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은호입니다.
리스크오프(risk-off) 국면에는 교과서적인 공식이 있습니다. 주식이 빠지면 국채로, 달러로, 금으로 자금이 이동합니다.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돈이 갈 곳이 있다는 전제 위에서 시장의 자기 교정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공식이 통째로 멈춰 있습니다.
미국 국채는 금리 인상 기대가 반영되며 동반 매도되고 있고, 달러는 여타 주요국 금리가 미국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반등 탄력을 잃었습니다. 스위스 프랑과 엔화—전통적 안전통화의 양대 축—마저 약세로 전환됐고, 이전 글에서 다뤘듯 금 역시 지정학 충격 속에서 오히려 무너졌습니다. 위험자산이 흔들리는데 안전자산도 함께 흔들리는, 드문 형태의 리스크오프가 진행 중입니다.
시티(Citi)의 매크로 리스크 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유럽과 영국에서도 신용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스프레드 확대가 특정 자산군으로의 자금 이동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국면의 핵심입니다. 피난처 없는 리스크오프는 시장 전체의 유동성 조건을 동시에 악화시킵니다. 그 구조가 어떻게 형성됐고, 어디서 균열이 가장 먼저 드러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