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위클리 허시어터 이번 주는 연극 공연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저는 에디터 이수아입니다. 이번 호에는 모두 열 편의 공연을 준비했는데요, 신작 소식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합니다. 배우 전도연 씨의 27년 만의 연극 무대 출연으로 화제가 된 <벚꽃동산>, 글과무대 신작 <애인>, 농인배우와 소리꾼의 만남으로 색다른 무대를 마련하는 국립극장 기획공연 <맥베스>, 극단 사개탐사의 <다이빙 보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재연작의 면면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제작사가 바뀌어 돌아오는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음악극 <붉은머리 안>, 극단 명장의 <바다로 가는 기사들>, 여성독립운동가 정정화 선생의 생애를 모티브로 한 극단 독립극장의 <쉬이즈>, 극단 기지의 <고쳐서 나가는 곳>, 극단 마고의 <보호자>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6월에도 공연 캘린더가 빽빽해질 만큼 공연 소식이 많은데요, 지나친 관극으로 건강 잃지 마시고 즐거운 관극 생활 되시기 바랍니다. 원래 5월 말일 발행 예정이던 다이얼로그 4호는 이번 주 일요일 발행됩니다. 저는 그럼 다음 달 더욱 흥미로운 공연 소식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이수아 드림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이 4년 만에 다시 돌아옵니다.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되어 2007년, 2009년, 2017년, 2020년 재공연되었고 이번에는 컬처마인으로 제작사가 바뀌어 새로운 프로덕션을 선보입니다. 원작은 1980년 극작가 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가 구 소련 문화부의 의뢰를 받아 대본을 완성해 이듬해 초연되었으나 검열을 통해 수정을 거듭하며 올려지다 결국 상연 금지되었습니다. 작품은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4명이 수학 담당인 엘레나 선생님의 집을 찾아가 수학시험 답안을 고치기 위해 시험지가 있는 금고 열쇠를 요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불완전하고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일도 정당화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엘레나 역에는 2007년 재연 무대에서 엘레나를 맡았던 박현미 씨가 17년 만에 무대에 다시 오르고 뮤지컬 <빨래>에서 오랫동안 활약해 온 강정임 씨가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배우 전도연 씨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연극 <벚꽃동산>이 드디어 개막했습니다.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와 함께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1904년 모스크바에서 초연되었습니다. 귀족 계급이 힘을 잃고 신흥 자본가가 대두되던 러시아 혁명기를 배경으로 러시아의 몰락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호주 출신 연출가 사이몬 스톤이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의 재벌가문으로 배경을 옮겨 각색했습니다. 스톤은 배우로 출발해 멜버른, 시드니, 암스테르담과 바젤의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고 2015년 영화 <나의 딸>로 장편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연극 <예르마>, <메데아>, <입센 하우스> 등을 연출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사이몬 스톤이 국내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첫 무대이기도 한데요, 원작의 배경을 현대 한국으로 옮긴 것이 특징입니다. 원작의 벚꽃동산 주인인 라네프스카야 부인은 아들을 잃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5년 만에 귀국하는 송도영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배경을 얻었습니다. 도영의 오빠 재영의 무능으로 부모가 물려준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리는 것은 물론 도영이 열여섯 살 생일에 아버지가 선물해준 아름다운 저택까지 날릴 상황에 처합니다. 도영의 아버지를 모시던 운전기사의 아들 황두식은 성공한 기업가가 되어 도영의 가족 앞에 나타나 회사와 저택을 지킬 방안을 제시합니다. 전도연 씨가 주인공 송도영 역을 맡고 황두식 역은 배우 박해수 씨가 캐스팅되었습니다.
글과무대에서 신작 <애인>을 선보입니다. 대본을 쓴 황정은 작가는 오르페우스 신화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는데요, 줄거리는 사랑하는 연인과 죽음으로 이별한 남자가 우연한 기회에 죽은 자들이 머무는 쉼터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티메이커가 주는 차를 마시면 더 깊은 잠에 빠져 강을 건너게 되고, 강 건너에는 완전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쉼터에서 죽은 연인을 만난 남자는 함께 밖으로 나가자고 권하지만 연인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차를 마시고 잠이 듭니다. 황정은 작가는 죽음 혹은 과거를 거스르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일부분이 어떠한 재난으로 사라졌을 때,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재난으로 과거와 단철되었을 때 그 과거를 온전히 과거에 둘 수 있는지, 우리는 그 재난 이후 어떻게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음악극 <붉은머리 안>이 서울 강동을 시작으로 투어 공연에 나섭니다. 주인공 이름이 앤이 아니라 ‘안’이 된 것을 눈여겨보셔야 하는데요, 주인공은 양친을 잃고 보육원에서 길러지며 입양을 거절당하는 등 ‘안’에서 번번히 ‘밖’으로 밀려나고,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아니’라는 부정형 반응을 하지 못합니다. 이처럼 ‘안’이라는 이름에는 ‘안’과 ‘아니’를 향한 주인공의 투쟁이 깃들어 있습니다. 극은 다섯 명의 ‘안’이 멀티 캐릭터를 맡아 이끌어가는 형식으로, 주인공 안은 초연부터 무대를 지켜 온 최하윤 씨가 이번에도 함께하고 다른 네 명의 안‘들’은 여성과 남성 배우들이 성별과 무관하게 캐스팅되어 안의 다면적인 모습을 연기합니다. 강동 공연이 끝나면 군포에서도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원작 <맥베스>가 농인배우와 소리꾼이 만나 새로운 연극으로 재탄생합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젊은 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미란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고, 입과손스튜디오의 이향하 씨가 음악감독으로 사운드를 책임집니다. 박지영, 김우경, 이혜진, 우지양, 오서진, 금예지의 배우진이 수어로 배역을 연기하는데 맥베스와 던컨 왕 등 남성 역할은 여성 배우가, 레이디 맥베스와 마녀 등 여성 역할은 남성 배우가 맡아 젠더벤딩극으로 진행됩니다. 김소진, 김율희, 이승희, 추다혜 네 명의 소리꾼이 방대한 원작 희곡을 16개 대목으로 압축한 작창으로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무대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극단 사개탐사가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다이빙 보드> 초연을 올립니다. 극단 사개탐사는 2012년 사회와 개인을 탐사하여 그 상관관계와 부조리함을 발견하고 우리의 현재를 직시하여 미래를 고민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창단해 가정폭력과 여성의 사회적 위치, 피해자들의 연대의식, 기후위기와 이민자 문제 등 개인과 사회 간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는 단체입니다.
<다이빙 보드>는 미국 극작가 말레나 페니쿡의 희곡이 원작으로 미국 유진 오닐 재단에서 주최한 2022년 내셔널 극작가 컨퍼런스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되어 미국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페니쿡은 시인이자 임상심리학자인 클라리사 핀콜라 에스테스의 저서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자들』을 읽고 직접 보고 느낀 두려움의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썼습니다. 제목 그대로 10미터 위 다이빙 보드에서 기록 경신의 중압감과 사고의 위험으로 불안감에 휩싸인 여성 청소년들의 심리를 솔직하면서도 발랄하게 그려내어 호평받았습니다.
극단 명장의 <바다로 가는 기사들>이 삼연으로 돌아옵니다. 2022년 소극장 공유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고 지난해 재연을 거쳐 올해는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으로 다시 올려집니다. 아일랜드 극작가 존 밀링톤 싱의 극본을 바탕으로 집안의 여덟 남자가 모두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 속에서 이 죽음들을 버텨내는 한 어머니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모리아 역의 배우 김은경 씨는 22년 소극장 공유 페스티벌 시상식에서 연기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극단 독립극장에서 여성독립운동가 정정화 선생의 생애를 모티브로 한 <쉬이즈(SHE is)>를 올립니다. 정정화 선생은 1919년 3.1운동 직후 조선민족대동단 총재를 맡은 시아버지 김가진과 남편 김의한과 함께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도맡았습니다. 1940년 충칭 한국독립당 광복군 창립에 참여하였고 한국혁명여성동맹을 조직하여 간사를 맡아 활동하면서 독립운동가 자녀들을 위한 유치원 교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한애국부인회 훈련부장을 역임하며 국내외 한인 여성들의 총단결을 역설하며 여성들의 계몽과 교육에 정진하였습니다. 김수미 작가와 손희영 연출이 의기투합했고 주인공 정정화 역은 독립극장의 대표이기도 한 배우 원영애 씨가 맡았습니다.
극단 기지의 <고쳐서 나가는 곳>이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부산 관객들과 만납니다. <고쳐서 나가는 곳>은 기지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여성 직업의 계보를 찾아가는 작품으로, ‘깡깡이 아지매’라 불리던 조선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깡깡이’는 수리조선소에서 배 표면에 녹이 슬어 너덜너덜해진 페인트나 조개껍데기를 망치로 두들겨 벗겨낼 때 ‘깡깡’ 소리가 나는 데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박주영 연출은 동아연극상에서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고 올해 두산아트센터의 DAC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내년에 신작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극단 마고는 소극장 공유 페스티벌 무대에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질문하는 <보호자>를 올립니다. 2016년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일어난 하람베 총격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사건은 당시 동물원에서 서부로랜드고릴라를 구경하려던 3살짜리 어린 아이가 고릴라 우리 안에 떨어지자 아이의 안전을 이유로 동물원 관계자가 아이에게 접근해 아이를 만지고 끌고 다닌 고릴라 하람베를 총으로 사살하며 동물권 운동가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작품은 평생을 울타리에 갇힌 채로 살다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한 동물과 동물의 보호자인 동시에 그 동물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했던 사육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그에 따른 책임과 무게는 어떠한지 질문을 던집니다. 황소연 작가가 대본을, 박연주 연출이 연출을 맡았고, 9명의 등장인물 모두가 여성인 전원 여성극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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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투쟁; 예술가 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 ~ 06.15)
- 활화산 명동예술극장 ( ~ 06.17)
- 붉은머리 안 군포문화예술회관 철쭉홀 (06.28 ~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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