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F1이 4주 여름방학을 끝내고 지난 주말 드디어 레이스 Weekend를 다시 이어갔습니다.
저도 그 사이 휴가와 필요한 치료를 병행하며 조금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포뮬러원 F1 뉴스레터’도 구독자는 200명을 달성했네요. 독자 여러분,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랑프리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잔드보트에서 사실 너무 많은 일이 있어 한번에 다 코멘트 하기엔 길이가 많이 깁니다. (하지만 재밌습니다. 😆) 여유롭게 읽어보세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랜도 노리스는 리타이어 했고, 오스카 피아스트리는 그랑프리를 우승하며 월드 챔피언십에서의 격차는 이제 34점으로 더욱 벌어졌습니다. 어쩌면 노리스는 이제 ‘내가 정말 2025년 챔피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보여집니다. 뼈아픈 사실은 이번 리타이어가 드라이버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랜도가 어떻게 해볼 수 없었던 엔진 결함에서 온 기술적인 문제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O_T5sL7cuU
참으로 드라마틱했습니다. 흡사 2016년 말레이시아 그랑프리에서의 루이스 해밀턴의 엔진 결함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때의 리타이어 차량도 메르세데스 엔진이었죠. 당시에도 팀 동료 로스버그와 월드 챔피언십을 가르는 중요한 사건이란 점에서 현재 상황과 꽤 유사합니다.
잔드보르트는 추월이 사실상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노리스가 레이스에서 우승하기는 아마도 어려웠겠지만, 안정적인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찰나에 허망하게 차가 멈춰 서버렸습니다. 이 것으로 맥라렌의 연속 더블윈 기록도 날아갔죠. (이전까지 4 GP 연속 원-투 피니쉬였던 맥라렌)
맥라렌으로부터 파악한 바로는 차량에 어떤 형태로든 오일 누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어떤 라인에서 어떻게 누수되었는지는 아직 조사중입니다. 어쨌든 파워 유닛의 오일 공급 계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대 레이스에서는 꽤 보기 힘든 엔진 트러블입니다.
LAP 9부터 3위였던 노리스는 베르스타펜을 추월하며 선두인 오스카 피아스트리를 추격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약간 거리를 좁혔지만 오스카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못됐습니다. 그러다 결국 오일 누수가 발생했고, 그렇게 허무하게 랜도의 레이스는 끝나버렸습니다.
이로써 이제 피아스트리와 노리스의 챔피언십 포인트 격차는 9점에서 34점으로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이 격차로 인해 외신에서는 ‘첫 번째 세트포인트’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 벌어지면 사실상 ‘GAME OVER’라는 이야기 인데요. 산술적인 이야기는 글 후반부에 다시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랜도 노리스가 풀 언덕에 앉아 있는 안쓰러운 장면이 있었는데요.. 이번 잔드보트는 르클레르의 언덕사진을 비롯해 명장면이 많이 나온 레이스였습니다. 랜도가 상당히 실망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랜도가 성숙했다고 느껴지는건, 그의 레이스 엔지니어인 윌 조셉이 랜도에게 차량 결함에 대해 사과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건 그냥 불운이다"라고 답하며 팀을 전혀 비난하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침착했던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레이스 후 인터뷰에서도, 의외로 패독을 비판하지 않고 안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윙크도 하며 "지금은 그냥 햄버거 하나 먹고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지요… (큰 부정은 큰 긍정 아닌가요…?🤪)
카메라가 잠시 안드레아스 스텔라를 비췄는데, 그가 머리 위로 손을 감싸쥐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노리스가 아직 최종적으로 리타이어한 것이 아니라, "여기서 연기가 좀 나고 냄새가 이상해"라는 첫 팀 무전이 들어왔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패독에서는 이미 데이터를 ‘이번 레이스 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겠죠.
다시 경기로 돌아와서 종합적인 레이스를 평가한다면 결국 퀄리파잉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모나코, 헝가리를 비롯해 예전 서킷은 현 시대의 F1 머신으로는 아무래도 추월이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맥라렌 두명의 드라이버 퍼포먼스가 엇비슷한 수준이라 가정한다면, 퀄리파잉에서 오스카 피아스트리에게 0.012초 차이로 뒤진 것은 아마도 한 명은 약간의 슬립스트림을 받았고 다른 한 명은 트랙픽 때문에 몇십센티 더 먼 코스를 선택하며 생기는 델타타임 등의 정말 미묘한 차이 때문이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이 것과 무관하게 노리스의 엔진은 퍼졌을지 모르지만요…)
참고로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이번 랜도 노리스의 리타이어는 202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드라이버의 실수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다른 한편으로는 선수가 자신의 손으로 좌지우지 할 수 없기에 더욱 좌절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랜도는 어느쪽일까요?
오스카와 랜도의 34점이란 점수 차는 올 시즌 들어 가장 큰 격차입니다. 무려 5번의 그랑프리에서 랜도가 우승을 해도 오스카가 2위만 줄곧 한다면, 그제서야 겨우 랜도가 1 포인트 앞설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점수 얘기만 하려는게 아니라, 이런 상황이 각 드라이버의 레이스를 운영하는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34점이라는 점수 차가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주 위험한 휠투휠 경합 상황에서 굳이 부딪히는 선택을 하지 않고 조금 물러설수 있는 여유의 기회가 오스카에게는 5번이나 더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반대로 오스카의 리타이어 한방이면 다시 점수차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요즘 포뮬러원은 수준이 너무 높아서 사실상 기술적 결함을 두 번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전처럼 거의 매 두번의 레이스마다 엔진이 터지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과는 다르니까요.
그래도 우승 경쟁이 앞으로도 기대되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랜도가 오늘 기본적으로 성숙한 자세를 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멘탈적 회복력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죠. 팀에게도 매우 성숙한 스포츠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각합니다.
안드레아 스텔라는 “만약 랜도가 다르게 행동했다면 그게 더 놀라울 것”이라고 했는데, 노리스에게 위로되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랜도가 투지를 잃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고도 했으니, 랜도에게는 이런 팀의 지원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지 기대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랜도 노리스는 여름 휴가 전, 그리고 잔드보트 퀄리까지까지 정말 좋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퀄리파잉을 아슬아슬하게 오스카에게 패했지만, 그 전까지는 주말 내내 더 빠른 맥라렌 드라이버였습니다. 그래도 랜도가 잠자리에 누워 레이스를 복기 할 때 최소한 이 문제가 ‘내 스피드 때문은 아니었다'는 항목에는 체크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가 다음 레이스들을 위해 붙잡아야 할 긍정적인 희망의 끈이기도 하겠죠.
그렇게 머릿속의 스위치를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저는 랜도가 일주일 후 몬차에서 다시 정말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선전하여 시즌 끝까지 재미있는 우승 경합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레드불 시트를 내게 줘!
오늘은 하자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퀄리파잉 4위를 기록하고, 레이스에서는 (랜도가 리타이어하는 운이 조금 따랐지만) 포디움 까지 달성하는 완벽한 주말을 마쳤습니다. 다만 수여 받은 도자기 형태의 트로피는 깨졌는데요 ㄷㄷㄷ. 다행히 네덜란드 그랑프리 사무국 측에서는 새 것을 줄 수 있다고 했답니다. 이 트로피를 만드는 회사가 로열 델프트(Royal Delft)라는 회사인데 채색하지 않은 예비 트로피가 남아있어서 색을 입힌 후 하자르 측에 전달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깨진 트로피는 상징성 때문에 값어치는 더 있을것 같죠? ㅎㅎ)
하자르의 포디움은 꽤 그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단순히 하위팀의 약진이라서가 아닙니다. 굉장히 스테이블한 레이스를 보여줬다는 데에 포인트가 있습니다. 메르세데스와 페라리 같은 빅팀 드라이버들은 시작부터 하자르 뒤에서 시작해 마지막까지 하자르 뒤에 순위했고, 어떤 상황의 개입을 통해 출구를 찾는 답답한 레이스가 아닌, 스스로 리드하는 레이스를 보여줬다는 것에서 강한 드라이버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잠깐 이야기를 전환해서, 하스(HAAS)의 올리 베어맨도 오늘 20위로 레이스를 출발해 6위로 마무리하는 좋은 피니시를 보였습니다. 무척 대단한 결과이지만 이 과정에서 두 번의 세이프티카 시점이 베어맨과 딱 들어맞는 천운도 따랐습니다. 19위로 시작해 7위로 마무리한 스트롤도 마찬가지죠.
반대로 10위를 기록한 오콘을 볼까요? 레이스 중후반 베어맨보다 한 계단 앞선 순위에 위치해 있었는데 하스 팀이 오콘과 베어맨을 차례로 LAP 53에 Box-in 시킵니다. 먼저 오콘이 피트로 들어가는 순간 서킷 반대편에서 르클레르의 리타이어가 세이프티카 상황을 만들며 베어맨을 비롯한 몇몇 중위권 차량들은 공짜로 타이어 교체 시간을 벌 수 있었죠. 덕분에 베어맨은 이 세이프티카 시점 이 후 7위, 오콘은 12위에 위치합니다. 만약 하스가 전략을 한 랩 늦게 선택했다면 6위 순위는 오콘에게 돌아갔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결국 중하위권 팀들은 성공적인 레이스를 위해 벌어지는 상황들의 도움을 시시각각 적절히 잘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삭 하자르와 RB의 레이싱 운영은 상위 컨스트럭터의 모습을 흡사 보는듯 했고, 그런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노리스의 불운으로 하자르가 이득을 보긴 했지만 최소 4위까지의 순위는 거저 얻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하자르는 파워 유닛에 문제가 있어 금요일 FP 세션에서 롱런 연습을 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타이어 적응할 시간이 없었을텐데도 좋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레이스 이 후 유키 츠노다의 축하를 받는 하자르에게서 한 가지 의미심장한 장면을 우리는 볼 수 있었는데요. 바로 하자르가 유키의 레이싱 슈트 뒷편에 위치한 레드불 로고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는 것입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레드불로의 이동이 가까워졌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본인의 레드불을 향한 충성도와 레드불과 RB는 원팀이라는 의도였다 해석할 여지는 있겠지만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겠죠. :)
유감스럽게도 1997 월드 챔피언 자크 빌뇌프는 이번 레이스 바로 직전 유키 츠노다에 대해 “그는 지금이 정점이다.”라며 혹평하며, 혼다와의 파트너십 덕분에 A팀에 들어왔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한 상황에서의 하자르의 선전이었습니다. 유키에게는 가혹하지만 이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하자르는 헬무트 마르코 옹(레드불 레이싱 고문)에게 본인이 퀄리파잉 예선을 5위정도 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었다는데요. 금요일 엔진 문제로 세션 하나를 치르지 못한 애송이의 발언이라기에는 꽤 당찼고, 실제로는 4위를 했네요. ㅎㄷㄷ
하지만 이번 잔드보트 그랑프리의 결과로 모든것이 결정되진 않습니다. 특히 호너 감독과는 다르게 메키스 감독은 모두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동등한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는 인간적인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미디어 세션에서도 이번 하자르의 성과와는 별개로 레드불 시트에 대해 성급한 결정을 하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직 9번의 레이스가 남아있기 때문이긴 합니다. 그러나 헬무트 마르코는 이번 주말 "유키 츠노다의 입장이 언제 명확해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멕시코 그랑프리가 가능한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메키스의 발언에 대해 약간의 맥락을 더하자면, 현재 그는 레드불의 기울어진 책상을 다시 바르게 세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키스 감독은 현재 유키 츠노다의 차량에도 막스와 같은 동등한 기술적 장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베르스타펜과 츠노다가 거의 동일한 스펙으로 경기에 임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캘린더를 확인해보면 멕시코 그랑프리는 10월 26일이고, 레드불이 그 전에 어떤 결정을 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특히 메키스가 부임하고 유키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어쨌든 10월까지는 기회를 계속 부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츠노다는 아직 그 기회를 결과값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종 순위를 9위로 마치며 최소한의 포인트를 따냈다는건 적어도 상반기보다는 나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자르의 선전으로 츠노다 이야기까지 하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2025 시즌 시작 전 RB의 유키 & 이삭 콤비가 응원하고 싶어졌기에 두 사람의 선전을 바라고 있었지만, 한명은 새드 엔딩이 될 가능성이 높아 아쉬운 마음이 한 켠에 생깁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페라리 차라리 차 쀄라!! 르클레르가 네덜란드에 화보를 찍으러 온 이유
바람 잘 날 없는 페라리 이야기를 안하고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LAP 53에서 르클레르는 피트스톱 이 후 안토넬리와 경합하게 되는 페라리였습니다. ‘후겐홀츠’라 불리는 3번 코너에서의 진입부터 안토넬리는 매우 아슬아슬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바깥으로 밀려난 나머지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안토넬리가 선택한 안쪽 라인에 비해 너무 빨라 르클레르가 사실상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안토넬리는 10초 페널티를 받고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페라리와 샤를은 속이 타들어갑니다.
르클레르는 나중에 인터뷰에서 안토넬리가 ‘신인’이라서 한 실수는 아니라고 했는데, 이는 잔드보트 트랙 3번 코너가 뚜렷한 정답이 없는 코너라서 그렇게 말한 것 같습니다.
후겐홀츠 코너는 안쪽 4.5° → 바깥 19°까지 점진적으로 커지는 피보나치 각도 설계가 돋보이는 그릇형(bowl) 뱅킹코너인데 결론적으로는 바깥쪽 고라인을 탔을때 랩타임을 더 줄일 수 있지만 레이스 중에는 저라인을 따라갔을때 빠르게 진입할 수 있어 경우에 따라 추월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요.
저도 처음 알았는데 피보나치 수열을 기반해 복합 모델링을 적용해 각도와 길이 등을 디자인 했다네요. 이런 코너는 물론 공격적이어야 함에도, 때로는 주행 중 과한 예측으로 실수가 잦은 곳입니다.
이번 사고의 발생은 100% 안토넬리가 유발했습니다. 르클레르는 키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 보다 팀의 전략에 아쉬움을 더 많아보였습니다. 특히 팀 라디오에 "그건 좀 불필요했어.”, “내 타이어는 아직 괜찮았어.”라고 말한 것을 보면 때에 맞지 않은 피트인으로 불필요한 언더컷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 사고의 불씨가 된 것이라 생각한 것 같은데, 샤를이 참 애써 누르며 점잖케 표현하네요..
이 외에도 르클레르는 오늘 러셀과의 경합도 있었지만 DNF가 되면서 경기 후에는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동산 위에 앉아있는 그가 애처로울 뿐이었죠.
참고로 르클레르가 언덕 위에 장시간 앉아있던 이유는 잔드보트 서킷 구조상 저 위치에서 패독으로 복귀하려면 팬존 (Fan Zone)을 지나쳐야 하기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나의 Man Of The Race
저는 이번 레이스에서 또 한명의 인상 깊었던 드라이버로 다시 한번 막스 베르스타펜을 꼽고 싶은데요. 노리스가 2번 그리드, 막스가 3번 그리드에서 시작한 레이스에 다른 팀과 달리 레드불은 빨간색 소프트 타이어로 출발하는 모험을 강행했는데, 덕분에 초반부터 재밌는 그림이 전개 되었습니다.
소프트 컴파운드의 그립 이점을 활용했고 스타트 반응도 막스가 랜도보다 0.07초 빨라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레드불은 소프트 타이어로 스타트를 한 것 자체가 매우 용감한 결정이었습니다. 소프트 타이어로 출발해 우위를 점할 수는 있지만 사실 100kg의 연료가 더 들어있는 레이스 초반에는 얼마나 빨리 타이어가 소진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잔드보트는 좁은 올드스쿨 트랙이라 추월이 꽤 빡세 초반 승부를 거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만약 그 소프트 타이어의 수명이 10바퀴 정도만에 다 해 피트스톱을 일치감치 해야 한다면 오히려 기차 행렬에서 뒤로 처지며 교통체증의 피해자가 될 수가 있는 위험요소가 있는 전략이었습니다.
피아스트리가 1번 코너 통과 후 무섭게 따라붙는 베르스타펜을 가로막아 섰고, 막스가 잠시 주춤한 사이에 노리스가 공간을 확보하며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어 보였지만 (의도치는 않았지만 팀 플레이의 완성) 결국 3번 코너 앞에서 미친 듯한 슬라이드를 잡아내며 2위 추월에 성공하는, 정말 흥미진진한 주행이 연출되었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장면의 연출은 막스라서 가능했다고 봅니다. 덕분에 눈이 호강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녹이자면 LAP 9 랜도가 막스를 재추월 하는 과정에서도 베르스타펜이 매우 공정하게 행동했다고 하고 싶은데요. 어쩌면 막스가 이제 남은 2025 시즌을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현재 레드불의 상황을 인정 할수밖에 없거니와, ‘나는 이제 월드 챔피언십 경쟁에서 벗어났다’라는 것을 보여주듯 베르스타펜 특유의 저돌적인 레이싱은 살아있지만 과거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저지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자유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아서 변했나…?)
기타 재밌는 이야기
정리하면 피아스트리는 네덜란드 그랑프리까지 우승 함으로써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십 선두를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피아스트리는 통산 9번째 그랑프리 우승이며, 호주인 드라이버 출신으로는 현재 자신의 매니저이기도 한 마크 웨버와 같은 우승 수를 기록하게되었네요.
러셀, 알본, 베어맨, 스트롤까지 토요일 예선 성적을 생각하면 더 좋은 위치에서 마무리 하며 기분 좋게 다음주 이탈리아로 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알론소와 사인츠, 안토넬리, 르클레르, 해밀턴은 괜찮은 스타트 그리드를 받고서도 고전하다 결국 하위로 밀리고 말았는데요. 특히 페라리의 더블 리타이어는 제 뼈가 다 아픕니다. 🦴
알론소는 주말 내내 페이스가 상당히 좋았는데 금요일 연습 세션에서의 놀라움만큼 퀄리파잉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던게 아쉽게 됐습니다. 10위로 시작해 전략적으로도 피트스톱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해 혼잡한 하위권에 자꾸 머무르며 최종 순위 8위를 기록했습니다. 첫 스틴트에서도 알론소는 랩타임이 1분 15초 00이었는데, 당시 맥라렌도 1분 16초대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알론소의 페이스가 상당히 좋았음을 알 수 있었으나, 혼잡한 중하위 교통체증에 끼어버려 속도를 유지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예선 19위 스트롤이 알론소보다 앞선 7위로 마무리했는데… 알론소는 팀라디오로 하루종일 화만 낸듯 하네요…(낼만 함 ㅎㅎ)
올리 베어맨도 6위로 포뮬러원 데뷔 후 역대 최고 성적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퀄리파잉 이 후 부품 교체를 진행했다고 했기 때문에 파크 페르메 규정(부품 교환에 따른 페널티)에 따라 피트레인에서 20위로 시작했던 베어맨입니다. 앞서 하자르 이야기에 끼워서 잠시 설명 드린 것처럼 레이스의 여러 혼잡한 사정을 틈 타 원 스톱 전략이 제대로 먹히며 많은 포인트를 획득할수 있었습니다.
유키 츠노다는 파워 유닛 조작 이슈가 있었는데, 가속 페달을 40% 이상 밟아야만 제대로 가속을 할 수 있었다는데요. 그렇지만 꿋꿋하게 10위 안팍의 순위를 유지하며 최종 9위를 차지했습니다.
엔진 매핑 문제라는데, 잠시 설명을 드리면 우선 피트 레인에 진입하면 스피드 리미트가 적용됩니다. 이 때 다른 엔진 매핑이 활성화 되는데, 엔진 매핑은 피트 레인 안에서만 변경할 수 있고, 밖으로 나가면 더 이상 변경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츠노다가 트랙으로 다시 복귀할 때 피트 레인용 매핑이 그대로 유지되었고, 일단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다시 설정이 불가능 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이번 네덜란드 그랑프리는 로슨과 사인츠의 충돌도 있었는데, 스튜어드의 결과가 사인츠의 페널티로 내려지자 사인츠는 “누구? 나? 내가 들었던 얘기중에 제일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스튜어드에게 가서 왜 페널티를 받았는지 설명을 듣고 싶어 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중계방송사 ORF의 알렉산더 부르츠 해설 (전 F1 드라이버)도 납득하지 못한 채 중계 중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후 카를로스 사인츠가 스튜어드를 만났다는데, 몬차 그랑프리 전에 해당 사건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화요일부터 작성하던 뉴스레터인데 이틀만에 완성했네요. ㅠ
부디 좋은 정보들을 많이 담았기를 바라봅니다. 여러분께서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언제나 만족!!
이번 주 이탈리아 그랑프리는 페라리에게 아주 중요한 주간입니다. 과연 페라리에게 반전이 있을까요??
이상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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