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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레이싱의 상임고문으로 재임중인 헬무트 마르코 박사(Dr. Helmut Marko)는 최근 F1씬의 화두인 레드불 레이싱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팀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그의 드라이버 선택은 냉철하고 지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베텔이라는 천재적인 드라이버를 배출하고 베르스타펜이라는 또 다른 4연패 월드 챔피언을 키운 그는 현재까지 레드불이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지난 27일 목요일 레드불은 공식적으로 유키 츠노다가 리암 로슨을 대신해 레드불 제 2 시트를 받을거란 발표를 했는데요. 이 후 헬무트 마르코는 Formel1.de 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헬무트 마르코의 인터뷰 내용 정리와 더불어 어떻게 이 영감님이 현재 F1에 가장 뛰어난 팀 중 하나인 레드불 레이싱의 드라이버 기용을 쥐락 펴락 하며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조금 정리해보았습니다.
단 두 경기만에 이뤄진 드라이버 교체
지난 27일(목) 유키 츠노다는 레드불 레이싱으로 콜업 되었습니다. 반대급부로 리암 로슨은 단 두 번의 그랑프리만에 강등되어 작년 소속팀인 레이싱 불스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헬무트 마르코는 28일 Formel1.de와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강등'이 아닌 '이동'한 것이라고 워딩을 정정하며, 로슨이 RB21이라는 다루기 어려운 차량으로 호주GP와 중국GP 퀄리파잉에서 18위와 20위라는 성적을 내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는 상태라 분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막스 베르스타펜이 로슨의 교체를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마르코 인터뷰에 따르면 베르스타펜이 로슨에게 더 시간을 주기를 원했다고 했지만, 팀은 챔피언십 우승을 위해서 2대의 차량이 모두 TOP10에 진입해야 했기에 이런 불가피한 결정을 막스에게 꽤 길게 설명해야 했다고 합니다.
사실 작년 아부다비 테스트, 아니 올 해 시즌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유키 츠노다에 대해 마르코의 평가는 미지근함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25 시즌 개막 후 연달아 인상적인 주행을 보여준 츠노다를 두고 "총체적으로 매우 강해졌다"며 평가를 뒤바꿨습니다. 츠노다는 과거의 기복있던 모습을 극복했고, 현재 자신감도 넘친다고 보기드문 칭찬도 이어졌습니다. 상하이 이후 시뮬레이터 세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고, 기술적인 피드백도 좋았기 때문에 레드불로 콜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드라이버 교체에 혼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은 일축했습니다. 츠노다가 일본 선수인 만큼 혼다가 재정적인 지원을 늘린것은 사실이지만 (돈은 받았다는 얘기), 결과적으로 레드불이 선수를 이동시킬 때는 성적 개선을 기준으로 한다고 못박았는데요. 어짜피 혼다와의 계약은 올해 말 종료되기 때문에 외부적 요인보다는 팀 내부의 필요에 의해 결정된 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독이든 성배. 왜 막스만 제대로된 운전이 가능한가?
레드불은 막스 베르스타펜이란 월드챔피언을 배출하면서 해마다 점점 그에게 최적화된 차량 개발을 가져갔습니다. 이것이 다른 드라이버들에게는 독이 되었는데요. 작년의 페레즈가 희생됐고, 올 해 로슨도 결국 차량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츠노다를 레드불 시트에 앉히는건 독이든 성배를 주는 것과 같다고 많은 팬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2023년 알렉스 알본이 출연한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흥미로운 말이 있었습니다. 막스는 안정적인 프런트 액슬*이 필요하고, 대신 리어는 약간 불안정해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프런트를 너무 예리하게 설정하면 차가 동작하는 범위가 엄청나게 좁아집니다.
알렉스 알본은 그걸 엄청 예민하게 설정된 PC 마우스에 비유했는데, 프런트 액슬이 점점 민감하게 설정이 되면서 이제는 막스 외에는 거의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헬무트 마르코는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면서, 팀에서 두 번째 차량에 대해 좀 더 다루기 쉬운 셋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려운 차량 조작은 롭 마샬의 유산인가?
최근 맥라렌의 차량도 다루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레드불에서 맥라렌으로 이적했던 롭 마샬의 영향이 아니냐는 추측도 인터뷰에서 이어졌습니다. 마르코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롭 마샬의 합류 이후 맥라렌의 상승세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롭 마샬의 노하우가 맥라렌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대로, 마르코는 레드불 차량에는 과거 그의 DNA가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막스 베르스타펜 이적설에 대한 마르코의 생각
막스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마르코는 언급 했습니다. 메르세데스나 애스턴 마틴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팀은 5번째 챔피언십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탑 드라이버들은 당연히 팀 성적 부진시 계약 해지 조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을 우려하거나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더불어 베르스타펜이 F1을 떠날 경우, 마르코가 F1 은퇴를 할 수도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그것은 좋은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했습니다.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지만, 베르스타펜과의 동행이 마르코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입니다.
헬무트 마르코 할아버지는 누구에요?
구독자님,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우시겠지만 헬무트 마르코는 드라이버 출신으로 F1에서도 활약했던 인물입니다. (1971년, 72년)
비록 그랑프리 포디움은 석권하지 못했지만 내구 레이스로 르망 24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력이 있습니다. 마르코 옹의 인터뷰를 볼 때 한 쪽 눈이 많이 처진 모습을 보실 수 있는데 1972년 F1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왼쪽 눈이 실명되어 은퇴하게 되었고, 이후 레이싱 팀 관리와 드라이버 육성에 뛰어들며 지도자로 더 큰 성공을 거둔 케이스 입니다.
마르코와 레드불 주니어 프로그램
헬무트 마르코는 1990년대부터 레드불 주니어 팀을 이끌며 젊은 드라이버를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주력해왔습니다. 그의 지도 아래 세바스티안 베텔, 다니엘 리카르도, 카를로스 사인츠, 그리고 현재 월드 챔피언인 막스 베르스타펜과 같은 세계적 드라이버들이 탄생했지요. 이 프로그램은 재능 발굴을 넘어, 드라이버들이 F1에서 성공할 수 있는 관문이기도 했습니다. 마르코가 드라이버 선택 과정에서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잘 보는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고문 역할 그 이상의 역할
마르코는 사실 자문 역할을 넘어 레드불 레이싱 내에서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담당합니다. 그는 레드불 창립자인 디트리히 마테쉬츠와 굉장히 친한 사이로 알려져있습니다. 마테쉬츠는 그에게 팀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맡기며 드라이버 선택을 주도할수 있도록 서포트 했습니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마르코는 레드불에서 기술 개발과 전략까지 전방위 적으로 도맡아 활약했습니다.
그는 분명 고문으로 분류되지만 그는 단순히 '훈수' 정도를 두는 할아버지에 머물지 않습니다. 마르코와 막스의 관계를 보면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막스는 17세라는 이례적으로 어린 나이에 F1에 데뷔했으며, 이러한 센세이셔널한 데뷔는 마르코의 강력한 신뢰와 지원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벌써 총 4회 챔피언이 된 베르스타펜의 잠재력을 일찍이 간파하고 그를 적극적으로 밀어줌으로써 오늘날 F1 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데에는 마르코의 역할이 사실 90% 이상입니다. 막스도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막스가 레드불에게 수많은 트로피를 안겼고 팀에서도 독립을 고민할 때가 되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막스는 레드불과 헬무트 마르코의 우산 아래 잘 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차량도 본인에게 100% 맞춰주는... 이런팀 없다아~~)
노 필터 노인
마르코의 인터뷰는 꾸밈이 없습니다. 듣다보면 필터없이 직설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종종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호주 그랑프리에서 하자르가 포메이션랩 중에 코스를 이탈하며 리타이어하고 눈물을 보이자 "창피하게 왜 우냐"는 요지로 언론 인터뷰에 대답했습니다. 하자르의 경기력을 비난 한 것은 아니었고 '빨리 잊고 더 잘할 생각을 하자'는 취지의 얘기였지만, 언론의 발설된 내용은 이미 더 자극적으로 SNS 등을 타고 옮겨졌습니다. 하자르와도 이 후 통화한것으로 알려져 서로간에 문제는 없습니다만, 헬무트 마르코는 분명 스스로 판단한 것에 그리 외교적으로 포장해 말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때로는 비판을 받지만 그의 직설적인 선택과 조언은 팀 전체의 성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적어도 효과적이었다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지금까지 마르코가 보여준 판단은 단순한 개인적 선호나 감각에 의존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연 마르코가 츠노다를 선택한 판단은 올았을까요? 벌써 일본 그랑프리가 기대가 됩니다.
부록: 6 컷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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