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6월 첫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여성의제 기사들 가운데 관점과 깊이가 있는 심층기사와 칼럼을 모아 전해드리는 PERSPECTIVE EDITION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정치는 물론 사회 여러 분야의 성평등에 대한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유엔 여성기구의 최신 간행물 ‘여성 정치 지도자들’에서 올해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정치적 리더십이 약화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새 정부에 성평등 노동을 요구하며 오마이뉴스에 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호주 공정근로위원회가 지난 4월 보육 종사자, 약사, 기타 의료 전문가, 사회복지사 등에 대해 이 직종의 임금이 “성별에 기반한 과소평가의 대상”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박선영 한국괴롭힘학회 공동회장이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에 있어 괴롭힘의 구성요건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직급으로 보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행위가 있었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의 젠더법 강좌에서는 성인지 통계, 성인지 교육, 성평등지수에 대해 알아봅니다. 2030 남성 극우·우경화 담론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본질적 질문인 "청년 극우화의 배경인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구조와 제도를 만들고, 다지고, 이용한 것은 누구인가"를 은폐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성별 차이가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성차의학에 대해 알아봅니다. 양세정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는 의료 AI의 젠더 편향이 여성 환자에게 불리한 진단을 내리는 등 새로운 건강 불평등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한국에 체류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은 물론 인권 침해와 성추행 피해를 겪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베트남전쟁 종전 50주년을 맞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가 한국을 방문합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1만명 청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 여자 축구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FC바르셀로나 소속 아이타나 본마티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본마티의 연봉은 남자 축구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호날두의 이틀치 급여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자 선수들과 남자 선수들의 심각한 임금 격차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스포츠 종목에서 여성 팀에는 남성 감독이 많지만 남성 팀에는 여성 감독이 없는 현실을 살펴보았습니다. 현장에서는 여성 지도자 육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정문 감독의 영화 ‘내가 누워 있을 때’에서 유독한 남성들에 맞선 여성들의 연대를 읽어봅니다.
뉴스 헐리버리가 이번 호에서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주목할 만한 여성 인물 관련 기사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김예빈 드림
유엔 여성기구 “올해 전세계적 ‘여성 대표성’ 감소…내각 성비도 첫 하락”
올해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정치적 리더십이 약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위 임원직에서 여성의 지위는 단순히 정체된 것이 아니라 ‘퇴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유엔 여성기구(UN Women)의 최신 간행물인 ‘여성 정치 지도자들’(Women Political Leaders 2025)에 따르면 국가 원수와 정부 고위 관계자를 비롯해 주요 장관직 등에서 여성은 지속적으로 낮은 대표성을 갖고 있으며, 정치적 리더십에서 광범위한 장벽과 성평등에 대한 취약하고 불균형적으로 부족한 주류 사회의 헌신을 방증하고 있다.
보고서는 오늘날 여성을 국가 원수로 둔 나라가 27개에 불과하며, 여성이 최고 행정직에 오르지도 못한 나라는 103개국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불균형은 장관 대표성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전세계적으로 올해 여성 내각 비율은 22.9%에 불과해 2024년(23.3%) 대비 줄었는데, 이는 여성 장관 수가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여성이 50% 이상인 동등 내각을 가진 나라도 지난해 15개에서 올해 9개로 급감했다. 반면 장관직에 여성이 전무한 국가는 지난 한 해 동안 7개국에서 9개국으로 늘어났다. (중략)
시마 바후스 UN Women 사무총장은 “세계는 포용적 의사 결정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여성의 정치적 리더십이 침식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여성이 최고위 리더십에서 배제되면 우리 모두가 손해를 본다. 성별 균형적 리더십에 의해 가능한 공평한 통치를 포기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정치적으로 여성이 지워지는 현상은 최근 한국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파면을 촉구하는 광장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이 청년 여성들이었음에도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여성 의제가 실종되며 비판을 불렀고, 이재명정부 출범 후에도 수석비서관에 여성이 한 명도 임명되지 않는 등 ‘유리천장’ 논란이 야기됐다. 이어질 장관 인선에서 여성 비중이 30%는 넘어야 ‘성평등 내각’의 최소 조건이나마 턱걸이하는 상황이라 여기에 이목이 집중된다.
(정지혜, 세계일보, 25.06.13)
"새 정부, 성평등 노동으로 응답하라"
“여성 비정규직, 1년 중 145일째부터 무급입니다” 2024년 기준, 여성 비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은 169만 원으로, 남성 정규직의 430만 원에 비해 39.4%에 불과합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여성 비정규직은 1년 중 144일만 임금을 받고, 145일째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올해 5월 25일은 '임금차별타파의 날', 5월 25일부터 5월 31일의 한 주는 '임금차별타파주간'이었습니다. 성별임금격차와 여성노동현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새 정부에서 성평등 노동을 바라는 목소리, 2025 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기사로 만나봅니다. - 기자말
지난 5월 27일, 임금차별타파주간을 맞아 마산·창원 지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가 쏟아졌다. 윤석열 파면 이후 치러진 조기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진행된 이 기자회견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사회대개혁과 성평등 노동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의 자리였다. 이제 대선은 끝났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들의 요구는 새 정부의 과제가 되어 있다.
김순희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구조적 성차별이 부정되면서 성평등 노동이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차별 부정이라는 괴변 아래 여성노동자는 더 가난해졌고, OECD 1위 성별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여성노동자를 향한 혐오범죄와 불안정 노동도 함께 심화됐다고 했다.
김 부지부장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성평등 공시제 법제화를 촉구했다. 성평등 공시제는 기업의 성별임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의 책임을 묻고,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OECD 주요국들은 이미 도입해 성평등 수준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최저임금 역시 핵심 사안으로 제기됐다. 김 부지부장은 "최저임금이 여성노동자의 기준임금이 되고 있다"며, 실질임금 인상을 위해 생활임금 수준으로의 대폭 인상과 최저임금 물가연동제 도입을 요구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0만 원 이하의 저임금 여성노동자가 전체 여성노동자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새 정부를 향해 "성평등 없는 사회대개혁은 없다"며 성평등 공시제와 임금격차 해소가 이번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오마이뉴스, 25.06.13)
“성별에 기반한 과소평가” 인정한 호주…“성별임금격차 시정은 투자”
호주 공정근로위원회(FWC)는 지난 4월 눈에 띄는 결정을 내렸다. FWC는 보육 종사자, 약사, 기타 의료 전문가, 사회복지사 등에 관한 재정(裁定·award)을 두고 이 직종의 임금이 “성별에 기반한 과소평가의 대상”이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해당 직종 종사자들은 많게는 35%의 임금 인상을 단계적으로 적용받을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국가 기관이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주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호주 언론은 이것이 공정근로법(Fair Work Act) 개정의 성과라고 분석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이끄는 현 노동당 정부는 2022년 공정근로법을 개정하며 ‘성평등’을 명시적으로 추가했고, FWC가 임금에 관한 재정에서 성별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FWC는 공정근로법에 근거한 독립기구로서 FWC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호주 언론은 이번 결정으로 약 17만5000명의 임금이 인상되고, 33만5000명은 간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략)
이번 결정의 의의, 앞으로의 과제를 듣기 위해 레이 쿠퍼 시드니대 교수를 이달 초 e메일로 인터뷰했다. 쿠퍼 교수는 젠더와 노동 분야 전문가로, 고등교육·직장 정책 등에 기여한 공로로 2019년 호주 훈장(Officer)을 받았다. 그는 이번 결정이 “직업의 가치와 성별화된 노동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중략)
-결정문에는 ‘성별에 기반한 노동 과소평가(gender-based undervaluation of work)’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력의 성별 때문에 해당 직무의 임금이 깎여서 책정되고 있고, 그로 인해 실제로 행해지는 일이나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임금 수준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사, 기타 의료전문가 등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진 것은) 이러한 분야가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고도로 성별화된 산업이기 때문이다.” (중략)
-이번 판결 외에도 호주에서 일자리의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직업, 산업, 부문별로 존재하는 굳건한 성별 분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노동 시간 측면에 존재하는 실질적인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남성들이 장시간 근무 직종에 종사하는 반면 여성들은 단시간 근무 직종에 종사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게끔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같은 불균형을 평등하게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서영, 경향신문, 25.06.05)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피해자는 반드시 하급자일까?
우리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에 대한 일정한 상(像)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상급자인 중년의 남성이 하급자인 젊을 여성을 성희롱하거나 상급자가 하급자를 괴롭히는 것이다.
관련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 진정사건 통계에 의하면 가해자 지위는 중간관리자가 38.5%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대표 32.2%, 평직원 15.5%, 고위관리자 11.2%, 기타 2.6% 순이었다. (중략)
A는 B의 상급자로, B가 근무하고 있던 부서에 인사발령을 받아 B, C과장과 함께 소규모 팀을 이루어 일했다. 그러던 중 사내부부였던 A의 남편은 회사 준법감시부에 B를 A에 대한 성희롱 행위자로 신고했다.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날로부터 1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회사는 사실관계를 조사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B를 징계(해직)하기로 의결한 후, B에게 해직을 통보했다. (중략)
B가 A보다 직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판결은 B는 A와 C과장 단 3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 내에서 가장 선임자인 C과장과 합세하는 방식으로 괴롭힘을 했다면 A를 상대로 지위 및 관계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직장에서 발생하는 성희롱과 괴롭힘은 다양한 태양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사건을 볼 수 있는 눈(目)을 가져야 하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라는 괴롭힘의 구성요건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직급으로 보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행위가 있었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선영, 여성신문, 25.06.10)
[젠더법 강좌] 기본법과 젠더(17) - 성평등 정책(6)
성인지 통계는 성별에 따른 상황의 차이와 불평등, 정책의 성과 등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통계로서 향후 성평등 정책을 합리적이고 합목적으로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가 된다.
제17조(성인지 통계)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은 인적(人的) 통계를 작성하는 경우 성별 상황과 특성을 알 수 있도록 성별로 구분한 통계(이하 이 조에서 "성인지 통계"라 한다)를 산출하고, 이를 관련 기관에 보급하여야 한다"(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항에 따른 기관으로서 정부가 재정을 출연하거나 투자한 기관 등을 말하는데 2021년 1월에 성인지 통계의 산출기관에 포함됐다. (중략)
제19조(국가성평등지수 등)은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국가의 성평등수준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성평등한 사회참여의 정도, 성평등 의식·문화 및 여성의 인권·복지 등의 사항이 포함된 국가성평등지표"(제1항)와 "국가성평등지표를 기초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성평등지표"(제3항)를 개발·보급·조사·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평등 지수의 내용은 "경제, 교육 및 문화 분야. 보건, 복지 및 인권 분야, 의사결정에서의 양성평등 수준" 등이다(시행령 제15조).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매년 국가성평등지수와 지역성평등지수를 공표하고 있다.
(김엘림, 여성신문, 25.06.12)
2030 남성 비난이 가리는 것
불평등한 세상에 불만을 품은 젊은 남성의 극우화와 우경화는 세계적으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트럼프 재등장도, 유럽 극우 정당 득세도 이들의 지지가 최대 동력이다. 이번 대선에 나타난 2030 남성 표심을 거듭 분석하는 데 힘을 쏟는 사이, 2030 여성 표심은 별로 주목받지 않았다. 대선에서 더 튀는 선택을 한 건 2030 여성인데도 말이다.
2030 여성 표심은 방황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최대 지지층인 동시에 이준석 후보에게도 40대 이상 모든 세대 남성보다 표를 많이 줬다. 20대와 30대 여성 사이에서 권 후보 득표율은 각각 5.9%와 2.1%로, 모든 성별·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권 후보가 '성평등 대통령'을 공언하고 진보적 의제를 앞세운 것을 감안하면, 뜨겁다고 할 만한 지지는 아니었다. 이 후보의 20대 여성 득표율이 10.3%, 30대 여성 득표율이 9.3%인 것은 반전이었다. 차별·갈라치기 정치의 아이콘인 데다 TV토론에서 '그 발언'을 한 이 후보를 2030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심판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권 후보는 왜 2030 여성 득표율에서 이 후보에게 밀렸을까.
이에 대한 분석이 공론장에서 상대적으로 뒷전인 것에 심오한 이유는 없다. "남성의 행동과 생각이 더 중요하고 정치적·학술적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극우·혐오 정치 연구 권위자인 카스 무데 미국 조지아대 교수·영국 일간 가디언 칼럼)이다. 이런 편향성은 여성의 정치적 소외로 끝나지 않는다. 분노를 드러내는 극우 남성의 폭력적 방식이 '그럴 만한 것'으로 치부돼 청년들의 '악해질 용기'를 북돋는다.
2030 남성 극우·우경화 담론에 집중하는 것은 보다 본질적 질문을 은폐한다. "청년 극우화의 배경인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구조와 제도를 만들고, 다지고, 이용한 것은 누구인가." 기성세대다. 그 구조와 제도의 혜택을 오랜 기간 누린 남성의 책임이 더 클 것이다. 개개인은 깨어있을지 몰라도, 기성세대가 쌓아올린 세계는 여전히 후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구성 중인 대통령실과 행정부는 아직까지 5060 남성 중심이고, 가장 진보적이라는 방송사의 대선 개표방송 출연자도 남성 일색이었다. 이런 세계에서 2030 남성의 차별·혐오를 꾸짖기만 하는 것은 유체이탈적 모순이거니와 이들의 분노가 또래 여성 때문이라는 착시를 유도한다.
(최문선, 한국일보, 25.06.12)
몸무게 50㎏ 여성과 100㎏ 남성이 똑같을리가…‘성차의학’ 무엇?
약국에서 구매한 소화제 포장에 적힌 용법·용량을 보면 성인은 1정을 복용하라는 설명이 쓰여있다. 50㎏ 여성과 100㎏ 남성의 몸집은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데, 모두가 한 알을 먹는 것이 최선일까? 커피, 샌드위치, 마라탕 속 채소까지 개인 맞춤형 주문이 당연한 시대에 건강관리 영역은 예외로 남아있다. (중략)
성차의학은 생물학적·사회문화적 성별 차이가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연구 분야다. 의학계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오랫동안 간과했던 ‘빈틈’을 포착한 비교적 신생 학문이다. 미국에서는 국립보건원(NIH)이 1991년 여성 건강 이니셔티브(WHI)를, 1995년 식품의약국(FDA)이 여성건강사무소(OWH)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동력을 얻었다. (중략)
코로나19 백신은 성차의학의 중요성을 대중적으로 각인한 대표 사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0년 12월 14일부터 2021년 1월 13일까지 미국에서 접종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신고자 6994명 중 여성의 비율은 79.1%로 남성의 3.7배였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이 2021년 2월 26일부터 2022년 3월 1일까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 가운데 아나필락시스 발생자 188명 중 62.8%가 여성으로 남성의 2.85배에 달했다.
전 세계 정부는 체중과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성인에게 같은 백신을 접종했다. 100㎏이 넘는 북미 남성과 40㎏ 내외의 아시아 여성에게 동일한 용량을 투약한 것이다. 성호르몬의 면역반응 조절 기능도 무시됐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면역을 억제하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은 면역을 강화한다. 이 때문에 여성의 몸에서는 백신이 항체 생성을 촉진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분비도 과도하게 증가하기 쉽다.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남성에서 백신 효과를 높이고 여성의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성주, 이투데이, 25.06.12)
의료AI, 여성 간질환 44% 놓쳐...젠더 편향 어떻게 막을까
의료 AI의 젠더 편향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양세정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는 “AI가 기존 의료 시스템의 편견을 학습해 여성 환자에게 불리한 진단을 내리는 등 새로운 건강 불평등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혈액 검사를 통해 간 질환을 예측하는 AI가 남성(23%)보다 여성(44%)의 간 질환을 놓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 알고리즘에 반영된 기존 의학 지식이 남성에 더 유리한 지표라서다.
세균성 질염(BV) 진단 AI의 인종 편향 사례도 드러났다. 똑같이 증상이 없는 여성의 BV를 예측했는데, 아시아 여성은 가장 많은 거짓 음성 진단을 받았다. 히스패닉 여성은 가장 많은 거짓 양성 진단을 받았다. 인종·집단별 질병의 이해도와 데이터 샘플의 차이 때문이다.
고위험군 선별 AI가 유익한 서비스에 환자를 선별할 때 아프리카계 미국인 환자보다 백인 환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종별 빈부격차가 반영된, 과거 의료비 사용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다.
해결 방안으로는 성차의학적 데이터 기반 강화와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를 제시했다. 양 교수는 AI 도입·활용 과정에서 형평성·포용성·접근성 관점의 윤리 설계가 필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감시·평가, 규제·책임 관리 체계의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이세아, 여성신문, 25.06.11)
성추행 피해 달아났는데 "벌금 내라"는 업체…필리핀 가사관리사의 눈물
한국에 체류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 회사가 벌금을 물게 하는 등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심지어 성추행을 피해 이용자의 집에서 나온 가사관리사가 '작업장 이탈'이라는 명목으로 벌금을 낸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12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불안한 체류, 배제된 노동 - 필리핀 돌봄노동자의 목소리' 토론회에서 이미애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보고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실태와 양질의 돌봄을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추진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한국에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23명과 통역자 2명을 대상으로 한 기초·설문조사, 포커스그룹·심층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중개·관리 업체가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게 부당한 사유로 벌금을 내게 한 사례들이 담겼다.
통역자 A씨는 "어떤 노동자는 남성 이용객으로부터 '임신 걱정 없다'며 유사 성행위를 요구 받았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가슴에 손을 대는 고용주를 피해 고객의 집인 일터를 나왔는데 오히려 작업장 이탈로 벌금을 물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성추행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는 통역자와 몇몇 비당사자 노동자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나 보호 조치가 이뤄졌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썼다.
(최용락, 프레시안, 25.06.13)
"내가 가진 건 기억과 진실뿐" 두 베트남 학살 피해자 한국 찾는다
시민평화법정은 퐁니·퐁녓학살과 하미학살 사건을 다루었다. 이 법정을 계기로 학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증거 자료와 쟁점들이 집대성되었고, 자연스럽게 두 사건을 실제의 법정에서 어떻게 다룰지 모색하는 길이 열렸다. 상대적으로 증거 자료가 풍부했던 퐁니·퐁녓은 2020년부터 국가배상소송을 추진했다. 반면 사법부의 문턱을 넘을 증거 자료가 부족했던 하미학살은 고민 끝에 진화위의 문을 두드렸다. 권위주의 정부시기에 벌어진 학살, 국가폭력, 인권침해 문제 등의 진실규명을 이어온 진화위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를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하미 탄은 입버릇처럼 "하미 사건은 증거가 부족해"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퐁니·퐁녓의 승소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국가배상소송의 원고 퐁니 탄은 2023년 2월 1심에서 승소했고 이후 2025년 1월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연이은 승소에 하미 탄도 진심으로 기뻐하며 부러움을 넘어선 희망을 품는 것 같았다.
퐁니·퐁녓의 승소는 베트남전 진상규명 평화운동이 낳은 최고의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법부의 판결을 통해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최초로 공식기억의 장으로 나아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퐁니 탄의 승소가 자칫 한 피해자 개인의 승리에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를 입증이라도 하듯 하미학살 사건의 조사를 거부한 진화위의 결정이 2023년 5월에 내려졌고, 이후 2024년 6월 행정소송 1심에서도 패소했다. (중략)
오는 6월 18일, 하미와 퐁니의 두 응우옌티탄이 한국을 찾는다. 그리고 지금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문제의 진실규명 촉구를 새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1만 명 청원이 진행 중이다. 수많은 한국 시민들이 '잊힌 기억', '불편한 진실'인 베트남전쟁과 자신의 연결 혹은 연루됨을 생각하며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의 피해자들이 말할 한 시간을 디딤돌로 이제는 더 많은 우리가 연결되어야 할 때다.
☞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1만명 청원 (https://actnow.do/AM9y)
(권현우, 오마이뉴스, 25.06.13)
여자축구 연봉 세계 1위, 호날두 '2일치 급여' 수준…발롱도르 4개 타도 CR7 주급 못 따라가
인도 매체 '스포츠두니아'는 지난달 22일(한국시간) 세계 여자 축구선수 최고 연봉자 1~10위를 소개했다.
최근 들어 여자축구계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시청률 증가, 커지고 있는 미디어의 관심, 여기에 스폰서십도 커지면서 선수들의 수입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 물론 아직 프로화가 되지 않은 한국 여자축구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매체는 "결과적으로 엘리트 여자 축구 선수들의 재정적인 보상이 상당히 증가했고, 이는 여자 축구계의 커지는 불꽃과 경제 생태계 확장을 반영하고 있다"라며 최고 연봉자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중략)
가장 높은 연봉을 버는 선수는 최근 발롱도르 2연속 수상에 빛나는 FC바르셀로나 소속 아이타나 본마티(스페인)로 추정 연봉이 100만 유로(약 15억 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마티(27)는 2023년과 2024년에 연달아 발롱도르를 수상한 현재 여자축구 최고의 선수다. 그는 바르셀로나와 최근 2028년 여름까지 재계약을 맺으며 여자축구 세계 최고 연봉자가 됐다. 스폰서십도 아디다스, 알프로, 빔보, 톱스 등 다양하다.
2016년 바르셀로나에 데뷔한 그는 리그 우승만 6회 차지했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도 3회 우승했다. 지난 2023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서 자국의 첫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중략)
다만 여자 선수들의 연봉은 여전히 남자 선수들과 격차가 크다. 2023년 1월 사우디프로리그 알 나스르와 계약을 맺은 호날두의 연봉은 2억 유로(약 3127억원)에 달한다. 주급으로는 380만 유로(약 57억원) 수준이다. 본마티의 연봉에 4배 가까이 된다. 호날두 이틀치 급여가 본마티 연봉과 비슷한 셈이다.
(김정현, 엑스포츠뉴스, 25.06.12)
여자팀엔 남성 사령탑 많은데, 왜 남자팀엔 여성 사령탑이 없을까
"내가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지도자가 기회를 받고, 도전할 수 있다."
지난 3월 18일. 이틀 뒤 열리는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1승만 더 올리면 여자 프로농구(WKBL) 최초로 '여성 우승 사령탑'이 되는 BNK썸 박정은 감독이 당시 한 말이다. 단순히 개인의 영광 이상을 의미하는 발언이었다. WKBL 6팀 중 유일한 여성 사령탑인 그가 좋은 성과를 내야 감독 자리에 여성이 더 많이 올라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박 감독은 이틀 뒤인 20일, 임무를 완수했다. 통산 9회 우승에 빛나는 '우승청부사'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을 55-54로 꺾고 첫 여성 우승탑이 됐다.
하늘도 그의 간절함에 응답한 것일까. 우승이 결정되기 불과 몇 시간 전, 신한은행은 신임 감독 자리에 최윤아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코치를 선임하며 1986년 창단 이후 구단 역사상 최초로 여성에게 사령탑 자리를 맡겼다.
여성 스포츠에서 여성 감독 비율은 얼마나 될까. 2024년 5월 22일 기준, 프로·실업팀이 있는 한국의 여자 구기 종목 중 축구·농구·배구·핸드볼, 소프트볼에서 여성 사령탑의 비율을 계산해 봤다. 결과는 37.1%(35명 중 13명)였다. 반면, 남성 프로·실업팀에서 같은 성별인 남성 사령탑 비율은 100%였다. 여자팀에 남성 지도자의 비율은 10명 중 6~7명인데, 남자팀에서 여성 지도자의 비율은 10명 중 0명이다. (중략)
지도자를 인터뷰하고 결정하는 임명권이 있는 구단 수뇌부(구단주, 사장, 단장)는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단 수뇌부가 남성이라고 무조건 여성을 임명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여성 지도자가 선임될 확률이 낮아지는 건 분명하다. 스포츠 현장에서 감독 선임은 종종 명확한 기준이나 데이터보다는 인맥, 평판, 기존 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네트워크 자체가 남성 중심이라면, 여성은 애초에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황혜정, 오마이뉴스, 25.05.31)
유독한 남성들에 맞선 여성들의 연대
최정문 감독의 ‘내가 누워 있을 때’(2025)는 ‘선아’(정지인)와 그녀의 사촌 동생 ‘지수’(오우리) 그리고 지수의 친구 ‘보미’(박보람)가 차례로 잠자리에 눕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각자의 고단한 하루를 보낸 뒤에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지만 쉬이 잠들지 못한다. 침대에 눕기 전 문 쪽을 바라보고 더 단단하게 걸어 잠근다. 혹은 소파에 누운 채 보던 티브이(TV)를 끄고 자려 하지만 이내 다시 티브이를 켜고는 어둠을 물린다. 일상의 불안함은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 안에서의 취침 시간마저 잠식해 들어온다. 여성들을 향한 남성의 묻지 마 폭행과 데이트 폭력에 대한 뉴스가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그들이 머물고 버티는 직장과 학교, 거리 같은 공적인 공간들에서 마주하는 남성들은 그들을 업신여기고 심지어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유독한 남성들에 둘러싸여 보낸 하루의 무거운 공기가 집 안까지 스며든다.
선아와 지수, 보미에게는 각자의 애착 대상들이 있지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으로, 혹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된다.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선아는 신입사원 시절, 남자 직원들의 무시 속에서 한달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한 경험을 잊을 수 없어 성공을 위해 더 발버둥 친다. 그 과정에서 차장인 ‘해수’(김주헌)에게 성적으로 매력을 어필해 동료의 프로젝트를 가로챘다며 꽃뱀 취급을 당한다. 한편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지수는 고등학생 시절, 혐오와 편견의 시선 때문에 실패한 사랑과 여전히 씨름 중이다. 보미는 무책임한 남자친구에 의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곧바로 사산한 딸아이의 환영에 시달린다. 모두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남성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끌어안고 겨우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김경태, 한겨레, 2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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