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파이를 해킹한 블로그가 데이터를 공개했다

⚠️ 스포티파이 데이터 해킹의 정치사회학

안나의 아카이브가 공개한 스포티파이 데이터에는 2억 5,600만 곡의 트랙과 1억 8,600만 개의 고유 ISRC를 포함한 최대 규모의 공개 음악 메타데이터 데이터베이스가 포함되어 있다. 누구나 충분한 디스크 공간(과 날아드는 고소장을 견딜 배짱)만 있으면 이 데이터를 복제해 자신만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는 그런 행위를 권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번 해킹 덕분에 스트리밍 산업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가능해진다. 

안나의 아카이브 운영자들(아마도 집단일 가능성이 크다)은 단순히 불법 집단이 아니라 법적 테두리 밖에서 '문화적 보존'이라는 명분으로 활동하는 해커 집단이다. 책과 음악은 모두 '퍼블리싱'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권리 관계의 변화나 계약 종료 등의 이슈로 책과 음원 라이브러리가 삭제되면, 그 음원을 포함한 플레이리스트와 청취 기록도 사라져버린다는 점에 주목한다. 역사적 보존이란 관점에서 스트리밍 시대의 음악이 물리적 매체 시절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들은 음원 파일 자체보다 '어떤 음악이 존재하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메타 데이터(ISRC, 아티스트 ID 등)를 백업하는데 집중한다고 밝힌다. 플랫폼에게 메타 데이터는 정산과 추천 알고리즘을 위한 기초 자료이지만, 이들에게 메타 데이터는 그보다는 음악과 사용자, 음악과 음악을 연결하는 링크로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특정 플랫폼이 사용자의 취향과 플레이리스트를 독점할 때, 그 플랫폼이 사라지면 사용자들 뿐 아니라 창작자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콘텐츠 뿐 아니라 사용자(혹은 팬) 데이터 또한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해킹은 단순히 불법 행위가 아니라 스포티파이와 같은 특정 플랫폼이 데이터를 독점할 때 어떤 리스크가 생길지 가늠하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음악 데이터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또한 저작권 보호와 공익적 아카이빙 사이의 충돌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웹3, 블록체인 같은 콘텐츠 데이터의 탈중앙화에 대한 상상력까지 자극한다는 점에서, 생성형 AI 기술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향후 카탈로그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할 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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