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vol.87 성폭력 피의자의 죽음과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2025.04.15 | 조회 179 |
0
|
뉴스 헐리버리의 프로필 이미지

뉴스 헐리버리

‘헐리버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성뉴스 큐레이션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첨부 이미지

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4월 첫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여성의제 기사들 가운데 관점과 깊이가 있는 심층기사와 칼럼을 모아 전해드리는 PERSPECTIVE EDITION입니다. 저는 오랜만에 뉴스레터에서 다시 인사드리는 에디터 오진달래입니다. SNS 계정의 뉴스 큐레이션에 헐리버리 에디터가 모두 참여하게 되면서 뉴스레터 발행 역시 로테이션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를 35년간 이끈 손봉숙 이사장과 김은주 소장이 여성정치의 위기와 방향성에 대해 진단했습니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의 젠더법 강좌에서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성폭력 혐의로 고소돼 경찰 조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사망함에 따라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진실 규명의 기회를 잃고 2차 가해에 노출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 투쟁의 의미를 재학생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만기 출소를 앞두고 대학로X포럼이 진행한 제10차 포럼 <연극계 미투 이후,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았다>에서는 연극계 미투 이후의 상황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었습니다. 일본의 도쿄고등법원에서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과 호적법 규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1차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인 오에 치즈카, 오가와 요코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민법 제781조 제1항에 명시된 부성우선주의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대표의 기고문을 소개합니다.

이탈리아의 페미니스트 사상가이자 활동가인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가 저서 세 번째 전장, 자궁절제술에서 제기하고 있는 자궁절제술 남용 문제에 대해 따라가보았습니다. 여성 전용 스포츠클럽 운동친구의 양민영 대표는 여성 청소년들에게 여성의 몸을 중심에 둔 운동법과 시스템을 찾아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로야구팀 LG트윈스의 치어리더 유니폼이 과도한 노출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치어리더를 시선을 끌기 위한 장치로 문제의식 없이 소비하고 있는 구단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을 통해 남성들의 놀이문화가 된 여성혐오를 다시 짚어보았습니다.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는 5월부터 ‘MMCA 상설전이란 타이틀로 소개할 작품 가운데 여성만의 나라를 꿈꾸었던 박래현 화가의 미술세계를 다시 조명했습니다. SNS에서 자영업자 살리기 운동으로 화제가 되었던 트위터(X) 효녀 지도의 파급력과 뒷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뉴스 헐리버리가 이번 호에서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얼마 남지 않은 벚꽃의 계절도 즐기시기 바랍니다. 다음 호에서는 주목할 만한 여성 인물 관련 기사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오진달래 드림


첨부 이미지

“2030여성 유권자, 잡아둔 집토끼 아냐…페미니즘 없이 민주주의 없다”

22대 총선에서 역대 가장 많은 60명(전체 20%)의 여성 의원이 당선되며 국회에 발을 들였다. 12·3계엄 이후 2030여성들은 응원봉을 들고 광장을 열며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 떠올랐고, 이들은 광장에서 ‘성평등없이 민주주의는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길어지자 ‘응원봉을 든 여성이 만든 광장’은 ‘응원봉 광장’으로 탈바꿈했고, 정치권에선 다시 여성의제가 사라지고 있다.

“보수 정당은 안티페미니즘에 편승해 여성 의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고, 진보 정당은 여성 유권자를 이미 잡은 ‘집토끼’로 간주한 채 굳이 여성의제를 꺼내지 않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진단한다. 그는 “청년이라는 이름에 포섭되지 말고 여성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호명하며 자신들의 대표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략)

- 탄핵 국면을 맞아, 2030 여성들이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 떠올랐지만, 정치권은 여성의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정치권이 2030 여성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김=“여성이라는 이름을 끊임없이 호명해야 한다. 지금처럼 여성이라는 단어조차 정치에서 회피되는 상황에서는, 정당이 스스로 여성 청년을 주체로 인식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렇기에 2030 여성들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호명하며 자신들의 대표성을 요구해야 한다. 정치권은 ‘청년’이라는 말로 모든 걸 포괄하려고 하겠지만,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지워지는 순간, 누구도 여성이라는 존재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를 고민하지 않는다. 스스로라도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정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2030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구체화하고 정당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당이 알아서 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여성 스스로 ‘여성 정치’를 요구하는 존재로 다시 나서야 한다.”

(신다인, 여성신문, 25.04.03)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젠더법 강좌] 기본법과 젠더(8) - 여성폭력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여성폭력 대처

<입법 배경과 논란>

이 법은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던 2018년 12월에 제정돼 1년 후 시행됐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여성 대상의 폭력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여성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체계적 대책을 마련하려는 입법 취지가 있다. 현행법은 2024년 3월에 1차 개정된 법이다. 소관부처는 여성가족부다.

그런데 이 법의 명칭과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대상으로 하는 점에 대해 젠더(성별에 관한 인식)에 기반한 폭력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 남성과 성소수자를 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논란이 있다. 또한 기존의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특별법들이 규정한 방지 대책과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리해 입법과정에서 이 법안을 폐기하거나 '젠더폭력방지기본법'으로 제정하자는 국민청원이 있었다.

<법의 목적과 기본이념>

이 법은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개인의 존엄과 인권 증진에 이바지함"(제1조)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의 기본이념은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추진을 통하여 모든 사람이 공공 및 사적영역에서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폭력 없는 사회를 이루는 것"(제2조)에 있다.

(김엘림, 여성신문, 25.04.10)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성폭력 피의자 죽음에 또다시 드리우는 ‘2차 가해’ 그림자

성폭력 혐의로 고소돼 경찰 조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전 의원의 사망으로 성폭력 고소 사건은 종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의 죽음으로 사건의 진실 규명이 어려워짐에 따라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략)

경찰수사규칙 제108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게 돼 있다. 검찰 역시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에 따라 피의자 사망 시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결정을 한다. 이에 따라 장 전 의원의 성폭력 고소 사건도 종결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피의자 사망에 따른 수사종결 관행으로 진실규명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가령 피해자가 피의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비난하거나, 피의자가 무죄를 받은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는 식이다. (중략)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성범죄의 경우 유독 가해자가 죽음을 택하는 일이 벌어지고, 이후 가해자에게 온정적인 태도로 대하는 반면 피해자를 탓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해자가) 목숨을 끊으면 피해자와 그 변호사에 대한 2차 가해가 지속되는 등 피해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을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억울함을 알리고 가족을 구하고 죽는다는 비뚤어진 연민과 순교 의식에 빠져 목숨을 끊는 것”이라며 “결국 성폭력 그리고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각이 가해자를 죽음으로 몰고가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자성하지 않으면 가해자들의 이러한 선택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원, 여성신문, 25.04.01)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동덕여대 시위'와 '서부지법 폭동'이 같다는 당신에게[동덕여대생이 직접 말한다]

동덕여대의 투쟁은 남녀공학 무단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족벌 사학의 문제와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인 행정을 비판하는 싸움이다. 이러한 시위는 학문적 의미를 넘어 민주적이고 정당한 학생운동이자, 학내 민주주의를 지키는 여성들의 시대적 요구였다.

동덕여대 남녀공학 반대시위는 대학본부의 비민주적 행정절차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5일 개최된 대학비전 혁신추진단 2차 회의에서 단과대 교수들의 논의를 거친 학과 발전방안에 '남녀공학 전환'이 포함됐으나, 학생들에게는 사전 논의나 내용 공유 없이 통보됐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밀실 논의와 비민주적 절차를 문제 삼으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학생 총궐기에 나섰다. 같은해 11월 21일 총학생회가 소집한 학생총회에서는 1973명 중 1971명이 '동덕여대 공학 전환'에 반대했으며, 올해 3월 19일 열린 추가 총회에서도 '남녀공학 전환 논의 철회' 안건이 가결됐다.

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는 학내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사안인 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며 진행돼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와 소통하기 위해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으나 대학 처장단과의 면담은 대학본부 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결렬됐다.

이에 학생들은 시위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저항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현재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을 이해하려면 이러한 학생운동의 역사와 맥락을 알아야 한다. 먼저 동덕여대를 다닌 선배들은 20년 넘게 사학비리 척결을 외치며 본관 점거와 수업거부를 이어가며 투쟁을 해왔다. 친일파이자 학교 설립자인 조동식 일가의 3대째 세습에 의해 동덕여대는 사유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2019년 <뉴스타파>는 동덕여대가 '교육시설'로 쓰겠다며 18억 원을 들여 매입한 고급 주택에 이사장 일가가 거주했다고 보도해 동덕여대의 족벌사학과 세습 문제를 알리기도 했으나, 동덕여대 사학재단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의 동덕여대 학생들 또한 선배들이 맞서온 사학재단의 독단적 운영에 저항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학생들의 이번 투쟁은 20년 넘게 지속된 동덕여대 대학본부의 사학비리와 독재행정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결과로 봐야 한다.

(동덕여대 재학생, 프레시안, 25.04.09)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연극계 미투 이후,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았다”

2018년 3월 5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미투(#MeToo)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는 ‘연극계의 거장’이라 불리던 이윤택 씨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행해온 성폭력을 고발하는 자리로 당시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기자회견의 주체는 피해자 16인과 함께 공동변호인단 101인을 포함한 ‘문화예술계 내 공동대책위원회’(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한국여성변호사회)였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3월 23일 이윤택 씨가 구속되었고, 이듬해인 2019년 7월 24일 대법원 선고로 징역 7년 형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3월 22일, 이윤택 씨의 형기가 종료되어 출소 예정이다. (중략)

연극계 미투운동 이후 많은 예술인들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송진희 대표는 “2025년 공모 사업으로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센터) 위탁운영 단체가 변경되면서, 피해자 지원과 사건 대응을 중심으로 해 오던 기존 예방센터의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 대표는 “예방센터의 의미와 운영 방향성 그리고 안정적인 지원과 운영 모델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국면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사실 예방센터를 향한 백래시는 계속되고 있다. 예방센터의 필요성을 계속 이야기해오고 있지만, 한편에선 여전히 ‘문화예술계에서 왜 피해 지원을 해야 되냐, 이런 활동이 문화예술계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또한, 예방센터에 대해 ‘피해 지원의 전문성이 없다, 신빙성이 없다’는 등의 소문을 내서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공격하는 가해자들의 카르텔이 공고한 지역의 현장이 있다.”

그 누구보다 먼저 변화를 만들어내고, 학생과 교직원 모두에게 평등한 공간을 마련해줘야 할 학교도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주연, 일다, 25.03.21)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30년지기 파트너이자 가족이자 친구이자 전우”

일본의 5개 법정에서 6건의 소송이 진행중인 ‘동성혼 집단소송’. 2024년 10월, 도쿄고등법원이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과 호적법 규정에 대해 ‘위헌’ 판결했다. (관련 기사: 도쿄고등법원 ‘동성혼 인정’ 5가지 핵심 근거 https://ildaro.com/10092) 원고들은 더욱 깊이 있는 판결을 요구하며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12월 13일에는 후쿠오카고등법원에서도 위헌 판결이 나왔다.

도쿄고등법원 판결이 나온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성결혼이 (혼인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 불평등한 현재의 혼인제도를 부수는 하나의 균열이 될 것”이라며, 예리하고 인상적인 소감을 남긴 이가 있다. 도쿄 1차소송 원고 중 한 명인 오에 치즈카 씨다. 오에 씨는 같은 소송 원고이자, 30년 이상 파트너로 지내온 오가와 요코 씨와 함께 25년간 레즈비언과 바이섹슈얼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스페이스 ‘LOUD’를 운영해왔다. 두 사람의 지금까지 발자취를 들어보았다. (중략)

Q. 동성혼 법제화가 젠더 불평등한 현재의 혼인제도에 균열을 낼 거라고 말한 이유는?

오에 치즈카(이하 ‘오에’): 저와 오가와는 2000년경부터 동성결혼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제 생각은 그때부터 달라지지 않았고 일관돼요. 이에제도(家制度, 일본의 호주제도. 호주를 중심으로 그와 가까운 친족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일가[一家]에 속하게 하고 호주에게 집안의 통솔권한을 부여한 제도)는 전후에 폐지됐는데, 결혼식에 가면 지금도 OO가(家)와 XX가(家)의 혼인이라는 것을 알리는 종이가 붙잖아요?

2022년에 들어서야 혼인할 수 있는 연령이 남녀 똑같이 18세로 맞춰지고, 또 작년에야 간신히 그동안 여성에게만 부과되어 있던 재혼 금지 기간이 사라졌죠. 하지만, 법률상 혼인을 한 이성애 커플 중 95%의 여성이 남편의 성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그런 혼인제도에 동성 커플이 포함됨으로써, 가려져 있는 젠더 불평등과 편견에 숨통을 트이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오가와 요코(이하 ‘오가와’): 혼인제도에 동성 커플이 포함됨으로써 성역할 고정관념 등 젠더에 기반한 사고방식이나 육아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거고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동성 커플이 늘어나는 추세니까요.

(가시와라 토키코, 일다, 25.03.31)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엄마 성’은 언제까지 예외여야 하나... 헌재는 응답해야

부모가 혼인신고 당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단 한 줄에 불과하지만, 이 한 줄은 미혼모와 아이에게 감당하기 힘든 제도적 벽이 된다.

자녀가 태어났을 때 혼인 외 출산이라면, 어머니 단독으로 출생신고는 가능하다. 그러나 아이에게 어머니의 성을 물려주면서 아버지를 올리려면 이는 불가능하다. 출생신고 이후 아버지를 인지시키려 한다 해도, 아버지의 '협조'가 없다면 아이는 부의 성을 강제로 부여받는다.

아이가 부에 인지되지 않으면 양육비 청구도 힘든 상황에서, 아이의 성을 정하는 결정권조차 혼인 여부나 남성의 협조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가 한국 민법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아이의 정체성은 아버지를 통해 성립된다'는 성차별적 사고가 법의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조항이 여성과 아동의 인격권·양육권·평등권 모두에 걸쳐 헌법과 충돌하는 체계를 고착화시킨다는 점이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의 민법은 여전히 '가족은 남성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과거의 규범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단순히 출생신고 절차의 편의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의 해석과 설계가 어떻게 여성을 주변화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다.

(이설아, 여성신문, 25.04.14)

기사 전문 보러 가기


첨부 이미지

자궁절제술 남용 문제에 대한 페미니즘 시각의 분석

자궁절제술 남용에 관한 달라 코스따의 논의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재생산 노동과 그에 대한 수탈이라는 논의의 연장선 상에 있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정치학자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가 시초 축적을 통한 자본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 여성의 몸은 노동인구를 증대시키는 ‘자연적 출산기계’로 여겨지게 되었음을 보여주었다면, 달라 코스따는 자궁절제술이 남용되는 현실을 통해 현재의 유럽 사회에서도 여성의 몸을 보는 시각이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자궁은 여성의 몸의 총체성 속에서 이해되기보다는 ‘출산’만을 위한 장기에 불과하다고 보기에, 필요가 없을 때 쉽게 제거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여성의 몸이 재생산을 위한 도구이자 수탈의 대상으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한 이는 수탈이 시초 축적과 같은 특정 시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의 착취와 병존한다는 논의를 여성의 재생산 영역에 적용한 것이기도 하다. ‘식인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통해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가 말하듯이, 수탈이 폭력성과 침해 가능성을 전제한 개념이라면,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수탈이 ‘반여성적 폭력’임은 명백해 보인다. 그리고 그 폭력을 매개하는 지식과 실천으로서 ‘의학’이 지목되고 있다.

달라 코스따는 여성의 재생산 능력에 대한 수탈의 과정은 마녀사냥과 같이 여성을 체계적으로 의학 지식의 영역에서 배제하는 폭력적 과정을 수반했음을 보여준다. 산파 등 여성의 몸에 대한 지식을 가진 여성들을 대체한 것은 남성중심적 의학계였다는 것이다. 이는 근대 의학의 성립 과정 자체가 여성에 대한 폭력 위에 기초함을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았을 때, 의학과의 관계 속에서 여성들의 몸이 타자화되고 진료 과정에서 고통을 경험하는 건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남승현, 일다, 25.03.28)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운동에 맞지 않는 몸은 없다

'여자치고 잘 뛰네'를 쓴 로런 플레시먼은 여성의 사춘기와 운동의 상관관계를 풍부한 경험과 데이터로 분석했다. 그는 미국대학체육협회 선수권대회에서 챔피언을 다섯 번이나 석권하고 세계육상연맹이 주최하는 다이아몬드 리그에서 두 번 우승한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다. 그에 따르면 여성 선수들은 대략 12세까지 또래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하다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크나큰 변화를 맞는다. 2020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10대 후반의 캐나다 남자 청소년은 10명 중 1명이 운동을 그만두지만 여자 청소년의 경우 3명 중 1명이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 말대로 여성 선수에게 사춘기는 치명적인 부상과 다름없다.

왜 하필이면 사춘기일까? 남성은 18~22세에 테스토스테론이 최고조에 달하고 훈련 능력이 극대화된다. 반면 같은 시기에 여성의 몸은 생식력이 극대화된다. 문제는 지금의 스포츠 교육과 산업 시스템이 모두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남성의 신체가 기본값인 스포츠계에서 여성 선수는 자신의 몸과 불화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사춘기를 맞은 여성 선수들이 체중감량으로 무월경 상태를 유지하는 등 극단적인 방식으로 훈련하다가 몸에 무리가 와서 일찍 은퇴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스포츠 시스템 자체가 여성의 필수적인 생리적 경험을 평가절하하거나 부정하고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우선순위를 강조함으로써 여성에게 막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제야 내 몸은 운동하는 몸이 아니라고 속단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내가 운동하는 몸으로서의 가능성을 닫아버린 일에 대해 얼마쯤 자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더 적극적이었다면, 더 도전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있었다. 이제는 이 문제가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며 여전히 사회 문제로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리고 문제의 피해자로서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도.

(양민영, 여성신문, 25.04.12)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삐끼삐끼' 치어리더의 과한 노출, 번지수 잘못 짚은 LG

프로야구 LG트윈스가 대중 앞에서 번지수를 제대로 잘못 짚었다.

지난주 공개된 LG트윈스 치어리더 의상은 팀 응원을 위한 무대의상이라기엔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의도된 성적 연출이었다.

논란은 당연했다. 진짜 문제는 단지 노출 수위가 아니다. 그런 의상을 누가, 왜 기획하고, 관중이 그것을 어떻게 소비하는가에 있다.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과 열정을 나누는 무대다. 치어리더는 그 안에서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공식 퍼포머이자, 팀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들을 동등한 주체로 보는 대신, '시선을 끌기 위한 장치'로 소비하고 있다. 이제는 이 왜곡된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다. (중략)

노출이 많을수록 더 많은 시선을 받고, 구단과 개인 모두에게 홍보 효과가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선택'은 이미 '전략'이 된다. 그 안에서 치어리더는 주체가 아니라, 기획된 소비 대상이 된다.

과거엔 가능했다. 프로야구 관중 대다수를 이룬 '넥타이 부대' 중심의 관중을 자극하는 '섹스 어필'은 흥행 전략 중 하나였다.

지금은 아니다. 여성 관중이 절반을 넘고, 가족 단위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다. 야구 산업이 빠르게 '여성향'으로 재편되고 있는 오늘날, 구단이 여전히 치어리더를 '시선 유도용 장치'로 소비한다면, 그건 스스로 시대를 거스르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지난해 한국 스포츠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한 '자칭' 국민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 이렇게 문제 의식 없이 구태의연한 성별 소비 코드를 반복한다는 건 비겁하고 무책임한 기만이다.

(황혜정, 오마이뉴스, 25.04.15)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사랑으로 낳아 키운 아들, 왜 시민으로 키우는 데 실패했나

‘소년의 시간’은 남성들의 ‘놀이문화’가 된 여성혐오가 어떻게 현실의 폭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다룬다. 과장된 ‘남성성’에 집착하고, ‘우월한 남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좌절과 분노를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식으로 해소하는 남성들의 모습을 서늘하게 조명한다.

제이미는 부유하진 않아도 단란한 가정에서 자라났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적 없다. 그러나 문 닫힌 방 안에서, SNS 세상에서 소년은 여성혐오에 물들어갔다. 제이미를 키운 건 팔 할이 왜곡된 남성 중심적 성 관념이었다. 남성은 여성의 성(性)을 적극적으로 소유하고 지배하는 존재라는 왜곡된 관념이었다. 여성을 끊임없이 성적 존재로 대상화하는 강간문화였다. 그러다 자신의 성적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동갑내기 소녀를 살해했다.

제이미를 단지 ‘악마’나 ‘소시오패스 살인마’로 정의하면, ‘소년의 시간’은 하루아침에 삶이 무너진 불행한 가족의 이야기에 그치고 만다. 드라마는 그 뻔한 길을 가지 않는다. 소년이 가족들 몰래 키워 온 자기혐오와 10대 남성들 커뮤니티에 뿌리내린 왜곡된 성 관념을 조명한다. (중략)

제이미와는 달리 누나 리사는 모범생에 교우관계도 좋고, 충격에 빠진 부모를 위로하고 얼어붙은 분위기를 눈치껏 봉합할 줄도 아는 센스 있는 딸이다. 똑같이 사랑으로 낳아 키웠는데, 왜 아들은 성숙한 시민으로 키우는 데 실패했을까. 드라마 속 부모가 던진 질문을 곱씹게 한다.

(이세아, 여성신문, 25.04.09)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전통적 여성'의 삶으로 이룬 '압도적 혁신'의 한국화

“글쎄 이런 시대가 올까. 바랄 수 없는 꿈속의 일이겠지만 꿈속에서라도 이런 세상이 올까 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여성들은 외부에서 활동하게 될 테니 지금까지 해오던 가사를 위탁하고 싶다. 지금까지 여성에게 불리했던 법정이니, 법의 개정을 실행하고 싶다. 가정 싸움에는 타인몰입이 불가하나, 마누라 치기 좋아하는 남성에게는 부인단에서 벌을 주어야겠다. 남성들의 봉건적 의식을 뿌리 뽑도록 교양을 쌓아주고 싶다. 걸핏하면 ‘여자라는 것들은’이란 언어를 사용하는 자에게 특별법을 재정하고 싶다. 여성에 대한 그릇된 관념을 없애기 위해 각 학교에서 재교육을 실행하고 싶다.”

이 ‘꿈같은 세상’은 “만일 우리들(여인)만의 나라가 설 수 있다면?”이란 질문에 대한 화가 박래현(1920∼1976)의 대답이었다. 무려 76년 전인 1949년 3월 잡지 ‘신여성’ 창간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였다. 박래현이 꿈꾼 세상은 참으로 앞서 있었다. 지금도 이만한 세상이 왔나 싶을 만큼. 대답만 선구적인 것이 아니었다. 박래현은 삶과 작품도 시대보다 저만치 앞서 나가 있었다. (중략)

잠을 쫓고 시간을 쪼개 화폭 앞에 앉아 이룩한 박래현의 미술세계는 놀랍다. 붓을 처음 잡았던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박래현은 언제나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며 늘 새로운 화풍을 개척했다. 한 명의 미술가가 그토록 짧은 시간에 이뤄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도 신선한 작품들이었다. 1940년대 유학시절 그렸던 색이 진한 인물화부터 1950년대 피카소 느낌의 그림을 거쳐 1960년대 완전한 추상, 1970년대 말년에 제작한 태피스트리와 콜라주까지. 뒤늦게 판화도 시작했다. 1969년 쉰 살의 나이에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미술학교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배웠다. 다양한 판화의 기법을 단기간에 두루 섭렵해 자유자재로 응용하며 독창적인 화면을 만들어냈다. 귀국 길에는 각종 판화 장비와 재료를 사서 한국으로 보냈다. 고국에 현대적인 판화를 보급해야겠다는 기대와 사명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래현은 새로 산 판화도구를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1976년 1월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간암이었다. 언제나 한 발짝 앞서 나갔던 박래현은 이렇게 삶마저도 앞서 마무리했다.

(정하윤, 이데일리, 25.04.11)

기사 전문 보러가기


첨부 이미지

"따님 글 보고 왔어요"...SNS '효녀 지도' 식당에 갔다가 생긴 일

123일간의 탄핵 운동을 거치면서 MZ세대 여성 사이에는 뭔가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응원봉을 들고 여의도 광장에 나오면서부터, 뭔가를 실행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이번엔 국가도, 기관도 아닌 SNS에서 자체적으로 자영업자 살리기 운동을 일으켰다. 얼마 전 유행한 '트위터(현 X) 효녀 지도' 얘기다. 소상공인 부모님을 둔 딸의 트위터 게시물이 시초였다(관련 기사: "맛 보장" 정부 대신 '내란 불황' 해결 나선 자영업자 자녀들 https://omn.kr/2cu7h ).

어머니가 10년 가까이 백반집을 하고 계신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하루 일당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혹시 기회가 되면 한번 와주시길 바라는 자녀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이 글을 전국 각지의 딸들이 '리트윗'으로 홍보했다.

실시간으로 가게에 방문한 유저들은 단순한 식사에 그치지 않고 즉시 사진을 찍어 리뷰에 남기고, 주변 지인에게 공유하는 등 콘텐츠를 재생산했다. 이날 이후 백반집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올랐다.

트위터의 파급력에 놀란 딸은 감사의 의미로 자기와 같은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 딸들의 업체 홍보 글들을 끌어올렸다. 이 릴레이 운동의 결과, 천 여 개가 넘는 소상공인 업체 정보를 담은 '트위터 효녀 지도'들이 완성됐다(딸들이 시작이었지만 아들들도 동참했다). 지도는 카카오맵과 네이버지도 '트위터에서 보고 왔어요(링크)' 등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졌다).

(정누리, 오마이뉴스, 25.04.15)

기사 전문 보러가기

‘헐리버리’는 ‘her’와 ‘delivery’를 합성한 조어로, 뉴스 헐리버리는 매일 같이 기사로 접하는 현실 속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진단하는 여성 뉴스 큐레이션입니다. 월 2회 PERSPECTIVE EDITION과 PEOPLE EDITION으로 큐레이팅된 뉴스레터가 15일과 말일경 발행됩니다.

‘HERLIVERY’ is a coined word that combines ‘her’ and ‘delivery’. NEWS HERLIVERY is a curation of women’s news that diagnoses our present through the images of women in real life that we see in articles every day. A curated newsletter with PERSPECTIVE EDITION and PEOPLE EDITION is published twice a month, around the 15th and the end of the month.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뉴스 헐리버리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뉴스 헐리버리

‘헐리버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성뉴스 큐레이션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뉴스레터 문의hersight.pub@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뉴스레터 광고 문의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