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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가 쪽샘살롱 마지막 주간입니다.

전시회 이제 일 주일 앞으로!

2025.05.12 | 조회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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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샘살롱 마지막 주간

지난 3년 좀 못되는 시간 동안 <쪽샘살롱>을 열어 운영해 왔습니다. 쪽샘지구 고분군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와인과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전국의 지인들이 다녀가는 '한량의 전당'이 되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쪽샘살롱(2022-2025)
쪽샘살롱(2022-2025)

이 공간을 다녀간 수많은 분들이 저마다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이 장소가 사라지면, 기억도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허공으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마지막 시간을 잘 마무리하고 나서 좀 시간이 지나면 차분히 추억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공간(space)은 장소(place)보다 추상적입니다. 처음에는 별 특징이 없던 공간은 우리가 그곳을 더 잘 알게 되고 그곳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장소가 됩니다. ... 우리는 장소의 안전과 안정을 통해, 공간의 개방성과 자유, 위협을 인식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우리가 공간을 <움직임(movement)>이 허용되는 곳으로 생각한다면, 장소는 <정지(pause)>가 일어나는 곳이 됩니다. 

이 푸 투안, <공간과 장소> (사이, 2020)

 

공간(space)과 장소(place)는 다르다고 합니다. 공간은 우리를 끊임없이 개방성과 자유로 이끌지만 동시에 이로 인한 위협도 존재하는 곳입니다. 장소는 우리를 멈추게 하고, 특정한 의미와 감성을 부여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멈추는 곳'이란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쪽샘살롱>이 어떤 분들에게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었기를 소원합니다. 

<쪽샘살롱>을 잘 꾸며보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제 감성이나 취향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는 '가혹한(?)' 현실도 깨달았고, 경주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간극이 어떤 것인지도 차츰 알아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기에서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견해 왔습니다. 제게 남겨진 가장 소중한 관계는 <쪽샘살롱>을 매개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은 세번째 시즌까지 이어진 책모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철학책 독서모임>으로 시작해서 여러 권의 철학책을 읽었고, 올해는 <삼국사기>를 읽어가고 있습니다. 고구려본기, 백제본기, 신라본기는 다 읽었고, 열전 등이 좀 남았습니다. 아마 6월이면 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주에서 가장 밀도있게 책을 읽는 사람들을 여기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아마도 친구나 지인들과 같이 파티(?)를 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장사를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손님들보다는 지인들과 편히 놀았던 시간이 더 기억에 남으니 큰일입니다.(ㅠㅠ) 옥상에서 낮부터 준비해서 바베큐를 하던 날, 스피커를 들고 올라가서 원없이 음악을 들었던 날, 전국에서 별미 음식을 공수해 와서 나눠먹던 날,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우리는 실내에서 안락하게 비에 대한 노래를 들으며 즐거웠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어떤 날은 와인이 매력적이었고, 어느 날은 위스키가 강렬했었습니다. 생고기를 떠다가 뭉티기에 버번위스키를 곁들였던 날도 삼삼하군요. 

경주에서 제가 만나고 싶었던 분들을 대부분 이곳을 매개로 만났던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서 만난 분에게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근황을 알고 있다는 인사도 꽤 여러 번 들었습니다. 경주사람들은 수줍은 것인지 그렇게 관심을 표해왔습니다. 물론, 불쑥 들러 한 잔 하며 말문을 튼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바 테이블에 앉아서 한두 시간 두런두런 온갖 이야기를 나누고 간 로컬 손님들도 여럿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3년 좀 안되는 기간 동안 경주의 저변을 꽤 훑어본 것 같습니다. 여전히 더 탐색할 영역은 남아 있겠지만, 일단은 만족스런 시간을 여기서 가졌습니다. <쪽샘살롱>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 전합니다. 

<쪽샘살롱>은 이번 주 토요일(5.17)까지 일반 영업을 하고 마무리합니다. 도자기 전시회를 하는 2주간은 닫아놓을 예정이고, 6월 첫 주에 대선 개표방송 보기(6.3(화))와 물품 정리를 위한 벼룩시장(6.6(금)-6.7(토))을 열려고 합니다. 건질만한 것이 무엇이 있나 궁금하신 분은 미리 한번 다녀가시면 좋고, 벼룩시장 할 때는 와서 필요한 것 챙겨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시회, 이제 일 주일! 

해겸 선생 작업 모습
해겸 선생 작업 모습

해겸선생 작업 중에 찍은 사진 중에 저는 위의 사진이 제일 좋았습니다. 토굴 같은 작업장과 거기를 비추며 들어온 빛, 그리고 어깨. 세월이 지나간 흔적이 완연한 저 장면이 참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빛이 비추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해겸 선생의 지난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 도자 연대기> 전시회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습니다. 포스터 나오고, 초대장 나오고, 온라인과 언론에 홍보가 나갔습니다. 예전에 새 일을 시작했던 때가 기억이 나네요. 첫 강연회를 열어놓고선 과연 청중이 얼마나 올지 몰라 노심초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행사 전날은 꿈도 꾸었습니다. 행사장에 강사와 주최측만 덜렁 있는 그런 꿈이었습니다.(ㅠㅠ) 저는 과거에 실제로 그런 행사를 해본 적도 있었습니다. 비가 철철 내리던 어느 날 종로5가 기독교회관의 큰 강의장을 잡아놓았는데, 무대 위 강사가 3명이고 스탭이 2명인데, 객석에는 비 쫄딱 맞고 온 청중이 2명 앉아있었던 날. 지금은 그렇게 두려운 감정은 아니지만, 언제나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그것이 대중들의 관심으로 확인되어야 하는 일을 벌일 때면 한번쯤은 옛 기억이 떠오르고,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나, 되물어 보곤 합니다. 

5월 20일(화) 오후2시 개막식에 출동 가능한 분들은 다 와주시면 너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전시는 아무 선이해 없이 한번 먼저 둘러보시고, 도슨트의 가이드를 따라 한번 다시 돌아보시면 아주 좋을 겁니다. 

전시회에는 특별 이벤트가 두 종류 준비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매일 오후2시부터 네 팀만 받을 예정인 차회입니다. 해겸선생의 다기를 직접 써볼 수 있는 기회인데, 한국의 야생차를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해겸선생의 작품들은 최고급품에 속하는 것이라 직접 만져보거나 사용해볼 기회가 잘 없습니다. 그러나, 도자기는 그 본질이 그릇이고, 그릇은 감상이 아니라 사용에서 그 존재가치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직접 써보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미리 예약을 받아서 다기를 써보고, 차도 마셔보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둘째는 전시회 기간 중에 있는 두 번의 토요일에 해겸도요를 방문하는 행사입니다. 오전10:30에 전시장으로 모여서 전문가의 설명으로 전시회 가이드 투어를 하고, 버스로 같이 움직여서 점심식사를 하고, 해겸도요를 방문하는 것입니다. 이 기간이 마침 올 상반기 가마 작업을 하는 시기여서 작업실, 전시실 뿐 아니라 가마에서 불 때는 것도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한참 불멍을 하며 해겸도요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오후3:30까지 전시장으로 귀환하는 일정입니다. 

이 두 이벤트는 사전 예약을 해주셔야 하고, 참가비가 있습니다. 모바일로 예약 링크에 접속하셔서 카카오 시스템으로 예약 해주시면 됩니다. 이런 온라인 예약이 좀 익숙지 않은 분은 전화를 주시기 바랍니다. 

 

청자를 재현한다는 말

나는 도자기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평소에 크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전시회에 가서 뭘 봐야 하는 걸까요? 이런 질문을 해오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게다가 해겸 선생이 청자를 재현한다고 하는데, 그게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작업을 한다는 얘기인가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도자기 하면, 신라의 토기,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 등이 떠오를 텐데, 이 중에 가장 까다로운 것이 청자입니다. 토기나 백자 등에 비해 청자는 같은 가마에 같은 흙과 유약을 사용한 작품도 다 다르게 나옵니다. 고려청자가 천하제일이라 불린 이유는 그 까다로운 작업을 통제하면서 매우 드문 고급스러운 비색을 뽑아 내더라는 것이지요.  

해겸 선생의 비색 청자 촛대
해겸 선생의 비색 청자 촛대

해겸선생은 토기부터 청자, 분청, 백자까지 다 장작가마에서 구워내는데, 특히 가장 까다로운 청자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생산하고 있고, 비색청자도 우리가 알고 있는 국보급 고려청자에 필적하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그간의 작업이 어떤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잘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때마침 경주박물관에서는 올해 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호평을 얻었던 <상형청자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저도 해겸선생 모시고 같이 가보았는데 아주 좋은 작품들이 내려와 전시되고 있습니다. 박물관 전시를 먼저 보고, 해겸 전시를 보시면 해겸의 작품들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는지 판단이 되실 겁니다. (상형청자전과 해겸 청자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시면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한 주간은 전시회 포스터도 붙이고, 초대장도 전하러 여기저기 다니게 될 것 같습니다. 딱 일 주일 남았네요.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전시회 멋지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불어넣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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