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은 메르세데스에서 차별당하고 있다." 분석해봤습니다

슬립스트림 효과

2026.09.11 | 조회 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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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의 레이스는 정말 정말 페어(fair)하게 운영됐을까?

"러셀은 메르세데스에서 차별당하고 있다." 최근 SNS 등에서 들어본 말입니다.

조지 러셀
조지 러셀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의 우승으로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는 자신의 월드 챔피언십 석권을 위한 야망을 확실히 드러냈습니다. 무려 1950년대의 알베르토 아스카리 이 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던 이탈리아 드라이버의 월드 챔피언 계보를 드디어 잇게 되는데요.

스타트 그리드 19번에서 시작한 레이스 결과가 무려 1위. 막스 베르스타펜의 지난 2024년 11월 상파울루 드랑프리를 떠올리게 하는 레이스였습니다. 물론 몬차가 추월이 쉽고 현 시점 메르세데스의 차량이 가장 우월하다는 걸 미루어 볼 때 그 때만큼의 난이도는 아니었지만요. (당시에는 비도 왔고, 맥라렌의 차량이 가장 빠른 차였습니다.) 

홈에서 60년만에 이탈리아인 우승을 만끽하는 키미
홈에서 60년만에 이탈리아인 우승을 만끽하는 키미

팀 동료 조지 러셀에게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러셀은 레이스 후 기자회견에서 챔피언십 우승이 자신에게서 멀어졌다고 인정하고맙니다.

그래서 이번 이탈리아 레이스에서 저는 메르세데스가 여기에 관여했는지, 그리고 몬차에서 조지 러셀이 전략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는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오랜만에 쓰는 칼럼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이번 칼럼을 쓰게 된 계기는 영국 SKY스포츠의 해설자인 마틴 브런들이 이런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입니다. 브런들은 조지 러셀이 이번 결과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남게된건 키미 안토넬리에게 사용된 버추얼 세이프티 카(VSC) 상황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당시 미디엄 타이어를 끼고 있던 안토넬리에게 메르세데스는 새 미디엄 타이어를 장착해 주었습니다. 반면 조지 러셀의 경우, 샤를 르클레르의 충돌로 인한 레드 플래그 이후 트랙에 남아 사실상 무피트스톱 전략으로 끝까지 완주하는 선택을 내렸습니다. (텔레메트리 데이터 분석 있습니다.)

 

타이어 상황과 더블 스택을 하지 않은 이유

키미 안토넬리가 VSC 상황에서 피트인할 것이라는 점은 비교적 쉽게 예상됐습니다. 하드 타이어로 출발했고, 이미 앞선 LAP3에 진행된 레드 플래그 상황 자체가 안토넬리 입장에선 운이 없었던게 이미 하나밖에 없던 하드타이어를 써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공짜(?) 타이어 교체 전략을 안토넬리는 시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토넬리는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하려면 다른 타이어 세트가 필요했습니다. 선두권 드라이버들이 미디엄에서 하드로 쉽게 바꿀 수 있었던 반면, 안토넬리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결국 리스타트를 위해 안토넬리는 미디엄 타이어를 끼워야 했고, 미디엄 타이어가 레이스 끝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는 다소 불확실했습니다. 경기 후 분석으로 보면 미디엄 타이어로 완주가 가능했다는 답이 나오긴 했습니다. (해밀턴, 츠노다, 보르톨레토가 미디엄으로 완주했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얼마나 빠를 수 있느냐였죠. 그럼에도 안토넬리와 메르세데스 입장에서는 전략적 상황상 VSC를 활용하겠다는 점이 분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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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메르세데스가 차라리 더블 스택(두 드라이버를 연달아 피트인시키는 것)을 해서 VSC 상황에 안토넬리와 조지 러셀을 모두 불러들여야 했던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전 F1 드라이버 니코 로즈버그 역시 스카이 분석에서 이를 지적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이랬습니다. 첫째, 조지 러셀에게는 중고 미디엄 세트 하나만 남아 있었기 때문에 피트인을 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VSC 발효 시점에 레드불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메르세데스 바로 뒤에 바짝 붙어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가 더블 스택을 했다면, 안토넬리는 러셀의 뒤에서 대기해야 했으므로 최소한 안토넬리가 트랙 위에서 베르스타펜에게 포지션을 뺏겼을 것이 확실했습니다. 이는 대단히 불리한 시나리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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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레이스 초반부터 확인되었듯 타이어 마모(디그레데이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극히 낮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달릴 수 있다는 점이 명백했습니다. 또한 몬차는 역사적으로 피트스톱 델타(피트인으로 인한 시간 손실)가 시즌 중 가장 큰 서킷 중 하나입니다. 일반 레이스 상황에서는 24초, VSC 상황에서도 15초를 잃습니다. 다른 서킷에서는 세이프티 카 조건에서 8초밖에 잃지 않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따라서 레드 플래그 이후 이미 하드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던 조지 러셀의 레이스 출발 조건을 고려할 때, 트랙에 그대로 남는 것이 전략적으로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슬립스트림 효과와 랩타임 분석

레이스 중후반 이후 랩타임을 보면 상황이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어떤 때는 '안토넬리가 러셀을 무조건 따라잡겠구나' 싶다가도, 또 어떤 때는 '레이스 끝날 때까지 안토넬리가 따라붙기엔 시간이 부족하겠는데?' 싶었습니다. 실제로 트래픽(백마커)이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몬차에서의 슬립스트림(토우) 효과는 극도로 강력했고, 랩타임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왔습니다. 안토넬리가 백마커들을 만났던 랩들, 즉 루이스 해밀턴이나 맥라렌 두 대를 추월해야 했던 랩에서는 클린에어(앞차가 없는 상태)로 달릴 때보다 조지 러셀과의 격차를 훨씬 더 빠르게 좁혔습니다.

보통은 백마커를 만나게되면 교통 체증으로 인식해서 랩타임에 손해를 본다고 알고 있죠. 안토넬리는 클린에어로 달릴 때 랩당 0.4초, 슬립스트림을 받을 때 랩당 0.7초 러셀보다 빨랐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안토넬리가 러셀을 잡을 수 있을지 산술적으로는 계산하기 어려웠습니다.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우승의 결정적이었던 것은 안토넬리가 러셀과의 간격을 5초 이내로 좁히고 난 후에 찾아옵니다. 이 지점부터 다시 러셀이 주는 슬립스트림 효과가 먹혀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안토넬리의 페이스는 다시 훨씬 빨라졌습니다. 랩당 0.4초를 줄이던 것이 0.8초 단축으로 바뀌었고, 러셀의 바로 뒤에 완벽히 붙었을 때는 조지 러셀보다 랩당 1.1초나 빨랐습니다. 몬차에서 슬립스트림이 얼마나 거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히 드러난 장면입니다.

레이스 페이스 텔레메트리 (1위 안토넬리와의 격차 표시) / 그래픽: Kevin Hermann 제공
레이스 페이스 텔레메트리 (1위 안토넬리와의 격차 표시) / 그래픽: Kevin Hermann 제공

추가 피트스톱 전략이 사실상 그리 유리하지 않았다는 점은 막스 베르스타펜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베르스타펜은 레이스 막판에 VSC 이전보다 메르세데스와의 격차가 훨씬 더 벌어져 있었습니다. 베르스타펜의 경우 추가 스톱 전략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순위 변동은 없었고 맥라렌을 꺾긴 했지만 꽤나 고전했습니다. 새 타이어를 끼고도 맥라렌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베르스타펜 스스로도 오버테이크 모드(1초 이상의 격차를 벌리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대단히 까다로웠다고 말했습니다. 맥라렌이 계속 DRS 사거리 안에 머물렀고, 한참 뒤에야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결국 이번 몬차 그랑프리에서 확인된 사실은 타이어 간의 성능 격차(타이어 델타)보다 슬립스트림 효과가 랩타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레이스 전체를 통틀어 타이어 마모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조지 러셀은 완전히 오래된 하드 타이어로 레이스 종료 3바퀴를 남겨두고 자신의 개인 최고 랩타임을 작성했다는게 이를 증명합니다. 따라서 결론을 내리자면, 조지 러셀은 이번 레이스에서 전략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피요하게 2스톱 전략을 가져간 안토넬리가 전략적으로는 불리했던 것이죠.

 

중하위권 팀 및 드라이버 데이터 분석

프랑코 콜라핀토(알핀)는 LAP1에서 자갈밭(키스)으로 밀려난 실수에 대해 레이스 후 몹시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사후 분석을 해보면 실제로 그 실수가 큰 손실을 불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린드블라드와의 순위 다툼에서 9위 대신 8위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레이스에서 알핀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실수 없이 달렸더라도 콜라핀토에게 그 이상의 결과는 무리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비교적 견고한 주행이었습니다.

리암 로슨(레드불)의 경우 베르스타펜과의 격차가 흥미롭습니다. 2주 전 잔트포르트에서 레이스 페이스가 부족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퀄리파잉에서는 더 근접하지만 레이스 페이스에서 베르스타펜을 상대하기 버거워하는 전형적인 세컨드 드라이버의 모습이 재현되었습니다. 게다가 로슨은 프론트 윙 문제로 일찍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는 등 전략적으로도 꼬였습니다. 결국 노포인트로 끝났고 페이스는 베르스타펜보다 랩당 0.7초 느렸습니다. 불운이 없었다면 페이스 순위표상 8위 자리, 즉 마지막 포인트 구간을 두고 경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레이싱 불스(RB)의 린드블라드와 츠노다는 다시 한번 강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츠노다는 부진했던 퀄리파잉(Q1 탈락) 이후 레이스에서 크게 반등하며 P10으로 이번 시즌 첫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아우디 듀오(보르톨레토, 훌켄베르크)는 앞서 언급했듯 사실상 동일한 페이스를 보여주었고, 서로 다른 전략을 썼음에도 11, 12위로 비슷한 결과를 냈습니다. (아우디는 이번 시즌 전반적으로 대단히 선전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인데 11위-12위가 너무 많아 보여준 퍼포먼스만큼의 포인트는 쌓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드 후미에서는 몬차라는 곳이 애스턴 마틴에게 전혀 맞지 않는 서킷임이 증명됐고요. 업그레이드 이 후 헝가리와 잔트포르트에서. 꽤 강력한 레이스를 치른 뒤 다시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스파나 실버스톤에서 애스턴 마틴이 5초 이상 뒤처졌던 것에 비하면 이번 레이스 시뮬레이션 격차는 2.46초로 줄어들긴 했습니다. 알론소 차량을 포함해 리타이어하긴 했지만 계산은 가능합니다. 격차가 좁혀지긴 했어도 초고속 최고속도(탑스피드) 중심 서킷에서 애스턴 마틴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고, 이는 다가올 바쿠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최하위는 캐딜락이었습니다. 발테리 보타스는 팀 동료와의 퀄리파잉에서 대결에서 최근 5연속 퀄리파잉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반면 세르히오 페레즈는 레이스 페이스에서 보타스보다 더 좋습니다. 캐딜락은 전반적으로 타이어 마모 문제를 겪고 있으며, 레이스 페이스 면에서는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마무리 및 마드리드 그랑프리 전망

이탈리아 그랑프리에 대한 데이터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다가오는 마드리드 그랑프리 프리뷰는 처음으로 개최되는 그랑프리인 만큼 사전 데이터가 부족해 길게 다루기 어렵네요. 금요일 연습주행, 특히 롱런 페이스를 보고 어떤 전략이 가능할지 탐구해봐야겠습니다.

마드리드는 서킷 레이아웃상 초고속 코너가 많은 반면 방호벽이 트랙에 극도로 가깝기 때문에 완전한 혼돈의 레이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있는데요. 이런 면에선 사우디아라비아(제다)와 비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들 "위험하다"고 크게 우려할 때 오히려 드라이버들이 긴장하고 조심하기 때문에 레이스가 생각만큼 아수라장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켜볼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재밌는 이야기와 분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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