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더위
오후 2시의 야구장에는 햇빛이 수직으로 내리쬐고 있었다. 우리 자리는 그늘이라 다행이야. 일행과 작은 위로를 나눴지만, 나의 목 뒤쪽은 땀 범벅이었다.
우리 팀이 선취점을 내자,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응원하고 율동을 따라 해도 땀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 방방 뛰어도 상쾌했다. 손에서 잠시도 뗄 수 없었던 손풍기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좋은 분위기도 잠시, 상대 팀에게 점수를 내주기 시작하더니 역전을 당했다. 일순간 공기가 멈춘 느낌이었다. 정수리부터 오금까지 땀이 흘렀다. 손풍기로도 모자라 부채까지 꺼내 팔락거리며 바람을 만들었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았다. 아껴놨던 얼음을 꺼내 먹어도, 올라오는 열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큰 점수차로 경기에 패했지만 우리 팀 관중들은 여전히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나도 마지막까지 응원가를 부르며 함께 땀을 흘렸다.
“더위보다 우리의 야구 사랑이 더 뜨거운 것 같아.”
땀에 젖은 얼굴로 속삭이며 야구장을 빠져나왔다.
-박현경
📖감상 한마디
감정의 온도 변화를 더위를 통해 보여주는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가 ‘일순간 공기가 멈춘 느낌’으로 변화하는 대비적인 표현 덕분에 저도 함께 그 자리에 있는 듯 경기의 흐름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더위보다 야구 사랑이 더 뜨거운 것 같다’는 마지막 말이 제목과 잘 어울려 읽는 쾌감을 주었습니다. 덥고 습한 계절, 나만의 몰입대상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안나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길 때의 시원함과 상쾌함, 그리고 역전을 당했을 때 체감하는 찜통더위 등 심리적 상태 변화에 따라 상대적인 더위를 표현해 주어 누구라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공감대를 형성해 준 것 같습니다. 특히 뜨거운 야구 사랑 때문에 야구장 밖 현실 더위쯤은 상대적으로 시원하게 느끼는 역설은 한때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경험해봤을 아련한 향수를 주는 것 같습니다.
-조비온
현장감을 생생하게 살려주는 묘사와 표현들이 좋았습니다. 짧게 짧게 핵심을 짚어주는 문장이 이어지는 배치도 속도감 있게 읽히고 몰입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잠시 장맛비가 멈추고 내리쬐는 뙤약볕에도 시원하게 읽을 수 있어서 그야말로 ‘상대성 더위’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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