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vol.61 | 연극 편] 사냥개의 저주가 내려온다 外

2024.04.07 | 조회 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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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메일링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위클리 허시어터 연극 에디터 이수아입니다.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공연장도 길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지역 공연을 분리해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소개해드리는 공연이 많아야 대여섯 편으로 단출했었는데요, 본격적인 공연 시즌이 시작된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이달부터는 부쩍 공연이 많습니다. 평소보다 공연이 많다 보니 정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원래의 발행일보다 지각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총 11편의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초연과 재연 공연이 골고루 섞여 있어 기대와 반가움이 교차합니다. 우선 지난호 다이얼로그에서도 추천한 바 있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중 <바스커빌>이 개막을 앞두고 있고요, 올해 연극과 뮤지컬이 차례로 올려지는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은 연극으로 먼저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극단 이루의 <나는 왜 없지 않고 있는가?>, 창작집단 혜화살롱의 <소, 공녀>, 퍼포머 그룹 파란달의 <아랑, 원령설화>도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해외 공연작을 영상으로 만나는 국립극장 엔톡 라이브 플러스로는 <플리백>과 <시련> 두 작품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하자의 <커튼>, 키위아트의 <기도문>, 극단 반사율의 <엄마와 행성을 자전하는 여자들의 기록>, 극단 기일게의 <컬렉티드 스토리즈>까지 네 편의 전원 여성극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기다리신 만큼 즐거운 공연 소식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다시 한 번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는 다시 한 달을 보내고 나서 5월 첫째 주 더욱 풍성한 공연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이수아 드림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중 『바스커빌의 개』를 연극 무대에서 만나게 됩니다. 토니상 수상자로 우리나라에는 뮤지컬 <크레이지포유>로 알려진 미국 작가 켄 루드윅의 극본으로 2015년 미국 워싱턴에서 초연되어 브로드웨이는 물론 런던 웨스트엔드에도 진출해 호평 속에 공연되고 있습니다.

원작은 바스커빌 가문에 내려오는 ‘사냥개의 저주’를 주요 모티브로 전개됩니다. 200년 전 선조인 휴고 바스커빌이 사냥개에 물려 죽은 뒤 생긴 저주인데요, 가문의 주치의 모티머 박사가 후계자 헨리 바스커빌을 지키기 위해 홈즈에게 사건을 의뢰합니다. 홈즈는 친구 왓슨과 함께 바스커빌 저택으로 가서 이 저주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연극은 홈즈와 왓슨을 제외하고 세 명의 배우가 멀티로 활약하며 전 등장인물을 나눠서 연기하는데요, 휴고 바스커빌이 죽은 200년 전부터 현재까지 긴 시간을 다루는 만큼 등장인물도 많아서 멀티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홈즈와 왓슨 역을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진행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며, 여성 배우 성비가 3:1이나 4:1 등과 같이 남성 배우들 사이에 홍일점으로 들어가기 십상인 것과 달리 <바스커빌>에서는 여1 남1의 균등한 성비로 캐스팅되었습니다. 홈즈 역에는 정다희, 왓슨 역에는 양소민 씨가 캐스팅되어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시 03.28 ~ 06.09 | 장소 예스24아트원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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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도 연극 무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으로 국내에서는 10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독일, 중국, 일본, 대만에 수출되었고, 영미권에는 펭귄 랜덤하우스 출판사와 억대 판권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연극은 국립극단의 ‘창작공감: 연출’ 선정작으로, 이야기는 2035년을 배경으로 경마장에서 시작합니다. 경마 경기에는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 기수가 도입되어 경주마들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되자 그만큼 말의 혹사도 심각해집니다. 파트너인 경주마 투데이가 안락사를 당할 위기에 처하자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는 일부러 낙마해 하반신이 산산조각 나 폐기 처분을 앞두게 되는데요, 로봇에 밀려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잃은 연재는 가진 돈을 다 털어 콜리를 사서 수리하고, 하반신 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연재의 언니 은혜는 연재, 콜리와 힘을 합쳐 투데이의 안락사를 막고자 합니다.

김도영 작가가 각색을 맡고 장한새 연출에 의해 무대화되며, 5월에는 서울예술단의 뮤지컬로도 선보일 예정이라 더욱 기대가 모아집니다.

일시 04.04 ~ 04.28 | 장소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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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루에서는 연극의 형식을 통해 존재를 묻는 연극 속 사람의 이야기 3부작의 세 번째 작품으로 <나는 왜 없지 않고 있는가?>를 공연합니다. 한 극단에서 1988년 올림픽을 앞둔 철거촌 이야기를 연극으로 올리는데요, 연극의 주인공 삼영 역을 맡았던 배우 지수의 어머니가 삼영이었고, 연극 내용 또한 삼영의 실제 이야기였습니다. 지수가 투병 중인 어머니 삼영을 찾아가며 연극 속 삼영과 현실의 삼영이 만나게 되는데, 이렇듯 연결된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는 어떤 결말로 향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일시 04.05 ~ 04.14 | 장소 씨어터 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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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하자에서 전서아 작가의 극본과 연출로 신작 <커튼>을 선보입니다. 김섬, 정다함, 정대진, 정은재 네 명의 여성 배우들이 중독, 결핍, 가난, 거식 등 각자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어떻게 서로와 닿고 연결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극중 인물들의 이름은 미정, 수정, 나정, 의정으로, 작가는 이들이 누군가의 자매이자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돌림자를 넣어 작명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연결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무대를 통해 관객들도 이 고민을 함께 나눈다면 좋겠네요. 공연은 4월 5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배우의 건강상의 문제로 4월 9일부터 본 공연이 시작됩니다.

일시 04.09 ~ 04.14 |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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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주회와 연극이 만나면 어떤 무대가 될까요. 키위아트의 <기도문>은 피아노 독주회에서 관객으로 만난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주최 측의 사정으로 연주 시작이 지연되고 있는 공연장에서 객석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입장한 다른 여성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는데요, 한 공간에 있지만 이전에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여성은 자식을 잃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 두 여성의 이야기와 피아노 연주는 어떻게 만나게 될까요. 공연은 임강희, 강애심 두 배우의 2인극으로 진행되며, 지난 연말부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 편곡 독주회를 이어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현정 씨의 라이브 연주를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일시 04.16 ~ 04.28 | 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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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에서는 올 상반기에도 엔톡 라이브 플러스로 세 편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허시어터에서는 그중 두 편을 소개해드리는데요, 먼저 영국 국립극장이 제작한 피비 월러-브리지의 1인극 <플리백>입니다. 2013년 초연 이후 드라마로도 각색되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두 시즌 동안 12편의 에피소드가 BBC Three에서 방영되었습니다. 극본을 쓰고 출연까지 한 월러-브리지는 첫 번째 시리즈로 영국 아카데미 텔레비전상에서 최우수 여성 코미디 공연 부문을 수상했고, 두 번째 시리즈는 프라임타임 에미상 11개 부문 후보로 올라 6개 부문에서 수상했는데, 월러-브리지는 우수 코미디 시리즈, 우수 주연 배우, 코미디 시리즈 우수 극본상을 받았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플리백이 Arsehole Guy라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버스에서 Bus Rodent라는 남자에게 남자친구 Harry와 헤어진 사연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남자들과의 관계도 혼란스러운 가운데 플리백은 운영 중인 카페의 영업난을 이유로 은행 대출을 거절당하고, 페미니즘 강연장에서 만난 여동생 클레어와는 논쟁을 벌입니다. 삐걱거리는 관계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플리백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2019년 피비 월러-브리지가 더 이상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에 이번 상영은 그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합니다.

일시 04.17 ~ 04.21 |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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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공유 페스티벌 ‘연극, 생각을 잇-다’가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합니다. 창작집단 혜화살롱은 김진아 연출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소, 공녀>로 참가하는데요, 지난해 놀터청년페스티벌 무대에서 초연을 올린 작품입니다. 김진아 연출은 SPC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를 비롯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의 억울한 희생과 법이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돌아보며 관객들을 70년대 청계천의 한 방직 공장으로 데려갑니다.

주인공 선미는 동료 노동자 용삼, 만식 등과 노조를 결성해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하고, 선미의 동료이자 친구인 경애는 부당한 대우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선미는 재단사 덕구와 결혼하지만 덕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목숨을 잃고, 용삼이 건네준 회삿돈이 덕구의 시신에서 발견되자 회사는 횡령이라는 명목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합니다. 선미는 덕구의 죽음 앞에서 어떤 싸움을 하게 될까요. 선미 역은 오혜진, 백수현 씨가, 경애 역은 김도희, 강민지 씨가 맡았습니다.

일시 04.18 ~ 04.28 | 장소 소극장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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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엔톡 라이브 플러스를 통해 상영되었던 <시련>이 재상영됩니다.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의 1952년 작 <시련>은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발생한 세일럼 마녀재판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이 재판에서 200명 가까운 마을 주민들이 마녀로 고발되었고 19명이 교수형에 처해졌으며 이 외에도 6명이 옥사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상영작은 2021년 엔톡 라이브를 통해 <햄릿>을 선보인 바 있는 영국 연출가 린지 터너의 영국 국립극장의 공연 영상이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앤 공주 역으로 출연한 배우 에린 도허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마녀사냥의 집단적 광기를 고발하면서도 극의 중심서사가 재판의 첫 고발인인 애비게일이 내연관계에 있던 프록터를 차지하기 위해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를 마녀로 지목하는 등의 ‘여적여’ 구도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실제 사건 당시 열한 살이었던 애비게일을 희곡에서는 열일곱 살로 나이를 올려 마녀재판의 배후에는 치정사건이 얽혀 있었다는 식의 각색은 못내 뒷맛을 씁쓸하게 만듭니다.

일시 04.19 ~ 04.21 |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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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머 그룹 파란달이 아랑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랑, 원령설화>를 선보입니다. 아랑설화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원혼이 관에 신원을 호소하는 신원설화의 대표적인 이야기인데요, 밀양부사의 딸 아랑이 관아의 통인 주기에게 겁탈당하고 살해된 뒤 아버지는 부사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이후 부사가 새로 부임할 때마다 하루를 못 넘기고 죽음을 맞는 변고가 반복되는데, 원귀가 되어 나타난 아랑을 보고 놀라 급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조정에서는 신임 부사로 담력이 센 이상사를 내려보내고, 이상사는 아랑의 호소를 듣고 범인인 통인 주기를 찾아내 처형한 뒤 아랑의 혼을 달래는 굿을 벌여 그 한을 풀어줍니다.

파란달은 설화 속 아랑을 한국남자와 결혼한 아시아의 결혼이주여성 ARANG으로 재해석합니다. 결혼 생활에서 문화와 인식 차이로 고통을 겪던 ARANG이 어느날 실종되고, 이 사건은 형사 이 경위에게 배당됩니다. 공연은 무형문화재 72호 진도 씻김굿을 바탕으로 결혼이주여성의 잔혹사와 조선의 여성폭력사인 아랑설화를 엮어냅니다.

일시 04.20 ~ 04.21 | 장소 한예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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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반사율에서 신작으로 일본 극작가 호라이 루우타의 <엄마와 행성을 자전하는 여자들의 기록>을 올립니다. 반사율의 일본 희곡 시리즈 세 번째 공연으로, 원작자 호라이는 2017년 희곡을 발표하고 쓰루야 남북희곡상을 수상했습니다. 어머니 미네코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나서 남겨진 세 자매 미사키, 유우, 시오는 어머니의 유골함을 안고 여행길에 오르는데요, 아버지를 모른 채 어머니에게선 방임되어 자란 세 자매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야 어머니는 누구였고, 무엇을 원했고, 자신들에겐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나가사키에서 이스탄불까지 긴 여정의 끝에 자매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이선 연출이 번역과 연출을 맡고, 백은경, 윤영민, 문현정, 정문선 네 배우가 어머니와 세 자매로 무대에 오릅니다.

일시 04.25 ~ 04.28 | 장소 여행자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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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티드 스토리즈>가 산울림으로 돌아왔습니다. 미국의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인 도널드 마굴리스는 이 작품으로 1996년 LA연극비평가협회 신진희곡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인 97년에는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에도 올랐습니다. 극단 기일게는 2016년부터 이 작품을 꾸준히 공연하며 대표 레퍼토리로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유명한 단편소설 작가이자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50대 교수 루스와 그의 제자인 대학원생 리사가 주인공인 여성 2인극으로, 지난해 산울림 공연의 배우진이 그대로 다시 돌아옵니다. 루스 역은 임유영, 정윤경 씨, 리사는 윤소희, 이현지 씨가 더블 캐스팅되었습니다. 그동안 산울림과 인천 다락소극장을 오가며 번갈아 공연되었는데, 올해 1월에도 인천에서 공연되어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산울림 공연 전 성남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니 성남 관객들은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일시 04.26 ~ 05.19 | 장소 소극장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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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여자 대전 아신극장 (03.29 ~ 05.06)
  • 고도를 기다리며 반석아트홀 (04.09 ~ 04.10)
  • 고도를 기다리며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04.13 ~ 04.14)
  • 컬렉티드 스토리즈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04.19 ~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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