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7 | 음악무용 편] '음악가들의 음악가'를 만나다 外

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5월 셋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는 음악과 무용 공연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모두 열한 편의 공연을 준비했는데요, 클래식 공연이 세 편, 판소리가 네 편, 발레가 네 편입니다. 개성 강한 다양한 판소리 무대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으로 5월에 이어 6월에도 발레 러시가 계속되어 이달의 공연 캘린더도 매우 빽빽합니다.

클래식 무대에서는 소프라노 임선혜 씨의 독창회 <비엔나의 늑대들>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의 독주회가 차례로 올려지고,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은 '음악가들의 음악가'로 불리는 음악교육자 나디아 블랑제를 주제로 한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판소리 공연으로는 입과손스튜디오의 <긴긴밤>이 의정부음악극축제 무대에 올려지고, 노은실 씨의 <엠비언트 판-소리>, 이자람 씨의 <바탕: 적벽가>, 여성국극제작소의 <삼질이의 히어로>가 공연됩니다.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더 발레리나>,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 기획공연 <BALLET LAYER>를 만날 수 있으며, 윤별발레컴퍼니는 안무가 박소연 씨의 <갓 GAT>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달에도 숨찬 공연 일정에 지치지 마시고 위클리 허시어터에서 소개해드리는 공연과 함께 즐거운 관극 되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음 달에도 재미와 의미를 모두 챙길 수 있는 공연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소프라노 임선혜 씨가 독창회를 엽니다. 임선혜 씨는 지난해 거암아트홀 개관 연주회에서 18세기 유럽 악기 프로테피아노를 소개하며 모차르트의 음악을 재현해 찬사를 받았는데요, 그 열렬한 호응에 대한 앙코르 무대입니다. '비엔나의 늑대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번 독창회에서는 후고 볼프와 에리히 볼프,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두 볼프의 대표 가곡들을 부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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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은 바이올린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는 명동대성당을 무대로 독주회를 펼칩니다. 연주 프로그램은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로, 정경화 씨의 바이올린 선율로만 채워진 무대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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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페스티발앙상블에서는 현대 작곡사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 할 나디아 블랑제를 주제로 한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디아 블랑제는 런던 로열 필하모닉과 뉴욕 필하모닉, 보스턴 필하모닉을 최초로 지휘한 여성 지휘자이자 작곡가, 그리고 오르가니스트였는데요, '음악가들의 음악가'로 불리는 그의 음악적 업적은 특히 교육에서 빛을 발합니다. 아론 코플랜드, 필립 글래스, 아스트로 피아졸라, 다리우스 미요, 프랑시스 풀랑크, 레너드 번스타인, 조지 거슈인 등 20세기 중요한 작곡가들을 길러냈고, 다니엘 바렌보임, 존 엘리엇 가드너, 예후디 메뉴인, 머리 페라이어 등의 유명 연주자들도 그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그는 수업 중에 절대로 틀렸다는 말을 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고 합니다. 그의 교육관은 “To study music, we must learn the rules. To create music, we must forget the rules.”라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평생 독신으로 살며 자신의 모든 역량을 음악에만 집중했습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번스타인, 피아졸라, 코플랜드, 거슈인, 글래스 등 나디아 블랑제의 주요 제자들 작품 외에도 파리 음악원에서 19세에 로마대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작곡가였던 동생 릴리 블랑제의 음악도 함께 연주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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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긴긴밤>이 의정부음악극축제에 초청되어 의정부 관객들과 만납니다. 입과손스튜디오의 최신작으로 2022년 수림뉴웨이브 지원을 통해 쇼케이스 작품을 발표한 뒤 지난해 국립정동극장 창작ing에 선정되어 본 공연을 올린 바 있습니다. 원작은 루리 작가의 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동명 동화로, 세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어린 펭귄이 만나서 펼쳐가는 로드무비입니다. 어린 시절을 코끼리 고아원에서 보내고 자라서는 인간들의 횡포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은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은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 떠납니다. 소리꾼 이승희 씨와 고수 이향하 씨가 주축이 되어 배우 이상홍 씨, 연주자 이유준 씨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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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노은실 씨가 <엠비언트 판-소리>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남산국악당의 청년예술가 창작지원사업인 '젊은 국악 단장' 음악 부문에 선정되어 초연을 올렸고, 당시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단독 공연으로 재공연 무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노은실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하고 체코 국립예술대학 프라하 공연예술아카데미 연극학부(DAMU)에서 유학한 뒤 판소리의 연극성과 오브제를 결합한 공연을 꾸준히올리고 있습니다. <엠비언트 판-소리>는 노은실 씨가 '목소리예술'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사운드 퍼포먼스와 즉흥 협연을 시도하는 공연인데요, 이 색다른 판소리의 매력은 무대에서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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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이자람 씨는 <바탕: 적벽가>로 돌아옵니다. 이자람 씨는 판소리 갈라 프로그램을 '바탕'과 '작창'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는데, '바탕'에서는 이자람 씨의 공연 레퍼토리 중 정통 판소리를 들려주고, '작창'에서는 이자람 씨가 창작한 오리지널 작품을 들려줍니다. '바탕'으로 꾸며지는 이번 공연은 갈라가 아니라 동편제 <적벽가> 전편을 이틀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자람 씨는 동편제 <적벽가>와 <흥보가>를 송순섭 명창에게 사사했는데요, 그의 목소리로 듣는 적벽대전은 어떤 생동감으로 무대에서 살아 움직일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박은현 디자이너의 감각적인 그림과 포스터가 더욱 눈길을 잡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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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극제작소의 대표작 <삼질이의 히어로>가 다시 옵니다. 서울에서는 2022년 종로다양성연극제 참가작으로 관객들과 만났고 이번에는 여성국극제작소가 상주하고 있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안산 관객들과 만납니다. <삼질이의 히어로>는 여성국극 1세대이자 여성국극 전성기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조영숙 선생의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조 선생은 제작소 공동대표이기도 한 박수빈, 황지영 씨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1934년 3월 3일 함경남도 원산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나는데요, 아이는 삼월 삼짇날 태어났다 하여 '삼질이'라는 이름으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 발발로 모녀는 생이별을 하게 되고, 죽음의 공포를 겪으며 떠나온 피난지에서 우연히 여성국극 공연을 보게 된 삼질이는 국극의 전설 임춘앵을 보고 한눈에 반해 국극 배우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국극단의 인기 스타가 된 삼질이는 어느날 국극단의 새로운 소리 선생으로 온 아버지와 운명 같은 재회를 하게 됩니다.

작품은 황지영 씨가 극본을 쓰고 박수빈 씨가 연출을 맡았고, 두 배우가 주인공 삼질이와 발탈 연희자를 비롯한 극중 인물을 멀티로 맡아 연기합니다. 티켓 오픈 전이라 예매 사이트에는 공연 정보가 아직 올라와 있지 않은데요, 티켓은 5월 22일 오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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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은 무대를 준비하는 무용수들의 백스테이지 스토리를 담은 <더 발레리나>가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으로 처음 서울 관객들을 만납니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최로 경남문화예술회관, 고양문화재단, 군포문화재단, 영덕문화관광재단, 하남문화재단 5개 지역 문화예술회관과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해당 5개 도시에서 공연을 올리고 지난해 발레축제 참가작으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백조의 호수>로 공연이 변경되며 서울에서는 이제야 올려지게 되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05년 크리스토퍼 휠든의 안무로 무대 뒤 무용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백스테이지 스토리>를 올린 바 있는데요, 주역 무용수와 이제 막 입단한 신인 무용수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그려냈던 당시의 구도가 <더 발레리나>에서도 재현됩니다. 두 번의 공연에서 홍향기 씨와 한상이 씨가 주역 무용수와 신인 무용수를 번갈아 연기하며, 극중극으로 맥도웰의 <피아노 콘체르토>,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랩소디>, 쇼팽의 <피아노 스케르초>, <코리아 이모션> 삽입작인 <미리내길>과 <비연>이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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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은 <돈키호테>로 발레축제에 참가합니다. 단원 송정빈 씨가 <해적>에 이어 두 번째로 클래식 개정 안무에 도전한 작품으로, 지난해 초연한 뒤 발레단 레퍼토리로 정착해 재연 무대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송정빈 버전 <돈키호테>에서는 있는 키트리와 바질을 이어주는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 달리 2막 드림씬에서 젊은 돈키호테가 키트리(둘시네아)와 파드되를 추는 장면을 삽입했고, 2막 집시들의 춤도 유랑 극단의 연극으로 바꾸었습니다. 주역은 어느새 솔리스트 주역 투톱 체제를 이루고 있는 조연재, 심현희 씨와 코르드발레 안수연 씨가 새로운 주역으로 합류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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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공들인 기획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발레축제에서 올해는 <BALLET LAYER>를 준비했습니다. 'LAYER'라는 제목처럼 클래식부터 컨템포러리까지 다양한 층위의 발레 작품을 갈라 공연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공연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파 드 카트르>인데요, <지젤>의 공동안무자인 쥘 페로가 런던 왕실극장의 발레마스터로 재직하던 시절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 앨버트 공을 위해 만든 축하의식용 작품으로, 당대 최고 무용수들로 꼽히던 마리 탈리오니, 카를로타 그리지, 루실 그란, 파니 체리토가 한 자리에 모여 화제가 됐습니다. 쥘 페로의 원안무는 소실되어 현재 공연되는 작품은 안톤 돌린의 재안무 버전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전 수석무용수들이 한 무대에 오를 예정인데요,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신승원 씨,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 김세연 씨의 이름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 김용걸 예술감독 안무의 <볼레로>는 솔리스트로 이수연 씨와 전민철 씨가 더블캐스팅되어 작품을 이끌어가는 리딩 무용수의 성별이 바뀌었을 때 어떻게 다른 무대를 보여줄지에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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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축제 공연들이 6월 캘린더를 채우고 있는 가운데 윤별발레컴퍼니는 창작발레 <갓 GAT>으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안무가 박소연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드레스덴젬퍼오퍼발레단에서 활동하다 돌아와 안무와 교육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2022년에는 'WBAC 그랑프리 인 시카고'에서 <반딧불이>라는 작품으로 안무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 창단공연 <샤이닝 웨이브>에도 협력안무로 참여합니다. <갓 GAT>은 흑립, 주립, 정자관, 삿갓, 족두리 등 전통 복식 중에서도 머리쓰개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으로, 박소연 씨는 안무뿐만 아니라 극중 장면의 하나인 '문인화'에 무용수로 출연해 춤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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