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이번 주 해리하우스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한국 도자 연대기> 드디어 개막
1.
어떻게 느끼실 지 모르겠지만, <한국 도자 연대기>란 제목은 매우 거창한 것입니다. 한 작가가 한 영역만 제대로 파고 들기도 쉽지 않고, 그 안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텐데, 감히 도자 역사 전체를 전시로 구현해 보겠다니...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무지로 인한 만용이 천하에 흘러 넘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도자사' 전체를 건드릴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정도일 거라고 합니다. 일본만 해도 본격적인 도자기의 발전이 임진왜란 전후 시기이고, 백자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커버할 수 있는 시대나 내용에서 중국과 한국에 비기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면, 중국은 그렇다치고 한국에서는 어느 지역쯤 되어야 '도자사'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성이나 대표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경기도 여주와 이천은 백자를 만들던 조선시대의 관요 자리입니다. 전라도 강진, 부안, 해남 등지는 청자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면 경주는? 경주는 무엇으로 도자사에서의 위치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의외로 경주 박물관에 가장 많은 유물이 도자기입니다. 특히 수장고에 전시된 것은 대부분이 도자기들입니다. 저는 박물관을 다니다 보니 본관보다 수장고가 흥미로웠습니다. 고분의 부장품도 압도적 숫자로 도자기가 나옵니다. 경주 인근에는 가마터가 꽤 많습니다. 앞으로 경주지역의 다양한 발굴 사업을 통해 이토록 넘쳐나는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지고 새로워지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가장 공들여 주장하고 있는 것은, 경주에서 확인되는 신라토기에 사용된 제작 기술이 '천하제일' 고려 청자를 낳은 원천 기술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주장이 안팎의 검증을 거쳐 정립된다면, 경주는 토기에서 청자에 이르는 도자역사의 가장 중요한 변화를 포괄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드문 도시가 되는 셈이지요. 이번 전시가 경주의 새로운 면모를 극적으로 조명해 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지난 주말에는 갑자기 경주를 방문한 미국인 청자 콜렉터 한 사람을 안내해서 해겸도요를 방문했습니다. 주로 현대청자를 수집해 온 그는 해겸도요의 전시실에서 박물관에 들어온 듯한 경이감을 표현했습니다. 청자에 대해 책이나 글로만 보았던 내용을 실제 작업실과 가마와 그 결과물로 나온 작품들이 즐비한 전시실에서 확인했으니 실로 청자의 세계에 빠져드는 경험이 아닐 수 없었지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해외에 한국의 미감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가 앞으로 큰 과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해봐야겠지요?
3.
전시 기간 중 토요일에 열리는 부대 행사로 '해겸도요 탐방'이 2번 있습니다. 이번 탐방을 위해서 해겸 선생은 가마에 불 때는 시기를 맞추어 주었는데요. 선생은 초벌을 칸가마에서 5일간, 재벌은 통가마에서 21일간 장작불을 때는데, 첫 번 탐방인 5월 24일은 초벌가마의 마지막 날 불을 볼 수 있고, 두번째 탐방은 재벌 가마의 처음 불을 볼 수 있습니다. 일 년에 딱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있는 해겸선생의 가마 불때기를 직접 볼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입니다. 원하는 분은 모바일로 아래 링크의 카카오 예약에 접속해서 바로 예약 하시기를 권합니다. 소정의 참가비가 있습니다.
일정은 토요일 오전 10:30에 전시장에 모여서 가이드 투어를 먼저 하고, 버스로 이동해서 점심식사를 하고, 해겸도요에 들어가서 작업실, 전시실, 가마를 둘러보며 '불멍'을 한참 하게 될 것입니다. 전시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3:30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4.
이번 전시의 취지와 의미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번 전시기획에 중요한 역할을 한 도자평론가 이용범 선생의 글을 권합니다. 글이 꽤 긴 편인데, 핵심 요지는 해겸의 불때기는 신라토기에서 청자로 이어지는 도자사의 발전 과정을 풀어내는 핵심이란 것입니다. 이 주장이 맞다면, 경주는 신라토기부터 고려청자까지의 전개에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이고, 이런 역사적 자산을 풍성하게 보유하고 있는 '한국 도자문화의 본향'으로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지요.
쪽샘살롱 영업 종료
5월 17일(토)로 쪽샘살롱은 공식적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지인들이 한번씩 들러주었고, 마지막 날은 쪽샘살롱에서 종종 모임을 했던 와인동호회가 찾아와 대미를 장식해 주었습니다. 심지어 저에게 선물까지 증정해주셔서 매우 감동이었습니다. 손님들이 다 떠난 뒤에 그간 저와 함께 수고한 셰프 박성훈 님과 앉아 위스키를 이것저것 마셔보았는데, 그날따라 위스키가 입에서 겉돌더군요. 시원섭섭한 마음이었습니다.
전시회가 열리는 2주간은 문을 닫아놓을 것이고, 6월 3일(화) 저녁에는 대통령 선거 개표 방송을 같이 보는 시간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함께 하기 원하시는 분은 편하게 들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주간에 내부 정리를 해서 6월 6일(금) 오후2시-6시에 벼룩시장을 열어 여러가지 기물들을 정리할 예정입니다. 이미 몇몇 분들은 사고 싶은 물건을 찜해 놓기도 했습니다. 혹시 가게의 가구 등 큰 물건을 인수할 생각이 있는 분은 미리 보고 의사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잔 종류를 비롯해서 간단한 기물은 1,000원-3,000원 정도로 일괄 판매할 예정이고, 괜찮은 물건들이 회심의 가격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