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vol.65 | 연극 편] 죽음을 이야기하는 여자들 外

2024.05.04 | 조회 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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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메일링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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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연극 소식으로 돌아온 위클리 허시어터 에디터 이수아입니다. 이달에도 국립공연장의 시즌 공연과 각종 축제 무대에서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새로운 상상력과 주제의식으로 무장한 다양한 공연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총 아홉 편의 공연을 소개해드리는데요, 우선 국립정동극장 ‘창작ing’에서는 극단 미인의 <거의 인간>과 극단 춤추어라 빨간구두야의 <고등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국립극장레퍼토리시즌에선 해외초청작 <에브리우먼>이 예정되어 있고, 국립극단은 근현대 희곡 시리즈로 차범석 작 <활화산>을 공연합니다.

‘권리’를 주제로 한 두산인문극장에서는 이연주 연출의 <인정투쟁; 예술가 편>을 올립니다. 크리에이티브스튜디오 타이거헌터에서는 체호프의 원작을 각색한 <세 자매, 포항 언저리에서>를, 극단 프랑코포니는 신작 <나는 멀리서 돌아온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는 극단 김장하는날의 <누에>와 극단 수수파보리의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공휴일이 많은 5월에 즐거운 극장 나들이하시고 저는 다음 달에 더욱 흥미로운 공연들과 함께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이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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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미인의 <거의 인간>이 국립정동극장 ‘창작ing’ 올해 세 번째 작품으로 올려집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포스트 휴머니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구두리 작가가 극본을, 김수희 연출이 연출을 맡았고, 2022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레지던시 공모에 선정되어 낭독공연으로 처음 선보였습니다. 줄거리는 기술의 발달로 변화하는 예술계에서 창작자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하는 두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작가인 수현은 AI작가 ‘지아’를 설계하고 그가 쓰는 소설을 다듬는 일을 하게 되고, 발레리나인 재영은 인공자궁을 통한 출산을 결정하지만 곧 인간문화재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수희 연출은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출산이나 노동에서 해방되게 된다면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작품의 창작 동기를 밝히며 “근미래에 대한 연극적 상상력을 통해 질문을 끌어내면서도 깊은 사유를 경험하게 하는 공연”이라고 작품을 설명합니다. 인공지능을 통한 글쓰기와 인공자궁을 통한 출산이라는 창작윤리와 생명윤리에 대한 질문을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시 05.08 ~ 05.22 | 장소 국립정동극장 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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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스튜디오 타이거헌터에서는 체호프의 <세 자매>를 1960년대 포항으로 배경을 옮겨 한국적 번안을 시도합니다. 부제를 ‘포항 언저리에서’로 붙인 작품에서는 가수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구로공단 착공, 1.21 무장공비 침투, 국군의 월남 파병, 아폴로호 달 착륙, 포항제철 착공 등 대한민국 과거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들이 펼쳐지고 올가, 마샤, 이리나의 세 자매는 권지성, 권희성, 권효성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서울 혜화동에 살던 세 자매는 어떻게 포항으로 내려오게 되었는지, 포항에서 서울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이들 세 자매의 희망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일시 05.09 ~ 05.12 | 장소 코델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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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4 국립극장레퍼토리시즌의 유일한 해외초청작 <에브리우먼>이 드디어 개막합니다. 현재 공연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연출가로 꼽히는 밀로 라우의 연출작으로, ‘다큐멘터리 연극’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2020년 LG아트센터에서는 기획공연으로 라우 연출의 <반복: 연극의 역사>를 선보일 예정이었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내한이 어려워지자 공연을 취소하고 대신 그의 다른 작품 <콩고 재판>을 상영했습니다. 라우는 2018년 벨기에 엔티겐트 극장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며 발표한 ‘겐트 선언문’에서 “연극은 단순히 현실을 보여주기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그가 ‘다큐멘터리 연극’을 꾸준히 만들어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에브리우먼>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연과 축제가 일시 정지한 가운데 강행된 잘츠부르크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축제의 고정 개막작인 호프만슈탈의 <예더만>을 각색한 것입니다. <예더만>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예고받은 부자가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구원받는다는 내용의 우화극으로, 1920년 잘츠부르크페스티벌이 창설될 때부터 개막작으로 꾸준히 공연되어 오며 축제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예더만>은 영어로는 ‘everyman’이라는 뜻인데요, <예더만>이 죽음을 도덕적 심판의 도구로 삼은 것과 달리 라우의 <에브리우먼>에서는 죽음을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인식하고 인간의 실존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연극은 배우 우르시나 라르디와 영상으로 등장하는 헬가 베다우 두 여성의 말과 행동이 교차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극은 기승전결의 특정 줄거리를 따라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 여성의 생각을 듣는 인터뷰 현장에 있는 듯한 착시를 주는데요, 헬가 베다우라는 여성은 실제 췌장암 말기 환자로, 그가 영상 속 인물로 등장하는 이유는 초연 때까지 생존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해 1월 사망했습니다. 라우는 공연에 대해 “서로에게 반응하고, 때로는 토론하는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연출했다”며 “관객은 이 공연을 통해 더 이상 실존하지 않고 영상 속에서만 살아 숨 쉬는 인물과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는데요, 죽음에 관한 헬가와 우르시나의 대화가 어떤 울림으로 다가올지 객석에서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일시 05.10 ~ 05.12 |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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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프랑코포니는 신작으로 프랑스 극작가 끌로딘느 갈레아의 희곡 <나는 멀리서 돌아온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갈레아는 문학을 전공하고 연극배우와 신문기자로 활동했던 경험들을 살려 소설과 희곡, 방송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집필했고, 대표작인 <나는 멀리서 돌아온다>는 마티유 아말릭 감독의 <홀드 미 타이트(Hold Me Tight)>로 영화화되었습니다. 영화는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한국에서는 영화로 먼저 소개되었고, 2022년에는 프랑스판 오스카로 불리는 세자르상에서 각색상과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는 어느 날 새벽 주인공 카미으가 남편 마크와 딸 뤼시, 아들 폴을 남겨둔 채 말없이 집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카미으에게선 아무런 소식도 없고 이웃사람들은 그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퍼트리는데요, 엄마를 굳게 믿고 있는 폴과 달리 마크와 뤼시는 카미으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극은 전주곡, 즉흥곡, 1, 2, 3악장, 피날레로 이어지는 음악 형식으로 구성되었으며, 내면의 소리와 외부의 소리를 음악과 신체움직임을 접목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까띠 라뺑의 연출하에 전종용 조연출이 액팅코치를 맡고 양은숙 안무가가 움직임을 담당했습니다.

일시 05.10 ~ 05.19 |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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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 시리즈가 3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차범석 작가의 <활화산>이 윤한솔 연출에 의해 재탄생합니다. <활화산>은 1974년 국립극단 제67회 정기공연으로 초연되었고 당시 이해랑 연출, 백성희, 장민호, 손숙, 신구 등 쟁쟁한 배우진을 앞세워 16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으로 올려지기도 했습니다. 배경은 1960년대 말 경상북도 벽촌의 한 마을, 가문은 13대째 이어 내려온 이씨 문중의 종가지만 관혼상제의 허례허식과 아들의 잦은 선거 출마와 당선 실패로 인해 쇠잔해 가고 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제와 구습에 맞서 싸우는 주체적인 노동자상으로 제시되는 며느리 정숙은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직접 돼지를 키우며 기울어진 가세를 다시 일으키려 합니다.

작품은 급격한 경제 개발 계획이 추진되던 격변기 한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시대 이데올로기의 선전 도구로써 창작된 예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윤한솔 연출은 원작을 각색과 윤색 없이 연출하며 “시대착오적인 감각들이 객석에서 발동되기를 바란다”라며 “보고 나면 계속 곱씹어 볼 수 있는 의문을 남기고 싶은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히고 있습니다. 제작진은 여성서사로 둔갑하여 소모되는 도구화된 예술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감각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 시대착오적인 이야기에 현대의 관객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집니다.

일시 05.24 ~ 06.17 | 장소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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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은 올해 주제를 ‘권리’로 설정하고 세 편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두 번째 공연인 <인정투쟁; 예술가 편>은 극단 전화벨이 울린다를 이끌고 있는 이연주 연출이 2019년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작으로 초연을 올린 작품입니다. ‘인정투쟁’은 인간 주체 사이의 사회적 투쟁과 갈등을 ‘인정을 둘러싼 투쟁’으로 바라보고 상호성을 강조해 인간과 사회를 성찰하는 개념으로, 공연에서는 한 예술가의 여정을 통해 무대와 객석, 예술가의 권리 획득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초연에서와 같이 이번에도 중증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 애인의 단원들과 객원 단원 김원영 씨가 함께하는 무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시 05.28 ~ 06.15 | 장소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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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 ‘창작ing’ 네 번째 작품은 극단 춤추어라 빨간구두야의 <고등어>입니다. 극단 춤추어라 빨간구두야는 2019년 창단한 청소년극 전문 극단으로, <고등어>는 2016년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릴레이로 초연을 올린 배소현 작가의 작품을 레퍼토리화해 지난해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과 강원도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통해 서울과 화천에서 공연한 바 있습니다.

작품은 수조처럼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다섯 살 지호와 경주의 이야기로, 스스로를 책상이나 의자, 테이블 위의 물컵 정도로만 인식하며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지호는 엄마를 따라 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같은 반 경주와 우연히 마주친 후 비밀스러운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경주는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다 학교를 떠나고, 사라진 경주를 찾아 나선 지호는 수산시장 수조 앞에서 그를 발견하고 살아 있는 고등어를 보러 가자고 제안합니다. 고등어를 찾아 떠난 지호와 경주의 여정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살아 있다는 감각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이야기 <고등어>입니다.

일시 05.29 ~ 06.13 | 장소 국립정동극장 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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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김장하는날의 <누에>가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초연을 올립니다. <견고딕 걸>, <달과 골짜기> 등을 쓴 박지선 작가의 신작으로, 2020년 국립극단 희곡우체통에 선정되어 낭독회에서 첫선을 보였고, 정식 공연으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작품은 역사에 기록된 성종과 폐비 윤씨, 어을우동에 관한 사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어 각각의 인물들을 재탄생시켰습니다. 윤과 동은 편지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각별한 동무 사이였지만 윤이 성종의 후궁으로 간택되고, 비슷한 시기 동 또한 종친인 이동과 혼인하게 되어 인연이 끊어지게 되니다. 윤은 아들을 낳아 중전이 되지만 성종에게 냉대를 당하며 시들어가고 있고, 동은 남편의 불임으로 후사를 잇지 못하자 쫓겨나는 신세가 됩니다.

비슷하게 전개되던 이들의 운명은 성종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내어 폐출되는 윤과 자신을 연모하던 월산대군의 밀고로 옥에 갇힌 동 모두 성종에 의해 사형을 당하는 비극으로 치닫고 맙니다. 이영은 연출은 뽕잎을 먹고 실을 토해내는 누에에 빗대어 미처 토해내지 못한 과거 여성들의 이야기를 현재의 무대 위에 풀어내고 있는데요, 끝내 나비가 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우리는 윤과 동 두 여성을 죽음으로 몰아간 내훈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는지를 다시 질문합니다. 

일시 05.31 ~ 06.02 |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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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수수파보리의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도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관객들과 다시 만납니다. 김말봉은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 소설가로,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찔레꽃>은 당시 엄청난 대중적 성공을 거두며 그의 이름을 널리 각인시킨 대표작입니다.

김말봉은 1920년대에 잡지 <신생활>에 기고한 평론 <이상향의 남녀생활>로 문단에서 인정받고 동아일보 신춘문단을 통해 <시집살이>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1927년 중외일보에 입사하며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193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망명녀>가 당선되며 문단 작가로 첫 발을 내딛게 되었고 35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밀림>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찔레꽃>을 쓸 때까지 부산에 거주하던 그는 광복 후 서울로 올라와 공장제 폐지 운동을 벌이고 성매매 여성들을 돕기 위해 박애원을 경영하는 등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정안나 연출은 오늘날 김말봉의 존재가 이처럼 희미해진 것이 그가 '통속'과 '여류'라는 수식어로 폄훼되었기 때문이 아닌지 질문하며 그의 작품 가운데 <고행>, <찔레꽃>, <화려한 지옥>을 엮어 김말봉이라는 중요한 역사를 복원하고 있습니다.

일시 06.07 ~ 06.09 |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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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스커빌: 셜록홈즈 미스터리 예스24아트원 3관 ( ~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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