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피곤한 월요일 아침,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비몽사몽 출근을 위해 동작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탔다. 4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동작역은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우측 2개의 에스켈레이터는 내려가는 방향으로, 좌측 2개의 에스켈레이터는 올라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9호선 환승을 위해 에스켈레이터를 타고 중간 즈음 내려 왔을 때 아래를 보니 어느 젊은 맹인분이 지팡이를 두드리며 역방향 에스켈레이터로 진입하려 하고 있었다. 자칫 위험할 뻔한 순간이었지만 다행히 지나가던 분들이 도와줘 무사히 올라가는 에스켈레이터를 탈 수 있었다.
그 맹인분은 역주행 할 뻔한 그 아찔한 순간에도 (위험을 감지 못해 그랬겠지만) 계속 웃고 있었고, 주변 분들이 도와주니 고맙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 저분은 행복하게 사시는구나!
형편이나 건강이 어려운 분들을 보며 상대적 감사와 비교 우위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웃음과 감사를 잃지 않는 태도를 배우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배움을 통해 내 생활에 적용하고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을 감사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하루하루 삶에 지쳐 짜증과 피로가 누적될 때, 가끔은 조용히 눈을 감고 내가 가진 것들을 헤아려 보고 그것들이 얼마나 나를 충만하게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행복에는 눈뜬 장님이 되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지는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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