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서울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inspireX의 닥터 G입니다.
갑자기 이런 인사를 하니 어색하셨죠? 6월 한달 동안 inspireX는 몇가지 실험을 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오늘은 작은 소주제 3개로 구성된 글이 아니라 구독자님에게 편지를 보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런 뉴스레터는 이제 AI가 더 잘해요
사실 오늘 편지를 보내게 된건 AI때문이에요. 요즘에 뉴스레터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어요. 너무 솔직했나요? 올해부터 한달씩 주제를 잡고 글을 보내드리는데 이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가 아픕니다.
클로드로 분석을 좀 해봤는데, 한마디로 정리해주더라구요.
뉴스레터 초창기와 달리 사람들이 정보성 글은 더이상 뉴스레터로 보지 않는다. 클로드와 제미나이에 물어보면 되니까.
그 다음 문장이 더 적나라했어요.
이런 정보도 있어요, 이런 시각도 있어요는 이제 AI가 더 잘해요. 더 빠르고, 더 많이, 더 정확하게. 독자 입장에서 굳이 뉴스레터를 구독할 이유가 없어요.
이 나쁜… 맞는말하면 아프잖아요.
요즘에 일하면서 기사나 글을 읽으면 AI가 잘 볼 수 있는 콘텐츠인지가 중요하다 이런 내용들이 많아요. 그래야 AI가 그걸 읽고 활용할 수 있으니까. 콘텐츠 소비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AI인거죠. 이말이 무슨뜻일까 생각해봤어요.
정보성이 강한 뉴스레터를 만들면 AI를 구독자를 위한 글이 될 수 있지만 AI구독자는 이미 그 정보를 학습해서 알고 있어서 새롭지 않아요. 그럼 인간 구독자가 읽을까요. 아니요. 제미나이한테 물어보면 되는데 이메일로 구독하고 구글로 찾아서 보고 그런 귀찮은 일을 할리가… 인간 구독자도 읽지 않아요.
세상의 모든 콘텐츠는 두 가지의 방향성을 가질수 있겠죠? AI구독자를 위한 정보의 정보를 만든다. 인간 구독자를 위한 해석이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 인간 구독자는 더 개인적이고, 더 일상적이고, 작아도 뭐든 해석이 있는 콘텐츠만 소비하겠구나 싶었죠. 콘텐츠 성격에 따라서 소비하는 주인공도 콘텐츠가 향하는 시선의 주인공도 달라지는 세상이 오고 있었어요.
이걸 머리로 알면서도 다양한 정보를 구독자님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심에 정보와 개념만 있는 레터를 만들었구나 싶었어요. 욕심이 참 이렇습니다.
갑자기 홍콩
그렇다면 inspireX가 잘하던 걸 더 잘해보자 싶었어요. 일상적인 것에서 해석하기.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훗)
시선에 대해 말해보기로 했으니까 이번주 내내 뭘봤지 어떤 느낌으로 봤지 떠올려봤죠. 기억나는게 없었어요…지난 연휴부터 감기로 침대에 누워있었거든요. 그래도 현대인의 기억 장치, 사진첩에는 뭔가 있겠지 하고 열었는데 배추찜, 가지튀김, 딤섬이.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72시간 소개팅의 홍콩편을 봤거든요. 계속 보니까 너무 가고싶더라고요 홍콩이. 갑자기 집중해서 비행기표도 알아봤어요.
시선은 뭔가를 욕망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경험 있으시죠? 뭘 보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시선이 욕망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봐요. 보지 않으면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중에 홍콩식 음식점에 3번이나 갔어요. 소개팅 영상에서 부터 홍콩, 비행기, 식당으로 이어지다니. 욕망이 소비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요.
이렇게 시선이 욕망을 만들어내는건 더 강해지지 않을까요? 이제는 점점 더 자연스럽게 더 많이 AI가 보여준 것만 보게될테니까요. 우리의 시선의 폭이 좁아질 확률이 높아지면 욕망도 더 쉽게 커질수 있겠다 싶어요. AI가 우리 뉴스레터 안보여주면 inspireX를 궁금해하는 마음은 생겨나지도 커지지도 않는거구요.
제가 좀 작은 참외죠
저 아팠잖아요. 목이 아프니까 달콤한게 먹고 싶어서 참외를 시켜먹었어요. 오니까 참외가 되게 작아요 아기 주먹 두개정도. 제 표정을 예상했는지, 포장 플라스틱에 “제가 좀 작은 참외죠!” 라고 써있었어요. 작아서 안좋은 점을 찾으려고 했는데 그 이름을 보면서 응 좀 작다 귀엽네 라고 대답해버렸습니다. 마케팅의 시선에 동조해버린 환자였습니다.
불안해서 분석했어요
솔직히 이 편지를 쓰면서도 저는 자꾸 분석하고 있어요. 잘 쓰고 있는 건가, 이런 편지는 구독자님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것도 아닌가. 편지라고 했으면서 AI 3명한테 어떤 느낌인지 평가해봐라고 말해버렸네요. (그래도 한번씩만 물어봤어요)
세 명의 시선이 좀 다른데, 하나의 디테일이 같았어요. 참외 에피소드가 좋았다는 거예요. 예상치도 못한 부분인데 왜? 참외 에피소드처럼 작고 일상적인 것에서 해석을 뽑아내는게 이 뉴스레터가 잘 하는 건데, 실제로 그걸 잘 보여줬대요. AI는 쓸 수 없는 소재와 전개방식이래요.
오 뿌듯하다 보다는 과연 그런가? 의심부터 들어요. AI와 경쟁하거나 AI구독자의 마음까지도 뺏어버리겠어라는 의도는 아니였거든요 이 편지는. 그들의 시선으로는 제 편지가 그렇게 보였나봐요. 인간 콘텐츠의 이 모호하고 숨겨진 마음을 그들이 더 잘 알아차리는 때가 오겠죠. 그때도 제가 매 주 수요일마다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을까요.
봐라 인간이 그들보다 더 잘하는 영역과 방식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데, 말하면서 목소리가 작아지네요. 일을 하면서도 내가 없으면 이 조직이 이 프로젝트가 안될것 같지만 그런일은 없고 (어떤 방식으로든 굴러갑니다), 살면서도 이걸 해야만 인생이 의미가 있을것 같지만 그런거 없어도 살아갑니다.
저는 이런 시점일수록 ‘관점’이 얼마나 선명하게 느껴지는가가 더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AI든, 인간이든. 그런데 지금의 방식으로는 우리 뉴스레터의 관점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이렇게 밤에 편지를 씁니다. 아무튼, 구독자님을 위한 편지인데 AI한테 먼저 보내서 죄송해요. 불안했나봐요.
이번주의 제 시선들은 이랬어요. 편지를 쓰면서 제가 뉴스레터를 생각보다 갇힌 시선에서 썼구나라고 느꼈네요.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볼수 있었는데 뉴스레터는 이래야해 하는 시선을 만들고 거기에 inspireX를 가둔게 아닐지. 그래서 저번주에 말씀드렸던것 처럼 저희 커피챗도 하고 있어요. 오픈챗방에서 신청해주세요.
이 편지를 받은 구독자님이 오늘의 이야기에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1번 과하다 / 2번 재밌다 / 3번 나쁘지 않네 / 4번 뭐든 응원해.
2번이랑 4번이 많으면 다음주에도 사적인 편지를 서울에서 보내드릴께요. 감기 조심하세요.
(+)
논문과 자료 해석을 기대한 인간 구독자를 위해
현대인들은 멀티태스킹이 일상이죠. 보통 사람들은 20분짜리 영상을 보다가 4분동안 딴짓을 한대요.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기억합니다. 나 집중 잘했어라고 생각하는거죠. 그런데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시간감각의 문제로도 볼 수 있어요.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미래의 큰 보상보다 지금의 자극과 보상에 더 끌렸습니다.
시선이 자꾸 움직이는 건 산만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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