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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전환
우리는 AI가
우리의 결핍을
채워준다고 느끼지만,
단지
결핍이
작동하는 방식이
바뀐 것뿐일지도.
사유의 좌표
— 문제는 채움이 아니라 봉합
결여(lack)와 욕망
— 동일성, 닮음, 완결성의 강화
상상계의 과잉
— 응답은 가까워지지만 타자는 사라지고
가상적 친밀감
사유의 출발
프롤로그: 채워졌다는 느낌
AI는
늘 응답한다.
말이 막히는 순간을 대신 말해주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문장으로 엮어주며
흐트러진 생각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공백이
채워진 것처럼 느낀다.
말이 된 것 같다.
정리가 끝난 것 같다.
이제 넘어가도 될 것 같다.
AI의 답을 읽고 나면
잠시 숨이 놓인다.
아, 이거였구나.
내가 하려던 말이 이거였어.
막혀 있던 게
뚫린 느낌.
이 안도감은
분명히 실제다.
그런데
그 순간을 조금만 돌아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말은 정리되었는데
나는 무엇을 했는가.
말해지지 않는 공백
말해지지 않은 공백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미 말이 되었고
이미 이해된 것 같고
이미 정리된 상태.
다시 묻지 않아도 되고
다시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질문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상태가
불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주 편안하다.
혼란은 줄어들고
자기 의심도 잠잠해진다.
주체도
안정된다.
이 안정은
차갑지 않다.
오히려
따뜻하다.
관계 없는 편안함
AI와의 대화는
가깝다.
언제나 응답하고
언제나 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말을 던지면
말이 돌아온다.
이 친밀감은
분명히
따뜻하다.
그러나
이 친밀감에는
타자가 없다.
응답은 있지만
상대는 없다.
말은 오가지만
누군가와
마주 서 있는 느낌은 없다.
나는
혼자 말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이 가까움은
나를 흔들지 않는다.
오해도 없고
부딪힘도 없고
상처도 없다.
그래서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이 편안함이
너무 오래
지속될 때다.
상상계의 파도
상상계는
완결을 좋아한다.
하나로 정리된 이야기
일관된 감정
모순 없는 ‘나’.
AI는
이 상상계적 정합성을
끊임없이 강화한다.
나는 점점
나 자신을
잘 이해하는 사람처럼 느낀다.
말도 잘하고
생각도 정리되어 있고
감정도 설명 가능하다.
그런데
이 매끈함 속에는
틈이 없다.
문득
아주 작은 찜찜함이
느껴진다.
말은 완성됐는데
몸은 아직
남아 있는 듯한,
그 감각.
분명히
정리는 끝났는데
이상하게
끝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뭔가 빠진 것 같은데
무엇이 빠졌는지
알 수가 없다.
드러나지 않아 더 선명해지는
결여는
사라지지 않는다.
말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그 지점에
여전히
남아있다.
AI의 응답도
결여를 없애지는 않는다.
다만
결여가
드러날 틈을
주지 않을 뿐이다.
머뭇거릴 필요가 없어지고
말이 막히는 순간도
사라진다.
결여는 남아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질문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상계가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다.
채워질수록
어딘가
남는다.
정리가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은 느낌으로.
이 잔여는
불편하지 않다.
다만
말해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잔여는
주체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제 남는 것은
봉합
그 이후의 상태다.
클로징: 봉합 이후
결여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느끼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익숙해질 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주체는
다시
공백에서 말을 시작한다.
사유의 잔상
결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되돌아올 뿐.
Lack
does not disappear.
It simply
returns
in another way.
사유를 마치며: 책의 호흡으로 다시 보기 (PDF 뷰어로 읽기)
이 글은 웹과 PDF에서 서로 다른 호흡으로 읽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흐름을 따라 빠르게 읽고 싶다면 이 페이지에서, 문장 사이의 여백과 리듬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면 구글 뷰어를 통해 PDF 에디션으로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 English — A Parallel Record
이 사유의 영문 기록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You can read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here: View in English (Substa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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