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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으로 가는 LCK 컵, ‘종주국’의 자부심과 자본의 논리 사이에서

결승전 해외 개최의 득과 실

2026.01.29 | 조회 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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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LCK의 결승전이 해외에서 열린다 (출처: LCK)
사상 처음으로 LCK의 결승전이 해외에서 열린다 (출처: LCK)

LCK 컵(LCK CUP) 초대 결승전이 홍콩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공식화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많은 분들이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셨을 겁니다. 저 역시 이스포츠 에디터이기 이전에, 오랫동안 LCK를 지켜봐 온 팬으로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히 장소가 바뀐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LCK가 이제 ‘내수용 리그’를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조금 냉정하게, 하지만 애정을 담아 이번 홍콩행이 우리에게 남길 득과 실, 그리고 우리가 삼켜야 할 ‘쓴 약’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득(得):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해외인가?

먼저, 리그 입장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이것은 너무나 명확한 ‘확장 전략’입니다. 이미 거대 스포츠 리그들은 내수 시장의 포화를 타개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지 오래입니다.

서울에서 열린 MLB 개막전, '서울 시리즈' (출처: MLB)
서울에서 열린 MLB 개막전, '서울 시리즈' (출처: MLB)

가장 피부에 와닿는 예로 MLB(메이저리그)의 ‘서울 시리즈’를 떠올려 봅시다. 지난 2024년,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서울 고척돔에서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미국 본토 팬들 입장에선 개막전을 뺏긴 셈이지만, MLB 사무국은 한국이라는 거대 야구 시장에 ‘메이저리그’라는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NFL(미국프로미식축구)은 더 공격적입니다. 아예 ‘인터내셔널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걸고 매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이나 독일 뮌헨 등에서 정규 시즌 경기를 치릅니다. 미식축구 불모지인 유럽에 씨앗을 뿌리기 위해 리그 차원에서 십수 년간 공을 들인 결과, 지금은 런던 경기가 열리면 티켓이 몇 분 만에 매진되는 기현상이 벌어집니다.

심지어 이번 LCK 컵처럼 컵 대회 결승을 해외로 가져간 사례도 있습니다. 스페인 축구 리그(라리가)의 슈퍼컵인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됩니다. 자국 팬들의 반발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사우디 개최를 통해 리그와 협회는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와 개최 비용을 확보했고, 이는 결국 라리가 구단들에게 분배되어 재정 건전성을 돕는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LCK의 이번 결정도 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중화권 팬들은 LCK의 가장 큰 해외 소비층입니다. 그들에게 스크린이 아닌 눈앞에서 국제 경기가 아닌 일반 리그의 결승전에서 페이커가 움직이고, 쵸비가 소리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해외 팬들에게는 해외 리그라는 첫번째 진입 장벽을 깨부수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실(失): 우리가 잃어버릴지 모르는 것들

자국 리그의 결승전을 온라인 중계로만 시청해야 한다는 것은 팬에게 큰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 (Gemini 이미지 생성)
자국 리그의 결승전을 온라인 중계로만 시청해야 한다는 것은 팬에게 큰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
(Gemini 이미지 생성)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짙습니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정서적 박탈감’입니다.

 

이스포츠에서 ‘팬’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닙니다. PC방 문화부터 시작해 지금의 LCK를 함께 쌓아 올린 공동 생산자들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축제인 결승전을 해외 팬들에게 내어준다는 것은, 국내 팬들에게 “이제 너희는 우선순위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로 오독될 위험이 있습니다. 소위 ‘종주국’ 리그의 결승전이 타국에서 열린다는 상징적 훼손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줍니다.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험도 있습니다. 바로 ‘현장 흥행의 불확실성’입니다. 이스포츠 팬덤은 팀 충성도가 극도로 높습니다. 만약 홍콩 현지에서 인기 있는 T1이나 젠지 같은 팀이 결승 진출에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비싼 티켓을 예매했던 관객들이 대거 취소하거나, 현장에 오더라도 냉랭한 분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텅 빈 관중석이나 열기 없는 결승전이 송출된다면, 글로벌 확장은커녕 리그의 위상만 깎아 먹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위한 ‘쓴 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터의 시각에서 이번 결정을 평가하자면, “불가피했고, 시의적절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행인 점은 이번 대회가 정규 시즌 메인 대회가 아닌 ‘컵(CUP) 대회’라는 것입니다. 컵 대회는 본래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무대입니다. 정규 리그의 정통성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시장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완충지대인 셈이죠. 그리고 MSI 진출을 위한 Road to MSI와 정규 리그의 결승전은 각각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과 서울 KSPO 돔으로 일찌감치 확정해 국내 팬들을 배척하는 태도는 취하고 있지는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LCK 구단들은 재정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비록 작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구단들도 있지만, 아직 다수의 구단들은 이스포츠 산업의 재정적 한계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수 시장만으로는 선수들의 높아진 연봉과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국내 팬분들에게는 아쉬운 표현일 수 있지만, 이번 홍콩행은 리그의 생존과 체질 개선을 위해 삼켜야만 하는 ‘쓴 약’과 같습니다. 지금 이 쓴 약을 먹지 않으면, 나중에는 리그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내수는 좁아져도, 긍지는 넓어지길

자국 팬들을 위한 경험 또한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Gemini 이미지 생성)
자국 팬들을 위한 경험 또한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Gemini 이미지 생성)

냉정하게 전망하자면, 앞으로 LCK 내에서 내수 시장이 차지하는 물리적 비중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모든 프로 스포츠가 산업화되면서 겪는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이에 따라 해외 팬들 또한 지속해서 챙겨야 하는 LCK 사무국의 행보는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LCK 사무국과 구단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몸집을 불리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좋지만, 심장인 한국 팬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이번 LCK CUP 결승전 또한 홍콩에서 열리더라도, 뷰잉 파티나 연계 이벤트 등을 통해 해당 경기를 시청하고 싶어하는 국내 팬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챙겨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하나입니다. “LCK는 세계 어디서 열리든 최고다. 그리고 그 리그의 뿌리는 바로 여기, 한국이다.”라는 자부심. 리그가 이 긍지를 지켜줄 수 있다면, 팬들은 기꺼이 이 쓴 약을 함께 삼켜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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