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공약 이전에 해야 하는 질문들

한국의 지방 자치 이대로 좋은가?

2023.11.09 | 조회 5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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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대한민국 이야기

글로벌 경제와 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정부 여당이 강서구 보궐 선거의 참패 이후에 변화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여권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이슈 선점에 나서면서 지지자들은 변화와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여당 프리미엄이 있는 정책 이슈에 대해 야당은 당황한 수비전에 급급한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공매도 금지와 함께 김포시의 서울 편입의 이슈가 크게 부상하면서 소위 메가시티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메가시티 이슈는 두 가지 면에서 야당을 궁색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세종시 행정수도 공약으로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라는 솔직한 고백을 한 적이 있다.  국가의 경쟁력이나 내세웠던 명분의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한 세종시는 위헌 판결과 함께 행정 수도에서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행정 수반이 없는 행정 도시가 되어 있다.  정부 부처는 찢어지고, 모든 정치와 의사결정은 여전히 서울에서 이루어져서 공무원들은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길거리에 국민에게 봉사하는데 쓰여야 할 귀중한 시간과 돈이 하염없이 낭비되고 있다. 

이와 함께 추진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나, 혁신도시 등 소위 지방 균형 발전의 목표나 수도권 과밀 집중화 현상이 완화되기는 커녕, “서울 공화국은 심화되어 왔다. 이 선거에 대권을 거머쥔 큰 재미를 본원죄가 있는 야당이 여당의 메가시티 공약을 비판한다면 내로남불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김포시 서울 편입이 민주당 소속의 김동연 지사의 경기도 분할 시도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에서도 민주당에 강하게 공격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무릇 정치의 계절이다. 이미 정국은 내년 총선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강서구 보궐 선거가 그것을 앞당기고 있다. 정국 전환이 절실한 여당의 서울 메가시티공약은 그 실현 가능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논리적 준비없이 김동연 지사의 경기도 분할 정책의 와중에 거의 우발적으로 제기된 사안을 여당이 급하게 채택한 공약으로 보인다. 소위 서울메가시티의 정책 목표나 논리가 하나도 제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미 김포를 포함한 서울 위성도시들은 서울의 메가시티의 일부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그저 주민등록의 주소지의 변경일 뿐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이미 서울 메트로폴리탄인 지역에서 서울과 위성 도시간의 서류상 경계를 변경한다고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균형 발전에 의미 있는 변화일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아직도 정책 목표를 내세우지 못하는 여당의 뉴시티주장이나, 수도권 집중이 강화된다는 야당의 주장 모두 논리적이지 못하고 정책다운 정책 이슈도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세종시가 그러했던 것처럼 국가적 정책 목표도 분명하지 않고 비용만 초래된 이 사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것은 공공선택 이론에서 말하는 혜택을 받는 소수의 이해관계자들은 분명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분산되어 있고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충청도의 민심을 움직여서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에서 재미를 보고, 이를 수정하려던 MB에 반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재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서울 주변도시의 서울 편입과, 부을경의 지방 메가 시티는 지역 주민의 집 값 상승과 서울 및 높아진 위상의 대도시 주민의 기대로 지역 주민들의 이해는 정치권이 반대하기 힘든 사안으로 국가적 이해와 무관하게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론조사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TV, 메트릭스의 104-5일 여론조사는 윤대통령과 국힘당의 지지율 상승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대통령 지지율 상승폭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이 충청권에 이어,인천 경기,부산,울산, 경남이 상승하고 메가시티 지역에서 소외될 것으로 지목되는 경북 대구에서는 내리고 있어서 지역 이해를 대변하는 공약의 효과를 즉각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공학적 효과를 벗어나서, 이 이슈가 국가 경쟁력과 주민의 삶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정책다운 정책이 되려면 우리는 다음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첫째는 지방 자치제도를 왜 하고 있느냐는 질문이어야 한다. 지방 자치와 분권화의 가장 분명한 장점은 다원화한 사회를 만들고 지역별 혁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치는 스스로 다스린다는 말이다. 스스로 다스린다는 것은 많은 사안에 대해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지방 자치가 과연 중앙정부의 의사결정과 다른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분권화된 사회를 가져 왔는가를 갖고 평가한다면 우리의 지방 자치는 철저하게 낙제점이다. 교육, 의료, 경제 정책, 세금, 부동산 제도에서 그 어느 하나 중앙정부와 국회의 통제 하에 없는 일이 없다. 분권화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원칙이 보충성의 원리” (Principle of subsidiarity)이다. 사회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우선권이 언제나 소단위에 있고 그 소단위가 해결할 수 없는 사안들에 한해서 차상급단위가 보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사회의 법체계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사적자치 원칙과 함께 분권화를 통한 다양성을 확보하고 중앙집권적 폐해를 줄이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담보하는 원칙이다.   

그런데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이 기본원칙이 실천되는 사회라기 보다는 모든 권력이 서울에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다. 가장 지역적인 사안인 부동산 정책까지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주택 담보 대출의 조건까지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있고, 도의 이름을 달고 있는 대학들마저 국립 대학인 것이 대한민국이다. 지난 정부는 지역 행정 서비스의 대표적인 소방 공부원을 중앙정부 공무원으로 변경하는 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을 시행했다. 분권화된 나라에서는 한 지역이 부당한 규제가 가해지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주민들이 이주에 의한 투표 (Vote with Their Feet)로 선택의 자유를 누리면서 지자체들에게 혁신 경쟁을 유발하고 획일적 규제의 폐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지금 미국의 아마존의 베조스, 테슬라의 머스크와 같은 부자들이 캘리포니아를 버리고 텍사스와 플로리다로 탈출 러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다못해 중국 마저도 지방 정부인 성 정부의 다양성을 폭넓게 허용하는 혁신 경쟁을 통해 선진국의축적의 시간을 공간적 혁신 실험으로 대체하며 추월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고 권력의 쟁취에 모든 것을 거는 부작용이 적은 나라들이 이런 분권화된 사회다. 스위스, 미국 등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우리는 지금 지방 자치나 교육자치는 정치인들의 선출직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 이외는 그 의미를 찾아보기 힘든 허울뿐인 지방자치로 숨막히는 중앙 집권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 자치는 자치는커녕 중앙정부의 돈을 뜯어 무책임하게 쓰는 부패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두번째는 지금의 지방 자치의 구조에 대한 근본적 결함이다. 미국의 특별시는 연방정부의 수도 워싱턴 하나뿐이다.  그것은 미국이 연방주의를 채택했기에 연방 정부의 수도는 어느 주에 귀속되지 않는 중립적인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우리는 서울 특별시, 세종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등과 같이 특별한 지역을 남발하고 있다. 실상은 이름뿐이고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다. 위에서 말한 보충성의 원리나 사적 자치의 원리가 우선해서 중앙정부로부터 큰 자유를 누리는 지역은 어디에도 없다. 자치단체장에게 위임된 권한들이 열거되지만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자율은 거의 없다. 이러한 특별한 지위는 다른 지역 주민들을 역 차별하는 효과가 더 크다. 보호무역주의가 지배하는 후진국이 경제 특구를 신설해서 글로벌화의 충격을 통제하면서 실험하는 경제 특구들의 제도를 운영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모든 경제가 글로벌화 한 나라라서 이러한 제도의 필요성도 없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광역시나 특별시, 특별자치시를 도와 분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역시는 그 시가 속한 도에서 경제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핵이다. 경북에서 대구는 계란의 노른자와 같다. 그런데 경북과 대구 광역시를 같은 수준의 지자체로 분리한 것은 대구를 제외한 경북은 영원히 재정 자립을 하거나 좋은 일자리를 만들 가능성을 차단한다.  배후 지역과 대도시의 선순환적 생태계를 임의로 분리한 것이다. 선진국을 보자.  시카고, LA, 뉴욕은 대표적인 메가시티다. 하지만 이들이 일리노이주, 캘리포니아 주, 뉴욕 주와 분리된 동등한 광역시가 아니라 주의 일부다. 그래야 지방 주가 도시와 주변 지역의 시너지와 역할 분담을 고려한 생태계를 디자인하고 도시에서 생산되는 부를 배후 지역에 할당할 수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의 관계도 이런 구조적 문제로부터 발생한다. 경기도의 주민 상당 수가 서울의 경제와 생활권에 속해 있다. 당연히 서울과 경기를 경제활동 권역을 염두에 두고 발전시켜야 하지만 이는 분리된 지자체들인 서울시와 경기도의 합의 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니 이 지역의 교통망인 GTX가 대통령의 일이 될 수 밖에 없고, 경기도 남부와 북부는 가운데 크게 자리한 서울에 의해 분리될 수 밖에 없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경기도 가운데 거대한 블랙홀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구조에서 부울경, 또는 광주 메가시티를 만들면 이 메가시티와 껍데기만 남는 주변 지역과의 격차만 확대하게 된다. 도지사와 같은 수준의 광역시장 자리를 더 만들기 위해 이런 기형적 구조를 만든 것이다. 메가시티 정책 공방은 국가 경쟁력이나 국민의 삶의 질과 동떨어진 지역 이기 주의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획일적 규제의 저성장 국가, 지역간 격차의 확대와 지방 소멸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왜 지방자치를 하는가, 지금의 구조로 제대로 된 지방 자치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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