 아티스트'를 사랑하나요? 3. 스트리밍의 청중들은 '탑 아티스트'를 사랑합니다 4. 답은? 스트리밍 바깥에 Phase 01. 스트리밍이 음악산업을 망쳤나요? 0. 아티스트의 적이 된 음악 스트리밍 1. 음악 산업의 죽음 2. 음악 산업의 구원자, 스포티파이 3. 스트리밍은 음악 산업을 정말로 망가뜨렸나?

Phase 03. 용감하고 새로운 인디펜던트 (Brave New Independent)

 

"필연적으로, 근본적인 불안정성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이클 크라이튼, <쥬라기 공원>

지난 두 번의 연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1999년 이후 10년 간 음악 산업을 1/3 규모로 축소시킨 불법 다운로드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보다 편리하면서도 그리 비싸지 않은 서비스가 필요했다.
2) 그래서 월 1만원에 '세상 모든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했고 2014년을 기점으로 음악 시장은 다시 성장하고 있다.
3) 하지만 지난 5년 간 스트리밍 서비스가 3배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대다수 아티스트는 잔돈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4) 문제의 원인은 저렴한 가격과 상위 1% 아티스트를 선호하는 청중들의 성향에 의한 것이다.

현재의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는 문제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해결책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게 청중들의 성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만큼의 대안은 아닌 거죠. 특히 스트리밍 환경에서 1년에 단돈 6만원 정도의 수익만 기대할 수밖에 없는, 전세계 144만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는 말이죠.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능한 두 가지 선택 항을 제시했습니다.

1) 상위 1%에 들어간다
2) 스트리밍 이외의 수입원을 찾는다

(1)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재능, 노력, 자본, 그리고 운이 결정한다는 것밖에는요. 그래서 오늘은 스트리밍에서 푼돈 밖에 벌지 못하는 음악가들을 위한 대안을 (2)의 관점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다음 질문에서 출발해보죠.

"다수의 청중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월 1만원밖에 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상을 지불하려는 청중들이 분명 있지 않을까?"

1. 상위 1% 음악가의 '깔대기 전략(funnel strategy)'

고전적인 마케팅 모델 중에 AIDA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이 특정한 상품의 구매에 이르게 되는 여정을 네 단계로 일반화한 것인데요.

1) 인식(Awareness): 소비자가 특정한 제품 혹은 브랜드에 대해 (보통은 광고를 통해서) 알게 됨
2) 관심(Interest): 해당 제품 혹은 브랜드의 이점,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자신의 생활 방식에 들어맞는 지 등을 학습함으로써 관심을 갖게 됨
3) 욕구(Desire): 해당 제품 혹은 브랜드에 대한 호의적인 성향을 발달시킴
4) 행동(Action): 구체적인 구매 의도를 가지게 되고 판매처를 둘러보고 시험적으로 사용해보고 구매함

https://en.wikipedia.org/wiki/AIDA_(marketing)

그런데 일반적으로 '인식'하게 된 사람들 중 일부만 '관심'을 갖습니다. 그리고 '관심'을 가진 사람들 중 일부만이 '욕구'를 갖고, '욕구'를 가진 사람들 중 다시 일부만이 '행동'에 나섭니다. 그래서 해당 단계에 속한 사람들의 숫자를 표현하여 그림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은 깔대기(funnel) 모양이 됩니다. 이것을 '구매의 깔대기'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전환 경로에 따라 고객의 여정은 4단계로 구성된다
전통적인 전환 경로에 따라 고객의 여정은 4단계로 구성된다

이 모델의 핵심은 (1) 마케팅의 목적은 '인식(Awareness)' 단계에 있는 고객을 '행동(Action)'으로 전환시키는 것 (2) 그러한 전환 과정에서 '관심(Interest)'과 '욕구(Desire)'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 (3) 그리고 각 단계 별로 마케팅 메시지와 채널 등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론은 이론일 뿐입니다. 이 모델이 실제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후속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동에 대한 통찰을 주는 모델이긴 합니다. 특히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알게 되고->좋아하게 되면->사게 된다'는 접근법을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럼 음악 사업에 이를 적용해보죠.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비욘세의 <홈커밍> 공식 예고편 | Netflix (2019)

바로 비욘세(Beyoncé)의 '2018 코첼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쇼를 담은 다큐멘터리 <홈커밍(Homecoming)>입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을 때, 그의 행보는 업계 내에서 상당히 의아한 일로 여겨졌는데요. 왜냐하면 전작인 걸작 앨범 <레모네이드 (Lemonade)>을 비롯한 그의 작업들은 남편인 제이지(Jay Z)와 공동 소유한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Tidal)을 통해 독점 공개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근데 <홈커밍>은 넷플릭스로, 그와 관련한 라이브 앨범은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같은 '타사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하면서 타이달 독점을 스스로 깨버렸습니다.

이에 대해 힙합을 둘러싼 사업과 산업에 대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 댄 런시(Dan Runcie)는 깔대기 전략의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https://trapital.co/2020/04/08/beyonces-streaming-strategy-revisited/
https://trapital.co/2020/04/08/beyonces-streaming-strategy-revisited/

깔대기 입구에는 '가벼운 팬(Casual Fan)'이 있습니다. 비욘세의 팬도 아니고 심지어 딱히 음악 팬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들입니다. 이런 이들은 미국 최대의 TV 이벤트인 슈퍼볼의 하프타임 쇼를 비롯하여 각종 시상식, 여러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비욘세를 접합니다. 언젠가 라디오 같은 매체로 비욘세의 히트 곡을 들었던 적은 있겠죠.

비욘세는 <라이온킹>에 성우로 참여했는데, 이것은 아직 그를 만난 적 없는 어린 팬들에게 다가가기 좋은 기회였을 겁니다. <홈커밍> 역시 그렇습니다. 공개 당시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1.4억명이었는데요, 그 중 비욘세의 팬도 아니고 음악 팬도 아닌 다수의 사람들에게 <홈커밍>은 비욘세를 알게 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여기서 비욘세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은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깔대기 허리에 있는 '가벼운 비하이브(Casual Beyhive: 비하이브는 비욘세의 팬덤을 지칭합니다)'가 그 다음 단계입니다. 이들은 비욘세의 팬이면서 동시에 음악 팬입니다. 기본적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고 콘서트에 갑니다.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에서 <레모네이드>를 비롯한 비욘세 앨범을 듣고, 코첼라 페스티벌에서는 '비첼라(Beychella, 비욘세의 코첼라쇼 애칭)'도 봤겠죠. 그리고 이들은 이제 비욘세의 투어 공연도 찾게 됩니다. 이 경우 보통 10~15만원 정도 되는 티켓을 구입하겠네요. 곧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입니다.

깔대기 출구에 있는 것은 '광적인 비하이브(Diehard Beyhive)'입니다. 이들은 비욘세가 아디다스와 함께 런칭한 패션 브랜드 '아이비파크(Ivy Park)'를 구매합니다. 비욘세 홈페이지에서 MD를 구매하고, VIP 콘서트 티켓을 위해 200만원까지 지불합니다. 하지만 비욘세는 자신의 팬이 부유한 이들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길 원하죠. 그래서 메일링 리스트와 뉴스레터로 열렬한 팬들을 위한 콘텐츠를 별도 제공합니다.

이거 비욘세니까 가능한 것 아냐? 맞습니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나오고 넷플릭스와 계약하는 건 그가 아니면 불가능하고, TV 출연이나 고가 상품 전략 역시 상위 1%니까 가능합니다. 하지만 상위 1%나 하위 90%나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동일합니다. (1)알게 하고 (2)좋아하게 하고 (3)사게 하라.

이때 (3)단계에 도착한 음악가의 열성적인 팬들은 분명히 스트리밍에 지불하는 월 1만원 이상은 지불할 것입니다. 그래서 비욘세의 깔대기에서 '스트리밍'은 (2)에 속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음악가를 위한 깔대기 전략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2-1. 입구: 소셜미디어와 광고 | 90%를 위한 깔대기

입구에서는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공짜로 사용할 수 있거나 거의 공짜에 가깝게 쓸 수 있는 미디어들이죠. TV나 라디오, 인기 유튜브 채널 같이 구독자 수가 많으면 좋겠지만, 이런 채널에서 다뤄지려면 먼저 채널의 관심을 '획득'해야 합니다. 아직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는 안 될 말이겠죠.

그래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미디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바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틱톡 등의 소셜미디어들이요. 사실 21세기의 음악가라면 누구나 하고 있는 일이고,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대해서도 수많은 전문가들의 조언, 노하우, 의견이 존재합니다. 다만 한 가지 쉽게 간과되는 것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싶습니다. 바로 광고의 필요성입니다.

음악 마케팅 컨설턴트인 앰버 호스버그(Amber Horsburgh)는 음악 마케팅 예산 집행에 대해, 예산이 1천만원인 경우와 1억원인 경우를 예로 들어 비교합니다. (편집자: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1천만원/1억원으로 표기합니다) 아래 그래프입니다. 

"1천만원은 브랜드 구축 및 성장에 투자. 주로 콘텐츠 제작과 홍보에 지출한다." | 앰버 호스버그
"1억은 더 많은 실험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고, 마케팅 이니셔티브에 투자해야 한다." | 앰버 호스버그

두 사례에서 가장 큰 차이는 광고 비용의 비중입니다. 1천만원일 때는 30%를 쓰는데 1억원일 때는 그 절반인 15%를 씁니다. 이 차이는 예산이 1천만원인 경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고, 1억원인 경우는 이미 알려진 아티스트라고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예산이 적을수록 광고비를 안 쓸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입니다. 아직 인지도가 없는 아티스트가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광고니까요.

다행히 소셜 미디어 대부분은 1만원으로도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도 가능해서 효율을 높일 수도 있죠. 물론 도달이니 전환이니 ROI니 복잡한 개념 때문에 시작하기도 전에 주눅이 들기 쉽지만, 사실 매우 간단합니다. 돈을 들인 만큼 사람들이 보게 됩니다.

제 경우는 아티스트 계정의 팔로워가 최소 1만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일상적으로 광고비를 집행합니다. 조금 중요한 콘텐츠가 있을 때는 5~1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광고를 걸고, 음원/음반 발매나 뮤직비디오 공개 같은 큰 투자가 들어간 콘텐츠의 경우는 제작비의 20~30% 선에서 광고를 돌립니다.

물론 예산이 적을수록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30%의 예산을 더 들여서 콘텐츠의 질을 올리는 것보다(사실 드라마틱한 차이를 만들기도 어렵고요) 같은 예산의 광고를 집행하면 그에 비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20%든 10%든 좋으니 일정 정도의 예산은 반드시 광고에 써야한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모르는 사람들이 여러분을 알게 될테니까요.

2-2. 허리: 스트리밍 서비스와 콘텐츠 차별화 | 90%를 위한 깔대기

그 다음 단계가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무제한의 아티스트를 위해 청중들이 월 1만원 씩을 지불합니다. 사실 저는 이들이 거의 깔대기 입구에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음악을 위한 최소한의 지불 의사는 가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모두 똑같지 않습니다.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밴드캠프(BandCamp)는 아티스트와 레이블이 직접 음악을 업로드하고 가격도 정해서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물론 MD 판매도 가능하죠.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음악을 다운로드하거나 밴드캠프 앱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습니다.

밴드캠프는 설립된지 5년 만인 2012년에 손익분기에 도달했고, 현재까지의 매출은 약 7천억원에 달합니다. 모두 팬들이 음악을 구매해 발생한 숫자인데요, 그 절반은 실물 음반과 MD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네요. 현재 수십만 아티스트와 3000개 이상의 레이블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밴드캠프를 '레코드 스토어'이자 '음악 커뮤니티'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밴드캠프가 당신이 즐겨듣는 아티스트를 직접 후원하는 수단이라는 거죠."

에단 다이아몬드 (밴드캠프 CEO)

밴드캠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제한 정액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정 아티스트의 앨범을 듣기 위해서는 그 앨범을 결제해 구입해야 합니다. 아티스트 혹은 레이블이 직접 설정한 보통 곡 당 1000~1500원의 가격을 지불하면 그 곡을 mp3로 다운받을 수 있고 밴드캠프 앱을 통해 스트리밍할 수 있습니다. 밴드캠프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디지털 15%, 실물 음반 10%입니다. 무엇보다 판매일 기준으로 3개월 후에야 정산되는 일반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48시간 안에 정산이 이뤄집니다.

밴드캠프 메인 페이지:
밴드캠프 메인 페이지: "밴드캠프를 쓰는 팬들은 아티스트에게 7억 4,200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최근 30일 기준으로는 1,990만 달러에 달합니다."

사실 밴드캠프를 스포티파이와 비교하면 음악 산업 전체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3억명 사용자와 연 6조원 매출의 회사니까요. 하지만 사용자 수와 총 매출이 적더라도 사용자당 평균매출(Average Revenue Per User, APRU)은 그렇지 않습니다. 직관적으로 월 1만원 정도만 지불하는 스포티파이 사용자들에 비해 훨씬 높으리라는 걸 알 수 있죠. 밴드캠프의 사용자들은 음악에 대한 지불 의사가 더 높습니다.

그리고 밴드캠프 특유의 개별 결제 및 직거래 시스템은 상위 1%가 아닌 음악가들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코로나19로 공연 산업이 중단된 2020년, 밴드캠프는 매달 이틀 동안 수수료 없이 100%의 수익을 아티스트에게 전달하는 '밴드캠프데이'를 열었습니다. 두번째 '밴드캠프데이'였던 5월 1일에는 총 128억원을 음악가들에게 정산했어요. 한 음악가는 이날 하루 동안 170만원을 벌었다면서, 지난 5년간 스포티파이에서 얻은 수익과 동일한 금액이라고도 얘기했어요. (아래 기사에 나옵니다)

물론 한국의 음악가들이 밴드캠프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영어 기반의 서비스인 만큼 언어의 장벽도 있고 한국 사용자 수도 많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된다면, 좀 더 돈을 쓸 의지가 있는 팬들을 위한 유용한 경로가 될 것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음악가 스스로도 채널에 따른 콘텐츠 차별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왜 음악으로 돈을 못 벌까 고민하던 아티스트도 정작 발매일이 되면 '이왕 만든 것 최대한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하는 마음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에 무작정 풀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좀 더 단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일반적인 스트리밍의 보통 청중들은 타이틀 곡 외에는 잘 듣지 않습니다. 드레이크(Drake)의 2018년작 앨범 <전갈(Scorpion)>의 경우엔 싱글로 나온 6곡을 제외한 나머지 19트랙의 스트리밍 비중은 18%에 불과했습니다. 타이틀이 아닌 곡들은 전체 스트리밍에서 곡당 1%의 비중도 차지하지 못한 것이죠. 이러한 경향을 감안했을 때, 앨범의 타이틀 곡은 스트리밍으로 듣게 하고, 나머지 수록곡은 밴드캠프로 보낸다면 어떨까요?

덧붙이면, 저는 밴드캠프의 개별 과금 모델이 정액 구독 모델의 다음 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정액 구독 모델의 한계는 모든 사람이 구독해버릴 때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정액 구독을 기반으로 하되 프리미엄 콘텐츠에 대해서는 개별 과금하는 모델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델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와 달리 이제는 정액제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었다고 볼 수 있죠. 모쪼록 국내외 유수의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얼른 이런 모델을 도입하기를 바라는 바... 입니다만.

2-3. 출구: 홈페이지, 메일링리스트, 그리고 구독 | 90%를 위한 깔대기

원래 이 자리에는 공연과 MD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 번에도 "1000명이 스트리밍을 듣게 하고, 그 중 100명에게는 공연을 보게 하고, 거기서 10명에게는 MD를 판다"는 게 지난 10년 간 음악가들의 기본적인 깔대기 전략이었음은 설명드린 바 있죠. 특히 공연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2018년에 음악 산업 연구 협회(Music Industry Research Association)가 1200여명의 미국 음악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32%의 수입을 공연에서 얻고 있었습니다. 레이블 선급을 포함한 음원 수입은 24%였어요.

https://www.digitalmusicnews.com/2018/06/27/music-industry-research-association-income-study/
https://www.digitalmusicnews.com/2018/06/27/music-industry-research-association-income-study/

과연 이러한 깔대기 바닥에서 공연을 궁극적으로 대체할 만한 수단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공연의 실시간 스트리밍이 이른바 '비대면 공연'이라는 대안처럼 여겨지지만, 절대 물리적인 공연 경험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모든 면에서 말이죠. 온라인 공연을 보지 않는 이유가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고, 3만원 이하라면 보겠다는 한 설문 조사 결과가 그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일단 공연을 잊읍시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디지털 재화를 바탕으로 대안을 찾는다면, 저는 '구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는 대신 음악가를 구독하게 하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스트리밍 서비스도 구독하고 추가로 음악가도 구독하게 만드는 것이죠.

사실 소셜 미디어를 팔로우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구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대부분의 소셜미디어는 그러한 구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수익 모델이 없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유튜브입니다. 수익 모델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유튜브의 수익 모델은 비디오에 대한 조회수를 기반으로 책정되는 것이라 정기 구독, 정기 결제와 같은 안정성은 없습니다. 특히 비디오만 가능하다는 매체의 특성은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높입니다.

또한 이미 수많은 플랫폼 내부의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점도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유튜브에 진입하는 것이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음악가 A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해보려는구나... 하는 반응이 나올 겁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때 적합한 매체는, 저는 뉴스레터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마케팅에서 버려진 수단이었던 이메일이 메일링 리스트로 부활한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전문가 정보를 위주로 한 뉴스레터의 유료 구독은 상당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창작 분야에서는 텍스트로 표현한다는 특성 덕분인지 문학 쪽에서 일찌감치 유료 메일링리스트들이 만들어지고 있고요.

그럼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출하던 콘텐츠 중 일부를 이전하면 어떨까요? 물론 각색도 필요할 겁니다. 유료로 판매할 것이니 더 충실한 내용이 있어야 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단순 팔로워들보다는 열렬한 팬들을 위한 것이니 보다 사적이고 친밀한 느낌이 필요할 것입니다.

예컨대 창작의 뒷 얘기들도 가능할 겁니다. 작업 중인 데모를 한시적으로 슬쩍 들려주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모은 플레이리스트도 가능할 것이고, 언젠가 다녀온 여행지를 추억하는 에세이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개별 콘텐츠로 팔면 당연히 팔리지 않겠지만, 하나로 묶어서 구독 모델로 제공한다면? 열렬한 팬이라면 정기 결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걸 유튜브에 대입한다면 어떨까요? 일단 장소도 필요하고, 촬영과 편집 인력도 필요합니다.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구독자도, 조회수도 많지 않을 테니까요. 100명 정도의 열렬한 팬이 있는 음악가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조회수 1000일 겁니다. 기본 수익 창출 조건도 안 되죠.

하지만 그 100명이 월 5천원으로 구독한다면? 50만원입니다. 스트리밍에서 기대할 수 있는 월 수익의 100배네요.

이처럼 콘텐츠를 '밀어내는(push)' 매체로 뉴스레터와 메일링리스트를 활용한다면,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당기는(pull)' 매체로서 홈페이지를 구축해볼 수 있습니다.

역시 고전적이지만, 홈페이지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자체 결제 솔루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건을 직접 팔 수 있다는 얘기죠. 한 때는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이 필수처럼 여겨졌지만 이미 소셜 미디어라는 초연결의 홍보 수단을 가진 상황에서 높은 수수료까지 내면서 굳이 플랫폼을 쓸 필요가 있냐는 흐름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간단하면서도 예쁘게, 구독 솔루션을 포함하여, 메일링리스트와 홈페이지를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도 여럿 등장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마음을 먹으면 가능한 일이죠.

3. 기업가, 혹은 자영업자로서의 음악가

지난 몇 년 간 음악 산업에서 나타난 또 다른 의미 깊은 동향은 기존의 메이저-인디펜던트와 다른 제 3 영역으로 '아티스트 직접(artist-direct)' 분야의 급격한 성장입니다. 메이저는 전체 시장의 70%를 분할하고 있는 유니버설, 소니, 워너를 얘기하는 것이고 인디펜던트는 메이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수천 수만의 레이블을 말합니다. 그럼 '아티스트 직접'은? 메이저나 인디펜던트 레이블의 제작비 투자 없이 스스로 제작하고 유통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아티스트 직접'의 비중은 2019년 5.8%에서 2020년 6.3%까지 올랐습니다. 전체 시장에서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죠. 중요한 것은 성장세입니다. 전년 대비 34.1% 성장했죠. 그런데 2019년에도 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30%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죠.

https://www.midiaresearch.com/blog/smaller-independents-and-artists-direct-grew-fastest-in-2020
https://www.midiaresearch.com/blog/smaller-independents-and-artists-direct-grew-fastest-in-2020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 음악 산업 컨퍼런스인 미뎀(MIDEM)은 이러한 동향을 바탕으로 2020년에 보고서를 발간하고, '아티스트-기업가 (Artist-Entrepreneurs)'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챈스 더 래퍼 (Chance the Rapper), 조자 스미스 (Jorja Smith) 등의 아티스트를 예시로 든 이 보고서에서는 이들을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사업을 소유한 이들로 정의하죠. 그래서 이들은 특정한 레이블하고 계약하지 않고 자신의 창작자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만 다른 회사들과 협업하는 형태를 보입니다.

많은 음악가들이 소속사를 찾아 레이블과 매니지먼트사의 문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레이블과 매니지먼트는 음악 산업의 위험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상위 1%에 들어가는 아티스트가 될 자질이 없다면 쉽게 어떤 음악가와 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레이블과 계약한다는 것은 투자를 받는 것에 가깝습니다. 최근 소니 뮤직에 인수된 레이블 서비스 AWAL은 함께 일할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조건으로 음악 등 창작물의 퀄리티는 물론 자체 채널에 얼마나 많은 팔로워를 갖고 있는지, 자체 채널 운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지, 그리고 심지어 주위에 지원해줄 수 있는 팀은 존재하는지 등의 여부를 본다고 밝혔습니다. 계약하기 전에 먼저 유의미한 실적을 보여달라는 것이죠.

기업가가 너무 거창하다면, 자영업자 정도로 해둘까요? 어쨌든 지금 시대의 음악가가 창작 뿐 아니라 사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음악가는 어떻게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좀 더 그럴싸하게 표현하자면 '사업 모델 (business model)'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의 고민을 바탕으로 나름의 깔대기 전략을 통해 하나의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겠네요.

1) 잠재적 팬을 팬으로 만들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광고를 할 것. 전체 예산에서 30% 정도는 광고비로 써라. 안 되면 20%, 그래도 안 되면 10%...
2) 밴드캠프 같은 대안적인 서비스(직접 지불할 수 있는)로 팬들을 끌어들이자. 또한 기존의 스트리밍 서비스도 밴드캠프를 닮아가길 바란다.
3) 열렬한 팬들이 음악가를 구독하게 할 방법을 고민하자. 유료 구독 뉴스레터가 적당해보인다. 덧붙여서 홈페이지를 만들어 물건을 팔자.

그리고 이것을 하려면 아마도 팀이 필요할 것입니다. 가능하면 지분을 나눠주더라도 채용을 하세요. 그게 어렵다면 이걸 가능하게 할 솔루션을 찾아보세요. 의외로 여기저기에 손쉽게 쓸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갈수록, 그 결과를 마주하도록 용기를 요구할 것입니다."

마이클 크라이튼 <쥬라기 공원>

이제 인디펜던트는 용감하고 새로워져야 합니다. |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오케이, 잘 읽었어? 여기까지 긴 여정을 해 온 곰사장님에게 응원의 박수를 부탁해.😁  

개인적으로는, 지난 몇 년 간 내가 해 온 고민과 거의 비슷한 결론이라 살짝 놀랐고 또한 더 얘기해볼 것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해. 큰 구조를 짜는 것과 세부적인 기획을 하는 건 또 다른 챕터의 영역이라고 보니까 말야. 

그래도, 이런 관점으로 28일 금요일 밤에 한 번 찐하게 얘기해보자고. 그냥 듣기만 해도 좋으니까 꼭 참석을 부탁해. 주변에도 알려주고!  

그리고, 다음 드래프트브리핑은 '팬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깊이 해볼까 싶어. 곰사장님의 글에 대한 보론이랄까. 이것도 기대해주고, 우리는 곧 다시 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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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음악 산업 ©TMI.FM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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