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라 도전 합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빅터닝 (두브레인 송미영 총괄)

2023.03.31 | 조회 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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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인터뷰해 드립니다

나다운 길을 걸어가는 당신을 인터뷰해 드립니다.

[인터뷰이 소개]

송미영 두브레인 신사업 기획 및 운영총괄.

‘두브레인’은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모바일 기반 두뇌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5년 차 신생 스타트업이다. S전자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대한민국 최고 인재를 양성하는 S그룹 인력 개발원에서 교육 기획 업무 수행. 특히 조직의 창의력·기획력 향상을 도왔다. 15년에 출간한 저서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로 일잘러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많은 이에게 전파했다. 승승장구하던 대기업을 마흔을 맞이하여 돌연 퇴사. 현재는 직원 수 30명인 스타트업 두브레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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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소름 끼치게도 어느새 마흔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2년도 못 버틸 것 같았던 직장에서 20년 차를 맞이했다. 신입사원 시절 태산처럼 높아 보였던 부장님들과 비슷한 연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퇴사를 목격했다. 그때마다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곤 했는데, 바쁜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느라, 애써 못 본 척했는지 모른다. 

문득 신입사원 시절 유독 반짝반짝 빛나던 송미영이 생각났다. 그녀는 2년 전에 그냥 마흔이 되어서 퇴사함이라고 쓴 사표를 던지고, 대기업이라는 커다란 온실을 떠나, 야생으로 당당히 걸어 나갔다. 그녀야말로 동기 중에도 뛰어난 ‘프로 일_잘러’였고, 지상의 피라미드 최상단을 뛰어넘어 천상의 별(임원)도 달 것 같은 자타 공인 실력자였다.

그런 송미영의 느닷없는 퇴사는 제법 오랫동안 남겨진 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 뒤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기획하면서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녀의 생존이 궁금했다.

이제는 내 인생에서 미뤄 놓았던 중요한 질문들을 들여다볼 때가 되었다. 그녀를 통해, 나에게서 회사를 떼어내 버려도 괜찮고,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연락했다. 인터뷰를 핑계로 빛나는 송미영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었다. 10년 만에 나의 뜬금없는 연락을 받은 송미영은 최근에 받은 요청 중 가장 설렌다며 곧 보자 했다. 그리하여 우리의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 이전에 어떤 일을 했고,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18년간 S_전자를 다닌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그 안에서 총 세 번의 커리어 변화가 있는데 첫 시작은 법인 영업에서 출발했어요. 당시의 업무는 국내 대형할인점 채널에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일이었어요. 두 번째는 경영지원 기획팀에서 CEO 대외 문서 작성, 중장기 전략 수립 등의 스태프 일을 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S그룹 HRD_(Human Resources Development) 센터로 발령이 나서 신입 사원 입문 교육, 창의력 전문 교육 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HRD 전문가로 경력을 쌓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시 HR 기획 업무로 돌아와 당시 프로젝트의 하나였던 외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C-Lab Outside 프로그램을 신규로 만들면서 스타트업 육성 업무를 마지막으로 담당했어요.

돌이켜 보면 인사/조직 부문에서 경영자의 수명 사항을 받아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주로 ‘사람'을 어떻게 육성하는가에 대한 일이었죠.

2년 전 S_전자를 나와, 현재는 당시 육성했던 스타트업 중 하나인 ‘두브레인'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신사업 기획 및 운영총괄을 맡고 있어요.

 

- 신사업 기획 및 운영총괄이 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사업 총괄은 사업의 판로 개척, 신사업 기획 및 운영 등을 담당해요. 그래서 업무가 늘 새롭고 도전적이죠. 올해는 데이터 기반 아동 발달 치료 센터를 신설하고 안정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두브레인은 발달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App기반으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서비스하는 회사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좀 더 다양한 발달 지연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조기에 개입하여 도울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치료를 제공하는 회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그래서 실제 아이들을 만나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리빙 랩 위빌리 키즈를 오픈했습니다. 이곳에서는 7세 미만의 신경다양성 아동*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실제 사례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신경다양성: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은 뇌신경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름((예))자폐⋁특성, 지적 스펙트럼, ADHD, LD, SCD, 조현 스펙트럼, 성격 장애 등)을 질병이 아닌 존재의 다양성으로 포함하고자 노력하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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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치료제 개발은 다소 생소한 분야인데요.

디지털 치료제는 임상적 근거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앱·게임·VR 등의 소프트웨어 의료 기기를 말해요.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에 관한 관심이 커졌는데요. 자폐를 포함한 많은 발달 지연은 원인도 알려지지 않고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요. 왜냐하면, 이건 완치라는 개념이 있는 질병이 아닌 발달 지연이기 때문인데요. 현존하는 치료는 오프라인 테라피를 받는 것인데 드는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좀 더 오랜 시간,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 아이들의 발달을 촉진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두브레인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두브레인은 아이들의 인지 기능을 개선해 주는 프로그램인데요. 단순히 지식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기존의 인지 치료 대가의 비법을 디지털화했고 30년 인지 치료 전문가의 노하우가 앱 안에 들어가 있는 거죠.

 

- 기존 오프라인 발달센터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요.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분야라, 그동안 정성적으로 진행되었던 치료 과정을 정량적으로 수치화, 디지털화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이 핵심입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이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 저서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송과장, 살림, 2015)에  프로 일잘러’   송 과장의 노하우를 모두 담아낸 것 같아요. 일하랴 글 쓰랴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 책은 어떻게 출판하게 되었나요?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쓴 책에 서평을 써 주었는데 그 책 기획자가 서평을 보고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가볍게 차 한 잔하는 자리였는데 제가 하는 직장 생활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책으로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어요.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출산으로 육아 휴직에 들어가는 시기였고 휴직하면 시간이 많을 거란 막연한 생각에 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그러나 막상 아이가 태어나니 시간이 없어서 거의 하루에 2~3시간 자면서 원고를 쓴 기억이 납니다. 인생에서 가장 집중해서 무언가를 한 시기 중 하나였어요.

 

- 책으로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요?

누군가를 위해 내 경험을 나눈다면 무엇이 가장 매력적일까 집중적으로 고민했어요. 그러다 내가 남들보다 먼저 한 온갖 실수를 솔직히 털어놓기로 했어요. 과거에 내가 헤맸듯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후배들에게 나의 경험을 나누는 일이 가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에는 사회 초년생이던 저의 흑역사가 모두 담겨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이 책을 읽었다는 사람을 만나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에요.

 

- ‘일잘러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일을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두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__러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준 사람이 받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가치를 만드는 시작점이니까요.

 

- 퇴사와 이직을 겪으며 변화가 컸는데, 책 집필 당시와 생각이 달라진 게 있다면요?

책이 나온 지 벌써 7년이 지났네요. 당시의 송 과장은 태어나서 경험한 직장이 대기업 하나기 때문에 대부분이 큰 조직에서 일을 잘하는 방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상사와 동료와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 스타트업 이민자로 사는 지금의 송미영은 당시보다 더 정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어요. 그래서 생존에 대해서 매일 생각해요. 진짜 가치를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 더 고민하게 됩니다.

 

- 본격적으로 메인 주제인, 터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18년간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뜻밖의 퇴사 결정에 주변은 어떤 반응이었나?

첫 번째 반응은 거짓말이지?”라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진짜라고 이야기하면 ? 이민 가?”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죠. 그러나 저를 정말 잘 아는 사람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면서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어요.

 

- ‘S_전자라는 안정의 타이틀을 내려놓기 어렵지는 않았나?

S_전자에서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을 지원하는 업무 담당자로 일할 때였어요. 업무 특성상 청년 창업가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는데, 처음에는 자괴감이 드는 거예요. ‘나는 저 나이 때 뭐 했지? 회사를 너무 열심히 다녔더니 쟤네들보다 훨씬 뒤처지는 사람이 됐구나. 지금 안 나가면 나중에 회사가 나가라고 할 때 정말 치킨집밖에 할 게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동안 내가 ‘S_전자인 줄 착각을 하고 다녔구나’. 회사 타이틀을 떼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기는 싫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스스로 그 타이틀을 떼 버리기로 한 거죠.

S전자 재직시절 송미영
S전자 재직시절 송미영

- 얼마 전 퇴사한 지인이 거울 속의 내가 가장 못생겨 보였을 때가 퇴사임박 시그널이라고 해서 웃은 적이 있었어요. 혹시 퇴사의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 일이나 관계에서의 갈등이나 슬럼프랄지.

많이들 궁금해 했는데 정말 계기랄게 없었어요. 퇴사 전날까지 밤새 야근할 것 다 하고 그 다음 날 나왔으니까요. 다만 마흔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좀 더 도전적인 일을 하겠다는 인생 계획은 있었어요. 그런데 업무가 바쁘고 정신없이 흐르다 보니 어느 순간 마흔이 코앞인 걸 깨닫게 되었어요. 데드라인을 정해 두었기에 크게 점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 성공해야겠다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어요. 

 아이에게 세상에는 꼭 직장인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나는 직장인으로 계속 열심히 살면서 너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아라라고 하는 게  좀 언행일치가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아이에게 엄마가 퇴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은 교육이라 생각했어요.

 

- 역시 송미영은 다 계획이 있었군요. 퇴사 전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었다면요?

 몇 년간 퇴사 준비를 위해 좀 더 바깥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 밖 창업자들과 많이 교류했어요. 제가 만난 청년 창업자들은 모두 자신이 믿고 있는 무언가를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어요. 물론 결과가 모두 성공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어요.

저도 그들처럼 뜨겁게 도전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퇴사를 결심한 그 시점에 거짓말처럼 받았던 3~4개의 이직 제안 중에 가장 도전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어요. 30만 명 규모의 글로벌 대기업에서 전 직원 9명인 신생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거니까요.

 

- 회사 네임 밸류, 연봉, 직위가 아닌, ‘가장 도전적인길을 선택한 것이 인상적인데요.

 가족의 지지가 큰 힘이 되었어요. 특히 10살 딸의 전폭적인 응원이 있었어요.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딸에게 질문했었어요. “휴대 전화를 만드는 회사, 휴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게 하는 회사, 아이들의 두뇌를 지켜 주는 회사 중 엄마가 앞으로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어?” 그랬더니 딸이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들의 두뇌를 지켜주는 일이 핸드폰 만드는 일 보다 더 중요하지!” 하더군요.

그때 띵 하고 현타가 왔어요. 내가 이직을 해서 다시 직장인으로 살려고 한 게 아닌데, 타성에 젖어 월급 많이 받는 곳으로 가려 했구나. 그때 생각을 바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를 꼭 필요로 하는 회사, 나도 성장할 수 있고 내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도전적인 곳을 선택했어요.

 

- 순수한 아이의 대답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때가 있죠. ‘엄마의 이직을 주제로 대화하는 모녀 너무 멋진걸요. 번외 질문으로 이 질문을 꼭 드리고 싶어요. 엄마 송미영은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열정적으로 하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요. 그래서 평소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도록 합니다. 아이 스스로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선택하게 하고 항상 아이의 의견과 이유를 말할 수 있도록 했어요. 나에게 종속된 어린아이가 아닌 한 인간으로 봐주고 존중하는 거죠.

딸과 함께 바디프로필 촬영
딸과 함께 바디프로필 촬영

 

- 다시 주제로 돌아가, 아무래도 이상과 현실갭이 분명 있으셨을 것 같아서요. 대기업을 나와 도전적인 모험을 한 셈인데, 후회한 적은 없었나?

스타트업으로 온 지 2년이 되었는데, 후회한 적없었어요. 좀 더 젊을 때 빨리 나와서 다른 일을 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거란 후회라면 한 적 있어요.

 

- 두브레인에는 하버드대, 존스홉킨스 교육학 박사 출신 연구원, Microsoft 출신 천재 개발자, 유아교육과 교수님, 데이터 분석 전문가, 카카오 출신 게임 기획자, UI/UX 디자이너등 쟁쟁한 전문가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비전공자, 비전문가로서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이직하셨는데 두려움은 없었나?

맞아요. 회사에 특출게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가 오징어가 될 때가 종종 있어요._(웃음) 저는 여전히 데이터 전문가도 발달 장애 치료 전문가도 아니에요. 그런데 전 직장에서 얻은 점이 있다면 일 머리를 쌓은 거예요. 일 머리는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갖춰진 큰 조직에서 배울 수 있는 거죠. _잘러는 큰 조직 안에는 많지만, 중소기업에는 별로 없어요.

새로운 분야로의 진입에 분명 두려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확신이 있었어요. 전문가들은 큰 그림을 그리고, 판을 짜거나 엮지 못하지만, 나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보니 구멍도 보이고 이걸 이렇게 연결하면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저의 접근 방식이 신선한 인사이트라는 평을 들었어요.

저는 전문가들이 못 보는 것을 보고 전문가들끼리 엮어 주는 사람, 대표가 말하면 실행으로 옮겨 주는 사람, How to를 늘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제 전문 분야더군요. 말하자면 일이 되게 하는 일 전문가?_(웃음)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이 들어갔을 때 혁신이 일어난다는 말이 실제로 들어맞더군요.

 

- 이직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직장인 마인드보다 경영자의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제가 합류할 때는 9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직원 수가 30명으로 늘었어요. 작지만 책임져야 할 직원들이 있고, 내일이 없을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오늘의 일에 집중하다 보니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분명 업무량은 이전 회사에 비해서 많아졌는데, 시키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니 피로감은 오히려 줄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계속할 수 있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어떻게 다르던가요?

대기업도 처음에는 작은 스타트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비효율과 여러 단점이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으로 온 건 기업의 초심으로 되돌아온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여기서 처음 시작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경험으로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 스타트업의 장점이랄까? 작은 조직에서 일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이전 회사에서 전략 보고서 쓰는 일을 오래 했는데, 보고서에 그치고 실행되지 않은 일이 반복되자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회사는 굉장히 커 나가는데, 나는 성장하지 않고 오히려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아왔던 것 같아요. 현재는 대단한 소명 의식은 없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기획부터 실행까지 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만족감이 커요. 어떨 때는 대표처럼 일하고 어떨 때는 대리처럼 일하고 스스로 스케줄링할 수 있어요.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젊은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사고가 젊어지는 장점도 있어요. 저는 젊고 신선한 생각을 유지하고 누구보다 더 깊게 고민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15년 이상 어린 동료들 틈에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죠._(웃음)

 

- 지금 하는 일에서 만족한다면 어떤 면에서 그러한지?

제가 하는 일이 어떤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언어 표현 늦고 말도 안 듣는 아이가 있어서 인지적으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되어, 그 아이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피드백을 받고 뿌듯했어요. 아이들은 말로 표현을 잘 못하잖아요. 드러나지 않는 것을 기술을 통해 드러나게 해 주는 것이죠. 우리가 아이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 두브레인에서 일하면서 잊을 수 없는 순간 있었다면요.

모바일 앱 서비스만 하다가, 8주간 발달 지연 아동과 양육자들을 온라인으로 코칭 하는 일을 했어요. 일상생활의 사소한 미션들을 함께 실행해 본 후, 경험을 공유하고 전문가들이 팁을 주는 방식이었어요. 예를 들어 안 된다고 말하는 대신 다른 감탄사로 바꿔 보기, 숟가락으로 혼자 먹기를 시켜 보기 등 아주 쉬운 미션이었어요.

발달 지연 아동의 엄마는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이 불안하고 우울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해요. 느린 자녀의 부모들은 다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매일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엄마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아이에게도 좋은 변화를 발견했어요. 마지막 날에 다 함께 펑펑 울었어요.

그때 앱만 잘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소수자의 문제를 알아봐 주고 중요하다고 생각해 주고, 함께한다는 것이 중요하구나.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요. 우선 내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부모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아이의 눈에 좀 더 나은 엄마,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나아가서 회사를 포함한 내가 만나는 그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는 게 제 삶 중요한 가치입니다. 제가 가장 두려운 건 더는 성장하지 않는 삶이에요.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군가의 성장에도 기여하지 못 하는 것이 두려워요.

 

- 마음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스스로 돌보는 방법은 무엇인가?

'삶에서 On/Off를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일할 때는 정확하게 일하고, 쉴 때는 완벽하게 쉬기가 중요하죠. 그래서 주말에 떠나는 가족과의 캠핑이 저에게는 완벽한 Off 기능을 하고 큰 만족감을 줍니다. 캠핑을 가족의 공동 취미로 만들자고 남편과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약속했어요. 아이가 4살 때부터 다녔으니까 7년 차네요. 올해 초에 본격적으로 캠핑카를 구매해서 본전 생각에 더욱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캠핑의 가장 좋은 점은 일상과의 단절을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리셋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죠. 그리고 매일 운동을 꼭 챙겨요. 운동으로 체력과 에너지를 얻고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아침 운동 루틴을 깨지 않으려 해요.

열정적인 러너 송미영
열정적인 러너 송미영

-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이 열정적으로 사는데, 보통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530분 기상해서, 630분 오전 운동을 해요. F45라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1시간 정도 하고 나서, 830분 출근해요. 18시 퇴근 후 아이와 집에서 놀거나 한가한 시간을 보내요. 평일에는 저녁 약속을 거의 잡지 않고 중요한 미팅은 점심 또는 티타임으로 변경해요. 불필요한 회식도 하지 않아요.

 

- 그렇게 끊임없이 꼭 도전_해야 하나요? 좀 느긋하게 살면 안 되나요?

그러게요. 제가 좀 피곤을 즐기는 스타일이네요. 여유 있고 느긋해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집에 가만히 못 있는 스타일이죠. 놀러 다니는 게 힘들지 않고 집에만 있는 게 오히려 곤혹이. 모두에게 도전을 권할 필요는 없죠. 본인이 편한 대로 자연스럽게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 오늘도 회사 그만두고 싶다그만두면 어떻게 먹고 살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전략적인 퇴사 노하우를 조언한다면?

퇴사 후 동기, 선후배를 만나면 늘 듣는 말이 있어요. “네가 부럽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회사는 대기업이 가장 좋아요. 직장인의 삶은 대기업보다 더 나은 곳은 절대 없어요. 밖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는 환상을 가지지 않길 바래요. 밖은 그냥 지옥이에요. 현재 있는 곳도 분명히 좋은 면이 많을 거예요. 그 부분을 보려고 노력하면 좋겠어요.

'사람이 싫어서 일이 싫어서 퇴사하는 건 정말 바보짓이라 생각해요. 사람이나 일을 바꾸면 되는 일이죠. 퇴사는 현재 있는 곳이 싫어서 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계획을 세우고 하는 게 맞아요. '

저의 경우에는‘조금 더 있었으면 갈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나를 찾아주는 곳에 가자’, ‘당장의 연봉은 고수하지 말고 투자하는 마음으로 가자.’, ‘여기를 가야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고 스스로 되뇌며 도전했어요.

 

- 직장을 다니면서, 언젠가는 닥칠 퇴사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회사 밖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해 보라고 제안하고 싶어요. '

저는 회사 다니면서 프로젝트 단위로 이런저런 일을 기회가 될 때마다 해봤어요. 책도 써 보고 창업자들과 마케팅 캠페인도 해 보고, 애들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와디즈에 펀딩도 해 봤어요. 내가 뭘 잘하는지 테스트를 해 보고 간을 볼 수 있었죠. 다양한 기회를 통해 외부인을 만나면서 회사 밖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구나! 감을 잡아가는 거죠. 요즘 20~30대들은 이런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추세예요.

 

- 의지는 있으나 실행이 힘든 사람들에게 한마디.

최근에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에서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매주 1권을 읽고, 매일 글쓰기 미션을 인증하고 매월 토론하는 완전 스파르타식 모임이에요.

'이렇게 남들 100달릴 때 10함께 달려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혼자 하지 말고, 나를 하게 하는 모임에 나가세요. '

헬스장에 돈 내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그렇다고 굳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데 도전적인 삶을 살려고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예요.

 

- 송미영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데요. 새로운 목표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

일에서의 저의 단기 목표는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인데 이루고 싶어요.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발달 장애 어린이들이 하늘을 올려보기만 하면 보이는 달처럼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해,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달나라 병원을 만드는 것이 대표님과 저희 모두의 꿈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저도 사실 제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정확히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이 될지는 상상이 되지 않아서 더욱 기대돼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큰 조직을 떠나보니 이제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은 있어요. 저는 기존의 교육 방식을 혁신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새로운 방식의 교육, 대안적인 교육을 고민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지 않을까 해요.

 

[Epilogue]

명함이 없어지면, 나의 가치도 함께 사라질까 두려워 젖은 낙엽 자세로 버티는 것 외엔 다른 길이 없다 생각했다. 부끄럽게도 속한 조직이나 감투가 나인 양 착각을 하고 살았었나 보다. 이제라도 본질의 나 자체만으로 귀한 존재임을 믿고 회사로부터 나를 분리·독립해야 한다.

송미영과의 인터뷰 후 존버냐 퇴사냐 양자택일 중 답을 꼭 정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무수히 많은 선택지 중에 보다 가치 있는 선택은 뭘까?

나와 주변을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끄는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동안 일 _잘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일의 늪에 매몰되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가구처럼 풍경처럼 보였던 분들과 한 사람 한 사람 사람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어쩌면 아무도 돌보지 않아 뿌리내릴 조차 없는 척박한 정원에 홀로 서 있는 쓸쓸한 나무 한 그루 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울창한 숲속의 커다란 참나무가 되어 많은 이웃에게 그늘과 열매를 기꺼이 내어 주며 함께 하고 싶다.

 

인터뷰어 정지연

멋진퇴사를 꿈꾸는 20년차 직장인. 베테랑 영업사원으로 특유의 섬세함으로 매출 기네스를 갱신했다. 최근에는 '세일즈의 영혼을가진 빅데이터 분석가'로 터닝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죽을 듯이 힘들 때, 숨구멍 같은 글쓰기를 만났다. 퇴근후에는 작은 발견과 기쁨을 수집하는 생활기록자로 살고있다.

...

저서

《좋아하는 일을 해도 괜찮을까:인터뷰로 묻고 글쓰기로 답하다》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my_daily_writing_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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