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50호
이번 쉰 번째 인디&임팩트는 10.29이태원참사 1주기를 맞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별은 알고 있다>의 전국 순회 상영회 이야기를 연출을 맡은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 권오연 감독의 목소리로 전하고자 합니다.
극장 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공동체상영을 통해 내가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곳에서 시민들을 만나 연대하고 힘을 얻었다는 유가족분의 말씀은 사회의 소통을 위해 영화가 어떤 역할과 자리에 서야할지 돌아보게 합니다.
이제 설 연휴도 끝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당신을 응원하며, 함께 기억하는 연대의 힘이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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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 10.29이태원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전국 순회 상영기
10월 27일 국회의원회관
이태원참사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의 첫 시사회. 상영을 하는 국회 대회의실 강단 앞 스크린에는 PPT 대신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영화를 상영하기에는 다소 낯선 공간이었다. 보라색 재킷을 입은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삼삼오오 대화하며 객석을 채웠다. 그중에는 영화에서 인터뷰해주신 익숙한 얼굴들도 보였다. 그리고 몇몇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하자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곳곳에서는 숨죽인 흐느낌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별은 알고 있다>의 상영 시작을 국회에서 했던 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가장 오랜 시간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장소가 국회였다. 영화 안에는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싸워 온 1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회가 그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별은 알고 있다>의 여정은 국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태원은 어디에나 있다
<별을 알고 있다>를 상영했던 모든 극장은 광장이 되었다. 영화관이 광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영화가 광장에서의 투쟁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모든 상영회에서 영화가 끝난 이후에 유가족과 제작진이 함께하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참사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강릉,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사천, 산청, 서울, 세종, 수원, 안동, 안산, 울산, 원주, 인천, 전주, 제주, 진주, 창원, 청주. 전국 20개 도시의 극장을 순회하며 수천 명의 시민들을 만났다. 매 상영회가 끝날 때마다 수십 개의 핸드폰 프레시들이 별처럼 박힌 사진을 남겼다. 도착하는 도시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태원 참사와 만났다. 안산에 갔을 때는 9년 전의 세월호를 만났고, 청주에 갔을 때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오송 참사와 연결되었다.
<별은 알고 있다> 전국 순회 상영회는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유가족협의회, 전국의 수많은 연대 단위들의 노력을 통해 52회의 공동체 상영, 3231명의(23.1.6.집계) 시민 관객과 만나게 되었다.
전국으로 상영회를 다니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이태원참사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서울을 벗어나면 이태원참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멀어져 있었다. 지역에 계신 희생자 유가족들은 서울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서 수없이 서울로 올라오셨지만, 지역사회에서 다른 시민들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유가족들에게 상영회는 내가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곳에서 시민들을 만나 연대하고 힘을 얻는 자리였다. 울산 상영회 때의 일이었다. 참사 이후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아 본다고 한 아버지는 우리 딸이 나고 자란 울산이니까 용기를 내서 이야기해보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울산이 고향인 세 친구가 친구 결혼식에 가기 위해서 1박 2일로 서울에 올라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밤 그 세 친구는 모두 이태원의 골목길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객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관객은 마이크를 잡고 이런 감상을 남겼다. ‘지금 아버지가 사투리 섞인 말투로 해주신 이야기를 듣고 이 참사가 정말 우리 주변의 일이구나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앞으로 더 관심 가지고 함께하겠습니다.’
그이의 얼굴을 안다면 잊지 않을 수 있다
상영회를 통해서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했다. <별은 알고 있다>의 엔딩크레딧은 7분 정도로 아주 긴 편이다. 별이 된 159명의 사진과 이름을 하나씩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한 대안학교에서 공동체 상영을 했을 때였는데, 학생 한 명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울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엔딩크레딧의 사진들 속에서 자신의 중학교 친구의 얼굴을 봤다고 했다. 참사로 떠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이후로 처음으로 그 친구의 사진을 보는 것이었다고 했다. 나의 주변에 어떤 사람이 떠나더라도 그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는 애도할 수 없다. 장례식에 가서 그 사람을 함께 알았던 지인을 만나거나, 나의 핸드폰 속에서 그이의 사진을 발견하거나, 함께 갔던 장소들을 다시 방문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기억을 통해서 우리는 조금씩 이별을 받아들인다.
사회적 참사의 애도 또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모두 마주한 이 사건을 여러 단계를 함께 통과하며 치유하고 애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태원 참사 이후 한국 사회는 애도가 아닌 망각을 조장해 왔던 것은 아닐까. 국가는 참사 직후 희생자들의 영정도 찾아볼 수 없는 ‘아무것도 없는’ 분향소를 차리고 조문하라고 했다. 함께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할 수 있는 의례는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희생자의 유가족들이나 생존자, 구조자들이 함께 만나서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연결을 막아버렸다. 1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영화 안에서 우연히 별이 된 친구의 얼굴을 만났다는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구체적이고 우연한 ‘연결’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했다. 그 연결이 끊어진다면 우리는 너무나 금방 이 참사를 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이의 얼굴을 안다면 잊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고마운 관객들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그간 잊고 지냈던 것 같아 죄송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요?’
특별법 너머의 가치
이태원 참사의 1주기를 훌쩍 넘어서 이제는 곧 500일이 된다.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기어코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거부했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헌법을 위배한다는 근거 없는 논리를 펴며, ‘10.29 참사 피해지원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앞뒤가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의 정식 명칭은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다. 처음부터 피해자의 관점에서 존중을 갖고 지원이 이루어졌다면, 사회적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혀내고 진실규명을 했다면,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애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면 이렇게 긴 시간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힘든 투쟁을 이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서 멈출 수 없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특별법 제정’을 넘어서 그 안에 포함된 가치들이 현실화 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지를 끝까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가 참사를 잊지 않는 방법이다.
관련 자료
☂️글쓴이. 권오연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에서 미디어 활동을 하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를 연출했다.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활동가이기도 하다. 이태원 근처에 살면서 지금도 자주 이태원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1번 출구 앞 골목을 지날 때마다 별이 된 이들을 생각하며 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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