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생활

아빠 찾아 삼만리

- 가족의 소중함, 노동의 신성함

2025.12.09 | 조회 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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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요즘 퇴근 후 시간이 나면 '아빠 찾아 삼만리'라는 프로그램을 일부러 찾아 보는 게 일과가 되었다. 언젠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외국에 사는 가족이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한국에서 일하는 아빠를 찾아와 부둥켜 안고 우는 장면에 중독되어 일부러 프로그램을 찾아 보며 재회의 순간 함께 눈물을 짓고는 한다.

무미건조한 일상, 노동에 대한 감사가 메말라 버린 시대, 퇴근해도 반겨주는 사람 하나 없고, 아침이면 누가 깰세라 조심스레 집을 나와 회사로 향하는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아빠 찾아 삼만리'라는 프로그램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가족의 애틋함, 아빠에 대한 존경, 노동의 신성함을 보여주다 보니 요즘 습관처럼 자꾸 찾아 보게 된다.

어제 퇴근길에는 소화도 시킬 겸 찬바람도 쏘일 겸 서울대공원역에 내려 집까지 걸어갔다. 걸으며 들은 방송에 한 결혼정보회사 대표가 나와 한국 남자는 어려서부터 감정을 숨기도록 교육 받고, 커서는 군대나 직장에서 영혼 없이 살도록 강요 받는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 회로가 망가져 고통도 못느끼지만 기쁨도 못 느끼고 무슨 일을 해도 감흥이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했다. 딱 내 얘기 아닌가? 나이 들면서 마음이 평온해 졌다고 위로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은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여행을 해도, 좋은 것을 봐도, 심지어 누굴 만나도 설렘이나 감흥이 사라진 지 오래다. 감정이, 마음이 더디고 무뎌지다 못해 어딘가 고장 나버린 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만리 떨어진 타국으로 고생 고생하며 아빠를 찾아와 서로 부둥켜 안고 그리움에 북받쳐 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노동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운 가정 형편, 불우한 여건 속에서도 아빠 한 번 만나겠다고 삼만리를 마다하지 않은 어린 아들 딸들의 사연이 뭔가 고장 난 것 같은 내 마음에도 잠시나마 잔잔한 감동을 일깨워 준다.

가족의 애틋함을 잘 보여주는 EBS '아빠 찾아 삼만리'
가족의 애틋함을 잘 보여주는 EBS '아빠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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