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6월의 뉴스 헐리버리 REPORT EDITION으로 인사드리는 에디터 오진달래입니다. 이번 호에서도 여성의제와 관련해 깊이와 관점을 더해주는 기사들을 모았습니다.
정치권을 취재하는 남성 기자들이 단톡방에서 언론인 및 정치인에 대해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었습니다. ‘정의 구현’을 말하는 사이버 레커의 신상 공개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들어보았습니다. 유행으로 소비되고 있는 ‘AV 배우’ 콘텐츠가 외면하고 있는 불법 성매매와 인권 침해 문제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한국여성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최근 10년간 페미니즘과 백래시 관련 역동에 대해 뜨거운 토론을 나눴습니다. 스웨덴 작가연합에서 문체부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스웨덴의 청소년 성교육 책을 유해 간행물로 지정한 데 대해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를 통해 여성 배우자의 ‘가사노동 기여’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제왕절개 등에 사용되는 국소 마취제 페인버스터의 본인 부담률을 100%로 늘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임산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대학교와 장안대학교가 나란히 여자야구팀 창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교에 여자야구 동아리를 제외하면 정식 여자야구팀이 없는 현실에서 야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여학생들에게는 희소식입니다. 현 시대 페미니스트들에게 일제강점기 노동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강주룡의 싸움이 어떤 의미인지 확인해보았습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로 일본 서점대상 1위를 차지한 황보름 작가의 인터뷰도 준비했습니다.
뉴스 헐리버리에서 전해드리는 여성 인물과 여성의제 기사가 여성으로 내딛는 현실의 발걸음을 좀 더 단단히 하시는 데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다음 번 레터에서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는 기사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오진달래 드림
정치권 남성 취재기자들, 단톡방서 언론인·정치인 성희롱
정치권을 취재하는 남성 기자들이 다수의 언론인 및 정치인에 대해 성희롱 발언을 한 카카오톡 대화방(단톡방)이 확인됐다. 피해자 대다수는 여성이고 남성 피해 사례도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대통령실 등을 출입하는 남성 기자 3명이 최소 8명 이상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해당 대화 입수 경위와 피해자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소속 언론사까지 공개한다. 기사화하기에 부적합한 표현은 특수문자로 대체했다.
해당 단톡방에선 취재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동료 기자들이 성희롱 대상이 됐다. A기자는 단톡방에 취재 현장에서 휴대전화 및 노트북을 들고 나란히 앉아 대기하는 남성·여성 기자의 모습을 촬영해 공유한 뒤, 두 기자의 하반신 부분이 좀 더 크게 보이도록 다시 찍어서 올렸다. 이 사진을 본 B기자가 “○○(남성 성기를 지칭한 비속어) ○나 작을 듯”이라 말하자, C기자도 웃음으로 호응했다. (중략)
여성 정치인도 성희롱 대상에 올랐다. A기자의 경우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식당 이름과 여성 국회의원 실명을 거론하면서 “○○○ 말고 ○○○ 먹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밖에 A기자는 여성 기자들에 대해 “○○ 개 ○같은 걸레년이네” “씨○○ 병걸려 뒤져라” 등의 성적 욕설을 쓰기도 했다. 일부 기자의 경우 A기자와 친분 관계가 없음에도 욕설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략)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당사자가 모르게 성적으로 모욕한 행위이기에 더 해악적이라 볼 수 있다”며 “더 장기화되고 은밀하게 이뤄지고,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더 오랫동안 큰 사안이 되었을 가능성도 큰 문제”라고 심각성을 짚었다. 김 소장은 “직장내성희롱은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기에 노동관련 법에서 규제하고 있다. 언론사 기자들이 한 행위는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언론사 기자들에 대한 노동권 침해이고, 취재 대상에 대해서도 성적 모욕을 한 것이기에 직업 윤리나 취재 윤리에도 맞지 않는 행위”라며 “문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계 내부의 적극적인 대응도 요구된다. 앞서 지난 2017년 남성 기자 4명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여성 기자들의 실명, 회사, 신체적 특징 등을 자세히 언급하면서 성희롱한 사건이 알려졌고, 이후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불거졌다. 2019년에는 기자, PD 등 언론인들이 다수 참여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지고, 불법촬영물과 음란물이 공유된 사건이 있었다.
(노지민 기자, 미디어오늘, 24.06.27)
‘밀양’ 그 뒤 20년, 변하지 못한 것
2024년에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면, 범행과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가해자들은 소년부 송치가 아닌 형사재판을 받았을 거라고 했다. 친고죄가 사라졌으므로(2007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2013년 모든 성범죄에 적용) 범행에 가담하고서도 처벌을 면한 이들이 없거나 줄었을 것이다. 피해자 국선변호인(2012년 도입)의 도움으로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조금이나마 덜거나, 아동을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는 가정에서 피해자를 분리해 ‘강요된 합의’로 몰아넣는 상황은 피했을지 모른다.
이런 법제도의 변화는, 우리 사회가 피해자에게 진 빚이기도 하다. 한 경찰은 말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개념이 일선에 없었어요.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은 경찰이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첫 판례이기도 해요.” (중략)
그럼에도, 2004년과 2024년은 다르지 않다.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는 집단 성범죄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죄명만 달리한 채 이어지고 있다. 교제폭력이나 가정폭력, 성매매를 비롯한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망도 헐겁다. 가해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 회복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박현정 기자, 한겨레, 24.06.24)
사이버 레커의 위태로운 ‘정의 구현’
밀양 성폭행 사건은 남자 고등학생들이 여학생을 약 11개월간 성적으로 학대한 범죄다. 경찰이 송치한 가해자는 총 44명, 망을 보는 등의 간접 가담자를 더하면 100명이 넘는다. 수사와 재판에는 문제가 많았다. 경찰은 형사과 사무실에 피의자 41명을 세워놓고 피해자에게 범인을 지목하도록 했다. 피해자에게 모욕적 발언을 한 경찰관도 있었다. 당시 성범죄는 친고죄였다. 피해자 가족과 합의한 몇몇 가해자는 기소할 수 없었다. 그 결과 특수강간 및 강제추행죄로 기소된 가해자는 10명. 2005년 4월12일 울산지법 제3형사부(황진효 부장판사)는 가해자 10명에게 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처분을 내렸다. 전과가 남지 않았다.
6월1일 나락보관소가 ‘밀양 성폭행 사건 주동자 ○○○, 넌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 봐?’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20년 전 사건이 수면 위에 떠올랐다. 나락보관소는 외식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씨의 2년 전 유튜브 영상을 지목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식당 종업원이 밀양 성폭행 사건 주범이라는 것이다. 가해자의 이름과 나이, 직장, SNS에 쓴 말 등 주요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누리꾼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자뿐만 아니라, 그가 일한다고 알려진 식당 사장의 SNS 계정에도 찾아가 비난 메시지를 퍼부었다. 다음 날 식당은 폐업했다. 나락보관소는 6월5일 “피해자 측과 대화를 나눴고 (가해자) 44명 모두 공개하겠다”라고 밝혔다. 나락보관소 외에도 몇몇 유튜버가 뒤따라 신상을 공개했다. (중략)
법학계에서는 신상정보 공개제도 자체가 범죄 예방보다는 처벌 가중에 초점을 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솜방망이 처벌’에 견주어 소개되는 화학적 거세, 취업 제한 등의 무거운 처벌이 포퓰리즘 산물이라는 비판이 있다. 권태상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0년 논문 ‘범죄자 신상 공개와 인격권’에서 “치료와 교정 및 재사회화를 기조로 하는 형사정책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중벌주의 형사정책이 대두되었고, 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제도는 이에 기초한 것”이라는 견해를 소개한다.
(이상원 기자, 시사인, 24.06.28)
‘유행’처럼 소비되는 ‘AV 배우’ 콘텐츠…불법 성매매·인권침해 외면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게스트로 출연한 일본인 AV 배우가 여성 아이돌 MC에게 “몸매가 좋으니까 (AV 배우로) 꼭 데뷔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러한 발언에 여성 MC가 당황하는 모습, 다른 MC들이 이 모습을 보며 웃는 장면이 영상에 담겼다. 누리꾼들은 “성희롱하고 모욕해도 칭찬이라고 우기면 그만인 게 포르노 양지화의 불쾌한 진실” “한국에서 AV는 불법인데 이런 발언은 제작진이 걸러냈어야 한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노빠꾸 탁재훈’ 제작진은 사과문을 올리고 “새 MC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며 “탁재훈씨가 만류를 했지만 재미만을 위해 편집하는 과정에서 탁재훈씨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게 편집됐다”고 사과했다. 논란이 된 장면은 해당 영상에서 삭제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재미와 자극만이 콘텐츠 제작의 기준이 된 뉴미디어의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지금 미디어 생태계에서는 한정된 자원인 시청자의 ‘관심’을 쟁탈하기 위해 AV 관련 콘텐츠처럼 기존 미디어에서는 차마 다루지 못했던 것들을 다루는 식으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은 포르노가 불법인데도 이를 제안하는 발언이 무분별하게 노출됐다”며 “유튜브는 심의나 제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보니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모든 것을 ‘예능화’해 문제의식을 둔감하게 만든다는 점”이라며 했다.
(이예슬⸳배시은 기자, 경향신문, 24.06.23)
딥페이크·불법촬영… ‘디지털 폭력 산업’ 얼굴을 찾아라
최근 10년 페미니즘과 백래시에 관한 역동을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행사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페미니스트 연구웹진 <포워드>(Fwd) 필진 김미현(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 수료) 연구자는 “한국여성학회 창립 40주년을 맞는 올해는 페미니즘이 리부트됐다고 천명된 지 10년차를 맞는 해”라며 “그간 일부 넷페미들은 (한국형) ‘래디컬 페미니즘’과 (억압의 교차적 관계를 사유하는) ‘교차 페미’로 양분돼 대립했다. 다른 한편 ‘페미니즘 백래시’에 대한 위기감이 부상하고 총여학생회 폐지를 시작으로 페미니즘의 ‘과격성’ ‘남성혐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고 돌아봤다. 김 연구자는 “단순히 페미니스트 정체성과 기표를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을 넘어서기 위해서 페미니즘은 길고 지루하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며 힘들더라도 어려운 길을 가자고 제안했다.
1984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여성학회 학술지 <한국여성학>의 통시적 분석을 시도한 오혜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과젠더연구소 강사는 “2015~2016년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는 여성학 연구에서 여성 청년층을 집단으로 호출하는 경향이 역사상 가장 활발하게 관찰된 시기”라며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발간된 여성학 논문 245편 중 여성 청년층을 직접 다루는 주제의 논문은 55편에 달했으며 집계되지 않은 상당수 논문 역시 여성 청년 당사자가 생산한 것”이라며 그간의 분투를 설명했다. 오 강사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청년은 신자유주의 체계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삶의 방식을 발휘하는 한편 좌절하는 존재였고 우울증, 자살, 번아웃과 관련된 연구 주제가 자주 나타났다”며 청년 당사자 연구가 집중된 과제를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한겨레21, 24.06.21)
"자유 국가에서 성교육 책이 19금 유해물?" 한국 정부 비판한 스웨덴 작가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위)가 스웨덴의 청소년 성교육 책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를 '청소년에게 유해한 간행물'로 지정하자 스웨덴 작가들이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스웨덴 작가연합은 스웨덴 정부가 공인한 성교육 전문가가 쓴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원제 Respect)'에 대한 간윤위의 판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난 20일 발표했다. 1893년 출범한 스웨덴 작가연합은 스웨덴 출신 작가 3,400명이 가입한 스웨덴 최대 작가 단체다. (중략)
스웨덴 작가연합은 "(한국 정부 결정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출판은 자유로워야 하며, 도서 금지는 한국과 같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청소년이 독립적으로 책을 읽고 스스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권리는 청소년이 강력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작가연합은 "포괄적인 성교육은 청소년에게 해롭지 않으며, 오히려 성교육이 건강에 대한 다양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세계보건기구(WTO)의 입장"이라며 "젊은이들은 자신의 성, 성 건강, 성 권리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때 성행위 시작을 늦출 가능성이 크고, 더 안전하고 존중하는 성관계를 실천한다"고 강조했다.
(손효숙 기자, 한국일보, 24.06.24)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으로 본 ‘가사노동 기여’의 의미
재산분할 제도는 1990년 1월 민법을 개정하면서 등장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재산은 주로 남성 소유로 추정됐고, 여성 배우자의 재산 형성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남성 배우자와 비교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경우가 많은 여성 배우자의 권리 보장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법이 개정됐다. 부부간 경제적 독립이나 실질적 불평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였다.
재산분할 제도를 마련했지만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 범위와 대상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해외에선 법으로 형평에 따른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재산분할 비율과 범위, 대상 등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개별 이혼 사건마다 재산 기여도에 대한 법원의 해석과 판례가 쌓이면서 기준이 형성됐다.
‘특유재산’은 이 논쟁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민법은 특유재산을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정한다. 결혼 전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주식, 부동산 등이 대표적이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 취득한 재산이기 때문에 혼인 뒤 배우자의 기여가 없는 한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중략)
재판부는 ‘노 관장이 혼인기간 가사 및 양육을 담당했고’ ‘그러는 사이 이뤄진 최 회장의 경영활동이 SK주식 가치 상승에 기여했으며’ ‘노 관장은 SK그룹 산하 워커힐 미술관 관장이 된 이후 미술관 후신인 아트센터 나비 관장으로 재직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가사노동 및 양육과 일정한 영역의 대외활동 등을 통해 가족관계를 비롯한 일정한 영역에서 최 회장의 대체재 내지 보완재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경영활동과 SK주식의 가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중략)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파격적인 결과가 아닌 법리 그대로 적용한 재산분할 판결”이라며 “가사노동이 과거엔 집안 업무에만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가사 전반에 관한 기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가사노동’에 대한 직·간접적인 기여는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경향신문, 24.06.05)
출산 고통 줄이는 ‘페인버스터’, 이젠 “환자 100% 부담”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3일~10일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일부 개정한다고 행정 예고하고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지침에는 제왕절개 등을 통해 분만할 때 무통 주사와 ‘페인버스터’로 불리는 국소 마취제 투여법을 병용할 수 없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임산부들을 중심으로 큰 반발을 불러왔다. 또한 페인버스터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80%에서 90%로 올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11일 설명 자료를 내고 “당초 행정예고안은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 중) 1종만 맞게 했지만, 2종 다 맞을 수 있도록 하되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후 전문가 검토를 거쳐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의 병용을 현행대로 하되, 환자 부담을 기존 80%에서 100%로 늘린 것이다.
한편, 임산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육아 카페에서는 “7월 출산 예정인데 왜 하필 지금부터인가 싶다”, “100% 자부담으로 늘린 게 화가 난다”, “저출생 심각하다고 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해주지는 못할 망정...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혜선 기자, 이데일리, 24.06.21)
국민대-장안대, 국내 최초 ‘대학’ 여자야구팀 창단 준비 중
야구계에 따르면, 국민대학교와 장안대학교가 나란히 여자야구팀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대의 경우 ‘학점은행제’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미 국민대는 여자야구부 특기생 지원서를 받고 있다.
국민대 여자야구팀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양석원 주임교수는 23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국내 대학교에 여자야구 동아리를 제외하면 정식 여자야구팀이 없다. 남자 엘리트 대학야구팀처럼 여자야구팀을 창단하면 어떨까 해서 학교 측에 제안서를 냈고, 학교 산하 평생교육원(학점은행제)에 티오(TO)가 났다”고 설명했다.
주말에만 훈련을 진행하는 사회인 여자야구팀과 달리 평일 오전부터 훈련을 진행하는 국민대 여자야구팀은 15명 이상이 모집되면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에 팀 등록이 가능하다. 양 교수는 “현재 관심을 보이는 인원까지 5~6명 정도 모일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인원을 모집해 내년 여자야구 사회인리그에 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국민대는 이미 엘리트 야구선수 출신인 김익 감독을 여자야구팀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장안대는 지난 20일 한국여자야구연맹과 여자야구팀 창단과 관련해 협약을 맺었다. 장안대학교 역시 내년 여자야구 사회인리그 참가를 목표로 올해 학생 모집에 나선다.
(황혜정 기자, 스포츠서울, 24.06.24)
강주룡은 이 시대의 페미니스트에게 어떤 의미인가
“당신이 좋아서. 당신이 독립된 나라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
“제 온 열과 성을 다 바쳐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삼이를 위하는 길이고 옥이를 위하는 길이며 저 자신을 위한 길인 것을 왜 몰랐을까.” -『체공녀 강주룡』 중
강주룡은 싸움의 이유를 곁에서 찾았다. 자신의 곁에서 자신과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의 삶 속에서. 이길 때까지 계속해서 싸울 이유가 지극히 분명하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구호를 참 좋아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함께임을 느끼기 어려운 사회에서 우리는 ‘함께’임을 느끼기 위해 애쓴다. 개인으로 흩어져 각자도생을 이야기하는 대학에서 계속해서 평등과 정의와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싸우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다. 함께한다는 것만큼 지금 사회에서 추상적인 말이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대학에서 ‘함께’ 모여 해결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바꾸고 싶은 사회를 향해 가는 유력한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는 계속해서 싸울 것이다. 우리 역시 끝까지 싸울 이유가 지극히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은 기자,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24.06.18)
“세상이 정한 경로에서 튕겨 나와도, 삶은 또 이어집니다”
황보름 작가(44)의 20대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흔한 비극을 흔치 않은 희망으로 바꿨다. 나이 서른에 7년 다닌 대기업을 그만두고 10년을 갈고닦은 끝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낸 것. 그가 2022년 출간한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는 국내에서만 30만 부가 팔렸고, 지난달엔 서점 직원들이 투표로 뽑는 일본 서점대상 1위(번역 부문)를 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독자가 ‘깊은 우울감에 빠졌는데 큰 위로를 받았다’, ‘책에 나온 문장을 삶의 지침으로 삼겠다’며 열렬한 독후감을 보내온다. (중략)
처음부터 글을 쓰려고 했던 건 아니다. 서울 강남의 어학원에 다니다가 2012년쯤부턴 1년쯤 강사 일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러다 하고 싶은 일이 글쓰기라는 걸 깨달았다.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그였다. 책 2권에 해당하는 원고를 여러 출판사에 보냈지만 출간 거절 메일만 돌아왔다. 가까스로 2017년 첫 에세이 ‘매일 읽겠습니다’(어떤책)를 냈지만 1쇄도 다 안 나갔다. 이후 ‘난생처음 킥복싱’(티라미수 더북),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뜻밖) 등 에세이 2권을 더 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했다. 방에서 글을 쓰는 단순한 삶이었다. 믿을 구석도 없는데 느긋했다고 한다. “먼 미래를 바라보지 않았어요. 5월엔 ‘12월까지는 버틸 수 있잖아’ 생각했죠. 뚜렷한 계획도 희망도 없었지만 그냥 그 생활이 좋았어요.” 부모님은 황 작가를 마냥 지지해줬다. “서른 넘어서 작가 되겠다고 몇 년이나 방에 틀어박혀 있으니 ‘엄마 아빠 몸에서 사리가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제가 회사 다니며 불행해하는 걸 느끼셨대요.”
그런 그도 마흔한 살이 되자 ‘겉은 작가였지만 속은 백수였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로 먹고사는 일의 요원함’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 2021년 초 선배의 소개로 다시 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삶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선물을 준다. 2018년 ‘시간은 남는데 에세이는 어렵고, 몇 달만이라도 소설로 도망가자’는 마음에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했던 것이 ‘휴남동 서점’이었다. 이미 전업 작가 생활엔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한 뒤 이 소설을 별 기대 없이 전자책 출판 공모전에 출품했다. 당선된 소설은 ‘밀리의 서재’에서 e북으로 출판됐고, 비로소 세상으로 나아가게 됐다.
(조종엽 기자, 동아일보, 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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