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원정석 그 곳은
서울에 올라온 지 3달 만에 취업이 결정되었고 입사일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찾아보다 떠오른 곳은 야구장이었다.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올해도 경기 성적은 좋지 않을 거라며 투덜댔지만 롯데의 잠실 경기 날마다 어김없이 원정 응원석에 함께 앉아 있었다.
잠실 원정석에 앉으면 홈팀 좌석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주변 사람부터 달라진다. 평소에 들을 수 없는 농도 짙은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웃음이 나오고 긴장감이 조금은 풀린다. 아따. 더버라. 4월인데 와이리 덥노. 일행에게 말을 거는 나의 말투도 달라진다. 한 번은 기아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어미의 음이 평소에 듣던 것과 달라 전라도로 여행 온 기분을 느꼈었다.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이 술 한 잔씩 하며 고향 팀을 응원하던 곳, 그렇게 조금은 향수를 달래던 곳이었다는 것의 의미를 알 것만 같다.
한참 응원을 하다 문득 고개를 들면 야구장 너머로 고층빌딩과 동부간선도로가 보인다. 그 풍경은 내가 아는 모습이지만 조금 멀고 낯설다. 방금까지 저곳에 있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니 동떨어진 세계처럼 느껴진다.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차들과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힌 건물들. 저 많은 불빛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하다가도, 무언가를 향해 분주히 움직이는 생동감에 설레기도 한다. 이제는 서울 생활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조금 뒤틀리는 기분이다.
일렁이는 마음을 붙잡으며 원정 응원석에서 서울을 감상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잠실 야구장은 공사에 들어간다. 돔구장을 짓는다고 한다. 이 풍경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잠실 야구장에서 봤던 건 야구뿐만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야구장에 들어설 때쯤엔 나는 서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박현경
📖감상 한마디
익숙한 곳을 떠나 더 넓은 무대로 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겪는 낯선 감정을 ‘야구장 원정석’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의 거대한 불빛 속에 합류했다는 벅참과 정작 내 좌표는 어디에도 없다는 막막한 감정이 뒤엉킨 솔직한 고백은 타향에서 홀로서기를 해본 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삶의 무게에 문득 마음이 일렁일 때, 흐트러진 마음과 신발 끈을 고쳐 매게 하는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글이었습니다.
-조비온
원정 응원석이라는 한 장소에서 느낀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해, 짧지만 풍성함이 느껴졌습니다. 사투리로 현장감을 살린 응원석 내부의 풍경과 야구장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모습이 대조되어 따뜻하기도 차갑기도 한 현실을 더욱 피부에 와닿게 표현한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을 읽는 동안 함께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시원섭섭해지기도 했습니다.
-안나
잠실 야구장의 생기있는 모습과 그 뒤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까지, 한동안 야구장에 다니던 저의 모습이 떠올라 깊은 공감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야구에 대한 애정과 함께, 잠실 야구장의 달라질 모습에 아쉬워하는 마음이 깊게 담겨 있어서 동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도 야구장이 변하면서 서울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오광락
고향팀을 응원하는 야구 관람객의 심정과 원정석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 글이었습니다. 시각적인 묘사들과 청각적인 표현들로 복잡한 마음이 드러나게 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잠실야구장이라는 공간과 야구라는 스포츠, 그리고 사람, 이 3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모두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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