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느덧 F1 캘린더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시즌 후반부엔 2026년을 대비해 많은 팀들이 싱겁게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레드불의 선전으로 기대 이상의 흥미로운 시즌 말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는 레이스가 없기 때문에 레이스 외 여러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세요!!

1. 조지 러셀은 왜 도장을 찍지 않고 있나?
조지 러셀이 2025년 이후에도 메르세데스에 남는다는 것은 F1 패독의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2026년 메르세데스의 새로운 파워 유닛이 그리드 최강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고, 제임스 앨리슨이 이끄는 메르세데스의 기술팀은 2025년 시즌을 조기에 포기하면서까지 2026년 머신에 '올인'했죠.
하지만 10월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까지도 공식 발표는 없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PR(홍보) 일정 조율 문제라지만, 사실 돈과 계약 기간 등 조율의 필요성이 있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재계약에 다뤄지는 쟁점들
첫 번째 쟁점은 돈입니다. 러셀은 지난 두 시즌 동안 F1 최상위권의 드라이버다운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이제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길 원하고 있을겁니다.
더 복잡한 문제는 '계약 기간'입니다. 보통 이런 재계약은 2년 단위로 이루어지지만, 팀에서는 이번 계약이 '1+1' 모델, 즉 1년 뒤 양측 중 한쪽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 '1+1' 옵션을 원하는 쪽은 과연 누구일까요?
'1+1 계약'의 의미: 베르스타펜의 자리 혹은 러셀의 탈출
가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메르세데스가 원했을 수 있습니다. 만약 2026년 말에 막스 베르스타펜이 레드불을 떠날 가능성이 생긴다면, 그를 잡기 위한 시트 하나를 비워두고 싶을겁니다.
둘째, 오히려 러셀 본인이 단기 계약을 원했을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의 2026년 전망이 아무리 밝아도, 뚜껑은 열어보기 전까지 모르기 때문이죠. 러셀은 꾸준히 "나는 장기 계약이 아니라, 우승할 수 있는 차를 원한다"고 말해왔습니다. 메르세데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언제든 더 좋은 옵션을 찾아 떠날 생각도 열어놓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의 앞길을 묶어둘 수도, 막을 수도 없는...
러셀은 메르세데스 매니지먼트 소속입니다. 메르세데스 드라이버였기에 과거에도 윌리엄스에서 원하면 쉽게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급하게 대체 드라이버로 콜업 되어 레이스*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가 그를 쉽게 데리고 왔다고 해서, 또 러셀을 주니어때부터 소속사 계약에 묶어놨다고 해서 메르세데스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일겁니다.
매니지먼트 계약은 러셀이 반드시 메르세데스 팀에서 뛰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은 아닙니다. 만약 러셀이 더 좋은 제안을 받고 경쟁 팀으로 이적하겠다고 결심하면, 메르세데스가 러셀을 막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메르세데스 매니지먼트가 최대한 소속 드라이버인 러셀을 위해, 타 컨스트럭터 팀과 최고의 조건을 받을 수 있게 협상해 줘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는데요.
몇 주 안에 러셀의 계약도 결과가 나올텐데 팬 분들도 이 결과를 지켜보며, 이 것이 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입니다.
2. 분유값 하겠다! 투잡러 막스
F1 챔피언 막스 베르스타펜이 이번 주 토요일(9월 27일), 레드불이 아닌 페라리의 GT3 머신을 타고 뉘르부르크링 레이스에 공식 출전합니다. 이정도면 투잡러도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요. 게다가 막스는 이 와중에도 몬차와 바쿠에서 2연속 그랑프리 우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뉘르부르크링' 면허 취득 완료, 이제는 실전이다
2주 전 베르스타펜의 NLS 뉘르부르크링의 노르트슐라이페 서킷 출전 소식을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아래 글 내용 확인)
당시에는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 한 단계 낮은 등급의 포르쉐 카이맨 GT4 차량으로 레이스를 치른 바 있고, 드디어 9월 27일 토요일 '노르트슐라이페' 에서 지난 5월 테스트했던 페라리 269 GT3 머신을 타고 실전에 나섭니다.
그는 스위스의 에밀 프레이 레이싱팀 소속으로, 영국인 팀 동료 크리스 룰햄과 함께 31번 페라리를 타고 종합 우승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그가 탈 페라리 296 GT3는 2023년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던 강력한 머신이기도 합니다.

르망 24는 그의 로망
노르트슐라이페는 매 순간 특별한 경험이라고 많은 레이서들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막스 베르스타펜도 "F1 밖에서 레이스를 하는 것은 제 취미입니다. 언젠가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에 참가하는 것이 제 꿈이죠"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요.
물론 F1 드라이버 챔피언십의 경쟁에 진지하게 경합 중인 상황은 아니지만, 현역 F1 드라이버가 그것도 시즌 중에 레이싱 자체를 즐기며 이곳 저곳에서 수준급의 레이싱을 보여준다는건 가히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그가 왜 현존 최고의 드라이버인지를 증명하게 하는데요, 이번에는 레드불이 아닌 페라리를 타고 뉘르부르크링의 별칭인 녹색 지옥(Green Hell)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지 지켜볼만 하겠습니다.
해당 NLS 경기는 내일 9월 27일 (토) 한국시간 저녁 7시부터 https://www.nuerburgring-langstrecken-serie.de/en/live/ 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3. 크리스찬 호너, 입 막는 조건으로 1,200억 받고 2026년 복귀도 가능하다

11주간의 긴 싸움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지난 7월 사실상 해고됐던 크리스 호너와 레드불의 결별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2030년까지였던 호너의 계약과 여러 레드불 자회사의 CEO 직책 때문에 복잡했던 협상이었는데 F1 역사에 남을 만한 천문학적인 '위자료' 지급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1,200억 원의 위자료, 그리고 'FA'
<Daily Mail>의 보도에 따르면, 레드불은 호너에게 9천만 유로(약 1,476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23년 호너는 한 해 2천400만 유로의 연봉 수입이 있었기에 호너가 직을 유지했다면 2030년까지 받을 예상 연봉인 1억4천억 유로(약 2,296억 원)보다는 적은겁니다.
보통 스포츠 업계에서는 퇴출할 경우 소속팀이 남은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하는게 암묵적인 룰이지만, <The Race> 보도에 따르면 아마도 레드불과 합의한 내용에는 2026년부터 다른 F1 팀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야 적은 위자료에 합의한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합니다.
굳이 굳이 <포드> 언급한 호너
레드불이 최근 발표한 공식 성명에는 "지난 20년간 호너의 비범한 노고에 감사한다"며 "당신은 영원히 우리 팀 역사의 중요한 일부로 남을 것" 이라는 듣기 좋은 인사를 건냈습니다. (마지막이니까요 ^^)
그렇지만 역시 호너는 호너답게 겉으로는 웃으면서 뼈 있는 말을 남겼는데요.
"레드불 레이싱을 이끈 것은 영광이자 특권이었다"는 다소 교과서 적 이야기 후, "내년 개발될 RB22의 후면에 첫 레드불-포드 엔진이 장착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사실은 원래 레드불은 혼다와의 계약이 끝나면 포르쉐 엔진을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계약 성사 직전이었죠.
아시다시피 F1은 2026년부터 완전히 새로운 파워 유닛(엔진) 규정을 도입하고 있고, 포르쉐 역시 이 2026년 규정 변경을 F1 복귀의 최적 시점으로 보고 레드불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무산되었던 이유가, 호너가 포르쉐를 격렬하게 반대했고 포드의 엔진 개발을 밀어부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포드를 굳이 언급한 것은, 내부 권력 싸움 끝에 버림받은 호너의 뼈있는 마지막 한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너는 레드불 레이싱 20년의 시작과 끝이기도 했는데 총 8번의 드라이버 챔피언십과 6번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과거부터 존재했던 윌리엄스나 로터스 같은 명성있는 F1 팀들보다도 많은 챔피언십 타이틀을 모으면서 레드불이 명실상부 최상위급 팀으로 성장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그럼 이제 호너는 어디로?

오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자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