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발생한 네팔의 대홍수 소식을 듣고 마음 졸이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800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3,000명이 넘는 실종자들을 비롯해
인간 아닌 생명들은 더 많이 아스라졌겠지요.
기후위기로 녹아버린 빙하가 주요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대로라면 더 자주 찾아올 것 같은 참사 소식에 안녕하시냐 묻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지네요.
그럼에도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또 한번 레터를 전해봅니다.
구독자 님, 안녕하시지요?
오늘의 박씨 ٩(๑❛ᴗ❛๑)۶ 차림표
🏉 솔솔의 박씨
책 『생업(生業)』
책 『탐욕스러운 돌봄』
🏉 탄토의 박씨
그림책 『텅 빈 냉장고』
🏉 솔솔의 박씨

📚 은유, 『생업(生業)』, 한겨레출판, 2026
지금부터 고요한 미술관을 상상해보세요. 구독자 님은 그 미술관 안을 천천히 거닐고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고 설명을 읽으며 감탄하는 구독자 님의 모습이 보이네요.
이제 전시실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세요. 상상 속에서 어떤 장면들이 보이나요?
널찍한 공간에 띄엄띄엄 놓인 작품들, 은은하고 어두운 듯한 조도와 분위기, 삼삼오오 모여있는 관람객들, … 혹시 구독자 님의 상상 속에 전시실을 돌며 청소하는 청소노동자는 있었나요? ‘화장실이나 복도 구석을 제외한 관람객 동선에 머무르는 청소노동자’를 떠올렸을 때,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던가요?
어떤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가려진 ‘주변화된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노동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 『생업』은 누군가의 숨겨진 노동 덕분에 우리가 받을 수 있었던 ‘돌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단지 나를 먹이고 살리기 위한 개인적 노동을 넘어,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을 단단하게 받쳐온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읽어갈수록 ‘나는 어떤 노동을 하는 노동자일까?’를 고민해보게 됩니다. 납작했던 노동의 정의를 다채롭게 넓혀주는 인터뷰 속에서, 노동자들의 생생한 표정과 신념을 엿볼 수 있어요. 나아가 ‘나의 노동 역시 돈만을 위한 것은 아니구나, 익명의 누군가를 돌보고 살피는 노동이 되겠구나’ 하고 기뻐지기도 합니다.
17인의 인터뷰로 구성된 이 책은 〈시사IN〉에 연재되었던 은유 작가의 ‘먹고사는 일’을 한층 풍성하게 담아낸 결과물이에요. 저는 특히 1부의 ‘먹이는 사람’ 부분이 무척 인상깊었는데요. 구독자 님은 어떤 인터뷰를 가장 인상깊게 여기실지 궁금해지네요!

📚 신성아, 『탐욕스러운 돌봄』, 한겨레출판, 2026
구독자 님은 어떤 존재를 돌보고 있나요? ‘아이’, ‘반려동물’, ‘파트너’, ‘반려식물’… 어쩌면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고 답변하시는 분도 계시겠어요. 그렇지만 최소한 나 자신만큼은 돌보고 있지 않나요? 스스로를 잘 살피고 관심을 갖는 것 역시 돌봄의 일종이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가 쓴 에세이였기에 아이가 없고 결혼하지 않은 저와는 접점이 없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읽을수록 꼭 추천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졌답니다! 왜냐하면 돌봄을 결코 개인만의 일로 치부하지 않는 책이었거든요.
신성아 작가는 『탐욕스러운 돌봄』에서 돌봄이란 ‘대체 어떤 양상의 일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고, 나 혼자 다 하는 것 같지만 이 사회의 구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획일적인 돌봄 양상에 균열을 내고 각자의 새로운 방식이 환영받기를, 그리고 마침내 돌봄이 나만의 예술이자 모두의 책임이 되기를 염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바로 주석이었는데요. 다양한 책과 문장이 풍부하게 인용되어 있어, 이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답니다. 덕분에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금 떠올리기도 하고, 새로 읽어볼 책 목록이 가득 생기기도 했어요. 😄
구독자 님에게도 그런 재미가 덧붙기를 바라며, 이 책을 살포시 권해봅니다. 함께 읽어보시겠어요?
🏉 탄토의 박씨

📚 가에탕 도레뮈스(글.그림), 『텅 빈 냉장고』, 한솔수북, 2019
지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텅 비어 있는 속을 마주하며 허탈했던 경험. 구독자 님에게도 혹시 있었을까요?
오늘 소개드릴 그림책 『텅 빈 냉장고』는 바로 그 헛헛한 순간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이 가진 거라곤 달랑 당근 하나뿐. 낙담할 법도 한 상황에서 그는 뜻밖의 선택을 합니다. 당근을 들고 위층 이웃의 문을 두드렸어요. “혹시 당근으로 만들 만한 맛있는 레시피를 알고 계신가요?”
단순히 요리법을 묻기 위해 건넨 질문은 미처 예상치 못한 근사한 식탁으로 이어집니다. 위층 이웃에게는 마침 감자가 있었고, 그 위층 이웃에게는 양파가, 또 그 옆집에는 작고 소중한 향신료가 있었거든요. 서로의 재료와 마음을 한 데 모으니 어느새 모두의 배를 채워줄 맛난 스튜가 보글보글 끓어오릅니다.
각자의 닫힌 방문 뒤에서 외로움을 견디는 것에 익숙해진 요즘입니다. 하지만 나만의 작고 텅 빈 방에 고립되어 있을 때, 옆집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작은 용기, 그리고 내가 가진 보잘것없는 재료 하나를 기꺼이 내어놓는 다정함이 우리를 얼마나 따뜻한 세계로 초대하는지요.
구독자 님의 마음이나 냉장고가 어딘가 헛헛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면, 이 작고 다정한 그림책을 슬며시 권해봅니다. 오늘 밤, 구독자 님이 가진 ‘당근 하나’는 무엇인가요?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에게 먼저 건넬 다정한 안부 한 마디씩만 쥐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매일은 생각보다 외롭지 않을지도요!
매 월 두 번, 알찬 박씨 꾸러미 직배송.
다음 꾸러미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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