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공동작곡가 이야기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다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했어요. 특히 발매 31주년이 되는 올해는 '빌보드 핫 100 차트 20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차트 67년 역사상 최장 기간 1위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는 머라이어 캐리의 재능과 행운이라는 스토리텔링을 거치며 스트리밍 시대의 신화로 등극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머라이어 캐리 혼자 만든 게 아닙니다.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지만요. 오늘은 이 화려함 뒤에 가려진 진실을 통해 스트리밍과 AI 시대의 IP와 크레딧에 대한 생각을 정리합니다.

🎄 크리스마스 캐럴 신화의 그림자

매년 겨울, 마리아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차트를 장악할 때, 뒤에서는 여전한 그림자 싸움이 벌어진다. 공동작곡가 월터 아파나시예프와 머라이어 캐리의 갈등이, 대중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팽팽하게 맞서기 때문이다.

머라이어 캐리는 이 곡이 처음으로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던 2017년 빌보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릴 때 이 노래를 작곡했다고 말했는데, 공동작곡가 월터 아파나시예프가 다른 인터뷰에서 사실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머라이어 캐리는 이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고, 그러자 팬들이 나서서 월터 아파나시예프를 욕하고, 조롱하고, 협박까지 했다.

월터 아파나시예프 & 머라이어 캐리

참고로 프로듀서로서 월터 아파나시예프의 대표적인 히트곡은 셀린 디옹의 "My Heart Will Go On"(영화 [타이타닉] 주제곡)으로, 1999년과 2000년에 이 곡으로 그래미를 수상했다. 또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과 [미녀와 야수]의 주제곡도 프로듀싱했다. 지금 머라이어 캐리와 윌터 아파나시예프는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노래가 빌보드 핫 100 차트 톱 10에 처음 진입했다니, 작곡가로서 정말 영광이에요. 솔직히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마음이 정말 따뜻해져요. 어렸을 때 미니 카시오 키보드로 작곡했던 이 노래가 자랑스럽네요."
머라이어 캐리, 빌보드 매거진(2017)

1994년 7월, 뉴저지의 한 아파트에서 곡 작업은 시작되었다. 당시 머라이어 캐리는 앨범 [Music Box]의 성공으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앨범은 다소 이례적인 행보였다. 90년대의 팝 스타에게 크리스마스 앨범이란 더 큰 야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다소 촌스러운 유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머라이어 캐리의 남편이자 콜롬비아 레코드의 CEO인 토미 모톨라와 머라이어 캐리는 모두 크리스마스 음반에 적극적이었다. 여름에는 이미 필 스펙터의 1963년 명반 [크리스마스 기프트 투 유]처럼 복고풍의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 스타일로 제작하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머라이어 캐리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한 여름의 아파트에 크리스마스 조명과 장식도 꾸몄다. 아파트에는 토미 모톨라와 머라이어 캐리, 그리고 그의 오랜 파트너 작곡가인 윌터 아파나시에프가 있었다.

윌터 아파나시에프는 머라이어 캐리의 데뷔(1990년)부터 2001년까지 줄곧 그녀와 함께 작업했다. "Can't Let Go", "Hero", "Anytime You Need A Friend"와 같은 히트곡들을 함께 작곡했다. 당시 곡 작업에 대해 윌터 아파나시예프는 이렇게 회상한다.

"코드 진행은 완성되었지만, 머라이어 캐리가 멜로디를 부를 때마다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어요. 그래서 머라이어 캐리가 멜로디를 부르면 내가 화음을 바꾸는 식으로, '핑퐁 게임'처럼 멜로디를 만들어갔어요." 이후 그는 이 스케치의 녹음본을 가지고 자신의 스튜디오로 돌아가 드럼, 베이스, 피아노, 색소폰 샘플, 스트링, 팀파니를 추가해 데모 버전을 제작했다.

"저는 샌프란시스코 집으로 돌아갔고, 그녀는 뉴욕에 남았죠. 그리고 보컬을 제외한 모든 트랙을 제가 혼자 만들었어요. 그녀는 작업실에 한 번도 오지 않았고요. 프로듀싱, 녹음, 편곡, 그리고 모든 악기 연주까지 저 혼자 했어요. 그녀가 어떤 부분을 좋아할지, 어떤 부분을 싫어할지 생각하면서요. 그런 다음 녹음 파일을 뉴욕으로 보냈고, 그녀는 당연히 모든 걸 마음에 들어했죠. 그래서 보컬 녹음을 시작했고요."
윌터 아파나시에프, 버라이어티 매거진(2019)

하지만 머라이어 캐리는 기존 인터뷰 내용을 번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0년 회고록 [The Meaning of Mariah Carey]에서 이 세기의 명곡은 철저히 '그녀 혼자만의 것'으로 묘사된다. 어린 시절의 결핍, 낡은 카시오 키보드, 고독한 창작의 밤... 그는 월터 아파나시에프를 '토미 모톨라 시대'의 잔재로 여기듯 자신의 서사에서 그를 완벽히 도려냈다. 같은 해 12월에 공개된 애플 TV+의 다큐멘터리 [Mariah Carey's Magical Christmas Special]에서도 비슷한 서사를 반복했다.

2022년, 윌터 아파나시에프는 급기야 팟캐스트 [Hot Takes & Deep Dives Podcast Episode]에서 폭발했다.

"머라이어 캐리는 악기도 연주 못하고, 음악 이론도 몰라요. 그런데 어린 시절 카시오 키보드로 복잡한 코드 구조를 썼다는 건 과장이죠. 정말 이상한 건, "Hero"나 "One Sweet Day" 같은 곡을 저와 함께 썼다는 걸 부정하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이 곡에서만 '공동작곡가'란 걸 부정하려고 해요."
윌터 아파나시에프, 팟캐스트(2022)

이 발언은 즉시 바이럴 됐고 캐리는 직접 응답하지 않았지만 머라이어 캐리의 대변인은 "그녀는 항상 월터를 크레딧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널리 알려진 대로 초기에는 인기가 별로 없었지만 2010년대에 스트리밍 붐을 타고 '영원한 크리스마스 클래식'이 됐다. 연간 스트리밍 20억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총 수익은 10억 달러(=약 1조 4,7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 크레딧은 머라이어 캐리와 월터 아파나시예프(프로듀서 겸 공동작곡가)로, ASCAP(미국 작곡가 협회)에 등록된 기록에 따라 두 사람에게 로열티는 균등하게(보편적으로 50:50) 분배된다.

그러므로 대변인의 얘기는 사실이다. 다만 이것은 크레딧 논쟁이 아니다. 머라이어 캐리는 왜 이렇게 이 노래의 창의성을 독점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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