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늙어서도 ‘국민연금’ 온전히 받을 수 있나요?

얼마 전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했어요. 2007년 이후 무려 18년 만에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에 합의를 이뤄낸 거죠.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더 내고 더 받기예요. 그동안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국가의 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기도 했어요.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은 국가가 꼭 준다는 약속이에요.

연금 기금 투자 수익률을 현 4.5%에서 5.5%로 높인다는 전제 하에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 예상 시기는 이번 개혁으로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 더 미뤄졌어요. 만약 투자 수익률이 그대로라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64년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딱 여기까지 들으면 괜찮은데? 나쁘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개혁안이 나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일주일 넘게 반발이 들끓고 있어요.

특히 청년세대에서는 ‘대국민 폰지사기’라는 목소리가 높죠.

📖개혁안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 

일단 개혁안의 내용부터 살펴볼게요. 이번에 이뤄진 개정은 모수개혁으로, 연금제도의 각종 숫자들이 조정됐어요. 

개혁안에 따라 연금 보험률은 기존 9%에서 13%로 인상돼 2026년부터 8년간, 매년 0.5%씩 오르게 됐어요. 

현재는 월 소득이 309만원(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인 경우, 보험료율 9%를 적용해 27만8000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어요. 직장가입자는 사업장과 절반씩 부담해 13만9000원을,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온전히 27만8000원을 부담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개혁안이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1만5000원씩 올라 29만3000원을 내고, 직장가입자는 14만6500원을 내게 돼요.

지금보다 13% 오른 보험료를 내야 하는 2033년에도 월소득이 309만원이라면 지역가입자는 40만1700원을, 직장가입자는 20만850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기존 40%에서 43%로 상향됩니다. 다만 2026년 이후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로, 현재 연금을 수급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대체율까지 올라가는 건 아니에요.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평균 소득자(월 309만원)가 40년을 가입하고 25년간 연금을 수급한다고 가정하면 수급 개시 연령인 65세에 132만9000원을 받게 돼요. 현행 123만7000원에서 9만원 가량 증가하는 상황이에요.

🔥국민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청년들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민심은 좋지 않은 상황이에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반대하는 비율은 46%로, 찬성(39%)보다 훨씬 컸어요. 

특히 18~29세의 청년층에서 반대 비율이 63%로 다른 연령대보다 크게 나타났는데요. 전반적으로 40대 이하에서 반대한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반대 비중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어요.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은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개혁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어요. 이번 개혁안이 청년들의 불신과 세대 간 불균형을 심화시켰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지도 못했다는 주장이에요. 

개혁안이 통과된 국회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3040세대 여야 의원 8명이 ‘국민연금은 더 지속가능해야 하고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제목의 회견문을 공동으로 발표한 건데요. 이들은 ‘평균 연령이 57세인 국회가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연금 개혁을 했다’고 비판했어요. 

🪨연금개혁=청년독박? 

국민연금 개혁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더 냈는데 덜 받는다’는 거예요. 

월소득이 309만원인 사람이 40년을 가입하고 25년간 연금을 수령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 사람이 생애 전체에 걸쳐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는 기존 1억3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총 연금액은 2억9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으로 각각 늘어나게 돼요. 

개혁으로 더 내야 하는 돈은 5000만원인데 더 받는 돈은 2000만원인 거죠. 그러니 더 내고 덜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거예요. 

보험료율 인상은 8년에 걸쳐 진행하는 반면,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바로 인상된다는 점 역시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어요. 

국민연금을 더 내야 하는 건 청년층인데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기성세대에서 먼저 누린다는 주장이죠. 

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다소 늦춰졌다지만, 여전히 연금 고갈 우려를 잠재우지 못한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겠죠. 더 오래, 더 많이 내야 하는 젊은 세대가 국민연금을 한창 수급해야 하는 시기에 연금 고갈이 예정돼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무리 ‘지급 보장’을 명문화 했더라도 기금이 고갈되고 없으면 무슨 돈으로 연금을 줄 수 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이 때문에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괴는 ‘폰지사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타이밍이 나빴다고도 얘기해요. 하필이면 물가가 이렇게 오르고 취업문이 높아져 청년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한 시기에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발표가 나오니 더 큰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대안이 있을까요? 

사실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에요. 저출생·고령화가 본격화 된 이후 꾸준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나는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지속돼 왔잖아요. 그러다 이번 연금 개정을 통해 이 불안함이 폭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지금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 중에서도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는 그리 많지 않아요. 물론 “안 내고 안 받고 싶다”, “이런 식의 개혁보다는 폐지가 낫다”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긴 하지만요🥹

어쨌든 이번 개혁안을 계기로 국민연금에 대해 보다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어요. 정부 역시 이번 개혁이 마침표가 아니라 앞으로 더 큰 개혁을 이루겠다는 입장이에요. 그렇다면 현재까지 제시된 대안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자동조정장치는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 연금액, 수급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말해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기대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의 부채가 자산보다 커지는 경우, 출산율 또는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경우 재정안정을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출 수 있게 돼요. 이미 OECD 회원 38개국 중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정부는 지난해 연금 개혁안에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포함시켰어요. 여당(국민의힘) 역시 모수개혁만으로는 재정 안정이 미흡한 만큼 자동조정장치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야당(더불어민주당)은 이 장치가 사실상 연금을 삭감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요.

✅ 신구 연금 분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신구 연금 분리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어요. 

기존에 납부한 보험료로 조성된 기금은 구연금으로 두고 앞으로 내는 보험료는 신연금 계정에 분리해서 적립하자는 건데요. 보험료율을 15.5%로 인상해 신연금에 적립하면 기금 고갈 걱정 없이 미래세대들에 소득대체율 40% 수준의 연금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해요. 

이를 통해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청년 세대의 연금 불신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죠. 내가 낸 돈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날 테니까요.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을까? 

고령화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 주요국들에서도 연금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많은 국가들이 고령자의 은퇴 시기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을 택하고 있어요. 

일례로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연금 수령이 가능합 법정 은퇴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늦췄고요. 독일의 경우 2001년과 2004년에 연금 수급 연령을 상향했습니다. 현재는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더 연장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고요. 

핀란드는 은퇴 시기를 63~68세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는데요. 늦게 은퇴할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어요. 일본은 2022년 4월부터 기존 65세였던 정년을 70세로 상향했어요. 

연금 자동조정장치를 이미 도입한 나라도 많은데요.

가장 대표적인 국가로 스웨덴이 꼽혀요. 1998년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연금 자동조정장치 ‘안정화지수’를 도입해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연도별 연금지급액이 축소되고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지는 경우에도 균형 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급액이 줄어들게 했어요.

독일은 2004년 ‘지속가능성 계수’를 도입해 이 계수가 1에 수렴되도록 보험료율과 급여 수준을 조정하고 있어요. 일본 역시 같은 해에 연금액을 기대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에 연동시켜 삭감하는 장치인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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