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도야! 랜도야! 일어나봐! 이대로 정신을 놓으면 안돼!
2025 F1 캐나다 그랑프리가 열린 질 빌뇌브 서킷. 레이스 막바지인 67랩, 오랜지색 맥라렌 머신 한 대가 팀 동료의 후미를 들이받고 트랙 경계벽에 충돌하며 멈춰서게 됩니다. 머신에서 내린 드라이버, 랜도 노리스는 허망한 표정으로 자신의 부서진 차량을 바라보더니, 월드 챔피언을 향한 그의 꿈이 또 한 번 스스로의 실수로 큰 상처를 입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캐나다에서의 충돌은 단순한 리타이어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며 종료됐습니다. 지금부터 노리스의 챔피언십 여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신적 시험대가 시작됐습니다.
사건 개요: 찰나의 오판이 부른 재앙
사건은 레이스 67랩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4위 자리를 두고 팀 동료이자 챔피언십 라이벌인 오스카 피아스트리를 추격하던 노리스는 서킷의 마지막 코너인 'Wall of the Champions'를 돌아나오며 DRS를 작동. 무섭게 따라가다 존재하지 않는 빈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는 피아스트리의 뒷바퀴를 가볍게 추돌했고, 그 순간 통제력을 잃은 머신은 그대로 장벽으로 돌진해버렸습니다. 노리스에게는 0점짜리 결과가 되었고, 챔피언십 경쟁에서 어쩌면 (아직 이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결정적일 수도 있는 갭이 생겼습니다.
사고 직후 노리스는 바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팀 라디오를 통해 "완전히 내 잘못이다. 어리석었다"고 즉시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인터뷰에서도 그는 "팀 동료와 접촉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규칙인데, 내가 바로 그 짓을 했다"며 자책까지 합니다. 그는 "팀을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기분이 끔찍하다. 스스로 바보가 된 것 같아 후회스럽다"며 깊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반면, 피아스트리는 레이스를 4위로 마감하며 피해를 최소화했는데요. 피아스트리가 인터뷰 존에 들어서자마자 노리스가 바로 찾아와 사과하는 장면에 피아스트리도 즉시 사과를 받았고, "악의는 없었을 것"이라며 "불행한 순간이었을 뿐"이라고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오히려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노리스의 인성에 대해 "정말 좋은 친구다. 대단한 장점"이라고 칭찬하였지만, 만약 피아스트리의 차량도 함께 리타이어 했다던가, 결과(순위)의 변화가 있었다면 그가 지금처럼 받아드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팀의 반응: 랜도를 지지, 그러나 원칙은 명확하다
맥라렌의 팀 보스 안드레아 스텔라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지지적인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 그는 "랜도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는데요. 스텔라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노리스가 즉시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스텔라는 "랜도가 자신의 실수라고 명확히 말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며 노리스의 태도에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지와는 별개로 팀의 원칙은 확고합니다. 스텔라는 "두 대의 맥라렌 사이에 접촉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고 강조하며 ,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랜도는 오늘 월드 챔피언십의 대가를 치른 셈"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번 충돌이 "차량 사이의 거리 판단 착오" 문제였다고 진단하며, 앞으로 선수들과 차분하게 대화하여 이 사건을 통해 팀 전체가 더 강해지는 계기로 삼겠다 합니다. 또한 두 드라이버는 여전히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며, 다만 팀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죠.
멘탈 작두를 타라: '킬러 본능'은 챔피언의 필수 조건인가?
이번 레이스의 충돌은 노리스의 멘탈 문제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중요한 순간에 피아스트리가 더 냉정한 '해결사'의 면모를 보인다고 평가합니다. 노리스 자신도 과거 인터뷰에서 우울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심리적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으며, "모두가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엿 먹어라' 식의 사고방식을 꼭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 '착한 챔피언'에 대한 고집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성향은 이번 사고 이 후의 과정에서도 보여졌는데요. 막스 베르스타펜 같은 드라이버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불쾌하게 느끼는 것과 달리, 노리스는 팀과 언론에 대고 즉시 사과하며 인간적으로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은 '이것이 과연 챔피언이 되기 위한 자세일까?'라는 겁니다. 노리스는 "챔피언이 되기 위해 반드시 킬러 본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믿으며, 그것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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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시즌을 들여다보면 챔피언십 포인트는 그의 생각에 반대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충돌 역시 순간적인 속도 우위를 어떻게든 이용하려다 감정에 휩쓸려 냉정한 판단력을 잃어버린 결과였죠. 레이스 종료까지 3랩이 남았으니 최소한 랜도에게는 세 번의 기회는 더 남았었습니다. 랜도의 막판 페이스가 더 좋았으니까요.
스텔라 감독은 노리스가 전날 퀄리파잉에서의 실수로 피아스트리보다 약간 쫒기는 심리였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런 심리 상태가 레이스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구원투수의 등장?: 니코 로즈버그의 연락
바로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2016년 월드 챔피언 니코 로즈버그. 로즈버그는 메르세데스 시절 팀 동료이자 챔피언십 경쟁을 하던 루이스 해밀턴에게 2년간 팀내 경쟁에서 밀린 뒤, 2016 시즌을 앞두고 정신적인 무장을 새롭게 하며 마침내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현재 노리스가 겪는 어려움이 과거 자신의 경험과 매우 흡사하다고 보고있는데요.
로즈버그는 Sky와의 인터뷰에서 노리스의 멘토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바로 나!"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겪어봤다"며, "그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그는 멘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기면서 실제로 로즈버그는 노리스에게 도움을 제안하는 연락을 취했지만, 아직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오늘 밤 다시 문자를 보낼 것"이라며 농담 섞인 진심을 보였습니다.
로즈버그의 예를 봐도 F1에서 멘탈 게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입니다. 그는 해밀턴을 이기기 위해 외부 상담을 받으며 멘탈 강화를 최대한 끌어냈고, 사소한 생활 습관까지 통제하며 모든 것을 챔피언이라는 목표에 집중시킨 바 있습니다. 테니스계에서 노박 조코비치가 보리스 베커와 함께 성공을 거둔 것처럼, 모터스포츠에서도 경험 많은 선배의 멘토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오스카 피아스트리는 과거 레드불 레이싱 출신이자 호주의 영웅 레이서 중 한명인 마크 웨버가 매니저를 맡아 멘토링을 해주고 있습니다.
일어나라 랜도, 지금이 바로 그때다
캐나다 GP를 통해 노리스에게 남은건 0점짜리 성적표입니다. 노리스는 챔피언십 타이틀 도전에 선두인 피아스트리와 22점이라는 격차를 남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일어서느냐입니다. 팀 보스 스텔라는 "이 사건을 통해 더 강해지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고, 팀은 그를 전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재능, 속도, 머신, 그리고 팀의 지지까지 모든 것을 갖춘 랜도 노리스. 마지막 퍼즐 조각은 바로 압박감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정신력이 될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나이스 가이)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믿지만, 때로는 외부의 조언을 듣는 것이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그런 랜도에게 지지를 표합니다. 그러나 약해지는 마음과 나이스한 것은 결코 같은 맥락이 아닙니다. 로즈버그는 정말 그에게 연락 했을가요? 어쩌면 그에게 절실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캐나다에서의 악몽은 쓰라렸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각성제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랜도야! 랜도야! 일어나봐! 이대로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 너의 챔피언십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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