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의 한 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말은 진부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그중에서도 천문학적인 쩐의 전쟁경쟁, 그리고 목숨을 담보로 하는 스피드의 세계인 포뮬러원(F1)에서는 이런 진부한 문장이 때로 가장 큰 진실이 되는데요.
이번 이몰라 그랑프리에서 메르세데스의 신예 키미 안토넬리는 감동적인 편지를 하나 선물 받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출신,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이 된 키미 안토넬리가 태어나고 자란 집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이몰라 서킷에서 홈 그랑프리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키미는 같은 반 학생들까지 초대했다고 하는데요. 아직 10대인 그의 순수한 마음이 보여 귀엽네요. ㅎㅎ
가족, 친구, 그리고 열광적인 이탈리아 팬들 앞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루키는 사실 작년 몬차에서 FP 세션에 등장하며 테스트 데뷔를 치렀습니다. 비록 사고를 내며 차량을 망가뜨리긴 했지만 그 때도 이탈리아 팬들 앞에서 본인을 알리는 첫 등장이었습니다.
아마도 설렘만큼이나 커다란 부담이 안토넬리에게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유럽 그랑프리 시리즈가 시작되면서 한 장의 손글씨 쪽지가 전해졌습니다. 바로 루이스 해밀턴 남긴 쪽지 메시지였는데요.
해밀턴은 지난해, 유럽에서의 시리즈를 마치면서 몬차에서 마지막 메르세데스 (유럽용) 드라이버룸을 떠나며 자신의 방에 편지를 남겼습니다.
그 방을 올해부터 안토넬리가 쓰게 되었는데요.
이번 유럽 시리즈가 시작되며 안토넬리는 이제야 쪽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자신의 침실 벽에 액자로 걸어두었다고 하네요. 쪽지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키미는 인터뷰에서 감격스러움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챔피언의 모습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루이스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 메시지가 저를 울렸어요. 저한테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볼 때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돼요.”
키미 안토넬리
일곱 번의 월드 챔피언, 수많은 기록, 그리고 무수한 명장면을 남긴 루이스 해밀턴이 F1에서 어떤 존재인지는 사실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그런 해밀턴이 편지로 자신의 후임이자 까마득한 후배에게 따뜻한 손편지를 남겨준다는건 단순한 격려 이상이 될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F1에서도 결국 인간적인 유대와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여주는 장면 같습니다.
이 쪽지 한 장이, 이제 막 F1의 험난한 세계에 입성한 18살 안토넬리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하네요.
어쩌면 레이스에서 실수할 때, 좌절할 때, 혹은 모든 게 버거울 때, 그 한 마디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롤모델’이라는 단어는 대단히 흔하지만 이렇게 손에 잡히는 형태로, 가슴 깊이 남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은 쪽지 한 장에서 시작된 울림이 앞으로 안토넬리에게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낼지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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