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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연필의 세계✏️

여러분이 좋아하는 연필심은 무엇인가요?

2023.04.14 | 조회 1.2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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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구사

일상 속 문구 이야기를 나눕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지난 2주는 잘 보내셨나요? 지난 주에는 이틀에 걸친 급체의 여파로 레터를 보내 드리지 못했어요. 요즘 감기도 유행하던데 구독자님도 항상 건강 챙기세요! 이번주는 연필 이야기를 준비해봤어요. 사실 레터를 연재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꾸준히 염두에 두고 있던 주제인데, 제가 열성적인 연필 수집가나 애호가는 아니라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 미루다보니 이제야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지난 마테 특집과 같이 19호, 20호 2회에 걸쳐 준비해보았으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2023-04-13 19호

👉 연필✏️, 연필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들📝, 아무튼, 연필📖, 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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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이번 레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책 <연필>을 읽기 시작한거에요. 그래서 이번 레터는 평소와 다르게 책 소개와 함께 시작해보려합니다. 600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은 말그대로 연필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연필의, 연필에 대한, 연필을 위한 책입니다. 1987년에 처음 발간된 책이지만 여전히 연필에 대한 저자의 오랜 연구와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기도 해요. 책 제목은 연필이지만, 그 앞에 수식어가 붙습니다. 바로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이라는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연필을 사소하게 여기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연필은 전 세계 모두가 오랫동안 사용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책 <연필> 표지
책 <연필> 표지

책의 저자 헨리 페트로스키는 세계적인 공학자인데요,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 연필의 발달에 대한 저자의 공학적인 시각이 인상적입니다. 연필이라는 사소한 도구의 발전을 따라가 보면 다른 위대한 공학의 결과물들 또한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책은 총 22가지 목차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연필의 조상을 찾아서>, <연필의 역사>, <어떻게 연필 속에 심을 넣었을까>, <가내수공업에서 연필 산업으로>, <흑연심에서 세라믹 심까지>, <연필 시장 개척사>, <연필의 미래> 등 연필의 역사를 총 망라하는 구성이니, 연필에 대해 알고 싶은 입문자부터 연필을 좋아하는 열성적인 수집가들 모두가 읽기 좋을 것 같아요. 딱 하나 걸리는 건 책이 조금 두껍다는 점 일까요? 그런데 연필에 대해서만 600쪽의 종이와 잉크를 쓴 책이 있다는 점이 저는 좋기도 해요. 그리고 두꺼운 만큼 읽고 나면 연필에 대한 지식이 한 단계정도는 늘어난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책 <연필>
책 <연필>

 

연필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들📝

책을 읽고 알게 된 연필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들을 몇가지 공유해볼게요! 읽고 관심이 생긴다면 책을 직접 찾아 읽어보셔도 좋을 거에요😊

1. 에디슨은 "유달리 몽당연필을 좋아하여 연필 공장에 짧은 연필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좋아하는 연필에 정착한 후에는 한번에 연필을 1000여자루를 주문해서 조끼 주머니에 늘 이 몽당연필을 넣어다녔다고 한다. 이 연필은 심이 매우 부드럽고, 길이는 약 7.6센치미터였다고 한다.

2. 흑연심 연필의 발명과 흑연의 발견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기록이 없다. 

3. 흑연graphite은 '쓰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그래파인graphine'에서 따왔다.

4. 흑연 광산은 영국 컴벌랜드의 보로데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초기에는 막 채굴한 흑연 조각을 양가죽으로 싸매 쓰거나 끈이나 종이로 감아 사용했다. 막대처럼 가느다란 흑연 조각을 속 빈 나뭇가지나 갈대에 끼워 쓰기도 했다.

5. 흑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흑연 광산에서 흑연을 훔쳐 팔면 돈이 된다는 소문도 함께 퍼졌다. 영국 정부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광산 입구를 채굴 시기를 제외한 몇년간 폐쇄하거나 갱구를 물로 채워놓기까지 했다. 흑연 밀매를 막기 위해 영국 하원에서는 '흑연광 도굴 및 절도의 효과적 방지를 위한 법률'을 상정하기도 했다.

6. 흑연은 요로 결석, 요로 담석증 등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7. 영국과 프랑스 간의 전쟁으로 영국산 흑연을 구할 수 없게 되자, 프랑스의 공학자이자 발명가인 콩테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연필심 개발 임무를 맡게 된다. 콩테식 연필심 제조 공법은 다음과 같다 : 불순물을 제거한 흑연 분말을 도자기용 점토와 섞어 물로 반죽한다. 반죽이 축축할 때 직사각형 틀에 밀어넣는다. 반죽이 완전 마르면 숯으로 싸 도자기 상자에 넣어 봉한 뒤 고온에 굽는다. 이러한 공법은 영국산 흑연보다는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다양한 진하기의 심을 만들 수 있고 한 자루를 다 쓸 때까지 심이 균질하게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이후 연필심의 발달에 큰 영향을 주는 공법이다. 

8. 연필 장인 카스파어 파버의 아들 안톤 빌헬름은 1784년 가업을 물려 받으며 'A.W.Faber'라는 이름을 붙인다. 

9. 콩테는 1, 2, 3등으로 커질수록 경도가 줄어드는 등급제를 썼다. 요즘은 숫자가 커질수록 경도가 높아진다. 런던의 연필 생산업자 브룩맨은 연필을 B(짙기black), H(단단함hard)로 분류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S(soft), H(hard)를 이용해 등급을 표시하였고, 19세기말 딕슨사는 예술가들과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VVS(매우 매우 부드러움Very Very Soft), MB(중간 짙기Medium Black), VVVH(매우 매우 매우 단단함Very Very Very Hard)등이 포함된 11등급짜리 연필을 홍보했다. 

10. 1896년 당시 파버 가의 가장 로타어 파버가 사망한 후, 손녀 오틸리에가 카스텔 뤼덴하우젠 공작과 결혼하며 성을 '파버카스텔Faber-Castell'로 바꾼다. 다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그 이름이다.

11. 하르트무트사는 신제품이 동양에서 난 최상의 흑연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자루를 노란색으로 도색했다. 이 연필의 품질과 가치를 함축하면서도 인상적인 상품명을 고민한 결과 '코이누르Koh-I-Noor'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이후 노란색 연필이 유행하며 코이누르 연필을 '원조 노란 연필'로 홍보하기도 한다. 

12. 1903년 딕슨사의 카탈로그를 보면 학생용 연필에 지우개를 부착하는 것이 논쟁 거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연필에 부착된 지우개는 비싸고, 지우개를 금방 다 쓰기 때문에 쓸모 없고, 지우개 없는 연필을 사용하는 편이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실려있다. 

13. 기존 사각심 연필과 달리 원형심 연필은 심을 기준으로 덮는 나무 자루의 깊이와 형태가 일치해야한다. 또 심이 정 중앙에 위치하지 않으면 회전식 연필깎이는 사용할 수 없다. 원형 연필의 등장과 연필깎이의 등장은 상호 의존적이다. 

14. 연필 자루에 사용되는 가장 이상적인 목재였던 삼나무가 사라짐에 따라 종이로 연필을 싸는 연구와 기계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사람들이 "칼로 깎을 수 있는 연필을 더 좋아했던" 탓에 실패했다. 이러한 기법은 두꺼운 색연필에서만 성공을 거두었다.

15. 같은 연필 판자에서 원형 연필은 8자루, 육각형 연필은 9자루를 생산할 수 있어 현대 연필 생산 업체들은 육각형을 선호한다고 한다. 

16. 일반적인 연필 등급은 다음과 같다 : 가장 단단한 등급(대체로 10H 또는 8H) ~ H, F, HB ~ 가장 부드러운 등급(대체로 7B ~ 9B).

17. 필기용 연필 등급을 이와 같은 기법으로 환산하면 다음과 같다 : No.1 = B, No.2 = HB, No.2½ = F, No.3 = H, No.4 = 2H 

 

아무튼, 연필📖

연필을 다룬 책을 한 권 더 소개해볼게요. 김지승 작가님의 <아무튼, 연필>입니다. 이 책은 앞선 책과 달리 연필에 대한 작가님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룬 에세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곳곳에 드러나는 작가님의 연필 마니아적인 면모들이 재미있었던 책이에요. 연필이 주가 되는 이야기도 있고, 연필을 소재로 작가님의 유년시절, 인간관계, 삶과 죽음 등 여러 주제를 다루기도 합니다. 연필에서 출발해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책 <아무튼, 연필> 표지
책 <아무튼, 연필> 표지

저는 원래도 에세이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재미있게 읽었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와 비슷하다면 동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시리즈가 다 그렇듯 너무 길지 않고, 들고다니며 읽기에 좋은 사이즈라 한 편씩 읽다보면 금방 다 읽힌답니다. 

 

흑심✍️

다양한 연필들과 연필 도구들을 만나볼 수 있는 연남동의 흑심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워낙 유명한 공간이라 다녀오신 분들도 많을 것 같지만, 일상문구사에서는 소개한 적이 없으니까요. 흑심은 2016년부터 연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연필을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브랜드입니다. 연남동 대로변을 따라 걷다보면 보이는 어느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건물 1층에서 부터 올라가는 길에 연필 스티커가 붙어있어 따라가다보면 금방 도착할 수 있어요. 

흑심 내부
흑심 내부
흑심 내부
흑심 내부

내부에 들어서면 정말 다양한 연필과 연필 상자들, 연필 도구들이 보입니다. 현재 판매중인 연필들도 많지만 현재는 단종된 빈티지 연필들을 구매할 수 있어 또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연필들을 직접 쓰다보면 연필의 필감이 나와 맞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고, 각각의 연필들이 어떤 스토리를 가졌는지도 알아갈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마음에 드는 연필을 골라 카운터에 가져가면 예쁜 종이 봉투에 담아 씰 스티커를 붙여 포장해주십니다. 

흑심 내부
흑심 내부
흑심 내부
흑심 내부

흑심 한 켠에는 사장님들의 연필과 문구 콜렉션도 전시되어 있답니다. 열성적인 연필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 구경하고 나와 잘 맞는 연필 한 두 자루 구매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입니다. 근처 연남동에는 먹을 거리, 구경할 곳들도 많으니 겸사겸사 함께 들러보셔도 좋을 거에요.

 

✔️ 흑심

🔗 https://www.instagram.com/blackheart_pencil/

🔗 https://blackheart.kr

📍 서울 마포구 연희로 47 3층 301호

🕑 평일 13:00 - 20:00, 주말 13:00 - 19:00, 월 휴무

 

문구사 게시판📌

📌 작년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던 포셋 x 무지 강남점이 상설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강남에서 엽서를 구매하거나 편지를 쓸 일이 있으신 분들, 혹은 강남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특색있는 공간을 찾으셨던 분들이라면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 #더이상미룰수없다2023다이어리 해시태그 이벤트 당첨자분들께는 오늘 중으로 연락 드릴 예정입니다. 발표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그리고 참여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드려요!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저도 꾸준히 기록하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여러분께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다가오는 20회를 마무리하고 시즌 3에 들어가면서 ‘레퍼럴 이벤트’를 추가해보려고 생각중이에요. 레퍼럴 이벤트는 뉴스레터에 일정 인원을 초대하면(3명, 5명, 10명 등) 선물을 드리는 이벤트인데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소리함을 통해 남겨주세요! 참고해서 기획해볼게요. 

 

 

평소 보내드리던 것과는 약간은 다른 포맷이었는데, 어떻게 재미있게 읽어주셨을까요? 피드백은 언제나 소리함과 댓글을 통해 받고 있으니 감상 편히 알려주세요! 다음 호에서는 에디터의 몇 안되는 연필 소장품들과 연필 도구들, 연필을 다룬 또 다른 책과 장소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럼 우리는 다음 호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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