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잘 지내셨나요? 그랑프리의 주말입니다.
총 24회 레이스 중 6번의 레이스가 이미 진행되었으니 벌써 시즌이 1/4이나 지나간셈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유럽 레이스가 시작되는데 어제 훈훈한 이야기가 있었죠. 루이스 해밀턴이 작년 본인의 드라이버 룸에 후임자인 안토넬리를 위해 남겨놓고 간 편지가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었죠. 편지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재밌는 이야기라 짧게 뉴스레터 맛보기로 전달드린 바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내용 확인 가능!)
오늘은 이몰라 그랑프리의 금요일 연습 주행이 마무리되었기에 프랙티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여러 중요사항을 체크하고, 트랙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양상과 패독의 주요 소식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TRACK (트랙)
자, 먼저 트랙 위의 소식입니다. 오늘 이몰라 서킷은 뜨거웠고, 그 열기 속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팀은 단연 맥라렌이었습니다. 두 번의 자유 연습 세션 모두에서 맥라렌이 최상단을 차지했는데, 특히 오스카 피아스트리가 FP1, FP2 모두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며 금요일을 지배했습니다. 단순한 한 방 랩타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맥라렌은 롱런 페이스에서도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번 주말 강력한 우승 후보임을 입증했습니다. 맥라렌과의 랩타임 차이가 상당하자 헬무트 마르코 레드불 고문도 다소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맥라렌의 롱런은 레드불보다 훨씬 빨랐고, 특히 피아스트리는 막스 페르스타펜보다도 훨씬 앞서 나가는 인상적인 페이스를 과시했습니다. 랜도 노리스 역시 빠른 랩타임을 기록, 맥라렌 두 드라이버 모두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몰라 서킷은 추월이 매우 어려운 곳입니다. 단 하나의 DRS 구간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선에서의 순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맥라렌의 강력한 금요일 페이스는 예선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른 팀들의 상황은 어땠을까요? 알핀 팀에서는 피에르 가슬리가 FP2에서 3위에 오르는 깜짝 결과를 내놓으며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알핀에게는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반면 페라리는 연습 세션 초반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는 듯했습니다.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는 FP2에서 6위, 윌리엄스의 카를로스 사인츠는 10위에 그쳐, 아직 맥라렌이나 레드불의 최상위권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르클레르는 특히 고속 주행 시 헬멧이 들리는 문제, 이른바 '헬멧 리프트' 문제를 겪으며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페라리와 메르세데스 모두 롱런 페이스는 맥라렌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르세데스의 조지 러셀도 맥라렌이 "조건에 상관없이 정말 매우 강력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TYRE (타이어)
타이어 상황도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이몰라 그랑프리에서 피렐리는 시즌 중 가장 부드러운 타이어 조합을 선정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2025년 새롭게 개발된 '울트라소프트' (a.k.a. 초연질) C6 타이어가 처음으로 실제 레이스에 투입됩니다.
당연히 작년보다 한 단계 더 부드러운 조합(C3–C5 → C4–C6)으로 구성되었으며, C6는 이몰라처럼 타이어 마모가 적은 서킷을 위해 개발되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몰라의 피트 레인은 유달리 깁니다. 긴고 긴 피트레인으로 인해 피트 스톱에는 약 28초가 소요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다른 서킷보다 약 4초 더 긴 시간이고요.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두 번의 피트 스톱이 더 빠를 수 있지만, 실제 레이스에서는 한 번의 피트 스톱 전략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맥라렌은 부드러운 타이어로도 매우 일관적인 롱런 페이스를 보여주며, 일요일 레이스에서의 강세가 예상됩니다.
콜라핀토 계약 내용 '응, 그거 아니야~'
자, 다음은 알핀 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팀 감독이었던 올리버 옥스가 불미스러운 일(형제의 횡령 혐의)로 물러난 후 알핀은 현재 공식적인 팀 감독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사실상 플라비오 브리아토레가 팀의 실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르노 그룹의 CEO 루카 드 메오조차 그를 "보스"라고 칭할 만큼, 팀의 모든 결정이 사실상 그의 손을 거치고 있습니다. 옥스의 자리는 '그린우드'라는 분이 맡아서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질적 감독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좀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알핀은 지난 5월 7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프랑코 콜라핀토가 영국 GP 이전까지 "다음 다섯 경기"에 출전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것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겁니다. 이 보도자료에는 브리아토레의 당시 발언도 인용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리아토레는 오늘 SKY 이탈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5경기 출전" 보도를 "지어낸 헛소리"라며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이어서 "정해진 숫자는 없다. 콜라핀토는 필요한 만큼 오래 운전할 것이다. 그는 빨라야 하고, 사고를 내지 않아야 하며, 포인트를 따야 한다. 이 세 가지만 잘하면 영원히 탈 것이다"라고 했다는데, 불과 며칠 전 팀의 공식 보도자료 내용, 심지어 자신의 발언이 인용된 부분과도 정면으로 배치되어 큰 혼란이 있었습니다.
사실 브리아토레는 처음부터 콜라핀토를 차량에 앉히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작년 잭 두한과 계약이 되어 있음에도 굳이 콜라핀토를 콜업하지도 않았겠죠. 콜라핀토의 출전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기정사실에 가까웠고, 현 시점에서는 콜라핀토가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낸다면 시즌이 끝날 때까지 알핀의 시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개인적인 뇌피셜을 보태자면 콜라핀토의 '5경기' 소동은 사실상 현재도 리저브로 남아있는 료 히라가와나 폴 애런에게 '공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들의 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히라가와는 지난 스즈카 GP의 FP 세션에서 가슬리보다 좋은 기록의 랩 타임을 보인바 있고, 폴 애런도 작년 F2에서 보르톨레토와 하자르에 이어 3위를 기록한 바 있기 때문에 알핀에서 간단명료하게 그들을 후순위라고 설득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편 콜라핀토는 오늘 FP1에서 큰 사고 없이 주행했지만, 피에르 가슬리보다는 느린 랩타임을 기록했습니다. 빠른 랩에서는 약 0.5초, 롱런에서는 1초가량 차이가 난다고 하니, 아직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꼴지가 아니었고 머신을 파손하지도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그 외에도 콜라핀토가 페르난도 알론소의 빠른 랩을 방해하는 임피딩 상황이 있었고, 알론소는 “거의 충돌할 뻔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고의는 없었고 콜라핀토가 어디로 피해줘야할지 몰라 다소 허둥대 보였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추가 징계 없이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트랙 적응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UPDATE (페라리는 업데이트가 맞지?)
이번 이몰라 GP에는 여러 팀들이 업데이트를 가져왔습니다.
애스턴 마틴이 가장 큰 규모의 업데이트 패키지를 도입했는데, 플로어, 디퓨저, 빔윙 등 차량의 여러 부분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하스, 레이싱 불스, 레드불도 새로운 부품들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레드불은 사이드포드 냉각 구멍과 리어 서스펜션 통합 부분에 변화를 주어 공기 흐름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한편 페라리는 다소 독특한 업데이트(?)를 가져왔습니다. 비용 상한제 때문에 2024년형 구형 빔윙을 사용한 것입니다. 예산 한도 내에서 모든 서킷에 맞는 새 부품을 개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과거 부품을 재활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페라리의 최근 부진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중후반 좋은 모습을 보였던 페라리가 이번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2026년 규정 변화를 염두에 두고 레드불과 유사한 프론트 서스펜션 철학으로 변경한 것이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페라리가 이번 시즌 왜 이렇게 큰 개념 변화를 시도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프레드 바세르 감독이 비판에 다소 빠르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두 페라리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과 샤를 르클레르 모두 브레이크 문제를 호소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해밀턴은 브레이크에 대해 불만을 표했고, 르클레르 역시 브레이크 웜업 모드에서 안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팀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내일까지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한때 페라리가 브레이크 공급업체를 변경하려 한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현재 브렘보가 계속 공급하고 있습니다.
No.1 드라이버 선정 루머 일축
그 외에도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맥라렌 내 드라이버 위상(피아스트리 대 노리스)에 대한 질문에, 팀은 현재 특정 드라이버를 넘버 1으로 지정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1999년 페라리가 미하엘 슈마허를 너무 일찍 'No.1'으로 지정했다가 에디 어바인이 월드 챔피언십 포인트를 놓친 사례는, 너무 이른 'No.1' 지정이 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몰라 GP, 계속 볼 수 있을까?
이번 이몰라 그랑프리는 2023년 홍수 때문에 취소된 경기의 대체 성격이 강합니다.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이몰라에서 F1 경기가 당분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탈리아에 이미 두 개의 GP가 있고 이몰라 서킷의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 등이 주된 이유입니다. 중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유럽 소도시의 개인 밭과 집이 그대로 보입니다. 스테파노 도미니칼리 F1 CEO가 이몰라 출신으로 이 서킷에 애정이 깊음에도 불구하고, 돈에 환장한 F1이 전체적으로 이런 돈안되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리 없습니다.
알핀 감독은?
옥스가 나간 자리에 안드레아스 자이들 전 맥라렌 팀 감독이 알핀의 감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브리아토레와의 조합이 성공적일지, 그리고 자이들 본인이 알핀 감독직을 원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오늘은 데이브 그린우드가 레이싱 디렉터로 옥스의 역할을 겸했습니다. 페라리의 경력도 있는 분입니다.
마지막으로 두 팀의 역사적인 순간을 축하해야겠습니다. 레드불 레이싱이 이번 주말 400번째 그랑프리 출전을 맞이하고, 자우버 팀은 600번째 그랑프리 출전을 기념합니다. 두 팀 모두에게 의미 있는 주말이 될 것입니다. 특별 리버리 이런건 없네요.. ㅋ
자, 이렇게 이몰라에서의 금요일 연습 주행 상황과 패독의 주요 이슈들을 살펴봤습니다. 맥라렌의 강력한 페이스, 알핀 팀의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여러 팀들의 업데이트와 페라리의 고민까지, 토요일 예선과 일요일 레이스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최대한 한국 중계에서는 없는 내용으로 많이 채우려고 노력중입니다.
토요일 퀄리파잉과 일요일 레이스 이 후 재밌는 이야기로 또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이몰라 그랑프리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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