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온 살림살이들을 뒤엎었다.
폭력적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온갖 모진 말들을 퍼붓는 듯했다.
마치 폭풍우가 집에 들이닥쳐 온갖 살림 살이들을 휩쓸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가끔 종종 찾아와 엉망으로 만들어놓는다.
가끔 찾아오지만 여전히 대처 방법을 모르고 주저앉아 울기만 했다.
원치 않은 손님.
바로 나 자신이다.
회사에서 실수를 했다.
이사 준비로 인해 정신없다 보니
확인해야 할 부분이 미흡했는지 실수가 생겨버린 것이다.
두려운 감정이 짙은 구름과 함께 몰려왔다.
가장 두려웠던 건 실수도 아니었고, 팀장님의 반응도 아니었다.
또 한차례 이 실수를 곱씹을 나 자신이 무서웠다.
폭격기처럼 그동안 쌓아오고 다져온 내 마음의 살림살이들을 다 무너뜨릴까 봐서다.
실망하고 좋아지고 또 실망하고 좋아지고의 반복.
절망, 슬픔, 실망 이라는 감정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불쑥 소나기처럼 찾아오기도 하고
장마처럼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할 수 있는 것은
또 모든 것을 어지럽혀도 묵묵히 어질러진 물건들을 치울 힘을 길러보는 것.
다시 좋은 것들을 보고 듣고 체화하며 살림살이들을 갖춰 놓는 것.
또 그 손님이 오려 하면 바람을 쐬거나 운동을 하거나 등 몇 가지 방지책들을 세워보는 것.
원치 않는 감정.
나를 성장 시키기도 한다.
회사 실수로 인해 지속적으로 이 상황을 꼽씹을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번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내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왜 이 감정이 찾아왔는지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감정의 근본은 어디였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다시 이 감정이 찾아온다 해도 앉아서 울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 찾아와 날 힘들게 한다 해도
또 왔냐고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길.
저도
그리고 구독자님들의 마음도 단단해지길 바랍니다.
나사습
나를 사랑하는 아주작은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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