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vol.57 | 연극 편] 죽지 않는 퀴어 여성이 돌아왔다 外

2024.03.02 | 조회 1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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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메일링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위클리 허시어터 연극 에디터 이수아입니다. 어느새 달력은 2월이 지나 3월이 되었네요. 3.1절 연휴로 시작한 연휴 첫날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이번 호에서는 다섯 편의 연극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허시어터가 준비한 공연에서 갑자기 영하로 내려간 쌀쌀한 날씨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조금이나마 얻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해드리는 공연은 신작은 없고 모두 재연작들입니다. 한 번 올려지고 사라지기 쉬운 공연들 가운데 이 공연들은 어떤 매력과 개성으로 살아남았는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안똔체홉극장에서 다시 올리는 <세 자매>, 스테픈울프의 <몽심>, 해봄연극제에 참여하는 극단 난연의 <숙희의 비밀>과 이츠라이크컬처의 <선인장 키우기> 그리고 국립정동극장 기획공연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입니다. 이 외에도 현재 공연 중인 작품들과 지역 투어를 떠나는 공연들도 확인해보세요. 저는 4월 첫째 주에 새로운 공연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이수아 드림


안똔체홉극장의 <세 자매>가 다시 옵니다. 번역과 연출을 맡은 전훈 연출은 이 공연으로 2005년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작품상을 수상했고, 체홉의 서거 110주년이던 2014년 안똔체홉학회를 창단, 이듬해인 2015년부터 체홉 전용 극장인 안똔체홉극장을 열어 지속적으로 공연을 올리고 있습니다.

체홉의 4대 장편 희곡으로 <갈매기>, <벚꽃동산>, <바냐아저씨>, <세 자매>를 꼽는데요, 체홉이 평생 동안 단편 작업에 진력한 탓에 세상에 남긴 장편은 이 네 작품이 전부지만 네 작품 모두 연극 무대의 주요 레퍼토리로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전 세계 수많은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세 자매>는 체홉이 1901년 발표한 세 번째 장막극으로, 제목은 ‘세 자매’이나 극은 자매들의 오빠까지 네 남매의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제정러시아 시대, 프로조로프 집안의 네 남매인 아들 안드레이, 첫째 딸 올가, 둘째 딸 마샤, 셋째 딸 이리나가 육군장성이었던 아버지의 기일이자 막내 이리나의 생일을 맞아 한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을 보낸 모스크바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에 잠기지만 희망은 희망으로만 그칩니다. 몇 년 뒤, 안드레이는 모스크바로 가서 교수가 되리란 희망을 접고 지방의회에서 서기로 일하고 있고, 올가는 독신으로 교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샤는 애정 없는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모스크바에서 온 육군 중령 베르쉬닌과 불륜에 빠져 있습니다. 모스크바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자 이리나는 육군 중위 투젠바흐와 결혼해 이 마을을 떠나리라는 새로운 꿈을 꾸지만 투젠바흐가 결투 끝에 사망하며 이마저도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안똔체홉극장의 공연은 이 작품을 멜로와 필로소피의 오묘한 조화로 해석하고 있는데요, 결말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분분하지만 이 작품을 좌절된 희망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는다면 결말이 그리 비극적으로 다가오진 않을 듯합니다. 올가 역은 정연주 씨, 마샤 역은 서송희 씨, 이리나 역은 한소진 씨가 맡았습니다.

일시 03.01 ~ 03.31 | 장소 안똔체홉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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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예술단체 스테픈울프에서 <몽심>을 다시 올립니다. 2020년 밀양 아리나에서 <갈변>이라는 제목으로 초연을 올렸지만 당시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계자들만 관람하였고 2022년 부산 공간소극장에서 낭독극으로 올려진 뒤 지난해 여주인공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서울 관객들과 처음 만났습니다.

극은 이란성 쌍둥이 자매인 몽심과 세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몽심은 모든 사건의 중심에서 세은을 통제하고 조종하려 하며, 세은은 비극적인 상황을 몽심으로 인해 벗어나지만 몽심 때문에 더 큰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대본을 쓴 정아린 작가는 연극에서는 아직 정신의학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많지 않다는 현실을 짚으며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겉만 보고 판단하고 가볍게 이야기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모습들,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트라우마가 되고 그것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일시 03.07 ~ 03.10 | 장소 대학로 창조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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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난연은 <숙희의 비밀>로 해봄연극제에 참여합니다. 어썸페스티벌에서 주최⸳주관하는 해봄연극제는 ‘시작해봄’, ‘다시 해봄’, ‘함께 해봄’의 의미를 담아 젊은 예술인들의 공연을 올리는 축제입니다. 김하나 연출이 극작과 연출을 맡은 <숙희의 비밀>은 2021년 대구에서 초연을 올린 뒤 서울로 올라와 대학로 관객들을 만났고 지난연말에는 <12월 25일>이라는 제목으로 플레이 규에서 각색된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제목의 숙희는 극중 등장하는 다섯 형제자매의 어머니 이름으로, 아버지의 제삿날 모인 숙희의 두 딸과 세 아들은 치매, 외도, 재산 상속 등의 문제로 대립하며 갈등을 일으킵니다. 제사라는 전통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는, 줄거리만으로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가 무대에서는 어떻게 전달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일시 03.12 ~ 03.14 | 장소 올림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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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라이크컬처는 창단작 <선인장 키우기>로 해봄연극제에 참여합니다. <선인장 키우기>는 조지민 작가의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으로, 임창빈 연출에 의해 당해 신춘문예 단막극전에서 선보인 바 있습니다. 주인공 준희는 평범한 학생으로 보이지만 코피노라는 또 다른 정체성은 그를 복잡한 질문으로 둘러싸고 있습니다. 준희는 김이라는 소년과 친구가 되어 서로 관심사를 공유하며 우정을 쌓아가지만 둘의 우정은 시험지 유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며 위기를 맞게 됩니다. 창단 공연부터 이 작품을 연출해 온 신수연 연출은 “이 작품은 편견에 가려진 세상의 슬픔을 드러내며, 그 안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음을 관객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일시 03.19 ~ 03.21 | 장소 올림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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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사라지지 않는 퀴어 여성들의 이야기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가 재연으로 돌아옵니다. 2022년 낭독극으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처음 선보였고 지난해 국립정동극장의 창작ing를 통해 정식 초연을 올린 작품으로, 공연의 호평에 힘입어 올해는 국립정동극장 기획공연으로 다시 올려지게 되었습니다.

레즈비언 커플인 윤경과 재은이 2007년부터 2099년까지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친구에서 연인, 배우자, 그리고 전 배우자로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시간대를 뒤섞어 그려내고 있습니다. 도은 작가가 대본을, 이래은 연출이 연출을 맡았고 올해 공연에서는 윤경과 재은 역을 더블캐스팅으로 선보입니다. 낭독공연부터 무대를 지켜온 김시영, 김효진 씨가 윤경과 재은 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고 백소정, 경지은 씨가 새로운 윤경과 재은으로 합류하며 딸 재윤 역은 박은호 씨가 맡았습니다.

일시 03.19 ~ 03.31 | 장소 국립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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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나라의, 사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 03.03)
  •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국립정동극장 ( ~ 03.10)
  • 비BEA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 ~ 03.24)
  • 고도를 기다리며 춘천문화예술회관 (03.08 ~ 03.09)
  • 고도를 기다리며 세종예술의전당 (03.15 ~ 03.16)
  • 고도를 기다리며 대구 아양아트센터 아양홀(03.29 ~ 03.31)
  • 고도를 기다리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04.05 ~ 04.06)
  • 고도를 기다리며 화성 반석아트홀 (04.09 ~ 04.10)
  • 작은 아씨들 익산예술의전당 대공연장 (03.09)
  • 친정엄마와 2박3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 (03.15 ~ 03.16)
  • 슈만 과천시민회관 소극장 (03.2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

여자의 죽음으로 사랑을 다시 읽는다

[책 속으로] 이야기의 전개에서 햄릿이 미친 척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미쳤다고 믿게 하기 위해선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한데, 그 명분으로 선택된 것이 오필리어에 대한 사랑이다. 폴로니우스가 앞서 딸에게 단단히 일러놓은 것을 망각한 사람처럼 햄릿의 사랑을 순순히 납득하는 것은 그가 미쳤다는 것을 믿기 위함이다. 폴로니우스가 햄릿의 연기를 믿어야만 극의 긴장감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사랑은 미친 햄릿의 알리바이로서의 사랑이며, 오필리어는 화병에 장식된 꽃처럼 사랑을 받기 위해 존재한다. - Part 1. 미치거나 병들어 죽는 여자들 ‘보답받지 못한 사랑의 끝은 _ 오필리어’ (셰익스피어 〈햄릿〉)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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