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베음추] 정현서 인터뷰하기

이제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현베음추에서 정현서를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2021.11.01 | 조회 1.3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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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시스트 현서

베이시스트 정현서의 음반제작 과정을 담은 메일링 서비스

#소개 인사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는 ‘베이시스트’이면서 일렉트로닉 듀오 ’투명’의 멤버입니다. 그 외에 작곡, 편곡, 프로듀싱, 게임 음악이나 영상에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영화음악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이제부터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인터뷰할게)

#음악은 언제부터? 특히 베이스를 잡게 된 계기

어느 순간 나도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들국화를 들었을 즈음이야. 중3 때였나, 처음엔 드럼에 매력을 느껴 학원을 찾아갔었어. 그러다  어느 날 다른 팀의 연주를 보며 베이스 리듬에 맞춰 흥얼거리는 날 보고 학원 선생님이 베이스를 권유하셔서 그날부터 시작하게 되었지. 

#베이스 앨범을 생각하게 된 건?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다들 자기 악기만의 앨범을 내고 싶지 않을까. 나는 몇 년 전에 베이스 하나로 노래도 같이하는 앨범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었어. 늘 악기를 잡으면 뭔가 흥얼거리며 연습하게 되잖아. 그러다 보니 그렇게 음악을 만들어봐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어. 그게 벌써 7~8년 전 즈음인데, 혼자서 앨범을 기록처럼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 같아.

#투명을 하면서도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었던 이유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은 건 누구나 똑같을 거야. 그래서 나는 본투비 로커인데 일렉트로닉 팀 투명이란 걸 만들었지. 그러니까 투명에서는 다른 걸 하고 싶었던 거야. 완전히 다른 것. 해 보고 싶은 걸 마음 편하게 장르 안 가리고 할 수 있는.

이젠 거기에서 또 다른 작업, ‘베이스 기타가 주인공?’ 이란 설정으로, 꺼내 본 적 없는 음악을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이유라면 이유인 것 같아.

#오히려 투명이 색다른 걸 하고 싶었던 작업이었네

응, 그래서 지금도 투명은 늘 다채롭다고 생각해. 만약 이번에 이런 음반을 냈다면 다음엔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고, 계속 그런 식으로 바뀌어 왔던 거니까.

#현베음추를 통해 앨범을 제안받았던 초기에는 어떤 마음이었나?

베이스로 해보고 싶은 것을 음반으로 내보자는 말에, 난 지금도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있는데 무엇을 좀 더 해볼까… 그런 생각에 어떻게 보면 처음은 좀 헷갈렸어. 

한정된 악기로(예를 들어 베이스 기타로만)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더라고. 그래서 7~8년 전 혼자 하던 것들도 꺼내서 다시 들어보고 그랬었지.

반드시 베이스로 뭔가를 만들거나 부각되어야 한다는 걸까? 많이 혼란스러운 거야. 내가 지금까지 베이스로 해왔던 건 잘 묻어나고 크게 튀지 않고 대부분 바닥을 깔아주는 것에 집중해 왔는데 막상 베이스를 가지고 뭔가 판을 짜봐라, 이러니까 엄청 혼란스러운 거지.

#연주자로서의 꿈도 펼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했거든.

나는 솔리스트보다는 진짜 한 마디로 베이시스트인 거야. 누군가와 같이하면서 또 거기에 엄청나게 잘 맞춰서 밑바닥을 탄탄하게 깔아주고 싶은 사람. 내 바닥 위에서 모두가 마음껏 춤추라고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한 사람. 연주자의 꿈이란 그런 게 아닐까?

#지금은 어때?

지금은 아예 솔리스트로서의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조금은 접었어. 베이스라인이 아주 좋아서 뛰어난 게 나와야 한다는 마음이 처음에 컸다고 한다면, 지금은 그냥 멋진 곡이 나오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더 커. 그리고 너무 어렵고 힘들게 곡을 만들기보다 조금은 편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듣기도 편한 곡을 만들고 싶어. 그렇게 마음먹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

#30년간 무대에 서면서 여러 팀과 작업을 해왔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혹은 무대가 있다면?

다 기억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 잊어버렸어. 늘 그때그때에 충실했던 것 같아. 어떻게 보면 매번 새롭지. 그때 같이 고생하고 노력했던 사람들과 어마어마하게 좋은 시간을 나눴고 그 음악들을 사랑해. 그때의 모든 작업물이 굉장히 내 것 같아. 그러니까 창작자만큼이나 나도 그 음악들을 온전히 사랑해 버리는 거야. 완전히 사랑에 푹 빠졌다가 그게 끝나면 바로 다음 작업으로 빠지지. 그래서 다 기억나는 동시에 또 다 잊어버려. 만약에 이게 다 기억이 난다면 못할 것 같기도 해. 왜냐하면 작업하고 결과물이 하나 나오는 건 약간 아이를 낳는 것 같다고들 그러잖아. 모든 걸 다 기억한다면 힘들겠지. 그래도! 정말로! 최고는 역시 모든 무대야.

#계속 무대에 서고 싶은 이유는?

좋으니까, 무대 위는. 단지 내가 에너지를 더 많이 못 써서 안달일 뿐이지. 무대 위로 가면 우리는 진짜 다 꿈을 이룬 것 같잖아. 정신이 그냥 딱 하나로 모이는 느낌. 그런 맛을 느낀 사람이 어떻게 무대를 버려.

#프로듀서로서도 다양한 분야의 앨범에 작업을 해왔는데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

같이 하는 사람에게서 100%. 나한테 뭔가를 의뢰했거나 같이 하자고 온 사람들은 대부분 생각과 계획이 다 있어. 다만 그 계획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잘 몰라서 나랑 같이하자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 그러면 그 많은 생각에 대해 내가 다른 생각을 이야기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 그냥 그 사람이 뭘 생각하는지 뭘 계획했는지 천천히 다 듣는 것뿐이야.

#그럼 투명이나 지금의 베이스 앨범에 대해서는 어떻게 방향성을 찾아?

투명은 늘 그렇듯 ‘또 다른 시도’가 방향성이라면, 이번 베이스 앨범은 ‘내 속의 것을 꺼내 볼 테니 좀 도와줘요’ 일지도 모르겠어. 나도 편곡자가 있고 프로듀서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으니까.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같이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고 작업물을 사랑해 버리는. 그런 프로듀서와 편곡자와 같이 만들어가는 거지.

#자신의 창작 작업 vs 다른 사람의 곡에 창의력을 더하는 작업에 어떤 차이가 있나?

내 것을 할 때는 진짜 나한테 솔직해지는 거고, 다른 사람하고 작업을 하면 다른 사람한테 솔직해지는 거야. 음악은 거짓말을 못 한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마음에 들 때까지 하는 거고 대충이 안 되잖아. 다른 사람 것 할 때도 마찬가지지. 나는 그 사람의 마음에 대해 100%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거든. 왜 이렇게 했고 왜 이 가사를 썼고 왜 이렇게 코드를 했을까 늘 다 듣거든. 이때 너의 감정은 어땠고 왜 이런 곡을 만들었는지. 나는 내 곡을 만들 때도 나한테 그래. 다른 사람 곡에도 이런 솔직한 작업이 똑같이 진행되는 거 같아.

#앞으로 어느 작업에 더 집중하고 싶은지?

집중이라…, 그냥 현재의 모든 작업이 다 집중이라서(웃음). 나는 아직 프로듀싱과 편곡에서 초보자라고 생각해. 내가 프로듀싱과 편곡을 한다고 얘기한 게 이제 10년 가까이 됐거든. 근데 음악은 조금 더 됐잖아. 그러니까 나는 10년 가지고 내가 무엇을 했다고는 아직 얘기하지 못하겠어. 내가 만약 편곡 작업이 30년 이상 된다면 그땐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 한 80살쯤에 다시 물어봐 줘. 

그러니 지금은 그냥 하는 거야. 모든 창작은 너무나 즐겁고, 그걸 현실화시키는 건 힘들 때가 많잖아? 다른 사람과의 작업도 비슷해. 어쩌면 훨씬 고통스럽지.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을 버려야 될 때가 엄청 많아. 나한테 의뢰한 사람한테 난 다 들어가. 그러니까 어느 순간 내가 없어져 버린단 말이야. 그러면 그 사람의 고통도 내가 오롯이 느껴야 해서 힘들어 어떨 땐.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렇게까지 나는 이중 삶을 살아야 할까. 나도 있는데 저 사람이 돼야 하고 막 이런 거 있잖아. 진짜 이걸 보신 사람 중에 편곡이나 프로듀싱을 하고 싶은 분들은 반드시 이 고통을 잘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어떤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아름다운 음악인이 되고 싶어. 이게 정답인 거 같다. 내가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걸 잘 받아들이고 나누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런 뭔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이면 참 좋겠어. 아름다운 작업을 하고 싶어. 아름답다는 게 아픈 것도 있겠지. 슬픈 것도 있을 거고 엄청 행복해서 기뻐 날뛰는 것도 있을 거야. 즐겁게 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할 때도 있을 거고. 나 스스로가 별로 즐겁지 않아서, 꿈처럼 즐거워질 수 있는 걸 창작해내서 그걸 진짜 나 자신처럼 생각할 때도 있겠지. 그 모든 게 어떻게 보면 되게 아름답다, 그렇지? 그냥 참 저 사람 진짜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래서 저 사람과 참 같이하고 싶다는 그런. 나는 어차피 죽을 때까지 베이스인가 봐. 혼자서 살 수 없나 봐.

#같이할 사람들을 계속 또 발견하는 작업이네

그렇지. 그래서 내가 발견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이 나를 발견할 수도 있고. 서로 눈이 맞아서 같이 발견될 수도 있고. 같이하는 거에 대해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봐. 혼자서는 외롭잖아. 그런 음악인이 되고 싶은가 봐.

#가까운 미래의 계획

하반기에는 이주영 2집의 편곡 프로듀싱, 모호 프로젝트의 베이스 녹음을 진행하고 있고 2편의 영화음악도 예정되어 있어. 아마 11월이 같은데 정현서 싱글 매드 프로젝트 싱글 발매되고 공연도 거야. 신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해서 같이 즐겼으면 좋겠어.

 

다음 글에서는 이번 앨범의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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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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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미

    0
    almost 3 years 전

    글을 읽는데 음성지원이 되는 느낌! 눈으로 읽는데 뭔가 들려요 들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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