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65호
이번 인디&임팩트에서는 한국 다큐멘터리 창작에 있어 저작권과 공정이용에 대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은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활용할 때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데요. 저작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논의들은 많지만, 저작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공정이용'은 아직 창작자들에게는 낯선 개념이죠. 🤔
⚖ 오랫동안 미국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공정이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연구자와 한국의 다큐멘터리 연구자들이 협업하여 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저작권'과 '공정이용'에 대해, 그리고 공정이용을 통한 보다 자유로운 창작 환경 조성의 필요성에 대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이창민 연구자에게 들어봅니다.
📝 다큐멘터리 창작자 200명이 연구를 위한 설문조사에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현장의 기대들을 모아 인디&임팩트에서도 최종 연구 결과에 대한 소식 꼭 다시 전해드릴게요!!
[이슈] 공정이용 :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저작권 예외
한국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공정이용 활용에 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다양한 원천을 활용하는 동시대 미디어 창작자들에게 저작권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저작권법의 목표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인 동시에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는 것을 통해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저작권법 제1조) 이 연구는 저작권법이 목표하는 이 “균형”을 위한 예외로 보장된 공정이용의 권리를 누구나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비단 다큐멘터리 창작자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미디어를 창작하는 이들이 공정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다.
공정이용은 저작권 예외, 즉 저작권법에서 허용하는 저작권 이용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권리다.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새로운 목적을 위해 적절한 범위 안에서 이용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은 법률로서 창작자의 권리로 보호되는 것이지만, 지나친 저작권 보호는 저작권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저작물의 창작, 유통, 이용에 대한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과도한 저작권 보호는 자유로운 창작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영화가 발명된 이후, 수많은 영상들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이제 사료적 가치를 가지는 동시에 새로운 창작의 원천이 되었다. 뉴스 미디어, 정부 기록물 등은 매일, 매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기록한다. 대중음악, 영화, 게임, 소셜 미디어 등은 우리의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저작권이 존재한다. 또한 동시에 디지털 기술이 변화시킨 매체환경은 더 이상 필름이라는 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로운 복제를 위한 재생산이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강력한 저작권 독점은 때때로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막는 장애물로 작동하기도 한다. 많은 창작자들이 비용 혹은 절차적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단순히 창작의 다양성을 약화하는 것을 넘어, 재창작을 통한 사회적 담론 형성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전술한 것처럼, 한국의 저작권법은 “균형”을 통해 문화와 관련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한다. 이를 위해 저작권법은 언제나 새로운 창작자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참조하고 인용하며 비평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한다. 창작자는 저작권자의 시장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기 위해 짧은 뉴스 클립을 삽입하는 경우, 한 시대를 회상하기 위해 당시의 인기가요 후렴구의 일부를 삽입하는 경우, 어떤 배우를 인터뷰하면서 특정 역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진을 활용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원저작물의 “변형적 이용”을 통해 타인의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가 공정이용이다. 한국의 저작권법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이후인 2011년 도입되었다. 공정이용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창작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저작권법의 “균형”이라는 목표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는 창작자들에게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이는 공정이용의 유연성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공정이용은 가장 유연한 저작권 예외규정으로 특정한 상황을 법적으로 규명해 두는 것이 아니기에 활용을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의 영화제작자, 언론인, 교사 및 기타 크리에이터들은 논란이나 법적인 문제 없이 공정이용을 일상적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각자의 창작 환경에 맞는 법 해석을 위해 각각의 커뮤니티가 생산한 가이드라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창작자들의 공정이용 모범사례 성명(cmsimpact.org/documentary)을 하나의 사례로 들 수 있다. 김효정 판사는 자신의 연구에서 이 성명이 공정이용에 관한 모호성을 낮춰준다는 점에서 공정이용의 실제 적용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평가하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함을 제안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창민 연구교수, 전주대학교 박문칠 교수, 미국 아메리칸대학교의 패트리샤 아우프더하이드 교수로 구성된 연구진은 동시대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창작자들이 공정이용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이러한 권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아우프더하이드 교수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사회적 영향력에 관한 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 왔으며, 2005년 미국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공정이용에 관한 모범사례 선언을 준비하고 이루어 내는 것에 큰 공헌을 한 학자이다.([포럼 초대] ITVS 사례를 통해 보는 미국 독립 다큐멘터리 지원기구 설립 운동의 역사와 성과 참고)
현재 국내 다큐멘터리 창작자 200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 중에 있으며, 창작자와 관련 종사자, 연구자 등 3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결과는 2024년 9월에 개최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공정이용 모범사례 성명의 한국어 번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디액트와의 협력으로 공정이용에 관한 교육자료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도 준비 중이다. 나아가 공정이용의 정착을 위한 창작자, 영화단체, 영화제 등이 함께하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한국에서 공정이용 활용에 관한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이 연구가 보다 자유로운 다큐멘터리 창작을 위한 전문적이고 실제적인 논의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 🔗
📚 참고문헌
Association of Independent Video and Filmmakers, Independent Feature Project, International Documentary Association, National Alliance for Media Arts and Culture, Women in Film and Video, Washington, D.C., Chapter. Documentary Filmmakers’ Statement of Best Practices in Fair Use. Center for Social Media. 2005. Fair Use Library - Center for Media and Social Impact (cmsimpact.org)
Hyojung Kim, Re-examining the compatibility of US fair use with Korean copyright law:challenges and suggestions for Korean fair use, Journal of Intellectual Property Law & Practice, 2024; https://doi.org/10.1093/jiplp/jpae042
Leval, P. N. (1990). Toward a fair use standard. Harvard Law Review, 103(5), 1105-1136. doi:10.2307/1341457
Patricia Aufderheide & Peter Jaszi, Reclaiming Fair Use: How to Put Balance Back in Copyright. 2d ed.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8.
📸 글쓴이. 이창민
영화를 만들고 공부하며 살아갑니다.
인디&임팩트미디어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름에 맞게 ‘임팩트’ 있는 뉴스레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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