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눈에 들어온다.
25년 6월 11일 대통령이 거래소를 방문해 여러 숙제를 던지고 간 후 그야말로 힘든 몇 주를 보냈다. 나도 그간의 직장생활 경험이 있다보니 미리 준비해 뒀던 과제를 대통령에게 제시해 몇 년 걸려도 힘들 일을 조속히 달성할 수 있는 호재도 있었지만, 말도 안되는 AI라는 과제를 떠안아 앞이 깜깜하고 실제 숨도 잘안쉬어지는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다행히 여러 논의 끝에 단기 성과 보다는 중장기 과제로 AI를 접근하기로 했고, 지난주부터 나를 괴롭히던 가슴 통증이 조금은 완화되었다.
꽃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아침 팀 커피 타임을 가졌다. 금요일이기도 하고 어제 마음의 숙제를 내려 놓은 후 조금은 여유가 생겨서이기도 했다.
달라진 상황은 하나도 없다. 내가 하는 일도, 앞으로 업무 계획도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내 마음이 바뀌었을 뿐이다.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 놓았을 뿐이다. 그랬더니 꽃이 눈에 들어오고,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내 패이스로 일할 수 있다는 그 하나로 인해...
대학 시절 정운찬 교수님이 Voice Option과 Foot Option을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 이번엔 진짜 Foot Option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업무에 저항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마음이 하나 바뀌었을 뿐이다. 상황은 다 똑같다. 다만,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주도권을 살짝 가져왔을 뿐이다. 나이 50이 넘어서도 아직도 내 인생의 주도권을 빼앗기다니... 어리석다. 다시는 내 인생의 주도권을 그리고 나의 소중한 시간을 남에게 휘둘리지 않으리라. 그가 대통령일 지라도...
나에겐 선택이 있고, 그에 따른 과보는 온전히 나에게 있다. 그 선택을 상대방에게 양보할 필요는 없다. 그 과보를 상대방이 떠않아 주지 않는다. 과보가 나의 것이기에 선택도 나의 것이여만 한다.
꽃을 사랑하고, 음악을 즐기려면 그 시간은 온전히 내 시간이어야 한다. 남의 시간에는 꽃도 음악도 내 것이 되지 못한다.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지만 마음이 바뀌었을 뿐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마음을 다스리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바로 설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고, 내가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 먼저 내 마음의 주인으로서 선택이라는 인연을 잘 지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서 마음이 바로 설 수 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그 곳에 진리가 깃든다. 그 평범하디 평범한 진리를 오늘도 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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