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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산업 | 스트리밍을 고칠 때입니다(2) / 고건혁(곰사장)

Phase 02. 90%를 위한 스트리밍은 없습니다

2021.05.17 | 조회 7.6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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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TMI.FM

Tomorrow in the Music Industry

구독자님, 안녕.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90%를 위한 스트리밍은 없습니다'라는 주제의 글을 준비했어. 늘 말하지만, 이 글은 음악가 뿐 아니라 크리에이터, 사업가, 프로젝트 매니저, 마케터 등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고 봐.

그리고 연재가 끝난 뒤인 5월 28일 금요일 저녁 8시에 줌 미팅이 열릴 예정. 주제는 '스트리밍 환경에서 인디펜던트하게 활동하는 것'이 될 거고, 참석자는 차우진, 곰사장, 그리고 오주환(밴드 아도이)으로 정해졌어. 개인적으로 아도이야말로 독립 음악가의 비전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거든. 평소에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 중이니, 구독자님도 꼭 참여해주면 좋겠어. 친구들도 막 불러. 😁

그럼 이번 호, 시작합니다. 🤘

특별 연재: 스트리밍을 고칠 때입니다 / 고건혁(곰사장) Phase 01. 스트리밍이 음악산업을 망쳤나요? 0. 아티스트의 적이 된 음악 스트리밍 1. 음악 산업의 죽음 2. 음악 산업의 구원자, 스포티파이 3. 스트리밍은 음악 산업을 정말로 망가뜨렸나? Phase 02. 90%를 위한 스트리밍은 없습니다 1. 이긴 놈이 장땡(Winner Takes All) 2. 스트리밍은 '탑 아티스트'를 사랑하나요? 3. 스트리밍의 청중들은 '탑 아티스트'를 사랑합니다 4. 답은? 스트리밍 바깥에 스트리밍을 고칠 때입니다: Phase 03 (예정)

Phase 02. 90%를 위한 스트리밍은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봉쇄당한 후 생존 위기에 처한 음악가들은 묻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돈을 내는데, 왜 우리(음악가)는 잔돈밖에 못 받는 거지?

지난 1년 간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스트리밍을 고치자 (Fix Streaming)'이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스트리밍을 고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연재의 첫번째 글에서 저는 지난 20년 간의 변화를 통해 이에 대한 근거를 말씀드렸습니다.

1) 1999년을 기점으로 인터넷, mp3 포맷, 그리고 냅스터가 불붙인 불법적인 음악 공유는 그 후 10년 동안 음악 산업을 36%로 축소시켰다.
2)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불법 다운로드보다 편리'하면서, '불법 다운로드보다 그리 비싸지 않은' 서비스가 필요했다.
3) 그리고 월 1만원만 내면 세상의 모든 노래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했다.

20년 전에는 10곡을 구매하기 위해 1만원을 내야했지만 이제는 모든 곡을 월 1만원의 가격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면 여전히 사람들은 공짜로 불법 다운로드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그 결과 어쩌면 음악 산업 자체가 소멸했을 지도 모르고요.

아예 한 푼도 못 받는 것에 비하면 월 1만원이라도 받는 게 낫겠죠? 그리고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음악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시장이 찾아낸 균형 가격입니다. 실제로 2014년에 바닥을 찍은 음악 시장은 스트리밍의 성장에 힘입어 다시 성장하고 있죠.

현재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 많은 문제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선택한 현재의 저렴한 음악 가격 구조 아래서라면, 아무리 스트리밍을 고친다고 하더라도 잔돈만 벌던 음악가가 갑자기 충분한 돈을 버는 일은 없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가들이 충분히 벌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불편한, 아니 잔인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진실입니다. 음악으로 성공하기를 꿈꾸는 것 뿐 아니라, 그저 먹고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질 겁니다. 저한테도 그러니까요.

1. 이긴 놈이 장땡(Winner Takes All)

파레토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80/20 법칙'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80%의 결과(consequence)가 20%의 원인(cause)에서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수학적으로는 확률분포 중 하나인 멱함수 분포(power law distribution)로 설명된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부의 불평등한 분배(상위 20%의 부자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를 설명하는데 사용했다는 이유로 파레토 분포(Pareto distribution)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이걸 '법칙'이라고 하는 까닭은 부의 분배 외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현상들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키피디아의 설명을 보면 컴퓨터 공학부터 스포츠, 보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이 나와 있습니다. 예컨대 야구에서는 전체 선수 중 15%가 85%의 승리를 만들어낸다는 얘기도 있네요. 인터넷의 댓글 중 80%가 20%의 사용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도 있고요. 간략한 설명은 위키백과 한글판에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영문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파레토의 법칙

이 법칙을 음악 산업에 적용해보면 '20%의 아티스트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80%의 아티스트가 차지하는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에 불과하다'는 가설이 가능합니다.

이게 사실일까요? 사실이 아닙니다. 훨씬 더 극단적이거든요. 최소한 스트리밍에서는 그렇습니다.

2020년 9월에 나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에 1개 이상의 음원을 올려놓은 아티스트는 160만에 달합니다.

전체 스트리밍의 90%는 그 중 상위 1%인 1만 6천 아티스트가 차지합니다. 이때 범위를 상위 10%인 16만 아티스트까지 넓혀보면, 이들의 점유율은 무려 99.4%에 달합니다. 상위 10% 미만인 144만 아티스트의 점유율은 단지 0.6%에 불과한 것이죠.

실제 금액으로 계산해보면 더 확실하게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2020년 스트리밍의 전체 매출은 134억 달러입니다. 위의 통계를 바탕으로 속한 백분위 별로 한 아티스트의 연 평균 매출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 상위 1% 이상(1만 6천 아티스트): $753,750 (약 8억 5천만원)
- 상위 1% 미만 10% 이상(14만 4천 아티스트): $8,747 (약 990만원)
- 상위 10% 미만(144만 아티스트): $55 (약 6만 2천원)

스트리밍 환경에서 아티스트의 연 평균 매출

요컨대 전 세계에 있는 144만 아티스트는 스트리밍에서 연간 6만원, 한 달에 5천원 꼴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첫 번째 글의 말미에 저는 세 가지 가설을 제안했습니다.

a. 스트리밍 서비스가 수익을 가로채고 있다.
b. 스트리밍 서비스가 모든 수입을 소수에게 분배한다.
c. 세 배 늘었지만 스트리밍 회당 3원으로는 티가 안난다.

곰사장의 세 가지 가설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c의 '세 배 늘었지만 스트리밍 회당 3원으로는 티가 안난다'에 대해서: 지난 5년 간 스트리밍이 3배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음악가들의 수입은 고만고만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위 10%에 속하지 않는 144만 아티스트가 그렇습니다. 2만원에서 6만원으로 늘어났어도 티도 안 나는 거죠.

그리고 a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수익을 가로채고 있다'에 대해서: 만약 많은 음악가들의 주장하는 것처럼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수료를 낮춰볼까요? 현행 수수료율을 30%라 생각하고 이걸 20%로 낮춰보죠. 상위 10%에 속하지 않는 144만 아티스트에 돌아가는 몫은 연 6천원, 월 5백원이 늘어날 따름입니다.

결국 스트리밍에서 잔돈 밖에 벌지 못하는 까닭은, 상위 10%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니, 상위 1%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봐야겠네요.

이제 마지막 남은 질문은 b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모든 수입을 소수에게 분배한다'에 관한 것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모든 수입을 소수에게 분배하고 있나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게 스트리밍 서비스의 문제일까요? 다시 말해, 그러니까 스트리밍 서비스가 의도적으로 상위 1% 아티스트에 청중-사용자들을 집중시키는 걸까요?

2. 스트리밍은 '탑 아티스트'를 사랑하나요?

"상위 1% 아티스트가 전체 스트리밍의 90%를 차지한다"는 극단적인 분포를 그림으로 그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소득이 얼마나 골고루 분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로렌츠 곡선'이라는 것인데요. 

스트리밍/음반/라디오 기준으로 나눠본 아티스트의 소득 분포
스트리밍/음반/라디오 기준으로 나눠본 아티스트의 소득 분포

빨간색 대각선이 '완벽한 평등(Perfect Equality)'이고, 여기에 가까울수록 더 평등한 분포를 보여줍니다. 가로축의 0~100은 아티스트의 위치인데, 100에 가까울 수록 상위입니다. 그런데 스트리밍의 분포를 나타내는 하늘색 선이 100에 엄청 가깝게 몰려있네요.

그나마 실물 음반의 소비를 나타내는 노란색 선이 하늘색 선(스트리밍)보다 '완벽한 평등'에 가깝죠? 실제로 여기서는 상위 1%의 비중이 전체의 54% 정도 됩니다. 아주 평등한 분포라고 볼 수는 없지만 스트리밍보다는 더 평등한 것처럼 느껴지죠.

이렇게 매체에 따라 불평등한 수준이 나타난다는 걸 감안하면, 스트리밍 서비스의 어떤 요인이 편중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만약 서비스 스스로 그 요인에 개입한다면? 이라고 물을 수도 있겠죠.

현재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편집자(editorial)가 직접 관여해 청중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수단은 '탑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플레이리스트는 'Today's Top Hits'인데요. 오늘(5.17) 기준으로 약 2800만명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현재 스포티파이 전체 사용자가 유무료 합쳐서 3억명 정도니까 대충 10%가 구독하고 있는 셈이네요. 그 다음이 'Top 50 Global'(1500만), 'RapCaviar'(1300만), ''¡Viva Latino!'(1000만)의 순서입니다. 글로벌, 힙합, 라틴 장르의 인기 곡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로 각각 천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구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이들의 영향력이 막대할까요? 다른 통계를 보면 스포티파이의 사용 시간 중 70%가 플레이리스트에서 나오지만, 그 중 위의 플레이리스트, 즉 스포티파이가 자체적으로 만드는 큐레이션 플레이리스트(curated playlist)는 15%에 불과합니다. 개인화 플레이리스트(personalized playlist)가 17%인데, 이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생성되는 거죠. 물론 이 역시도 스포티파이의 의도에 따라 조작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전체 32%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36%는 사용자들이 생성한 플레이리스트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플레이리스트 외에 음악을 소비하는 시간은 30%에 달하네요. 따라서 전체 소비시간 중 최소 68%에서 최대 83%가 스포티파이의 의도가 개입된 탑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사실 서비스 입장에서는 일부 아티스트에 편중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스포티파이가 아무리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결국 유니버설/소니/워너라는 3대 메이저 제작사를 신경 쓸 수밖에 없거든요. 전체 시장에서 70% 정도의 매출을 차지하는 이들이 만약 자사의 음원을 회수한다면,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은 급감할 겁니다.

그래서 초기 계약 당시 지분까지 나눠 줄 정도로 스포티파이는 이들의 눈치를 봅니다. 실제로 스포티파이가 인도에 진출했던 당시, 유니버설은 자사 음원을 거두겠다고 했고, 이 여파로 당시 스포티파이가 야심차게 준비하던 음악가의 직접 업로드 기능을 포기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기능이 장기적으로 스포티파이가 메이저 레이블의 경쟁자(자체 제작의 가능성)가 될 가능성으로 받아들여 견제한 거죠.

따라서 이들의 눈치를 덜 보기 위해 스포티파이는 메이저 제작사에 속하지 않은 비인기 아티스트들이 좀 더 인기를 얻기를 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스포티파이는 알고리즘 기반의 개인 추천 플레이리스트인 'Discover Weekly'를 대표 기능으로 내세웁니다. 그렇게 청중의 사용 시간 중 17%를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는데 끌어오고 있어요. 실제로, 68%의 사용자가 스포티파이를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했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좀 다릅니다.

SKT가 서울음반을 인수해(2005년 중반) 로엔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을 바꾼 후, 2009년부터 멜론의 운영을 맡았습니다. 한국 1위 음원 서비스는 제작부터 유통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이뤘죠.

그 결과 제작과 유통, 소비 사이에 견제가 이뤄지는 해외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최신 발매 싱글/앨범의 노출에 있어 자사가 제작/유통하는 작품에 우선권을 준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죠. 

그리고 (누군가에겐 만악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차트가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차트를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차트 음악만 듣는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와 비교할 때, 한국 서비스에는 실제로 차트가 서비스의 핵심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에서의 이러한 경향도 바뀌고 있습니다. 메인 화면 노출에 자사 아티스트를 우선하는 경향은 직간접적인 견제를 받고 있고요. 2019~2020년 동안 플로, 바이브, 멜론이 실시간 차트를 종료했습니다. 첫 화면에서도 차트를 빼버리고 개인 맞춤형 화면을 보여주죠. 다 같은 맥락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로 청자들은 비인기 아티스트를 더 많이 들을까요?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그 정도가 시장을 좌우하기에는 역부족인 것만은 분명할 겁니다. 절대다수의 경향은 아니니까요. 

3. 스트리밍의 청중들은 '탑 아티스트'를 사랑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저는 '음악 청자들의 top 1% 사랑'이 스트리밍 서비스 자체보다는 그 바깥에 있는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원래 음악 청중들의 성향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청중들의 이런 경향 역시 경제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세탁기 같은 제품은 디자인 같은 감성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카메라의 화소 수나 모터의 세기 같은 사양으로 가치를 판단하는데요, 이걸 경제학에서는 탐색재(search product)라고 합니다. 반면 음악은 경험재(experience good)입니다. 직접 들어보고 경험하기 전까지는 이게 나한테 좋을 지 아닐 지 알 수 없죠.

그렇다고 모든 음악을 들어볼 수도 없습니다. 시간이 없으니까요. 때문에 음악의 질을 판단할 때는 이런저런 근거에 의존하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인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좋은 음악일 가능성이 높죠. 이건 매우 상식적인 견해입니다.

스크롤의 번거러움을 덜어드리려고 한 번 더 보여드립니다(편집자)
스크롤의 번거러움을 덜어드리려고 한 번 더 보여드립니다(편집자)

앞서 그래프에서 봤던 스트리밍과 실물 음반의 차이에서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실물 음반은 음악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삽니다. 비싸기도 하고 듣기도 불편하지만요. 그래서 취향이 명확하게 반영됩니다.

반면 스트리밍은 상대적으로 음악이 덜 중요한 이들에게 가까운 매체입니다. 싸고 편리하죠. 방송에 자주 나오는 노래와 인기 곡 차트를 주로 듣는 사람들에게 음악 취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게 스트리밍이 성공한 까닭입니다. 음악 취향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월 1만원을 지불하게 만든 것. 그 결과 현재 전세계의 4억명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유료 구독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은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인데요, 그 판매량이 4천 7백만장 정도 됩니다. 매달 그 10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유료로 음악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쩌면 지금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유료로 음악을 듣고 있는 상황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결국 상위 1%에 집중된다는 것. 이게 스트리밍의 한계입니다. 사용자들의 대다수는 음악을 자신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 인기 있는, 검증된 음악을 듣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니까요. 이것이 상위 1%의 아티스트가 전체 90%의 스트리밍 지분을 차지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니까, 음악 가격이 떨어진 건 스트리밍 탓이 아닙니다. 음악 가격이 떨어진 결과가 바로 스트리밍입니다. 사람들이 인기 아티스트만 듣는 것 역시, 스트리밍 때문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원래 그렇고 그래서 스트리밍이 만들어진 거죠. 그리고 스트리밍이 없었다면 아마 그들 중 대부분은 음악 듣는 데 월 1만원은 커녕 1원도 쓰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스트리밍을 아무리 고쳐도 음악가가 충분히 벌기는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90%를 위한 스트리밍은 없는 것이니까요.

4. 답은? 스트리밍 바깥에

따라서 전세계 144만 아티스트 중 하나인 보통의 음악가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입니다.

1) 상위 1%에 들어간다
2) 스트리밍 이외의 수입원을 찾는다

'상위 1%에 들어간다'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15년 간 인디펜던트 음악 영역에서 일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것은 상위 20% 안에 드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거기까지 도달한 사례도 몇 있었죠. 하지만 상위 1%라고요...? 애쓰고 노력해볼 수는 있겠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스트리밍 이외의 수입원을 찾는다'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다수는 아니더라도 음악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이들이 있고, 그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가에게 월 1만원 이상을 지불할 만한 의지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제까지는 공연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값싼 스트리밍으로 1000명의 청자를 확보하고, 그 중 100명을 공연으로 유입시키고, 그 중 10명이 MD를 사게 한다"는 건 분명 괜찮은 전략이었습니다. 특히 공연은, 오직 그 순간에만 유효한 경험이라는 이유로 디지털로 복제되는 음원보다 더 비싸게 판매될 수 있었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사라진 순간 이 구조의 취약함이 드러나버렸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음악을 만들고 판매하던 사람들이 너무 나이브했던 것인지도 모르죠. 스트리밍 밖에 답이 없는 듯한 디지털-온라인의 공간에서도 뭔가 새로운 답이 있을 지 모르는데요.

그래서, 이제 그 답을 찾아볼 차례입니다. |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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