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호] 호주 공동체방송, 팬데믹 대응 활동으로 정부 인정 받다

💌 뉴스레터 88호  

📻 모두들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호 인디&임팩트에서는 공동체방송 분야의 반가운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 최근 호주에서는 국가 보건 응급 상황에서 공동체방송이 담당하는 정보 소통의 역할을 호주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민관 협력으로 중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정비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공동체미디어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은데요. 호주의 사례가 변화의 단초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 주에도 유익한 소식으로 찾아올게요~💖

[동향] 호주 공동체방송, 팬데믹 대응 활동으로 정부 인정 받다

- 호주 정부 “정보 접근성 떨어지는 주민들에게 공동체라디오는 중요한 정보원”     

“공동체방송은 외딴 지역 거주민, 원주민, 청소년과 노인들에게 중요한 정보원으로 작용했다.”

호주 연방정부는 최근 발간한 <코로나19 대응 조사 보고서>(2024.10)에서 호주 공동체방송이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코로나19 관련 주요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원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이 보고서는 국가 보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26가지 조치 중 하나로 '국가 보건 응급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통 전략을 개발하기'를 설정하고, 공동체방송 채널을 이용해 시의적절하게 다양한 공동체의 수요에 맞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공동체방송과 지역뉴스 조직들이 중요한 정보원으로 기여했는데 특히 외딴 지역에 멀리 떨어져사는 사람들, 원주민들,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다양한 환경에 처해있는 젊은이들과 노인들에게 공동체방송의 활동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각 부문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앞으로 유사한 국가 보건 비상사태가 닥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다루고 있는데 '위기 상황에서의 소통'(11장) 부분에서 공동체방송의 기여를 언급하고 있다.

[원문] 호주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조사 보고서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정보원’인 공동체방송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공동체방송이 ‘유일한 정보원’이었다. 한 예로, 호주 브리즈번 지역에서 40년 넘게 다문화 라디오 방송을 해왔던 4EB 방송국(Radio 4EB)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52개 언어로 주 정부의 공식 정보를 전달했다. 또 25개 이상의 언어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보 및 비상 뉴스를 제공하고(NEMBC 다문화 뉴스 서비스), 커뮤니티 리더, 건강 전문가와 협력하여 비주류 언어로 백신에 대한 오해를 설명하고 접종을 장려한 공동체방송도 있었다(Channel 44).

공동체방송의 역할은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았다. 윌카니아 리버 방송국(Wilcannia River Radio)은 고립된 지역에 음식과 화장지 등을 배달했다. 이 방송은 앞서 이 지역에 가뭄이 닥쳤을 때에도 지역에 깨끗한 물과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적이 있다. 원주민 대상으로 백신 접종 시 사용할 수 있는 식품 바우처를 제공하거나(Umeewarra Radio) 지역 교회 예배 생중계 및 장례식을 기록하고 촬영하는 공동체방송도 있었다(Ngaarda Media).

호주 연방정부의 <코로나 19 대응 조사 보고서> 발간에 앞서 호주공동체방송연합(CBAA)은 코로나19 대응 조사팀에 입장문을 제출했는데(2022년 8월), 이 자료에 따르면 호주 전역에서 약 5백만 명이 공동체방송을 청취하고 있고, 이 가운데 72만 명은 다른 공영방송이나 상업방송은 시청하지 않고 오로지 공동체방송만 청취하는 사람들이다. CBAA가 지난 2020년 151개 공동체방송을 조사한 결과, 공동체방송의 75%가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정보를 방송했고, 매주 약 157만 명이 공동체방송을 시청했다고 밝혔다.

영어 외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등 문화와 언어가 다른 원주민들에게는 공동체방송이 유일한 정보원이다. 원주민 뿐만 아니라 외딴 곳에 멀리 떨어져 있고 인터넷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에서는 감염병과 관련한 정보가 차단될 수 있는데 공동체방송이 이들을 고립으로부터 막는 역할을 한 것이다. 호주에는 공동체방송 450여곳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중 76%가 외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CBAA는 모든 호주 사람들이 정부의 정보와 메시지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갖도록 하는 데 있어서 공동체방송은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원문] ‘코로나19 대응조사 보고서’에 대한 호주공동체방송연합(CBAA) 입장문

호주 정부, 공동체방송에 1,500만 달러 추가 지원 발표

한편, 최근 호주 정부는 공동체방송 지원에 2700만 달러(약 243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동체방송에 1500만 달러(약 135억 원)를 지원하고 별도로 원주민 방송에 1200만 달러(약 108억 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공동체방송 지원금을 배분하는 호주 공동체방송재단(CBF)은 정부의 추가 지원에 대해 "지역 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지역 방송사에 대한 지원 증가의 시급한 필요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 추가 자금을 환영한다"면서 "이를 통해 450개 이상의 커뮤니티 방송사들이 뉴스, 정보, 음악, 문화의 공유를 통해 커뮤니티를 연결 및 강화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증폭시키며 영향력 있는 결과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문] 2700만 달러 지원금 발표에 대한 CBF의 환영 입장문(2024.12.16)

이에 앞서 CBF는 CBAA와 함께 호주 공동체방송의 향후 10년을 모색하는 <로드맵 2033>을 함께 구상해왔고, 공동체방송 지원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해왔다. 정부 지원금을 집행하는 CBF와 민간 공동체방송들의 협회 기구인 CBAA가 공동으로 협력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은 공동체방송 지속가능성 리뷰(Community Broadcasting Sector Sustainability Review)라는 제목의 토론문서를 바탕으로 공동체방송에 필요한 지원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 측에 제출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동체라디오를 비롯한 공동체미디어들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공동체라디오 지원 예산은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신규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공동체라디오 사업자 허가를 받은 20곳 중 3곳(인천 서구FM, 인천 연수구FM, 화성FM)은 최근 방송사 허가를 반납했다. 🔗

🌏 글쓴이. 정은경

2012년 마을미디어 시범 사업 때부터 2023년 사업 종료 때까지 미디액트에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사업 담당 실무자로 일했다. 지금은 잠깐 현업에서 벗어나 평생교육 관점으로 공동체미디어 활동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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