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mmary
1️⃣ 같은 사람 안에도 모순처럼 보이는 여러 명의 내가, 다른 순간의 내가 공존합니다.
2️⃣ 더 많이 기억할수록 지금의 나를 놓칩니다. AI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어요.
3️⃣ 넥스트 개인화의 진짜 질문은 내가 어떤 순간들을 사는 사람인지 아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제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어느 영화관에서 3월에 화양연화를 상영한다는 게시글을 봤어요. 봄에 왕가위 감독 영화라니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다가, 감독의 다른 영화인 중경삼림이 떠올랐어요. 그 영화는 이런 대사로 유명하죠.
“만약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사실 조금 더 해석을 한 것이고, 영화 대사에서는 만약 기억을 통조림이라고 친다면 영원히 유통기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 피드를 보고 아래로 내리니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걸 알고 행동해야 한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만 년짜리 사랑을 원하는 나도 나고,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고 믿는 나도 나라는 것이. 이 둘은 그냥 다른 순간의 나예요. 그러면 알고리즘은 이걸 읽을수 있을까요?

과거의 나를 잘 알수록, 지금의 나를 놓친다
1주차 뉴스레터에서 개인화의 방향이 맥락 기반 실시간 조립으로 가고 있다고 했어요. 시스템이 지금 내 상황을 읽어서 그에 맞는 경험을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방향이었죠. 이걸 위해서는 하나의 가정이 필요합니다. 시스템이 읽어야 할 ‘지금의 나’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 명확한 지금의 나를 읽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같은 사람도 순간마다 달라집니다. 여행을 간 아침과 서울에서 일상을 보내는 아침은 같은 시간대지만 전혀 다른 나입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바쁜 오후 4시의 나와 일요일 오후 4시의 나는 같은 앱을 열어도 원하는 것이 달라요. 물론, 시스템이 장소나 캘린더의 일정 등을 읽어서 순간에 존재하는 내가 바뀐 걸 알고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시스템은 내가 과거에 데이터로 남겨놓은 것들로 지금의 나를 정의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나를 잘 알수록 순간의 나에 대한 개인화는 약해질 수 있어요. 지금의 나를 데이터로 이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AI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AI를 오래 쓰면 대화 기록이 쌓이고, 이 기록이 AI의 답변을 점점 비슷하게 만듭니다. GPT, Gemini, 클로드 같은 것들을 써보면 느낄 수 있죠. 우리가 아무리 이전 방식 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줘 라고 해도 AI는 과거 기록을 은근히 따라가는 답을 내놓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입니다. AI의 설정을 그대로 과거를 다 반영하는 메모리 켜기로 두든지, 과거를 완전히 무시하는 메모리 끄기로 바꾸든지. 그런데 실제 우리가 원하는 건 온오프 사이의 어딘가예요. ‘오늘은 완전 새로운 방향으로’와 ’지금까지 방식 그대로 이어줘‘ 사이의 어딘가. 그래서 한 연구팀은 AI가 과거 기억을 얼마나 따를지를 사용자가 직접 조절하는 방식을 실험했습니다. 그랬더니 단순히 일부 메모리를 끄는 방식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기억 의존도를 더 정확하게 맞췄어요. 이 당연해보이는 결과는, 역설적으로 지금의 나로 전환해서 개인화한다는 것이 나의 개입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더 많이 기억할수록, 지금의 나에게서 멀어질수 밖에 없으니까요.
어떤 순간을 원하는 사용자 인가
그래서 맥락을 기반으로 실시간의 조립되는 다음 버전의 개인화는 내 과거를 더 많이 수집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어떤 순간에 있는지 이해하는 것에 더 힘을 쏟아야 합니다. 예전에도 한번 이야기 나누었던것 같은데 추천 시스템을 만드는 친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추천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공식이 있다기 보다는 추천이 잘되는 그룹의 특성이 있는 것 같다고. 비슷한 방식이 다음 개인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순간들을 자주 만나고, 그 순간들 사이에 흐름이 있는 사람들이 개인화에 더 잘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제품을 사용할 사람들에 대한 페르소나를 만들때도 그 사람이 어떤 순간들을 만나고 어떤 순간들의 조합을 경험하게 될까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접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일상에서 어떤 순간을 원하는 사람인가 그런 순간들의 모음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겠죠. 다음 버전의 개인화 또한, 우리를 위한 시스템이 되어야할테니까요.
다음 주가 개인화 시리즈 마지막 편이네요. 올해부터 한달동안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방식으로 바뀌면서, 구독자님은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한 주제로 계속 이야기하니까 깊게 말할 수 있어서 좋은데, 혹시 더 다양한 이야기를 원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튼, 우리는 수요일에 만나요!
[inspire X 오픈카톡방]
https://open.kakao.com/o/gBHmseah
Reference
[1] Tian et al. (2026). Controllable Memory Usage: Balancing Anchoring and Innovation in Long-Term Human-Agent Interaction. https://arxiv.org/abs/2601.0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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