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나의 아저씨

- 평정 시즌, 평가에 부쳐

2025.11.28 | 조회 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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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C이야기

뜨거운 황C의 따듯한 일상

어제 저녁 퇴근 후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 배우 오나라와 박해민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유튜브로 봤다. '청년으로 떠나 중년이 되어 돌아왔네.'라는 대사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박해민이 출가한 후 20여 년 만에 오나라를 찾아와 정식으로 이별을 고하는 장면이었다. 미처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한 젊은 시절에는 연인에 대한 '미안함'으로 인해  오나라를 찾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꽃 한 다발을 들고 홀연히 나타나 차분하게 이별을 고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명장면이었다.  

지난 주와 이번 주에 걸쳐 근무평정을 실시했다. 내가 평가를 하기도 하고, 평가를 받기도 했다. 승진과 급여에 목숨 걸고 사는 직장인으로서 근무평정은 그 자체로 참 곤혹스럽다.

잘 주고 싶지만 다 잘 줄 수 없는 노릇이고, 잘 받고 싶지만 다 잘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1년을 같이 일한 팀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앞서고, 1년 동안 충성을 받쳤던 윗분들에게는 서운한 마음이 없을 수 없다. 예전에  어떤 상사는 칼같이 자기 사람한테만 평가를 몰아주는 분도 있었고,  어떤 상사는 팀원 전체에게 평균 점수(B)를 줘서 아무도 승진 못하고 결국은 공도동망(共倒同亡)한 경우도 있었다. 

한 발만 뒤로 물러나 우리 인생사를 돌아본다면 그 놈의 S가 A가 뭐 그리 대수이겠나만은, 그래도 범부중생 직장인 입장에서 아쉽고 얄미운 감정을 지울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나는 경쟁을 그리 달가워 하는 성격이 아니다. 운동도 탁구나 테니스 같이 1:1로 붙는 운동은 즐겨 하지 않는다. 심지어 포커나 화투같은 것도 사람들과 맞붙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따도 미안하고 잃으면 화나니까. 그런 나에게 누구를 평가하고 누군가에게 평가 당한다는 것은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이제 1~2년 후 보직을 내려 놓으면 평가를 하지 않고 받기만 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아마도 내 마음만 다스리면 되니까 지금보다는 조금 수월해 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때는 나도 차분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일 정도의 성숙함을 길러 스스로 미소 지을 수 있어야 할 것이고, 평정자의 고충을 헤아려 후배를 위해 내 평정은 깎아도 된다고 먼저 제안할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욕심을 끊어내지 못한 나의 부족함이 스스로 옹이가 되어 내 마음을 번잡하게 한다.  다만, 오늘도 살아가며 의지하는 것은 '살다 보면 다 살아지겠지', '그 때는 그 때의 깨달음이 있겠지' 하는 생각 뿐이다. 하루하루 잘 나이 들어 가다 보면 세월이 주는 평안함과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중년이 되어 오나라를 찾은 박해민도 다 때가 되어 무르익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순간 내가 편안해 지고, 그로 인해 상대방도 편안해 지는 순간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시나브로 찾아올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평가를 경쟁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에 닿아있는 순수하고 따뜻한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으로 여기는 그날이 올 것이다. 

[※드라마 제작진은 제목에 담긴 의도를 통해 '아저씨'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겨내고, 인간의 근원에 닿아있는 순수하고 따뜻한 매력을 재발견하고자 했다고 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中 [정희(오나라)와 겸덕(박해준)의 이별 장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 中 [정희(오나라)와 겸덕(박해준)의 이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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