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의 신앙 이야기
“당신은 어떤 분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스스로 되묻게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또 앞으로 어찌 될까?’ 스무 살에 만난 아내와 아들처럼 든든한 딸, 그리고 딸처럼 다정한 아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내과 의사로 일하며, 부천예인교회에 출석하는 집사입니다. 모태 신앙으로 아직까지 교회 테두리를 넘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권위를 벗어나려는 성향이지만 소심한 온건함으로 외곽에 머무르는 책상물림. 저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네요.
"교단을 탈퇴한 교회와 교인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놀이로 승화한 김근주읽기
김근주 목사님의 책은 이전부터 줄곧 읽어 왔습니다. 코로나 기간과 이후에도 여러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고 있었기에, 특별히 새로운 독서모임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김근주읽기 시작은 일산은혜교회에 대한 궁금함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일산은혜교회가 교단으로부터 탈퇴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며 많이 놀랐습니다. ‘협동목사’를 지키기 위해 교단 탈퇴를 할 수 있는 교회와 교인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김근주읽기’라는 제목 자체가 너무 유쾌했어요. 쉽지 않은 과정을 놀이로 승화시키는 느낌이었습니다.
신앙과 일상, 간격과 교차
다들 비슷하시겠지만, 늘 앎과 삶의 괴리가 고민입니다. 지적 호기심이 많아 이런저런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부를 통해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느끼지만, 막상 일상은 이전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일 때가 많죠. 그때마다 다시 생각합니다. 제가 매일 환자를 대하면서 최선을 다하는지를요. ‘양과 염소’의 말씀이 떠올라 부끄럽고 민망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가정과 교회 생활도 마찬가지고요. 말하기와 글쓰기가 늘 버겁게 느껴지곤 합니다.
“부활도 예수도 알지 못했던 아브라함도, 죽음을 앞둔 다니엘의 세 친구도 부활 신앙을 살았다. 마리아의 찬가나 한나의 노래에서 볼 수 있듯이 수많은 구약의 인물들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 약속을 붙잡고 살아갔다. ‘야, 너두!’”(‘구약으로 읽는 부활 신앙’ 5월 25일 10일차 소감에서)
"자녀는 함께 답을 찾는 신앙의 동료죠"
믿음을 묻는 자녀에게
뉴스레터를 제 자녀께서 보실 수도 있으니 조심스럽네요. ㅎㅎ 자녀교육, 특히 신앙교육은 고난이도 문제입니다. 누군가의 말씀처럼 자녀가 아직 교회에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점차 늘어나는 의심과 질문에 정답을 줄 수 있는 실력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 경험하는 기독교와 교회가 전부가 아니라는 전제를 인정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신앙의 동료로서 자녀를 대하고자 합니다. 부모는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나머지는 자녀에게 맡기는 거죠. 상투적인가요? 믿음을 묻는 자녀가 있다면 행복한 것입니다.
겸손한 마음과 고통받는 이웃을 기억하는
언젠가부터 제가 되새기는 두 가지 깨달음이 있습니다. 저는 ‘신앙에서 시간과 공간의 재해석’이라 이름 붙였는데요. 첫째는 제가 살아오며 경험하는 기독교가 2천 년 기독교 역사에서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역사와 시간에 놓인 존재로서의 살아감을 생각하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독선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겸손으로 이어집니다. 둘째는 동시대를 살며 다른 나라에서 의식주 문제로 고통받는 기독교인을 기억합니다. ‘나의 하나님’이시지만, ‘나만의 하나님’은 아니시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조금은 더 건강한 신앙인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요.
“아닌 거 같다. ‘내 모든 보화는 저 천국에 있네’를 강조하며, 발 디뎌야 할 ‘세상’이 아닌 ‘교회’를 위해 살게 한다; 막막하다. 다른 사람을 돕고 살아야 한다는 말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나에게 보답할 수 없는 사람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부활 신앙이란 건 어려운 일이야~; 그 어떤 천국 같은 곳이라면 (굳이) 주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아도 천국이라고 믿쓥니다. 속내를 들켜 화들짝” (‘구약으로 읽는 부활 신앙’ 5월 26일 12일차 소감에서)
김근주 캐리커처라니요!
김근주읽기의 새로움과 차별성이요? 우선 개인적으로는 ‘생존해 있는’ 신학자의 책을 이런 식의 시리즈로 읽어가는 첫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분들의 팬심이 상상 그 이상입니다. 캐리커처라니요? 이 정도면 ‘김근주왕팬’ 수준인데, 팬 중에는 담임목사님도 계시더라구요. (하하) 저처럼 외부인도 있지만, 일산은혜교회 교인들의 김근주 목사님을 향한 사랑이 생생히 느껴집니다. 외부에서 추앙받기보다 내부에서 인정받는 목사님이라면 그분의 가르침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벼락같이 쏟아진 축복,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공부하는 신학자, 진화하는 김근주
김근주 목사님은 아쉽게도 개인적으로 뵌 적은 없습니다. 다만 영상으로 여러 번 보다 보니 억양과 음성, 표정까지 시청각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목사님을 지칭해 한국 신학계에 ‘벼락같이 쏟아진 축복’이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하나 더 해서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로 말씀드리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공부한 만큼 진화하는 신학자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으면, 유학 시절의 공부했던 주제와 방향, 귀국 후 이런저런 계기와 상황으로 지금과 같은 책을 출간하게 되신 경험을 좀 더 듣고 싶습니다.
기억에 남는 함께 읽는 이
황상수 님의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올린 글 중에 회사에서 임원들이 2-3년 내로 자신의 임기 중에 업무의 성과를 원하거나,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서 이전 정책을 엎어 버리는 예를 들어 주셨던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만이 전부라 여기며 살아가는 반면교사의 모습을 통해 유한한 개인의 삶이나 제한적인 시대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여기에서부터 복음의 공공성이나 부활 신앙을 살아낼 수 있는 단초를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적용했습니다.
김근주읽기에 제안해요
지금까지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멍석을 깔아주신 섬김이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김근주 교수님께서 쓰신 책을 읽는 시즌제 중간에, 일종의 스핀오프로 교수님께서 추천하는 책을 함께 읽는 모임은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교수님 쓰신 책이 푹 삭혀 발효된 청국장이라면, 갓 만든 순두부처럼 날 것부터 맛보는 느낌으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물들어~ 물들어 ♪"
함께 읽기 계속 하시나요?
참여합니다. 시즌2를 끝내면서 전에 읽었던 『구약으로 읽는 부활 신앙』 책을 찾지 못해 고민할 때 선물이 당첨되어 책을 받고 시즌3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렇게 인터뷰도 했으니, 시즌4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야죠. 여담이지만 절친 목사님께서 김근주 교수님 마지막 대학원 제자였는데, 학문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한다는 얘기를 오랫동안 들었습니다. 대학원생에게 이런 인정받는 지도교수라니 레어템 아닐까요, 이렇게 저는 ‘김근주왕팬’ 이 되었습니다. 물들어~!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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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경
정기환님! 감사합니다. 글을 반복해서 읽으며 정기환님을 지금까지 지키고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이 떠올랐습니다. 성도님의 삶이 참 샤갈의 그림보다도 아름답다 싶습니다^^ 책꽂이에 두신 책을 보고 어떤 분일까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숲속 오솔길에서 만나 더 반가운 수국꽃처럼 정기환님과 함께 공부하고 소통하니 참 좋습니다. 언제 교회로 놀러 오시면 버선발로 달려 나가겠습니당 ㅎㅎ 감사해요.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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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수
제 이름을 여기서 보니 낯선 반가움이네요. 감사합니다. 인간의 뇌가 정해지지 않는 것을 불안해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내가 예상하는 방향으로 인생이 전개되길 바라나 봅니다. 책 읽기나 나눔을 통해서 그 생각이 점점 더 예수님을 닮아가야지 했는데, 요즘은 그조차도 나의 우상이 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낯선 나그네를 만나듯 낯선 상황에 늘 처하지만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평안함과 풍성함을 누려야지 다짐해 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매 순간 닥쳐오는 낯섬을 하나님이 우리를 환대하신 것처럼 환대하며 살아가는 귀한 동역자를 만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합 모임입니다. 담주부터 시작할 구약의 숲도 완전 기대하는 중입니다. 스핀오프 모임 ^^ 저도 한 표 드립니다. 운영진에서도 같이 논의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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