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 밖으로 나와 문화 예술 교육으로 청소년을 만나다

씨드앤그로우 김민지 대표

2023.05.18 | 조회 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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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인터뷰해 드립니다

나다운 길을 걸어가는 당신을 인터뷰해 드립니다.

[인터뷰이 김민지]

디자인, 문화 예술 교육 회사 ‘씨드앤그로우’의 대표이자 문화 기획자. 개인과 공동체의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에 가치를 둔 문화 예술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일러스트 기반 제품 제작·디자인을 하고 있다.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닿고 싶어서 상담소 대신 예술 교육으로 그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함께 꿈을 꾸는 지원자를 찾고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 민들레 홀씨처럼 훌훌 날아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씨앗도, 수박을 먹을 때 일일이 뱉어 내야 하는 걸리적거리는 씨앗도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세상에서 가장 자기답게 존재한다.

꿈을 펼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꿈이 되는 씨앗을 발견하고 심어서 부단하게 가꿔 나가는 사람이 있다. 청소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도록 돕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내 그 길을 걷고 있는 ‘씨드앤그로우’ 김민지 대표다. 수시로 부는 비바람을 견뎌 내느라 공부도 일도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더 걸렸지만 자기만의 서사를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꿈을 응원하는 일이 자신의 꿈인 사람, 김민지의 ‘나’와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는 꿈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씨드앤그로우’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누구나 마음 안에 씨앗이 있어요. 그 씨앗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건 개인, 가족, 사회 모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씨드앤그로우는 개인과 공동체의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돕는다는 가치를 담고 있어요. 문화 예술을 통해 그 가치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민지 대표님의 씨앗과 성장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어떤 씨앗을 품고 있나요?

 

제가 학생 때 상황이 많이 어려웠어요. 집에서 가장이나 마찬가지였고, 방황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학비 30만 원이 없어서 여기저기 전화해서 돈을 빌리러 다닌 적도 있어요. 할 줄 아는 것도 꿈도 많았지만 제 꿈을 펼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생각했어요. ‘나 같은 청소년들은 없게 해야지.’ 그게 제 꿈이 되었어요.

 

- 꿈을 펼칠 수 없는 힘든 시기를 원망만 하며 보내지 않고 오히려 청소년을 돕겠다는 꿈을 씨앗으로 심으셨네요. 과정은 어땠나요?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대학에 바로 가지 못했어요. 목공 보조로 1년 넘게 일해 본 적도 있고, 여기저기 일자리 있냐고 물어보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일했어요. 오만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청소년들을 만났는데, 한계가 느껴지는 거예요. 마음만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애들은 성장하는데, 저는 마음만 가득하지 멈춰있는 거잖아요. 학습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필요에 의해서 뒤늦게 아동학, 교육학을 대학에서 공부하게 된 거예요. 풍족하지 않으니까 공부를 시작하고서도 힘든 상황이 많았어요. 돈 벌어서 다녀야 하니까 휴·복학을 반복했죠. 그 사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느라 10년 만에 겨우 학부를 졸업할 수 있었어요.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그걸 해소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면서 상담을 받았어요. 상담사가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하더니 “너 죽고 싶구나?”라고 하더군요. 사람을 찔러서 말 나오게 하는 안 좋은 상담사를 만난 거죠. 그때 20대 초반부터 오래 알고 지낸 분이 상담학 대학원 접수하라며 원서 접수비 7만 원을 쥐여 주셨어요. 그렇게 상담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는데 모든 게 너무 재미있고 순탄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새벽 논문을 쓰는데 눈이 하나도 안 보이는 거예요. 눈앞이 캄캄해진다는 게 뭔지 정말 알 수 있었어요. 병원 진료를 통해 선천적인 문제가 있는 걸 알았고 논문을 중단했어요. 지금도 5분 이상 고개를 숙여 글을 쓰거나 하면 눈이 조금씩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상담 심리학 석사 졸업을 했어요.

 

그녀는 씨앗을 찾는 과정만큼이나 키우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청소년기부터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형편이 어려워 아이 옷을 싸게 사려고 도매 시장에 가면 낱장으로 팔지 않아서 남는 옷은 온라인으로 팔기도 했다. 눈에 이상이 생겼을 때 급성 실명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도 덤덤하게 의사와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웬만한 충격에 반응을 못할 정도로 삶에서 힘든 시간이 많았다. 상담학을 공부하면서 상담학 교수의 상담 센터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하며 상담을 시작했다.

 

- 씨드앤그로우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상담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성인들,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만나 계속 상담했어요. 하지만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사느라 바빠서 찾아오지 못하는 거예요.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은 어려운 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지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그래서 내가 그들을 찾아가자고 생각했어요. 마음을 만지고 위로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문화 예술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회사를 차리는 것까지 생각은 안 했어요.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에게 예술 교육을 하다가 2017년 ‘씨드앤그로우’로 이름 짓고 본격적으로 일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집을 사무실 삼아 시작했어요. 이후 조원동(수원)에 사무실을 만들어서 1년 정도 있다가 지금 경기상상캠퍼스로 입주했죠. 처음에는 상담과 예술 교육을 주로 했는데 모든 일에 디자인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인 작업도 직접 하게 되었고 지금은 디자이너 분들과 협업하고 있어요. 문화 예술 기획 사업과 디자인 사업으로 나누어 다양한 일들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어릴 때 풍족하지 않으니까 선물 하나를 해도 있는 것 안에서 뭔가 만들어 내야 했어요. 생각해 보면 그랬기 때문에 지금 예술 교육이나 디자인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세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고요. 풍족한 상태였다면 지금처럼 일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결핍이 원동력이었죠.

 

- 씨드앤그로우는 어떤 교육을 하나요?

 

주로 예술 교육을 해요. 누구나 예술가다! 모든 것이 예술의 소재이고 돈이 없어도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슬로건처럼 말하고 다녀요. 지금은 덜 하지만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지금 씨드앤그로우가 하는 대부분의 교육은 돈을 많이 안 들이고 재료도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로 해요. 지역이나 기관의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정 안에서 자녀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정 내 다른 대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는 아이들 위주의 수업이었다면 지금은 여성, 어머님들과도 심리 예술, 심리 미술 수업을 해요.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 속에서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걸로 됐다 생각해요.

그리고 청소년만 외치다가 성인에게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어요. ‘아주편한병원’이라고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재활 시설인데, 그곳에서 환자들을 위해 미술 치료를 한 적 있어요. 가위도 쓰면 안 되고,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미술 치료를 매주 하는 거예요. 그런데도 이분들이 달라지는 걸 목격했어요. 후회하고, 울고. ‘당신이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은가? 딱 하나만 내가 잡을 수 있다면?’ 하고 질문했을 때 아내, 가족 얘기를 그렇게 하세요. 그때 알았어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예술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힘이나 영향력도 아주 크다는 걸요.

수업 진행은 주로 지역 아동 센터나 작은 도서관, 돌봄 프로그램이 있는 곳으로 직접 방문해요. 만나는 아이들 부모님들이 외국에서 오신 분들도 있고 맞벌이도 많으세요. 이곳에서는 비용 안 따지고 예산이 없으면 그 안에서 수업을 해요.

 

심리 예술 수업
심리 예술 수업

 

- 대상을 가정으로 확장해서 가족 구성원들도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고 생각해요. 청소년들과 하는 예술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하는 수업은 훨씬 더 다양해요. 아이들은 어떤 재료를 가지고서도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 내요. 일부러 칭찬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재밌고 놀라워서 한 아이의 작품을 제가 먼저 모두에게 보여 주기도 해요. 작품에서 보이는 특이하고 특별한 점은 놓치지 않고 꼭 말해 줘요. 그러면 아이들은 정말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고 그렇게 성장을 해요. 만나게 되는 아이들은 다양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어려움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 내고 있는 청소년들도 있고 일상에서 불안감을 느끼거나 지나치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거나. 하지만 아이들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해요. 관심받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는 진심 어린 관심을 주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겐 응원을 해 주면 되고. 그 아이들이 마음을 쏟아 만들어 내는 모든 작품이 저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씨드앤그로우를 통해 꿈길을 걷다
씨드앤그로우를 통해 꿈길을 걷다

 

- 지금 시점에서 보면 꿈에 한 걸음 성큼 다가간 때가 언제였나요?

 

상상캠퍼스 들어오기 전이었어요. 어떤 상담 단체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갔다가 상담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조금 힘든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이야기 들어 주고 싶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해지게 하는 게 제 꿈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상담사가 “선생님은 그 꿈을 이룰 수 없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마음이 무너지고 ‘너는 꿈을 꿀 수 없어.’ 그 말이 진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죠.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다독이고 꿈을 지키느라 며칠 동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나 같은 청소년이 없게 할 거야! 마흔 정도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나이지 않을까. 그전까지는 구르고 뒹굴고 다 괜찮다. 40부터 시작할 거야. 그것만 보고 왔는데…. 누구나 희망 사항이 있잖아요. 그날 너무 마음이 힘들어서 항상 저한테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시는 임선경 작가님께 전화를 걸었어요. “무슨 상관이야. 그런 말 듣지도 마.” 하고 가볍게 쳐 버리시는 거예요. 그 말에 누구도 내 꿈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바로 지역 안에 있는 공모 사업들을 다 찾기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해 나가기 시작했어요. 2020년이었죠.

 

- 현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많이 듣고 있나요?

 

현재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주로 제 딸과 딸의 친구들을 통해서 들어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쉽지 않아요. 아이들은 학교 안에 있고 이후엔 학원도 가야 하고, 주말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그럴 땐 학교 앞으로 찾아갔어요. 학교 앞 카페에서 만나기도 하고 10분이든 20분이든 가볍게 일상을 나누기도 해요. 중학교 2학년인 딸이랑은 대화를 많이 해요.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 이야기, 매점에 새로 바뀐 간식 이야기, 이성 친구들 이야기, 진로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하고 친구 관계에서의 말이나 태도에 대한 이야기도 해요.

지역 사업을 통해서 청소년 친구들을 만나면 미술, 음식, 과학 등등 아이들이 해 보고 싶은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내려고 해요. 퍼스널 컬러나 학습 전략 검사를 통해서 청소년들이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돕기도 해요.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씨드앤그로우 디자인
씨드앤그로우 디자인

 

- 성장하는 사람 곁에는 서로 돕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지금까지 일을 해 오면서 힘이 되는 멘토나 커뮤니티가 있나요?

 

임선경(㈜스마일아트) 대표님은 제게 멘토 같은 분이신데 씨드앤그로우가 처음 만들어질 때 브랜딩 작업도 같이 했고 현재도 꾸준히 만나며 계속해서 교류하고 있어요. 저보다 훨씬 앞서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 가고 계세요.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만남을 갖고 공부하고 다양한 일들을 제안하기도 해요. 대표님도 많은 일들을 겪으셨고 그 과정을 모두 지나 지금은 저도 대표님도 즐겁게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어요.

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돼요. 기관의 직원 선생님들뿐 아니라 영상, 디자인, 마켓, 공연 등등 다양한 사업을 하시는 대표님들도 만나고 청년 작가님들도 많이 알게 됐어요. 서로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수원뿐 아니라 여러 지역의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도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사업과 활동으로 즐거운 꿈을 이루어 가고 계신 분들과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씨드앤그로우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사업에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을 찾고 있어요.

도전과 실험이 가능한 씨드앤그로우였으면 좋겠어요. 육아로 인해 일을 멈춘 분들 또는 청년들과도 함께 일을 해 나가고 싶어요. 건강한 커뮤니티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하는 씨드앤그로우를 기대하고 있어요.

 

- 이미 커뮤니티를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 같은데요? 디자인 제품 중에 뜨개 소품들도 눈에 띄는데요. 이 안에도 이야기가 있다고요.

 

어머님들이 직접 제작해서 납품한 소품이에요. 청소년 친구들의 어머님들한테 리즈 시절 뜨개 작품 한 가지를 가져와 달라고 요청했어요. 열이면 열 다 똑같이 내가 뭘 할 줄 알겠냐고 말씀하셨어요. 내 능력이 대단한 건가? 상품의 값어치가 될까?라는 생각 때문에 첫 시작이 어려우셨어요. “이런 거 만들어 주세요.” 하고 부탁해서 팔아 드렸는데 그 경험만으로도 너무 좋아하셨어요. “내가 만든 걸 누군가 필요로 한다고?” 하시면서요. 이제는 뜨개실을 직접 사러 가시고 ‘이런 거 사람들이 좋아할까?’ 하면서 제품 개발도 하시는 거예요. 결국 외부에 벽을 두고 있던 건 내가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이 필요한 곳이 많아요. 생활 문화가 많아지면서 모든 것이 다 소스가 돼요.

 

- 다시 일을 찾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내 안의 것들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한 사람이라도 볼 수 있도록 꺼내 놓아 보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요리사 자격증이 없어도 몇 십 년 밥해 먹인 경험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도 뭔가 시도해 보면 좋지 않을까요? 기관과의 협력도 필요하겠지만, 지금만큼 나를 꺼내어 일을 만들기에 좋은 때가 없는 것 같아요.

아주 작은 성공의 경험을 하라고 말하거든요. 자기 재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희가 여성분들을 대상으로 미술 심리 수업을 하는데 처음에는 이분들이 “내가 뭘 할 줄 안다고.” 하다가 점점 언어가 달라져요. “어떻게 만들지?”라고 했다가 “내가 만든 게 뿌듯하고, 이걸 잘 한다고 생각해요.”라는 말을 하게 돼요. 색칠을 하면서 자기 삶에 대한 것들을 꺼내볼 때 ‘아 내가 뭔가 했던 사람이구나.’라는 걸로 다시 시작하시더라고요. 그 한 번의 생각이든 경험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요?

스스로 설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공동체도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지지해 주고, 할 수 있다는 경험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함께 하셨으면 좋겠어요. 약자들이 모인 공동체가 많이 생기면 모두가 더 건강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요.

 

누구나 꿈을 꿀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씨앗이 있고 그 씨앗이 싹을 틔우는 시기는 모두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대단하고 거창하지 않아도 좋아요. 함께 꿈 꿀 사람들이 필요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지원자가 되어 주고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착하고 멋지고 즐겁게, 함께 꿈을 꾸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녀는 학생들을 만나거나 성인들을 만나면 “꿈을 꾸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나 같은 청소년이 없게 하겠다고 고등학교 때 품었던 꿈은 누구나 꿈꾸고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일로 확장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만 했던 지난한 과거를 담담하게 들려주며 함께 꿈을 꾸자고 했다.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려운 선택지 앞에서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도록 돕는 건 결국 꿈과 가치이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는 인간의 정신적 자유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강제 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들은 수용소에서도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중략)…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기쁨도 슬픔도 삶이 내게 던져 주는 질문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대답해야 한다. 그 대답은 자신에게 의미와 가치가 있는 행동이며 태도일 것이다. 내 삶에 답할 나의 꿈과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씨앗을 발견하고 성장하게 돕는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그녀에게 함께 힘을 보태 줄 사람들에게 이 인터뷰가 닿기를 바라며 글을 정리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가질 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나를 도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면 진짜 공동체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어떤 형태가 됐든 누군가를 도우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고 싶게 하는 인터뷰였다.

 


 

인터뷰어 이주영

 

라이프 아트 북 살롱 <아티스트웨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과 예술을 매개로 삶이 예술이 되는 콘텐츠를 기획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편견을 하나씩 부수어 나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삶이 응원이 필요할 때 곁을 내어 줄 수 있는 삶에 관심이 갑니다.

저서

《좋아하는 일을 해도 괜찮을까:인터뷰로 묻고 글쓰기로 답하다》,《다시, 시작합니다》,  《1YEAR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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