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ː 기록들에 감춰진 소년의 눈물
Q ː "앉으나 서나 보호 소년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판사"『네 곁에 있어 줄게』에서 류기인 님이 자신을 소개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대요. 판사님께 소년재판은 어떤 의미인지요?
A ː 2022년 2월 21일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업무 첫날, 판사실에 산더미처럼 쌓인 종이 기록들이 저를 맞았습니다. 소년보호재판이 열리는 곳이 119호 법정인데요. 숫자 '119'가 제게는 소년보호재판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암시하는 암호 같았습니다. 112가 팽팽한 긴장과 두려움을 일으킨다면, 119는 '이제는 살았다' 라는 안도감을 주지 않습니까. 재판부 기록들을 읽다 보면 내가 설 자리가 119이구나 싶습니다.
"묵직한 기록들 속에서 한참 허우적거리다 몇 번이나 한 숨을 쉬었는지 모른다. 사건 결과만 놓고 본다면, 소년범을 혐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기록을 하나씩 넘기다 보면 소년이 처한 가정환경이 보인다. 아빠는 날마다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온다. 나름대로 고민이 있고 삶이 힘드니까 술이라도 마셔야 했겠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만만한 가족들에게 욕설하고 손찌검하는 일이 일상이다. 매일 반복된 욕지거리는 소년의 귀에서 쟁쟁거리다 못해 이제는 소년의 입에서도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아니, 더 거칠게 진화하여 옆에서 듣기에도 겁이 날 지경이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아빠가 때리니까 소년은 맞았다. 물론 아주 조금 소년이 잘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더 많이 맞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두들겨 맞는 것은 일상이다. 매 맞는 일상을 살아온 소년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엄벌이 마땅하다 생각되는 비행들 속에 숨겨진 아우성이 들린다. 소년들의 욕설과 주먹다짐에 묻힌 눈물이 언뜻언뜻 비친다"_20쪽
기록 속 소년은 어느새 제 안에 앉아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 있습니다. '그래, 마음껏 울어라, 네 속에 있는 눈물이 다 흐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그때 얘기하자꾸나.' 이 말 저 말 섞인 채 두서없이 얘기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집니다. 용기 내어 말하는 것이 첫걸음이고, 네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참 많은 선생님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ː 소년부 판사실의 밤
Q ː 소년범 한 명 한 명의 기록을 살피고 사건의 내용을 살피려면 무엇보다 맡은 업무를 감당할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겠어요. 판사님이 계신 창원지방법원의 경우 2023년 한 해 동안 소년부에 접수된 사건이 2천 4백 건을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현실적 난관이 많을 거 같아요.
A ː 네, 소년보호처분을 성실하게 받지 않아 보호처분 변경을 신청한 사건이 278건이니, 모두 더하면 2023년 한해 2천 7백 건이 넘습니다. 경상남도 17개 시·군 전역에서 발생하는 소년보호사건은 모두 창원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됩니다. 창원지방법원 소년재판부는 하나뿐이며, 담당 판사도 한 명이지요. 한 달 평균 2백여 건을 처리해야 합니다. 소년재판을 담당하는 법원 내 인력도 소년부 판사 한 명 외에 소년부 참여관 한 명, 소년조사관 한 명, 실무관 1.5명입니다.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지요.
소년의 이야기를, 가정 형편을, 주변 상황을 자세히 듣고 살펴야 소년범을 혐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19호 법정에서 소년보호재판 심리가 열리기 전까지 수고하시는 참 많은 선생님이 계십니다. 경남 전역의 보호관찰소와 청소년비행예방센터, 경남아동청소년상담교육센터에서 분담하여 소년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보호자들이 구구절절 늘어놓는 하소연도 빼놓지 않고 듣지요. 결정 전 조사와 상담 조사 과정에서 듣게 되는 가슴 아픈 사연들은 잘 정리되어 소년부 판사에서 그대로 전달됩니다.
Q ː 법정에서 심리가 열리기 전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군요. 직업은 들어봤지만, 구체적인 일과 수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는 못했네요. 심리까지 어떤 협조와 도움이 있을까요?
A ː 소년보호사건에서 '보조인'이 맡은 역할은 빼놓을 수가 없어요. 형사사건은 변호인이, 민사사건은 법률전문가가 대리인이 되어 각 당사자를 돕는 것처럼, 소년재판은 보조인이 같은 역할을 하지요. 변호사는 당연히 보조인이 될 수 있고, 심리상담전문가도 국선보조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소년과 가정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올바른 판결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창원지방법원 소년부에는 심리상담전문가인 국선보조인이 열두 명 있어요.
소년과 보호자의 이야기를 정말 잘 경청해야 합니다. 사건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잘 경청해야 소년이 여기까지 이른 원인을 알고 재비행 위험성을 낮출 방법을 고민할 수 있어요.
각종 경로를 통해 수집된 자료들이 하나로 모이는 곳이 소년부 판사실 책상입니다. 책상 위 기록을 펼치는 순간, 활자들은 영상이 되어 재생됩니다. 소년과 보호자의 목소리, 보호관찰소와 소년원, 비행예방센터와 경남아동청소년상담교육센터, 국선보조인 선생님의 목소리가 입체적으로 들려요. 그 목소리글을 천천히 재생해 보고 자세히 듣습니다. 어떨 때는 잠시 멈춥니다. 소년과 보호자, 선생님의 안타까운 호흡이 그대로 전해지지요. 개별 사건들, 소년들은 모두 사연이 있어요. 저마다 안타까운 이유가 있습니다.

ː 곁에 있어 줄 수 없을까?
Q ː 소년보호재판은 재판이 끝이 아니라는 말이 있어요. 다른 재판은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하면 판사의 손을 떠나지만, 소년보호재판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요.
A ː 소년보호재판은 심리기일에 선고한다고 해서 끝나지 않습니다. 1호, 6호, 7호 보호처분을 내리면, 확정과 동시에 6개월의 집행 감독 사건이 시작됩니다. 보호처분 이후 이어지는 소년의 생활을 6개월 동안 계속 지켜본다는 말이지요. 소년재판부는 소년을 위한 또 다른 보호자를 자처하는 것입니다.
1호 처분 중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생활하는 소년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년재판부와 함께할 기회가 많지요. 소년부 조사관은 정기적으로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생활하는 소년들 상황을 확인해요. 판사와 조사관, 참여관은 직접 청소년회복센터를 방문하여 생활상을 살펴보기도 하고요. 센터에서 소년들을 만나면 판사와 참여관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정말 가까이서 대화하면서 또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지요.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많이 확보할수록, 소년들의 마음이 차분히 안정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게 참 여렵습니다. 관심을 쏟아야 할 소년이 너무 많지요. 할 수 있는 한 관심과 사랑을 주기 위해 청소년회복센터 선생님들이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지만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ː 걷기가 학교가 되는
Q ː 이런 안타까움과 관심이 '걷기 학교'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A ː 짧은 시간이라도 소년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해 보자는 마음으로 멘토-멘티 일대일로 연결하여 2박 3일 걷기 학교를 시작했어요. 소년부 판사 2년 차를 맞으면서 '과연 법정에서 재판을 잘 한다고 아이들의 비행이 줄어들까, 보호처분을 받기만 하면 아이들이 바뀔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요.
그러다 『토닥토닥 걷기학교』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났어요. 초등학교 교사인 이병주 선생님이 소위 말하는 학교 꼴통들과 주말 걷기를 통해 회복을 기록한 내용인데, 소년보호재판을 받은 아이들과 함께 ‘걷기학교’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 무렵 관심을 뒀던 ‘써클대화’를 접목해 보고도 싶었죠. 그때부터 소년부 참여관, 조사관, 상담전문 국선보조인 선생님들과 공부하면서 걷기 학교가 시작됐어요.

Q ː '걷기 학교'가 실행되기까지는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A ː '무조건 한 번 시도해 보자. 무식하면 용감하다. 일단 하자'라는 결심이었어요. 2023년 6월 1박 2일 걷기학교가 시작됐죠. 첫 발은 경남 지리산 둘레길이었어요. 1호 처분을 받고 청소년회복지원센터에서 생활하는 친구들 6명을 멘티로, 6명의 멘토와 1:1로 연결했어요.
휴대폰 없이 두 사람만 걷는 길에서 자연스레 서로의 마음이 열렸어요. 생각보다 멘티가 말을 잘 해요. 걷다 보면 조잘조잘 속 얘기를 꺼내요. 멘토는 소위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 없이 공감만 합니다. "그래, 그랬구나." 이렇게 자신을 지지하고 격려하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좋은 어른이 곁에 있다는 경험이 필요했어요. 비록 한정된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이 좋은 추억이 돼요.
저녁 시간에는 참여한 멘토, 멘티 모두 둥글게 앉아서 써클대화의 시간을 가져요. 낮 동안 멘토와 멘티 두 사람이 함께 걸으며 나누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한결 친밀해요. 소년조사관의 진행으로 한 사람씩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하고, 한 사람이 말을 할 때에는 나머지 모든 사람이 귀를 기울여요. 때로는 가볍게 맞장구를 치는 긍정적인 반응을 하기도 해요. 다만, 잔소리는 절대 금물입니다. ㅎㅎ

Q ː 아이들의 눈과 마음의 높이에서 귀를 활짝 여는 시간이 써틀대화군요. 잔소리 입틀막 이게 비법인가요? ㅎㅎ
A ː 2023년부터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길, 통영을 걸으며 멘토는 멘티 소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걷기가 선물하는 생명력, 멘토와의 편안한 대화, 연결과 치유가 일어나기를 소원했어요. 더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서 ‘반나절 걷기학교’도 해요. ‘나만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은 걸으며, 이야기를 하지요. 들어주기만 해도 소년들은 바뀝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속도는 아닐지라도요. 그래서인지 창원지법 소년부에 접수되는 소년보호사건 재비행률은 낮은 편입니다. 다시 들어오는 사건은 20% 미만으로 서울이나 경기지역보다 비교적 낮지요. 온 마을이 함께 나서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곁에서 귀 기울려 주는 것, 그것이 시작이고 과정이고 마침입니다. 저는 오늘도 기록 속에서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듣습니다. 함께 들으면 참 좋겠습니다. 힘이 나겠어요.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니까요.

ː 독서, 혼자 아닌 여럿의 기쁨
Q ː 책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지요. 독서 모임을 만들고 꾸준히 활동하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모임을 하고 계신지요.
A ː 독서는 혼자 해도 가능하지만, 함께 할 때 더 놀라운 일이 생겨요. 우선 독서하는 나 자신에게 유익해요. 혼자 할 때에는 지속하지 못했을 대하소설을 끝내 읽어 내는 자신을 발견하게도 되고요. 혼자라면 편식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골고루 읽기를 하고 있는 것에 뿌듯함을 느껴요. 함께 읽기를 시작하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책을 도구로 많은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대표적으로 혼자라면 떠나기 어려웠던 독서여행도 독서 모임으로 가능한 일어었어요.
현재 제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몇 개나 되는지 손꼽아봅니다. 가족책모임, 어쩔책수다, 68또래북클럽, 87학번독서모임, 복음과상황 독자모임 이 정도는 정기적인 독서모임이고요. 비정기적이라 할 수 있는 독서모임으로는 김근주읽기, 주빌리아카데미가 해당되겠네요.^^
Q ː 가족 책모임이 인상적이에요. 가족끼리 책으로 뭉칠 생각을 못한 걸까요? 안 한 걸까요?
A ː 몇 년 간 진영의 생명숲 교회 청년들과 꾸준히 독서모임을 하고 있어요. 시골교회이고, 청년도 몇 명 없다 보니 청년부 전담 교역자가 따로 없고, 집사인 제가 청년들과 주일 오후 짧은 시간 모임을 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다른 청년들과만 독서모임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집 청년들과도 하는 것은 어떻냐고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어요. 직장과 학교로 집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3명의 자녀들과 책으로 소통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다만 책모임이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4년 전인가 처음 시작할 때 몇 가지 원칙을 정했어요. 시간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모임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는다. 제가 타임키퍼를 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30분을 넘기지 않고 모임을 마쳤어요.
초반에는 자녀들이 책모임에 매주 참여를 하면 출석비로 5천 원씩 이체해 주었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기분 문제도 있으니, 매주 가족책모임을 마치면 이체를 해주었지요. 물론 어느 순간 출석비를 주지 않아도 가족책모임은 잘 진행되고 있어요. 자녀들 모두 가족책모임을 한다는 것에 엄청 자부심을 갖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은근히 자랑을 한다고.^^
ː 독서로 잇는 사람살이
Q ː 책모임은 시작보다 지속성이 더 어려울 수도 있는데, 여러 책모임마다 어떤 특색과 지향이 다른가요?
A ː 어쩔책수다는 제가 출석하는 우리 동네 교회, 진영 생명숲교회 식구들이 주축이 된 독서모임입니다. 매달 한 번 오프라인으로 모이고, 모일 때마다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모임이지요. 기회가 될 때마다 더 오래 모이고 싶어 토요일이나 휴일을 이용해 하루 종일 모임을 하기도 하고, 살짝 무리를 해서 1박2일 독서여행을 가기도 해요. 올해 봄부터는 박경리 선생님의 대하소설 『토지』20권 읽기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독서모임에 함께 했던 책 친구 한 분은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매주 보고 싶다며 6개월 전쯤 저희 교회 등록을 하였습니다.
대학, 청년시절 함께 교회생활을 했던 또래 친구들과 줌 온라인으로 독서모임을 한 지도 한참 되었습니다. 이제는 전국, 전 세계로 흩어져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한 달에 한 번 줌을 통해, 책을 도구로 얼굴을 마주해요. 함께 읽는 책은 기독교서적에 국한하지 않고 넓게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동기들 몇 명과도 두 달에 한 번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법대 동기들과 서울에서 오프라인으로 하였던 독서모임에서 출발한 것인데,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온라인모임으로 바뀌었으며, 이제는 법대를 넘어 다양한 전공 친구들도 참여하는 대학동기 독서모임이 되었습니다. 온라인 모임이 아쉬워 1년에 두 번 정도는 별도의 현장모임도 적극 추진하기도 하는데, 저는 워낙 남쪽에 살다보니 현장모임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답니다. 돌아가면서 순서를 맡는데, 순서를 맡는 친구가 주도적으로 책을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책은 다양한 분야입니다.

ː 주저 할 이유가 없는 독서캠프
Q ː 책을 읽고 함께 캠프를 떠나는 독서캠프도 강추를 하셨어요. 잘 모르는 분들과 떠나는 캠프가 망설여지는데요.
A ː 3년 전 참여하게 된 독서캠프가 있어요. 부산의 기독교 서점 ‘기쁨의 집’에서 30년째 이어오고 있는 독서캠프에 함께 했고, 너무 좋아서 3년 연속 매년 여름이면 휴가를 이용해 참여하고 있어요. 2박 3일 또는 3박 4일 동안 다양한 종류의 책을(기쁨의집이 기독교서점이지만, 기독교에 국한한 책을 선정하지는 않습니다) 접할 수 있고, 훌륭한 저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무엇보다 독서캠프에 참여하는 벗들이 참 좋습니다. 처음 참석할 때부터 환대를 경험했고, 연대의 마음으로 세상과 함께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저는 평소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다면, 일단 체크해둡니다. 그리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 무조건 구입해요. 언제 읽을지는 모르지만, 구입해두지 않으면 잊고 지나갈 수 있어서 그 즉시 책은 사는 것이 필요합니다. 책장에 책이 쌓여가고 있지만, 그래도 눈앞에 있으면 언젠간 읽게되지요.
ː 하루 15분 글쓰기
Q ː 하루 15분 쓰기를 하고 계신 줄로 압니다. ‘읽기와 쓰기’의 동시적 삶을 살고 계시네요.
A ː ‘어쩔책수다’ 모임을 하면서 계속 얘기해왔던 것이 읽기에 이어 쓰기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쓰기는 쉽지 않았어요. 마침 2024년 3월 무렵 김수우 작가의 『나를 지켜준 편지』를 함께 읽었고, 김수우 작가가 운영하는 '백년어서원' 책방을 함께 방문했어요.
책방을 방문하여 김수우 작가와 만나 여러 얘기를 나누었는데, 말미에 글쓰기를 강조하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모든 읽기는 쓰기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글쓰기가 부담된다면, ‘하루 15분 글쓰기’를 해보면 어떻냐고, 부담 갖지 말고 어떤 내용이라도 하루에 15분 정도 꾸준히 써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하루 15분 글쓰기’였어요. 중간중간 끊어지기도 했지만, 어느새 제 삶의 루틴이 되었고, 이제는 하루의 시작을 ‘하루 15분 글쓰기’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서 제 삶의 하루하루를 세밀하게 돌아보게 되고, 주변 사물과 사람들과의 관계도 의미를 조금 더 찾게 되고요.
15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글쓰기와 연결된 이 시간은 정리와 성찰의 시간이 됩니다. 매일을 돌아보고, 머릿속 생각만이 아니라 글로 표현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서 알게 되지요.
ː 김근주읽기와의 만남
Q ː 김근주읽기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A ː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느헤미야연구원을 알게 되었고, 느헤미야 연구원의 강좌를 듣고 후원회원(?)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김근주읽기라는 모임(?)이 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는데, 한편으로는 낯설기는 했습니다. 특정 저자의 책을 좋아하여 집중적으로 읽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그런 모임까지 있다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C. S. 루이스에 관심이 있어 루이스 책은 눈에 띄는 대로 모두 구입하였고, 틈나는 대로 읽기는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김근주 목사님도 괜찮은 분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에 김근주 목사님의 책을 함께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참여를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온라인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접근성을 높였죠. 혼자 읽었다면, 평면적으로 읽었을 수도 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읽으니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특히 김근주 목사님께서 직접 말씀하는 기회가 여러 번 있으니 아주 생동감 있게 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김근주 목사님의 책을 직접 읽거나 강의를 듣거나 특히 함께 읽고 얘기를 나누지 않고서, 단지 뉴스나 카더라 하는 얘기만 듣고 김근주 목사님에 대해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교계의 움직임은 너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직접 책을 읽거나 얘기를 듣는 기회를 가져본다면, 김근주 목사님은 상당히 유쾌한 분이고 정말 깊이 연구하는 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텐데요.
ː 좌초하는 시대의 등대
Q ː 김근주 목사님과 인연이 있으신지요? 김근주 목사님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ː 사실 개인적으로는 김근주 목사님과 특별한 인연은 없어요. 김근주 읽기를 통해, 느헤미야 연구원을 통해 평면적으로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책을 통해 만난 관계이지만, 책 내용에 공감하기 때문에, 또한 강의를 몇 번 들어보니 직접 만나도 편한 분이겠다 하는 생각이에요.
무엇보다 한국교계의 주류의 입장과 다소 다른 주장을 소신껏 하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거든요. 물론 그 주장이 탄탄한 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는 하겠지만요.
한국 교회가 길을 잃고 좌초하는 현 상황에서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김근주 목사님 같은 분이 계시다는 것이고, 김근주읽기를 함께 하는 수많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 아닐까요. 어두운 시대에 등대 같은 역할을 멈추지 말고 계속해 주시길 바랍니다.

Q ː 끝으로 삶의 경건 생활을 위한 매일의 루틴을 실천하고 계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혹 경건한 삶을 위한 생활 규칙이 있으신지요?
저는 그다지 경건한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 다만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은 지니고 살고 있습니다. 하루 15분 글쓰기를 루틴으로 실천하고 있는데, 하루 15분 글쓰기 하기 전에 먼저 큐티를 꼭 하고 있습니다. 매일의 시작을 성경 말씀 묵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 읽었던 책 중 『하나님의 임재연습』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수도원 요리사였던 로렌스 수사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상, 하나님의 나라’란 말도 좋아합니다. 일평생 하나님과 동행하였다는 에녹을 인상 깊게 묵상합니다.
경건을 위한 특별한 규칙이나 방법은 따로 말씀 드릴 것은 없습니다만, 삶의 순간순간마다 항상 하나님나라를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살려고 합니다. 따로 시간을 내어 기도를 하는 것 못지않게 늘 예수님과 대화한다는 마음으로 생활합니다. 시시때때로 내면의 성령님께 여쭤보는 것이지요. 소소한 것이라도 물어보는 것이지요. 나의 자아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걸어가는 것이지요.

"우리를 찾아오신 아기 예수님께 입맞춤해요. 영광과 평화를! 모두 감사합니다."
2025년 12월 김근주읽기 올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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