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사람, Hyunji Doh

김근주읽기 뉴스레터 17호(전편)_도현지Hyunji Doh

2024.09.19 | 조회 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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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읽기

'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더위의 힘줄이 세지만 곧 가을이 오겠지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뉴스레터 17호 주인공은 도현지Hyunji Doh 님입니다. 경건 생활은 단순하고 정제된 삶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도현지 님은 '기도의 사람' 입니다. 마음 밑바닥을 닦고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낮은 자들과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따르고자 기도합니다. '가을의 기도'로 한층 깊어지기를 소망합니다. 후편은 여성과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_발행인 주)

 

"제 어머니는 기도의 사람이셨습니다"

도현지 님, 딸과 함께_도현지 제공
도현지 님, 딸과 함께_도현지 제공

∥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마치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저는 기독교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어린아이 때부터 기도하는 어머니를 보며 자랐습니다. 군인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저는 다소 엄격한 신앙생활을 지켜왔습니다. 새벽기도에 열심이셨던 어머니는 잠이 덜깬 어린 제 손을 잡고, 곧 태어날 동생을 위해 교회에서 기도하셨습니다. 비록 어렸지만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또렷이 남아있습니다. 

기도의 가정에서 자라서일까요. 저도 기도로 하나님을 만납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새벽기도에서 저와 남편은 하나님이 전하시는 말씀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남편은 성경 말씀으로, 저는 이미지로요.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하더라" (행 10:15)

이 신비롭고 놀라운 체험의 뜻을 깨닫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유학을 마칠 때야 비로소 그 말씀이 저희에게 왜 임했는지 알았습니다.

∥ 속되다 하지 말라. 사랑하라! 

저는 기독단체 IVF에서 신앙을 키웠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중 대표로 부르심을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요한일서> 4장의 사랑을 격려하고 두려움을 염려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느니라" (요일 4:16)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올해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제 딸의 친구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한 인도 음식점 한곁에 어여쁜 아이를 키우는 동성애 부부가 앉아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부부는 두려움이 가득 찬 시선으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아니 제가 그렇게 느꼈습니다.  

문득 '나는 이성애자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제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에 스스로 소스라쳤습니다. 성 문제에 관해 비교적 관대하다는 미국에서 동성애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여성학을 공부하며 제 안의 두려움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고 여겼지만, 여전히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 경험은 강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단단히 저를 보호하리라 생각했던 외식(外飾)화된 신앙의 껍질이 깨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제게 질문하셨습니다. 

"속되다 하지 말라. 사랑하라!" 

지난 김근주읽기 책모임에서 함께 읽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느헤미야, 2020)를 공부하면서도 저는 같은 질문 앞에 섰습니다. 

"속되다 하지 말라. 사랑하라!"

∥ 여성학과 커뮤니케이션 

2013년 시작된 박사과정에서 저는 여성학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중점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당시 홍보산업에서의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졌는데, 특별히 많은 여성들이 특정 분야에서 자신의 전공과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허드렛일만 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목격했습니다.

오랫동안 고정된 성역할과 인식에서 합당치 않은 일들을 강요받아 온 여성실무자들을 지켜보면서, 이들의 지위를 확보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성복지, 특히 결혼, 임신, 출산, 육아의 전과정을 감당해야 하는 여성복지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3년을 한 지도교수님 밑에서 연구했습니다. 아쉽게도 지도교수는 다른 대학으로 옮겨갔지만, 당시 저는 연구방법론으로 선택하게 된 '현상학'에서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공감'을 제 공부의 테마로 삼았습니다. 

유학시절 공부하던 책상_도현지 제공
유학시절 공부하던 책상_도현지 제공

"편견이라는 두려움 깨져야 열리는 사랑 "

∥ 공감은 하나님의 속성 

'공감'을 키워드로 삼으며 제 연구는 활력을 얻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택하여 그의 감정과 동일한 경험에 주목하는 '공감의 심리적인 매커니즘'을 주의 깊게 파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증강현실이라는 기술 알고리즘을 토대로 한 공감의 문제는 '이성과 감성' 이라는 두 가지 틀 속에서 이해될 수 있었습니다. 즉, 타인의 고통 앞에서 '내 입장을 견지할 것이냐? 아니면 양보할 것이냐?', '이성으로 통제할 것이냐? 감정으로 동화될 것이냐?' 이러한 물음들을 통해 제가 붙든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속되다 하지 말라. 사랑하라!" 

반복해 말하지만 저는 박사논문을 쓰면서 제 안의 고집이 얼마나 단단한 껍질이 되어 이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거부해왔는지 회개하였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편견이라는 두려움을 깨어야만 가능합니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좇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요일 4:18)

비록 박사논문을 쓸 때에는 이 말씀을 활용할 수 없었지만, 제 안에 신념과 같이 뿌리박힌 말씀입니다. 저는 '편견을 극복한 사랑을 공감'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러한 '공감이 갖는 부드러운 힘을 하나님의 속성'이라고 정의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하나님이 알려주신 공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상대의 정서를 이해하는 사랑의 심리적 메커니즘은 놀랍게도 공감과 매우 유사합니다. 제가 하는 공부는(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속성이신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말씀 안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잘 흔들리지 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고낙임 집사님과 무슨 운명일까요"

∥ 영적인 갈급함에 찾아온 교제  

2022년경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몸이 많이 쇠약해졌습니다. 결국 열심히 출석하던 한국교회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집과 가까운 미국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코로나가 범람하면서 더 이상 교회에 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저는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교회에 소속된 공동체 생활이 절실했던 시기였습니다. 제 안에  영적인 갈급함이 엄습했습니다. 그러던 중 후배이자 친하게 지냈던 한국의 고낙임 집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운명이었을까요? 낙임 집사와 소식을 주고 받으며 저는 영적 필요가 충족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제 안에 충만한 기쁨과 만족이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고낙임 집사님을 통해 김근주읽기를 소개받았고 김근주 교수님의 <다니엘처럼>(대장간, 2019)를 함께 읽었습니다.

 

“모두 해석하지 못한 때가 다니엘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되었듯, 우리도 각자에게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우리에게 맞는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묵묵히 살아가되 요행을 바라지 않으며, 단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분의 때가 있기에 오늘도 희망을 가지게 되네요. 다니엘과 친구들처럼 하나님을 사랑하여 책모임에 계신 분들처럼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래봅니다.” 

_도현지, <다니엘처럼> 2일차 소감 중에서

 

김근주, <다니엘처럼> 대장간, 2019.
김근주, <다니엘처럼> 대장간, 2019.

<다니엘처럼>을 읽으며, 저는 감히 다니엘에 감정 이입이 되었고, 그 신앙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다니엘의 상황과 그가 했던 공부와 어느 곳에서도 하나님을 잊지 않으려는 그 마음에 공감하였습니다. 제 속에 영적인 갈급함을 채울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p.103) 기도를 할 때, 중보기도를 할 때에도 하나님께서 자판기나 된 것처럼 해주시지 않으시면 안될 것처럼 기도를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그런 간절함이라도 살아나야겠다는 믿음의 광야를 걷고 있지만, 삼위일체 하나님은 세상을 안고 계시는 분이신데, 내가 그분 앞에서 기도한다는 것이 그분의 영광된 동역자로 세상을 일궈간다는 마음 이상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간절함을 가지되, '그렇게 하지 아니실지라도'의 간절함으로 기도하는 영성을 회복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_도현지, <다니엘처럼> 9일차 소감 중에서

 

∥ 지적 은사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  

김근주읽기에 참여하면서, 하나님께서 이분들에게 주신 '지적 은사'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보통의 경우 지적인 사람들에게서 따뜻한 마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다 그렇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많은 경우 그러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김근주읽기 톡방에 계신 분들은 참 따뜻합니다. 열심의 마음과 지적인 성찰과 따뜻한 마음을 함께 갖고 계십니다. 이런 분들과 더불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참 감사하고 좋은 일 입니다.

세상에는 그리스도인들이 고민해야 할 회색지대에 있는 쟁점들이 많습니다. 이 쟁점들을 우리는 마땅히 고민하고 응답해야 합니다. 용기를 갖고, 의연하고 담대하게,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어떠한 상황이 와도 계속되는 공부. 이것이 하나님께서 지적 은사를 주신 이유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지적 은사에 합당한 노력과 필요를 다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언어로 우리가 처한 상황과 문제를 분명히 설명하고 전달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지성을 주신 것은 우리의 언어로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전하라는 소명이기도 합니다. 

갈고 닦은 지적 언어로 사회적 쟁점에 대해서 분명한 생각을 논의하는 공적 담론의 장. 저도 그렇고 함께 읽는 분들도 모두 이런 고민과 생각들로 김근주읽기에 참여하는 건 아닐까요. 

"회색지대를 찾아가는 김근주읽기가 되어야"

창가에 놓인 십자가와 촛불_도현지 제공
창가에 놓인 십자가와 촛불_도현지 제공

∥ 김근주, 부지런한 지성과 겸손한 성품 

저는 김근주 목사님을 책으로 만났습니다.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한 고낙임 집사님이 가끔 올리는 책모임 소개를 통해서도 김근주 목사님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김근주 목사님이 지적으로 부지런한 분이라 생각합니다. 지적인 부지런함은 겸손함과 맞닿아 있기에 그런 성품을 가지셨으리라 여겨집니다. 김 목사님의 책을 읽으면서, 성경 말씀에 관한 철저한 주석과 해석으로 일관하며, 결코 과하게 주장하는 부분이 없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김근주 목사님은 학문적으로 신중하고 사려 깊은 분이십니다. 무엇보다 성경을 중심으로 공부하며 이를 살아내려는 분이라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저는 기회가 닿는 한, 김근주읽기에 계속해서 참여하고 싶습니다. 함께 읽기에 작은 바람이 있다면, 회색지대에 놓인 다양한 쟁점들을 함께 다루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기도하고, 기도합니다 

저는 매일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날의 말씀 한 구절을 묵상하며 기도합니다. 코람데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면서 하루를 살고자 원합니다. 이러한 삶이 제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뉴스레터를 위해 주신 질문들에 답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저는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그 말씀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저는 매일 기도하면서, 어느 순간 다시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주 작은 사소함조차 하나님 뜻에 부합되기를'

기도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제 경건의 규칙입니다.

 

"코람데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유학시절 창문 넘어 보이던 나무 한 그루_도현지 제공
 유학시절 창문 넘어 보이던 나무 한 그루_도현지 제공

;) 도현지 님의 뉴스레터 후편도 기대해주세요. 

~ to be continued

 

샬롬!

김근주읽기 뉴스레터에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 댓글, 실어가기 모두 환영합니다. 

많은 분과 함께 하도록 기쁨의 좋은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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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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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경

    2
    2 months 전

    기도로 새벽을 여는 하나님의 사람 도현지님🌸감사합니다. 뉴스레터를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이렇게 귀한 분을 또 만나게 되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너무나 기쁘네요.😍 여성복지 ,그리고 공감에 대해 공부하신 부분들에 큰 박수와 감사를 올립니다. 대단하십니다👍👏👏 편견을 깨고 두려움을 거두고 '진정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아주 작은 사소함조차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시길 바라시는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지요♡♡고낙임님도 최고네요 ^^ 감사합니다!🩷 현지님의 공부와 일, 삶 속에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늘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후편도 몹시 기다려집니다. 건강하시고 현지님을 위해서 저도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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