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선영 님은 어떤 분인가요?
저는 누구네 집 자식인지 다 아는 경상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교회를 다녔어요. 어르신들이 칭찬하시는 모범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시골 동네를 벗어나 서울에 왔어요. 그 당시 서울에서 누리게 된 익명성이 어찌나 자유롭고 달콤하던지, 제가 속했던 경상도, 교회, 기숙사 학교라는 공동체가 제게는 정서적 숨막힘이였음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래서일까요. 조신하게 자랐던 유년기의 반작용인지 청년기에 찾아 온 뒤늦은 사춘기는 나름 혹독했어요. 교인으로, 시민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저에게 형성된 무언가를 부정하거나 깨부수어야 했지요. 그 시기 혼란을 정면으로 통과하면서, 저의 신앙의 여정과 직업의 경로도 형성되었지요.
돌아보면 청년기의 저는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내면의 질문들을 쌓아두고 쌓아두다가 결국, 임계점에 이르러 뛰어내리듯 어떤 행동에 돌입해서 답을 찾아갔던 사람 같아요. 그 과정 속에서 여러 시민단체에서 활동했고, 이후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 분야에서 일과 공부도 했어요. 지금은 여성일자리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혼란, 정면으로 통과했어요"
‡신앙의 내력이 궁금한대요?
유치원 시절부터 제 의지로 주일 예배에 참석했어요. 주관과 행동력이 있는 꼬마였네요. 설교 말씀에 관한 최초의 기억은 뱀 때문에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것처럼 보인 아담과 하와의 상황이 뭔가 부당하게 느껴졌어요. 의심도 많은 꼬마였네요. 중·고등부 때에는 교회 중심의 종교 생활에 심취했던 시기였어요. 교회밖에 몰랐던 청소년! 그러다 고3 즈음에 '내가 무엇을 믿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죠.
이런 작은 의문과 회의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공부의 시작으로 이어졌어요. 여성주의, 해방신학 등을 접하면서 나름 혼란한 시기를 겪었어요. 창조주 하나님을 부인하긴 어려웠지만, 하나님 나라가 나에게 적합한 곳인지는 확신할 수 없더군요. 그곳이 여성과 약자에게 그리 좋은 곳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면서, 저는 신으로부터 독립해서 살아보기로 결심했어요. 하나님께 이제 기도하거나 찬양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마지막으로 통보를 드렸죠.
그런데 그 이후 제 일상이 서서히 피폐해지고 고통스러워졌어요.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그때 다시 교회에 나가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제대로 알아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청년부의 새신자반에 들어가서 성경공부를 시작했고 요한복음을 읽어나가는 중에 하나님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인생은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나뭇가지구나, 이미 죽은 인생이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저는 성경을 읽고 배우는 것에 특히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제대로 알아보자"

†내수동 교회의 청년부 생활이 특별히 신앙 성장의 기간이셨다고요?
청년의 때에 저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하나님나라는 어떠한지 배우고 또 공동체 안에서 함께 성도가 살아가는 법을 배웠던 거 같아요. 특히 김홍전 목사님의 책을 기반으로 소모임을 오래 했고 그 분이 가르치시는 성경적 세계관을 배우며 성장했어요. 신앙의 선후배들을 만나고 배움을 주고 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경험했지요.
그 시기 한국교회 내 건축문제, 세습문제, 여성목사 안수문제, 동성애문제 등에 대한 입장에 대해 청년부에서도 개인적으로도 고민들이 증폭되었어요. 그때는 교회에 대한 분노가 너무 크기도 했고, 혈기왕성했던 시기라서 그런지, 사람들에게 다소 거친 말들도 쏟아냈던 거 같아요. 동시에 그런 저의 과격한 태도에 스스로 고통스러웠던 시기기도 했고요. 지금은 그런 혈기도 많이 사그라졌고 또 날카로운 생각들도 무뎌지면서 일상과 내면이 평화롭고 타인에 대해서도 무던해진 면이 있죠.
‡언니 전희경 님과 함께 일산은혜교회에 찾아오셨고, 김근주읽기도 참여하시죠?
언니와 함께 2024년에 일산은혜교회에 등록을 하고 예배를 드렸어요.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으면서 시민으로서의 신앙인, 신앙인으로서의 시민에 대한 정체성이 확인되었다고 할까요. 제 마음에 안도감이 들더군요. '내 생각들이 이 교회에서는 안전하겠구나'라고 느꼈어요.
김근주읽기는 처음 교회에서 진행하는 작은 책 나눔 모임인 줄 알고 신청했어요. 김근주 목사님의 『오늘을 위한 레위기 』(Ivp) 를 이전부터 좋아했고, 성경공부 때 배워 온 바가 있어서 신앙 서적을 읽을 마음으로 참여했죠. 근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불편한 지점이 자꾸 생기더군요. 그 불편함을 따라가면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나의 레위기 이해가 ‘죄사함’에 과도하게 치중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사소할 수도 있지만, 제가 이전에 속했던 교단에서 배운 특정 교리의 강조가 제 의식 속에 강화된 면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확인을 한 계기였어요. 그 이후부터 제가 이미 진리라고 믿고 있는 단단한 것들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이런 생각은 제 믿음의 기둥을 흔드는 의심이 아니라, 신앙적 배움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그 불편함을 따라가면서, 다시 읽기"

†한국 교회의 이슈나 신앙에 관해 어떤 관심과 탐색이 있으신가요?
저는 경상도 기독교문화권에서 자라면서 한국교회의 극우적 폭력성을 어렴풋이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국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우익적 경로가 있었지만, 혐오를 적극적으로 양산하는 핵심세력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의 지점이 있죠. 미국 기독교의 양상만 봐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으로 기획된 산물이기도 할텐데요. 한때 신뢰했던 이들인데, 수년간의 극단적 행보를 지켜보면 신앙이란게 도대체 뭔가 싶어집니다.
흥미롭게도 '여성주의', '진보',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저를 조합해 보면, 어쩌면 저는 한국 주류 교회 안에서는 일종의 마녀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이젠 나이가 들어 날선 생각들이 뭉뚝해지고 적당히 타협도 하고 살아서 정통 마녀 축에는 낄 수도 없지만요. 사회와 교회에서 이뤄지는 마녀사냥의 조짐들을 요즘엔 더욱 예의 주시하게 되어요. 여성과 약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온전히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그러고 보면 일산은혜교회는 이미 마녀편에 선 그리스도인 공동체인가요. 그래서 이곳에서 제가 더 안전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나는 정통 마녀도 아닌데~"
†책읽기 모임과 축구를 유독 좋아하신다고?
돌아보니 고등학교때부터 책모임 동아리를 했었고 대학생때도 책토론모임, 청년부 신앙서적 소모임, 사적인 책읽기모임도 쉼없이 했던 거 같아요. 기윤실 여성주의 성경공부모임, 사회적경제책모임, 고양시 청년들과 사람책도서관 모임도 했었고, 탈북청년여성들과도 여성주의 책읽기모임을 했었네요. 지금은 김근주읽기모임에만 참여 중이고요.

제가 교회에서 신앙을 갖게 된 과정을 돌아보면 성경을 읽고 배우는 소모임이 상당한 역할을 했고 또 기독교 세계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신앙서적을 함께 읽고 토론해 온 방식을 지속했어요. 그래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함께 논의하거나 개인의 신앙적 배움을 지속해 나갈 때, 책이라는 텍스트를 중심에 두면, 개인과 공동체가 스스로 문제 지점을 찾아내고 짚어나가는 과정에서 덜 헤매고, 두루뭉술하게 봉합하지 않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책읽기모임은 결국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새벽 관람도 놓치지 않았던 축구광"
책 모임 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은 축구에요. 한동안은 책이 아니라 축구에 집중했었네요. 축구는 그냥 보는 걸 좋아합니다. 프리미어리그, 리그앙, 분데스리가 경기도 보고 챔스 경기도 보지요. 그 경기들을 보기 위해 유료 구독을 결제하고, 새벽에 일어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구요.
작년에는 손흥민의 유로파 8강을 런던에서 직관도 하고 이강인의 리그앙 우승 확정 경기도 파리에서 봤지요. 한국축구협회의 비민주적 거버넌스에 분노하기도 하고, 독일 축구구단의 민주적 지배구조나 협동조합방식의 바르셀로나 축구구단 사례도 관심이 있답니다. 지금은 경기 하이라이트 시청 정도로 일상을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
‡김근주읽기의 새 운영위원 되셨어요?
저에게 요청을 하셨을 때, 1차적으로는 등록 교인으로서 교회 활동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수락했어요. 등록하지 않고 몇몇 교회를 전전하고, 온라인 예배를 드린 수년 간의 삶을 정리하면서 등록 이후 예배만 드리는 일상도 너무 평화로웠어요. 하지만 이제 만 2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제가 이미 참여하고 있기도 한 김근주읽기 운영위원으로 요청해 주신 것은 영광스러운 것이었지요.
처음에는 운영위원의 무게감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그러다 김근주읽기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여러 인터뷰와 글들을 보면서 살짝 당황했어요. 아직 저는 그 절실함과 전투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이 시점에서 제가 함께 하게 된 의미를 살피면서 할 수 있는 바를 해나가려고요. 제가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자리를 지키고 또 저도 이 모임에 딱 붙어 있어서 계속 하나님 나라에 대한 배움을 확장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배움을 확장하는 김근주읽기"

†김근주읽기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나 제안할 것이 있을까요?
지금까지『오늘을 위한 레위기 』, 『제2성전기 』두 권을 읽었는대요. 제가 참여했던 시기의 김근주읽기는 2주간 매일 일정 분량의 책을 읽고 매일 그 내용의 소감을 온라인 커뮤니티(밴드)에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어요. 2주간 일상생활의 루틴을 재정렬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책을 읽는 시간이나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런 점에서 숏츠나 SNS에 길들여진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도 이 모임의 중요한 시작점이더군요.
또 저는 김근주 목사님의 책과 함께 말로 전달해 주시는 강의나 질의 응답 시간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혼자 책읽기, 함께 나누기, 저자 Q&A 진행 방식이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단계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의 생활과 직장인들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콘셉트 접목해 보는 것도 구상해 봅니다.
요즘엔 한국교회가 강조해 왔던 가르침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종교적 틀이 되어서 교인들의 생각과 행동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김근주읽기는 이 틀을 간파해서 신앙인들이 성경적 진리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법을 다시 터득하는 운동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근주 목사님의 주전공이 구약이라는 사실도 재밌는데요. 그래서 그 기반 하에 김근주읽기가 성경을 이 세대 안에 함께 해석해 나가는 공동체일 수도 있겠구요. 그 연장으로 희년의 가치를 구체화하는 활동이 실험되는 공동체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해석 공동체와 희년 공동체로 나가는 김근주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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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경
와!! 전선영님🌿🌿 반갑습니다!! 두둥🩵 주체적인 꼬마 어린이는 이렇게 멋진 여성이 되는군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실까' 고민하고 찾는 선영님을 만나다니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합니다. 축구를 향한 열정도 책 사랑 만큼이나 대단하시네요! 사랑가득 하나님 나라 바다에서 함께 풍~~덩도 해보고 슛~도 하길 원합니다. 하나님한테 살아있는 사람을 선물로 받다니 ㅎㅎ 감사합니다!! 기대합니다!! 당신의 멋진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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