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노다의 꿈'을 보면 나의 타지 생활이 떠올라

윌 벅스턴(BUXTON) F1 방송 이탈 루머 정리

2025.01.08 | 조회 292 |
3
|
포뮬러원 F1의 프로필 이미지

포뮬러원 F1

국내에는 없는 F1 소식과 드라이버들의 이야기를 매주 전합니다. 🏎

안녕하세요. 포뮬러원 F1 뉴스테러 입니다.

오늘은 시작 전 제 이야기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저는 98년 9월에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무작정 오게되었어요. 99년도 시즌이 제가 F1을 제대로 접하게 된 그 첫 시즌이었습니다.

아시안(Asian)으로써, 특히 동아시아인으로써 유럽에 살아간다는 건 사실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보다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일입니다. 가까워 지기에는 그만큼 서구권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동아시아인이 아프리카인보다도 더 멀다는 얘기입니다.

25년이나 지난 지금 세상은 글로벌화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구권의 간격은 여전히 존재하는데요. 얼마전 F1 드라이버로 활약하고 있는 유키 츠노다가 motorstports.com과 진행한 인터뷰를 보며 드는 생각을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

첨부 이미지

유키의 자책

얼마전 motorsports.com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키 츠노다는 결국 본인이 잘 못했기 때문에 레드불 시트를 차지하지 못한 것이라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베르스타펜의 팀 동료로 레드불 레이싱에 합류하고 싶었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팀은 멘탈이 강하다며 리암 로슨을 레드불로 승격시켰죠. 츠노다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 결과가 부분적으로 '결국 자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츠노다는 비자 캐시 앱 레드불(VCARB) 팀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보였으며, 당시 팀 동료였던 다니엘 리카르도를 종종 능가했습니다. 리카르도가 싱가포르 그랑프리 이후 팀을 떠난 후, 로슨이 합류해 인상적인 모습을 레드불에 보이긴 했지만, 기록적인 면에서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였던 츠노다입니다.

레드불은 그런 츠노다를 분명 승격 후보에서 명분 없이 배제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결국 레드불은 시즌 종료 후 아부다비에서 치른 드라이빙 테스트에서 츠노다를 테스트 하기에 이릅니다. 결과는 무난했지만 더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츠노다는 지난 시즌 30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F1 초창기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으로 1년을 보냈지만, 결국 그는 선택되지 못했고, 레드불이 아닌 레드불의 자매팀에서만 5번째 시즌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츠노다는 "첫 해에 바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첫인상이 중요한데 월드챔피언을 찾고있는 팀에게 다가가기에는 이미 늦은감이 있습니다. 

레드불 레이싱은 로슨의 강인한 멘탈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상임고문인 헬무트 마르코나 감독인 크리스찬 호르너는 사실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무언가를 로슨에게서 보았을 것입니다.  

첨부 이미지

'츠노다의 꿈'을 보면 나의 타지 생활이 떠올라

"2024년에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다른 드라이버들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내가 어쩔 수 없고, 계속 내 방식대로 노력하면서 실력을 입중하겠다."고 유키 츠노다는 말합니다. 억울함과 섭섭함이 그의 말 속에서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며 이번 인사결정에 마침표를 찍은 유키입니다.

유키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는 살아가며 "결국 내가 더 잘 했다면.."이라는 말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억울함을 느낄 때, 때로는 스스로에게 "더 잘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있었다는 가정을 만들어, 무력감을 줄이거나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려 심리적 균형을 찾는 행위라고 합니다. 

어쩌면 유키는 "내가 아무리 잘해도 그들은 결국 나를 선택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믿기 싫은 상황을 "내가 더 빠르지 못해 그런 것"이라 믿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본인이 더 잘 탔다면 이 상황을 통제했을 것이도 상황을 변화시킬수 있었을 것이니 답은 "내가 빠르지 못해서"라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귀결됩니다.

저는 이번 인터뷰를 보고 사실 안타까웠습니다. 유키가 본인의 꿈이었던 레드불 시트를 받지 못했기도 했지만, 제로베이스에 있던 신인에게도 밀려버렸기 때문입니다. 팀 관계자들은 약간의 미안함과 마케팅으로 유키에게 RB시트를 유지시켜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슨이 25시즌 중반까지 팀을 박살내지 않는 한 사실 유키가 승격되는 일은 사실상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레드불 시트를 차지하기 위해 유키가 어필해야 했던 것은 빠른 랩 타임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레드불에 가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팀과 베르스타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향 후 어떤 비전과 계획을 세워서 팀과 함께 실행하겠다는 레드불의 성장에 끼칠 요소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어필 해야 했다고 봅니다. "내가 이렇게 잘 타니 생각해보고 데려가슈~"가 아닌 "내가 이렇게 도와줄테니 생각 없어도 데려가슈~"였어야 했다는 것이죠.

시즌 막판 유키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는지 본인이 레드불 시트를 차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무도 유키를 후보로 두고 있지 않은지는 오래 됐죠. 

팀라디오에 욕설을 심심치 않게 하던 친구라 "서양 마인드인가?" 오해하고 있었는데 '겸손' 중심의 유교적 사고가 결국 유키에게도 있긴 있었나봅니다.

첨부 이미지

유럽과 동아시아의 분명한 차이

유럽에서 생활하며 많이 느낀 부분은 어릴때부터 이 친구들은 평소 본인이 잘 할줄 아는 것에 대해 어필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잘" 과 "못"을 말하는게 아닌 현실적으로 본인히 할 줄 아는 것에 대한 얘기를 잘 한다는 것이죠. 비교하며 눈치봐가며 자랑하는 것이 아닌 본인 스스로가 만족하고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합니다. 유럽과 동아시아인들의 대화 방식의 차이를 하나의 예로 적어봤습니다. 

유럽식)

A: 이번에 축구시합 나간다면서요? 축구 잘하세요?

B: 네, 저는 드리블도 할 수 있고, 스피드도 낼 수 있고, 볼 키핑도 잘 할수 있죠. 그게 제 강점이고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줄 것입니다.

한국식)

A: 이번에 축구시합 나간다면서요? 축구 잘하세요?

B: 아뇨, 그냥 쫌요. 이번 시합에 좋은 모습 보이겠습니다.

제가 경험한 한중일 사람의 대답은 대부분 "잘한다"와 "못한다" 이렇게 이분법으로 많이 나뉘었습니다. 그 "잘" 과 "못"의 대답 마저도 '다리 뻗을 곳을 보고 눕는다'는 말이 있듯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다르게 말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었고요. 예를 들면 조기축구에서는 "잘 합니다."라고 말하다가도 선출끼리 모여 하는 시합에 가면 "아뇨, 잘 못해요."라고 하는 심리입니다. 상대 기준에 맞춰 나의 대답도 바뀌는 식이죠. 경우에 따라서 겸손이자 배려가 뭍어나는 대답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제가 겪은 유럽은 대부분 본인의 기준에 따라 대답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리고 단답형이 아닌 원리와 이유를 항상 밝히는 편입니다. 조기축구에서나 선출과의 시합에서나 본인 기준이기 때문에 답변이 동일합니다. "저 이정도 합니다. 드리블 좋고, 스피드 좋고, 볼 키핑 좋고, 헤딩은 쏘쏘."

과연 유키는 평소 레드불에 어떤 어필을 했을까요? 유키가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하는 태도는 동아시아적 겸손과 자기반성의 연장선에 있지만 유럽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몇몇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차별에 관한 이야기가 있지만 저는 레드불이 이번 결정에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을 가지고 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팀라디오에 욕설이 심심치 않던 유키도 결국 일본인이자 F1씬의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정이 이입이 되기도 합니다. 유럽 중심의 문화에서 이런 부분을 어필해 괜히 미운털 박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참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2025시즌, 저는 하위권에서 유키 츠노다를 응원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사례가 단순히 한 F1 드라이버의 실패담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길 바라기 때문이죠.

 

윌 벅스턴, F1 마지막 시즌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와 F1 TV에서의 활약한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윌 벅스턴이 F1씬에서 사라지는 그림을 그려보신적이 있나요?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에 따르면 벅스턴이 미국 방송사 폭스(Fox)의 인디카(IndyCar) 레이스 해설 팀에 합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벅스턴과 FOX가 실제로 계약을 체결할지는 불분명합니다. F1에서 큰 성공을 거둔 그가 쉽게 F1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란게 제 사견입니다만 인디카와 폭스 방송사에서 큰 개런티를 제안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첨부 이미지

미국 복귀 가능성

윌 벅스턴은 과거에도 미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폭스 산하의 스피드 채널(Speed Channel)에서 F1 보도를 담당했는데, 폭스가 F1 중계권을 상실한 이후에는 NBC 스포츠(NBC Sports)로 자리를 옮겨 F1과 인디카를 동시에 다루기는 했었습니다. F1이 마케팅에 절치부심한 2018년부터는 F1 컨텐츠의 주요 인물로 활동해 왔습니다.

하지만 2024 시즌에는 F1과 인디카의 시즌 중 겹치는 일정이 여덟 차례나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겸직은 힘들어 보입니다. 

폭스는 2025년부터 다시 인디카 중계권을 확보했는데, 미국의 F1 인기와 더불어 폭스는 해설진 섭외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지난해 NBC와 F1 TV에서 활동했던 제임스 힌치클리프(James Hinchcliffe) 역시 폭스와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포뮬러원 F1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3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김엔젤의 프로필 이미지

    김엔젤

    1
    3 months 전

    오늘 개인적인 이야기 들려주셔서 좋았습니다 :) 갈수록 글빨이... 장난 없으신데요....? 저도 인종 이야기는 100% 공감입니다! 오늘 내용 넘 재밌었습니다. 다음 뉴스레터도 기대하겠습니다 !!

    ㄴ 답글
  • J의 프로필 이미지

    J

    1
    3 months 전

    그 어느때보다 오늘 글 정말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앞으로의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ㄴ 답글 (1)

다른 뉴스레터

© 2025 포뮬러원 F1

국내에는 없는 F1 소식과 드라이버들의 이야기를 매주 전합니다. 🏎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