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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1] 진실의 해상도

내가 스코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져도 진 게 아니다.

2026.09.02 | 조회 3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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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eX

🧐 Summary

1️⃣ 우리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진실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하지만 AI가 말하는 진실은, 과거에 우리가 생각하던 '변치않는 사실'을 뜻하진 않습니다.

3️⃣ 기술이 더 정확한 사실을 판정해주면서 오히려 잃게되는 것도 있죠.


새벽 4시에 시작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잠에 빠져 중계를 놓친 한 축구팬은 치열한 하루를 보냅니다. 단톡방 알림은 진작에 꺼두었고, 네이버 스포츠 탭 근처는 실수로라도 누를까봐 시선도 주지 않습니다.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있을까봐 마치 경주마처럼 앞만 보게 되고, 옆자리 동료의 '오늘 경기 봤냐?'란 질문엔 귀를 틀어막습니다. 퇴근 후 영상을 틀기 전까지 이 축구팬이 지키고 싶은건 단순히 스포일러가 아닐지도 몰라요. 이 축구팬의 마음속 한켠에는 이상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내가 스코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경기가 끝난게 아니다."

제 친구의 이야기에요. 처음에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는 진짜 '뭔소리야?'라는 말밖엔 안나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AI 시대에 '진실'이란 우리가 예전에 생각하던 개념과는 차이가 있죠. AI가 말하는 진실은, 변치않는 사실이 아닌 '확률적으로 가장 나은 옵션'이잖아요.

이번달에는 새로운 '진실'의 컨셉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첨부 이미지

상자 속에 갇힌 90분의 경기

슈뢰딩거는 방사성 원소와 독가스 병이 있는 상자 속에 갇힌 고양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상자를 열어 관측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반반씩 겹쳐진 채 존재한다는 양자역학적 사고죠.

90분의 경기는 이미 끝났고, 전광판의 숫자는 고정되었어요. 하지만 그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그 경기가 여전히 이기고 지는 확률이 반반씩 중첩된 상태로 있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곤 합니다. 주식 계좌를 열어보지 않은 지 몇 주가 지난 제 마음도 마찬가지겠죠. 인간에게 진실이란 어쩌면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에 확정되는 경험일지도 몰라요.


경기장 속 0.1mm의 전쟁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누군가가 관찰하기 전까지는 그 상태를 알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주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너무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무언가의 상태를 쉽게 단번에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옛날에는 심판의 눈과 귀에 의존한 낭만의 영역이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팀에게 유리해야 낭만이라 표현하겠죠?) 오심 논란을 두고 밤새도록 설전을 벌이던 팬들의 낭만은 더 이상 없습니다.

축구공 한가운데 센서가 탑재되어, 공이 선수의 발을 떠나는 정확한 순간을 나노초 단위로 감지할 수 있어요. 경기장 지붕에 달린 수십 개의 카메라는 선수의 몸 곳곳을 좌표로 추적해서 골을 인정하고, 또 취소시킵니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에요. 각자의 기준으로 내 눈에만 보이는 스트라이크 존을 그려두고 볼이니 스트라이크니 말다툼을 벌이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인간의 망막으로는 도저히 식별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세계를 기계가 측정해 그것만이 진실이라 말합니다.


해상도가 높아질 수록 사라지는 것들

기술의 발전은 스포츠에서 오심을 지워내고 절대적인 공정함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댓가로 즉각적인 즐거움과 허탈함을 잃었죠.

골대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예전처럼 바로 환호하지 못해요. 전광판에 VAR 판정 중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순간 모두의 뇌는 정지됩니다. 우리 눈엔 완벽한 골이었지만 잠시 후 수비수보다 공격수가 1cm 앞섰다는 사실과 함께 골은 취소됩니다.

기술의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인간의 감각이 느낀 '사실'과 기술이 계산해낸 '사실'의 괴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센서는 점점 더 정밀하게 세상을 예측하고,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기도 전에 정답을 내놓습니다. 기술은 사실을 더 정확한 사실로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AI는 60%의 정확도만으로도 진실이라 말하기도 하죠.

어떤 시대를 살아가건, 진실을 진실로 만드는 것은 개개인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더 정확한 진실만이 진실이 되면서도 동시에 더 알 수 없는 진실이 많아지는 시대에, 나만의 눈을 또렷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inspire X 오픈카톡방]

https://open.kakao.com/o/gBHmseah


Reference

[1] https://inside.fifa.com/innovation/innovating-the-game/semi-automated-offside-technology

[2] https://namu.wiki/w/%EC%9E%90%EB%8F%99%20%ED%88%AC%EA%B5%AC%20%ED%8C%90%EC%A0%95%20%EC%8B%9C%EC%8A%A4%ED%85%9C

[3] https://www.hawkeyeinnovat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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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n Jeong

    0
    1일 전

    제 친구가 이번에 야구 자동 스트라이크 판정 룰에 대해 논문을 썼는데 이걸 보니 떠오르네요! Inside Baseball: The Automated Ball-Strike System as an Object Lesson in Technological Rule Enforcement https://dl.acm.org/doi/abs/10.1145/3805689.381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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