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86호
❄️ 작년 이맘때쯤 인디&임팩트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겼던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이후의 이야기를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 당시 원고를 써주셨던 미자 리 님께서 다시 한 번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 활동에 관한 원고를 써서 뉴스레터에 보내주셨습니다. 극장은 무너졌지만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기 위한 시민들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권력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지역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아카데미 친구들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
📢 인디&임팩트는 여러분의 참여에 활짝 열려있습니다. 뉴스레터에 기고를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려주세요!
[이슈] <무너지지 않는다>
: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 활동은 계속된다
2023년 10월 30일, 곳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강원도 원주에선 한 극장이 무너졌다. 그로부터 다섯 달 후, 극장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실은 무너진 극장을 다룬 영화다.
시놉시스는 이렇다.
극장이 사라졌다. 극장을 부수려는 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극장의 의미에 대해, 영향에 대해, 존재감에 대해 시민들에게 묻지 않는 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극장 곁을 지키던 사람들은 아카데미극장에선 틀지 못할 영화를 만들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지역을 넘나들며 연대를 요청하러 다니고, 혹은 극장 관련한 일이라면 아무것도 못 하던 와중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세 감독의 단편 다큐가 묶인 옴니버스 영화로, <시민귀민>, <아카데미에서 만난>, <노란텐트>가 차례로 이어진다.
<시민귀민>의 김귀민은 원주시장을 세상에 선보인다. 시장이 된 후 갑작스레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발표하고, 시민들의 주민 토론 요구를 끝내 무시한, 극장의 물건을 옮기기 위해 시청 공무원들을 동원해 시민과 시민을 뒤엉키게 한, 기어이 극장을 허물고 극장을 지키던 사람들에게 고소장과 고발장을 선물한 원주시의 한 사람을.
<아카데미에서 만난>의 이미현은 14년 만에 문을 여는 극장을 쓸고 닦는 사람들과 극장의 구석구석, 물건들을 보여준다. 3년의 시간이 흘러 카메라는 감독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고, 다시 경찰서로 연행되는 감독을 따라 극장 밖으로 나온다. <아카데미에서 만난>은 이미현이 '아카데미에서' 마지막으로 경찰들을 만나며 끝난다.
<노란텐트>의 최은지는 아카데미극장 앞 '노란 텐트'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맞은편 극장의 상황을 살피거나, 극장 대신 극장을 찾는 사람들을 맞고, 극장의 기념일을 축하하기도 하면서 텐트에 머무른다. 때때로 텐트엔 지지와 응원의 마음을 담은 꽃과 커피, 과일 도시락 등이 배달되기도 한다. 노란 텐트를 찾은 이들은 또 다른 최은지가 되어간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미 무너져버린 극장에 대한 기록이다. 어쩌면 누군가가 들춰봐주길 기다리고 있는 기록이다. 지난 일이지만 함께 분노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기록일지도.
'미자 리'인 동시에 이미현인 나는 지역에서 사라져 갈 것들을 담고, 다른 이가 남겨 놓은 것들을 보며 산다. 기록의 힘을 얼핏 안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거칠고 날것 그 자체인 시퀀스의 연속이지만, 시퀀스가 아닌 영상 덩어리라 할지라도 그 속엔 우리의 분노와 애정이, 기쁨과 슬픔이, 뭐라 단정짓지 못할 감정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이것들이 <무너지지 않는다>의 의의이자 기록의 의의일 것이다.
조금씩 세상이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느낄 만한 일은 일어나야 하기에, 극장이 떠난 후에도, <무너지지 않는다>가 세상에 나온 지 반 년이 넘어서도 글을 쓴다.
"희망은 힘이 셉니다" 작년 12월 14일, 듣자마자 받아 적었다. 어딘가에서 기웃거리고 있을 희망이 아카데미극장을 지키던 친구들을, 어딘가에서 또 무언가를 지키고 있을 이들을 잘 찾아가기를 바라며.🔗
🎈글쓴이. 미자 리
- 원주에서 내 맘대로 책을 만드는 메이커
📚 관련 기사 더 읽어보기
🍀<무너지지 않는다>는 작년 여러 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났고 올해 '인디그라운드'를 통해 온라인 기획 상영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공동체상영 등의 문을 한껏 열어 놓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아카데미의 친구들' 채널을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 인스타그램 : @wonjuacademy1963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 아카데미의 친구들
인디&임팩트미디어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름에 맞게 ‘임팩트’ 있는 뉴스레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구독과 주변 홍보를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